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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2일 월요일

[출고기] 제네시스 G380


지난 금요일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사업소에 내려가서 신차를 출고받아 서울까지 400km 정도를 몰고 올라왔습니다. 이번으로 네번째 차를 뽑는 것인데, 매니아 정도나 되는 사람/차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하는 일을 평일에 시간을 뺄 수 있는 자유(?)직종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감행해 본 것입니다. 어쩌면 이전이나 이후로도 신차를 출고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메르스로 금요일까지 학교가 휴교한 둘째놈을 집에 놔두면 분명히 게임으로 하루를 다 보낼 것이기 때문에, 이왕 그럴거면 아빠 옆자리에서 하라고 데리고 8시 반경 집을 나서서 9:30발 울산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울산역까지 2시간 20분 정도 소요, 울산출고사무소에 12시 남짓 도착해서 차를 검수하고 서울로 출발한 것이 오후 1시 30분 정도였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우리집을 등록하고  HUD의 색상을 초록색(흰색, 주황색, 초록색 중 선택가능)으로 바꾸고 차 시트에 붙어있던 비닐들을 걷어낸 후 매트를 깔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의 모습이나 계기판이 약간 어색했지만 5분 지나니 적응되더군요(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경로는 경부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고속도로 로 잡혔다가 나중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양평 IC까지 올라와서 6번 국도를 타고 태릉쪽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변경되었습니다. 옆좌석의 둘째놈과 함께 자동차가 혼자 둬도 그냥 간다고 신기해 하면서 정말 머지 않아 무인자동차가 실용화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중간에 2번 정도 휴게소에서 쉬면서 6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스포츠모드로 달리기성능을 테스트해 보지 않았고, 자동주차기능 등도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차차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소소한 기쁨을 느껴봐야 겠습니다.

제네시스 G330(이하 "G330"이라고 합니다)을 시승할 때까지만 해도([시승기] 제네시스 G330) 특별히 배기량이 더 큰 차량을 살 필요는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제네시스 차량도 대부분 G330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네시스 G380(이하 "G380"이라고 합니다)을 타겠다고 했을때, G330과 G380은 배기량만 차이가 날 뿐이며 크기나 외관은 똑같은데 '굳이 G380을 탈 필요가 무엇이냐', '도대체 경차 1대값을 주면서 트림을 높일 이유가 있는 것이냐'라고 하는 것이 (마눌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탱크냐 3,800cc를 타게?" 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들어볼 말은 다 들어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제가 "G330"이 아니라 굳이 "G380"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500km 정도 주행을 한 소감을 써보고자 합니다. 지름신을 영접하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글을 보신 분이 나중에 지름신을 영접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제네시스의 트림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제가 G380을 선택한 이유, 인상적이었던 기능들을 써보고자 합니다.

(1) 제네시스의 트림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가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온 큰 이유 2가지를 들자면 첫번째가 "국내차"와 "수출용차"가 이름만 같지, 가격이나 성능 측면에서 "수출용차"가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국내에서 돈 벌어서 외국에 퍼다 준다)는 것과, 소위 "옵션장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자동차의 어느 트림에서도 모든 옵션을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최신/선호도가 높은 옵션의 경우에는 최상위트림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게 해 놓아서, 굳이 최상위트림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최신/선호도가 높은 옵션의 선택을 위해서 (필요치 않은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가격만 비싼) 최상위트림을 선택하게 트림과 가격표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가 그 옵션장사의 마수에 걸려든 김에 화끈하게 걸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시판되는 제네시스의 트림은
G330 모던(46,500,000),
G330 프리미엄(52,550,000),
G380 익스클루시브(54,630,000),
G380 프레스티지(60,700,000),
G380 파이니스트에디션(69,200,000)
의 다섯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괄호안은 추가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기본금액).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편의사양은 파노라마선루프, HTRAC(4륜구동), HUD이며, 이것이 상위트림으로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위트림은 선택할 수 없는데 상위트림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하 "차별화옵션"이라고 합니다)이 있으며,  차별화옵션이 바로 (배기량/출력 외에) 상위트림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330 프리미엄의 (G330 모던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19인치 타이어(G330 모던은 18인치 타이어),  9.2인치 모니터(G330 모던은 7인치 모니터), 17개의 스피커(G330 모던은 7개의 스피커), 카드타입 스마트키 등입니다.

그리고 G380 익스클루시브의 (G330 프리미엄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하나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입니다. 물론 G330 프리미엄에서 컨비니언스패키지를 선택하면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경우 G330 프리미엄 풀옵션과 G380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차이는 88만원(54,630,000원 - 53,750,000) 밖에 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이 단계에서 G330을 타느니 88만원을 더 들여 올어라운드뷰 시스템이 기본장착되어 있는 G380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G380 프레스티지의 (G380 익스클루시브에 대한) 차별화옵션은 듀얼 HID헤드램프(이전 트림은 HID 헤드램프), Full LED 리어콤비네이션 램프(LED턴시그널)(이전 트림은 LED 턴시그널이 없음), 7인치 TFT LCD 클러스터(이전 트림은 4.3인치 TFD LCD  클러스터), 스마트 후측방경보시스템(이전 트림 선택 불가),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이전 트림은 전후방주차보조시스템), 전동식트렁크(이전 트림은 수동식 트렁크), 고스트 도어 클로징(이전 트림 선택 불가) 등입니다.

G380 파이니스트에디션은 풀옵션+@ 인데, G380 프레스티지 풀옵션과 기능상으로는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퍼들램프, 내장 무드램프, 스웨이드헤드라이닝 등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G380 프레스티지 트림에 뒷좌석 관련 옵션 2개와 HTRAC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적용한 것입니다. 굴러다니는 제네시스 색상의 80% 정도는 검정색(오닉스블랙)이고 가끔 흰색과 푸른빛도는 회색이 보이는 정도인데 시승하러 가서 본 탠브라운이 맘에 들어서 색상은 탠브라운(외장)/브라운 투톤(내장)을 선택했습니다. 꽤 어두운 갈색이라 그렇게 튀어 보이지는 않습니다(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색깔입니다).

(2) 차별화옵션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

G330에서 G380 으로 트림으로 끌어올리는 차별화옵션이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이란 것은 이 옵션이 매우 매력있는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은 주차를 위한 전/후진시 전면 네비게이션 화면에 자동차 사방의 상황을 마치 하늘에서 보듯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차가 움직이는 것을 굳이 고개를 돌리거나 거울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없이 화면만 보고 주차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간지각능력이 떨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옵션입니다. 만약 기존에 타는 차에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이 있다면 이 옵션이 없는 다른 차를 타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후방 주차경고시스템(소리로만 경고) - 후방 카메라시스템으로 넘어올 때도 그랬는데요. 제 두번째 차(NF 소나타)는 후방주차경고시스템만 있었는데, 제 세번째 차(그랜져 TG)에는 후방 카메라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TG를 한참 몰다가 소나타를 몰아보면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후방 카메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제네시스에서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같은 원리로 TG의 후방카메라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처음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았을 때 든 생각은 '허허 굳이 저렇게까지 봐야 될 필요가 있나?'였는데, 이젠 자동차 선택시 트림을 변경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지요. 제가 G330에서 G380으로 선택을 변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차별화옵션인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입니다. 마눌님께서도 주차시 화면을 보더니 편하겠다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3) 연비/출력

G330을 시승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차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굼뜨다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무거운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죠. G330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뭐 이정도면'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선택을 하는 와중에 홈페이지의 연비를 살펴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제 선택을 G330에서 G380으로 바꾸었습니다.

G330(2륜)의 연비는 복합 9.2km/l(도심 7.9km/l, 고속도로 11.3km/l)인데, G380(2륜)의 연비가 복합 9.0km/l(도심 7.7km/l, 고속도로 11.3km/l) 입니다(사륜을 적용하는 경우 차중량이 무거워져 연비가 더 떨어지게 됩니다). G330이나 G380이나 거의 차이가 없죠. 이유를 생각해보면 G330은 무거운 차를 움직이느라 더 힘을 많이 들여서 좋은 연비가 나오지 않는 것이고, G380은 큰 엔진을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연비가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G330을 몰면서 차가 생각보다 안나가는 경우에 '아 엔진을 좀 크게 했더라면 힘이 부족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텐데'라고 후회하느니 G380을 몰면서 '이차는 원래 굼뜬 차라 어쩔 수 없어'라고 자조할 수 있는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가격을 제외하고는) 제 선택이 괜찮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행거리 25km 정도의 길들이기도 안된 새차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140km가 될때까지 rpm이 2000을 넘지 않습니다. 일반 차량으로 시속 100km가 되었겠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시속 140km가 되어서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속에서 차가 안정감이 있습니다. TG만 해도 시속 160km 정도가 제가 평상시 낼 수 있는 최고속도인데, 시속 160km에 가까워지는 순간 차의 떨림 등이 느껴져서 더 이상 속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물론 전방에 차량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 정도까지는 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G380은 시속 160km까지 무리없이 속도가 올라가고 시속 180km가 되어도 (TG에서 느끼게 되던) 차량의 흔들림이 거의 없습니다. 무거운 차는 이게 좋더군요!! 그래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전방에 차량이 없는 틈을 타 시속 200km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울산에서 서울로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의 연비도 측정해 보았는데, 트립컴퓨터상으로 11km/l 가 찍혔습니다. 저는 연비중심의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므로(예컨대, 추월은 오르막길에서 풀악셀로 합니다) 홈페이지에서의 제원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CO 모드를 켜고 발끝신공을 사용하면 더 좋은 연비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네요.

(4)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이것은 친구가 G330과 G380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기에 (차량 주문 후에야 비로소) 저도 가격/제원표에 문언상으로만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검색해서 알게 된 것인데, 간단히 말해서 G330과 G380은 깜박이를 킬 때 앞뒤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G380 프레스티지 이상의 트림과 G380 익스클루시브 이하 트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좌회전/우회전 깜박이를 켜면 G330은 앞부분의 두개의 전조등 중 안쪽에 있는 호박색 방향지시등이 점멸합니다. 그런데 G380은 데이라이트 부분(전조등 아래 눈썹같이 생긴 부분)이 점멸하게 되죠. 뒷부분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G380은 LED를 사용하는데, G330은 그렇지 않기 때문). 그래서 G330을 타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G380의 듀얼 HID램프를 추가시공하기도 합니다(관련 포스팅 참조). 만약 이걸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깜박이가 점멸하는 모습을 보고 저 제네시스가 G330이냐 G380이냐 구별해 내겠죠.  '참 쪼잔하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G330에 적용을 안해 놓느냐' 싶은 차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G380 프레스티지 이상을 선택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이건 G330이든 G380 어떤 트림을 선택하든 옵션으로 넣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G380 선택의 이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심지어 신형 그랜져에도 이 기능은 적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5시간 정도의 첫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기능이라고 한다면 전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꼽겠습니다. 자동차기술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매우 발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는데요. 현재 시판 자동차에 존재하는 크루즈컨트롤은 3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냥 크루즈컨트롤은 "모닝"에도 적용될 만큼 일반적인 기능이 되었지요. 1단계 기본 크루즈컨트롤은 일정 속도가 되었을 때 그 속도를 계속 유지시키는 기능입니다. 즉, 정속유지기능이 크루즈컨트롤의 기본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 차가 있건 없건 정속유지를 하기 때문에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면 사람이 개입하여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해 주어야 합니다. 2단계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여기에 차간거리유지기능이 더해진 것입니다. 즉, 크루즈기능 선택시 차간 거리를 설정해 놓으면 차간거리가 가까워지는 경우 자동으로 속력을 낮추고 차간거리가 벌어지면 설정해 놓은 속도까지 속력을 높여주는 기능이 추가됩니다. 3단계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여기에 자동정차 및 자동출발(선행차량이 정차후 3초 이내 출발시) 기능이 더해진 것입니다. 즉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다가 앞차가 서더라도(매우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자는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ASCC를 켜면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가는 것입니다. 정체구간이 곳곳에 발생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크루즈컨트롤이 유용하게 되는 것이죠. 정체구간에서 엑셀 밟았다가 브레이크 밟았다가 하는 것이 운전하면서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인데 그걸 없애주는 것입니다. 굳이 (저속주행하면서도) 옆차선으로 끼어들 생각이 없으면 최상의 선택입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재는 센서의 정확도도 꽤나 좋고, 설정된 속도까지 서서히 속도를 높이거나 앞차가 브레이크등을 켜지 않고 속도를 줄이는 경우에도 이를 감지하고 속도를 줄이는 것은 일반 운전자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저속에서는 제가 발끝신공을 이용해서 엑셀을 밟는 것보다 스무스하게 차가 출발하고(제가 밟으면 덜컹덜컹 ㅜㅜ), 브레이크도 서서히 밟는 느낌이라 맘에 듭니다. 좌우에서 끼어드는 차량이 있을 때 제가 속력을 줄이는 타이밍이 좀 빠른 편이라서 ASCC가 줄이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어차피 운전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끼어들기 하는 차량이 있으면 안전하게 수동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ASCC를 켜는 식으로 3시간 넘게 잘 사용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 - 140 km 정도, 국도에서 80km - 100km 정도로 ASCC를 설정하고 달리면 적당합니다.

(6) LKAS(Lane Keeping Assistance System)

주행 조향 보조시스템은 자동차가 자동으로 차선을 벗어나지 못하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흰선이나 중앙선을 센서로 구별해서 차가 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경우, 경고를 해주거나 핸들자체를 틀어서 차선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넘는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기능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결합하면 이론상으로는 일정 시간동안 무인조종이 가능합니다. 다음 동영상(Hyundai : Empty Car Convoy)이 상용화되어 탑재된 것입니다.

(7)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이것도 시험삼아 사용해 봤는데, 직각주차나 평행주차시 주차공간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휠을 돌려 주차를 돕는 것입니다. 1-2년 전부터 티구안 등의 차량의 셀링포인트였던 기능인데, 누가 저걸 쓰냐라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굳이 휠을 돌릴 필요없이 차가 알아서 돌려주니 편하긴 편하더군요. 게다가 직접 하는 경우 차가 약간 비스듬이 주차되거나, 좌우 공간이 비대칭적으로 남아서 한쪽에 탄 사람은 내리기 불편한 일이 종종 발생하였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이런 일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많이 타면 주행능력/주차능력을 퇴화시킬 자동차 같습니다.

(8) 결론

음.. 물론 이런 핑계나 근거에도 불구하고 G380 프레스티지에 뒷좌석 관련 옵션을 제외하고 풀옵션을 감행해버렸기 때문에 "안써도 되는 돈을 썼다"고 마눌님의 타박을 받긴 하지만 "이번에 사는 차가 마지막 국산차니까 있는 옵션은 다 넣고 싶다"는 옵션성애자를 이해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타박은 일시적이나 옵션은 영원하다!!). 어쨌든 더이상 BMW 528i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속력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러나 제 통근차량은 TG ㅎㅎㅎㅎ).  



2015년 5월 31일 일요일

[시승기] 제네시스G330










현대자동차에서 도산사거리에 모터스튜디오를 만들었을 때 저걸 왜 만드는지 의아한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BMW매장이 대각선 건너편에 벤츠와 Ford 매장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곳에 각층마다 자동차를 희안한 방식으로 매달아 놓은 전시관을 만들어 놓으면 현대자동차의 이미지가 달라질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출근할 때면 종종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곳이겠거니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는데요. 지난 주에 가끔 출근길이나 출장이 있을 때 사용하던 그랜져 TG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해서 이를 고치는 과정에서 햇수로 6년 이상이 된 TG의 교체 또는 와이프와 제가 1대씩 자동차를 운행할 필요성이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TG에서 저속운행중 나던 소음은 브레이크 라이닝이 닳아서 나던 소리였기 때문에 브레이크 라이닝 교체로 말끔히 해결되어서 TG의 교체 이야기는 쑥 들어갔지만 지방재판 또는 접견으로 일주일에 한두번씩 저도 자동차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다시 2대의 자동차를 굴려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 일반적인 남자 사람과 달리, "디자인"(철저히 주관적), "편의사양"(아이폰이 스무스하게 연결되느냐!!!), "승차감" 등에 쏠려있을 뿐 "연비"나 "조작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으므로, 연비와 폭발적인 가속성능이 특징인 BMW520d 나 골프와 같은 독일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대차도 충분히 고려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족 구성원이 4명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캠핑이나 야외활동에 취미가 없으므로 SUV나 밴이 선택에서 제외되고 나면 세단급에서 이미 타고 있는 그랜져급보다 하위 모델로 내려가지는 않으므로 현대자동차에서의 선택대상은 아슬란, 제네시스, 에쿠스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륜구동을 타봤으니 전륜구동인 아슬란은 제외,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십수명은 되어야 에쿠스를 탈만하다고 할 것이니 남은 것은 제네시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승할 방법을 찾다가 현대모터스튜디오 앱을 다운받았는데, 앱으로 시승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앱에서 전화번호를 알려줘서 유선으로 어제 시승신청을 하고 오늘 현대모터스튜디오에 가서 40분 정도 제네시스 G330 을 시승하고 왔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차를 몰고 가면 발렛파킹 서비스로 차를 주차해 줍니다(2시간 무료, 2시간 이후 주차료 징수). 시승예약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서 5층 갤러리부터 내려오면서 구경을 하였습니다. 갤러리에는 전시용/시승용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데,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거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장치를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시승은 간단한 주의사항과 과태료 등 부과시 비용부담, 사고시 보험처리를 위해 일정액의 부담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류를 작성하고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나서 직원분이 조수석에 타고 시작되었습니다. 코스는 도산사거리에서 올림픽 대로로 나갔다가 코엑스쪽으로 빠져나와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일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많아서 제대로 속도를 내보지는 못하고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와 시내운전으로 총 40분 정도 몰아봤습니다.

일단 디자인은 전시되어 있던 브라운(외부)/아이보리(내부) 차량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1세대보다는 훨씬 제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습니다.

편의사양은 이미 2010년형 TG부터 아이폰 블루투스 연결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시거잭 필요없이 USB케이블로 바로 자동차와 연결해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으므로 OK, 네비게이션도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이미 조작하던 네비게이션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불편함은 없어 보였고, HUD도 햇빛이 매우 쎈 상태에서도 시인성이 괜찮았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이었는데 일정 시속 이상에서 차선을 깜박이 없이 벗어나면 핸들에 진동을 주던데요. 우리나라 차선은 너무 좁아서 차선을 종종 밟는 저로서는 움찔하긴 했지만 깜박이 키는 버릇 들이는 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승차에도 파노라마선루프가 달려 있어서 주행중 열고 닫아보았습니다. 선루프가 달려 있어도 선글라스 수납함이 있어서 이제 선루프 달아서 안경 넣을 데가 없었던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구나 하는 격세지감도 느꼈습니다.

승차감이 가장 문제였는데, 제네시스는 현재 제가 몰고 있는 TG보다 훨씬 무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에쿠스와 같은 급인 체어맨을 움직이는 느낌과 유사한 육중한 바디감이 느껴졌는데, NF소나타를 몰다가 TG를 몰았을 때 느꼈던 무게감보다도 더 무거운 듯 합니다. 에쿠스와 같은 차체를 쓰는데다가 독일차들이 알루미늄바디로 경량화/연비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느낌이라면 현대차는 그에 아랑곳없이 무거운 철제 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가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입니다. 또 TG와 비교해서 달랐던 점 중 하나는 창문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뒷좌석에 앉아본 분의 평도 창문이 약간 작아서 대형차(에쿠스, 체어맨)에 비해서는 답답하다고 합니다.

연비는 현대차다웠습니다. 현재 TG의 트립컴퓨터에서 보여주는 평균연비는 시내주행시 리터당 6-8km 입니다. 고속도로 주행을 하고 나면 리터당 15-6km까지 향상되기는 하지만 시내로 들어오면 도로아미타불이지요. 그런데 주행거리 560km 정도였던 제네시스 G330 시승차는 제가 탈 때 리셋을 하지 않아 이전 시승자와 함께 평균연비를 계산하였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은 연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승 내내 리터당 4.1km - 4.2km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시승 후반에는 기어의 모드를 노멀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오르막에서 엑셀을 좀 밟아서 속도를 내 주었더니 연비가 향상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음 상위등급으로 가더라도 5년전 차와 유사한 연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살짝쿵 접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조작성이라고 해야 엑셀을 밟는 순간과 차가 치고 나가는 순간의 차이가 미세한 정도로 판단하는 소위 "반응성"이 좋은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차는 아니지만 BMW528i 의 조수석에 종종 앉을 기회가 생기는데 이 차의 장점이 바로 시내주행의 경우에도 리터당 10km가 넘는 연비와 엑셀을 밟을 때 바로 튀어나가서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몸을 좌석에 밀착시켜주는 느낌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특히 스포츠모드를 작동시키고 엑셀을 밟으면 약간 무서운 생각마저 들게 해 주거든요. 이건 고속도로에서 풀악셀을 밟을 수 있을 때 시험을 해봐야 할 것 같았는데, 시승은 차가 꽉꽉 막힌 시내에서 밖에 할 수 없어서 풀악셀을 거의 밟을 수 없었습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에서 조금 밟아 본 정도로 판단해 보면, 스포츠모드로 설정을 해 놓으면 노멀이나 에코모드보다는 엑셀에 잘 반응하지만, 엑셀밟기가 무섭게 튀어나가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반응성"좋은 차를 타려면 MINI 나 골프를 타면 될 것이고 그 정도의 반응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일 것이며, 이정도 크기의 차가 그런 반응성이 있으면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성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예상했던 대로의 육중한 바디와 깔끔한 디자인 및 편의사양, 역시 예상대로 안습인 연비와 적당한 반응성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패밀리카+업무상 중장거리 운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시승을 하면서 얻어들은 팁은 고속운전 시승을 하고 싶으면 일요일 오전 일찍 또는 오후 늦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추석, 설날 등의 휴일을 제외하고는 저녁 9시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을 예약하여 시승을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사람이 하루에 시승할 수 있는 것은 2대까지라고 하니 혹시 현대차를 모터스튜디오에서 시승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대차의 최근 라인업을 구경하고, 커피도 마신 후(갤러리의 커피는 무료/2층 폴바셋은 유료), 구경을 마친 후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 것도 주말 오후 반나절을 의미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