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책소개]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2019)

이 소설집을 주문한 것은 약간의 충동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일보의 한해를 결산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기사 한켠에 젊은 여류 작가의 소설집에 대한 평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그리고 성탄절 전에 주문해서 성탄절 직후에 도착한 책은 술술 잘 읽혔습니다. 현학적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딱딱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아마도 저보다 10-20살 어린 친구들의 삶과 생활태도가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당근마켓 인 것으로 보이는 중고거래마켓 시스템이 소설에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아무래도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소설집에 대한 평론가 인아영의 평이 인상적이어서 인용해 봅니다.

어쩌면 그간 한국문학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내면의 거대한 심연을 드러내는 개인에게 유난한 값어치를 부여해왔는지도 모른다. 외부 세계와의 불화를 기꺼이 감당하면서 무언가를 추구하는 개인에게 소설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기대해오면서 말이다. 그러나 장류진의 소설에 등장하는 산뜻하고 담백한 인물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의 작고 평범한 기쁨을 포착해낸다. 그렇다면 장류진의 소설과 더불어 우리는 이제 한국문학의 개인에 대해 이렇게 사유해 볼 수 있겠다. 이 사회에서 을이자 약자인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특유의 생존감각으로 시스템을 체화하고 탄력적으로 구부려, 가장 빠르게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인아영, 센스의 혁명,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2019), 230-231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고민과 삶의 깊이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로 추천합니다.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책소개]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외,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새삼 소설의 주제나 글감도 여성작가의 약진이 느껴지는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식이 아니라 담담히 하는 이야기를 듣도록 만드는 소설의 힘은 어떤 논문이나 연설보다 더 강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상작들의 전반적인 특징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사위원들이 대상 후복작의 전반적인 특징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소설적 경향들은 다음의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소설에서 서사적 갈등의 핵심이 되었던 정치적/사상적 이념성이 대부분 제거되고 있다는 점, 둘째, 고통스러우며 견디기 힘든 각박한 현실과 삶의 조건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셋째, 개인의 주관성에 갇혀 있는 주체의 내적 고뇌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넷째, 한국 사회의 변화 가운데 주목되는 다문화사회의 특징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점 등이다."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43면.


소설 중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희은은 그 죽음을 객관화할 수 없었다. 그런 죽음이 실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게 일어나고, 특별할 것이 없으며, 타인의 애도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고, 따라서 아무리 부족하다 한들 그 하나하나의 위로를 겸손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떠올릴 수 없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32면

정민은 그 옛날의 건너편 건물 사건과 비슷한 피해의 경험이 모든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그것이 그저 간단한 말 한마디, 표현 하나로도 헤집어져 심하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자신이 원하던 곳에 있게 된 뒤에야, 삶이 한없이 버겁기만 하다는 감정에서 한발짝 벗어난 뒤에야 그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76면

아이 혼자키우기는 젊은 시절 이미 한 번 넘어본 산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젊음 특유의 회복력과 반드시 더 나은 날이 오리라는 대책없이 질기고 바보같은 기대, 그리고 어찌 됐든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쇳덩어리 같은 각오들이 하루의 틈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어 앞이 안 보이는 전쟁통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윤이형, 대니,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9), 103면

나는 과잉된 비장함을 장착한 전형적인 90년대 키드였다. 사랑이 세상과 싸우는 가장 적극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라고 믿었다. 내게 시간과 공간은 대중문화의 필터를 통해서만 감각되고 기억되었다.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키노>를 사랑해서 들고 다녔고, 시네필은 아니었으나 영화 한 편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졸업하면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몰래 생각하고 있었다.
-윤이형, 나의 문학적 자서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39면

신뢰할 만한 작가의 젠더인식으로 소설은 결혼제도가 야기하는 억압을 문제삼지만, 그 문제제기가 성별 대결 구도에 갇히는 오류를 피하는 데에서 제도의 억압 자체에 대한 메타적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로 나아간다. 소설은 성별과 젠더의 대결로 환원되지 않는 위태롭고도 좁은 틈을 비집고 결혼이 아니라 결혼제도를 서사적으로 문제삼는데 성공한다.
-소영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유(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와 윤이형의 작품세계), 2019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항(2019), 162-163면




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2019 내맘대로 무비 베스트 어워즈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내맘대로 무비 베스트 어워즈" 입니다.

2014년 1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1위 :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2016년 1위 :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1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1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에 관람한 개봉영화(넷플릭스 포함)중 "왓차" 앱에 기록한 평점에 따라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폴라(요나스 오케르룬드) 3.5/오 잔잔하게 잔인해
극한직업(이병헌) 5.0/1,000만 이상 충분하다
캡틴마블(애너 보든) 3.5/고양이가 웃음지뢰
트리플 프런티어(CJ 챈더) 4.0/헛 의외의 깔끔함
샤잠(데이비드 F 샌드버그) 3.5/오 클래식 틴 무비!!
어벤져스 : 엔드게임(루소 형제) 5.0/모건이 짱 귀여워!!!
존윅3: 파라벨룸(채드 스타헬스키) 3.5/개는 죽이지 마란 말이야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존 왓츠) 3.5/불쌍한 맛으로 보는 스파이더맨
엑시트(이상근) 4.0 /와 야나두가 이걸!?!?!!! 성공시켰어
조커(토드 필립스) 4.5/병원에서 담배피면 이렇게 된다
날씨의 아이(신카이 마코토) 3.5/신해성Universe
신의 한수: 귀수편(리건) 4.0/바둑 잘두려면 일단 싸움을 잘해야 한다
포드v페라리(제임스 맨돌드) 4.0/배트맨형하고 맨손격투 잘하는 형 연기도 졸라 잘해
겨울왕국2(크리스 벅) 4.0/ Just do the next right thing!
6언더그라운드(마이클 베이) 4.0/어쩐지 폭발시키는 게 장인의 솜씨였어 베이형

역시 생각없이 봐도 재미있는 영화들 중심인 특징이 있습니다. 베스트 5를 뽑아보자면

5위 "6언더그라운드" 입니다.

며칠 전 주말에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기대 없이 본 영화인데... 줄거리-개연성 뭐 이런가 다 개무시하고 카체이싱-총격-폭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팝콘무비의 최고봉을 찍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마이클베이형!!! 엄지척!! -아무 생각 없어야 함 주의-

4위 "엑시트" 입니다.

역시나 아무런 기대없이 본 영화였는데, 조정석과 윤아의 암벽등반솜씨가 의외로 사실적이고, 결국엔 살아남겠지만 그동안의 고군분투가 느껴졌을 뿐 아니라, 재난영화를 한국에서 상당히 말되게 만드는 솜씨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끝으로 갈수록 뭉텅이로 개연성을 상실한 것은 아쉬웠지만, 초반의 임팩트가 그만큼 상당했습니다. 에스오에스가 모르스부호로 따따따(S) 따-따-따-(O) 따따따(S) 인 것을 온국민에게 알린 것은 덤!!

3위 극한직업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 영화는 천만간다" 바로 예언을 했던 바로 그 영화!!! 코미디 영화의 정석과 같이 5분에 한번씩 빵빵 터져줄 뿐 아니라, 말되는듯안되는 줄거리에 흔치 않은 반전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제가 외화를 방화보다 좋아하기 때문에 3위로 밀린 비운의 명작!!

2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근 10년에 걸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대단원을 마블답게 마무리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TV 드라마 시리즈처럼 예습복습하면서 보도록 만든 영화마케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 때문에 단일 영화가 아니라 그 이전의 영화들과의 연계가 팬심을 자극할 수 있어서 감동도 배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세대 어벤져스에게 명예로운 퇴장을 그리고 2세대 어벤져스에 대한 숨은 떡밥을 심는 것도 잊지 않은 점도 마블다웠습니다.

1위 포드v페라리

이전의 시리즈물과의 연계를 떼어놓고, 영화 하나로 승부한다면,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연기대결이 눈부시면서도, 카레이싱과 인생을 버무린 깔끔한 줄거리의 담백한 드라마 포드v페라리 가 올해 최고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보았을 때의 흥분같은 것은 오히려 엔드게임 쪽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뭔가 더 성숙한 이야기는 이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점점더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 것 같네요.

11월에서 12월에 걸쳐 개봉한 겨울왕국2 도 재미있게 봤지만... 열광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 워커의 개봉이 예정되어 있지만, 만약 감동한다면 2020년 NMBA 로 바통을 넘겨야 겠습니다.

2019년도 저물어갑니다. 한해 무탈하게 마무리하시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음주운전과 긴급피난


중앙일보에 "대리기사가 주차장 출구 차 세워 2m 음주운전했다면 무죄, 중앙일보 2019. 12. 16.자 기사" 라는 기사가 나서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 이런 짧은 운전은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은 다음 대리기사가 앙심을 품고 직접 운전할 수 밖에 없는 곳에 차를 세우기 때문에, 부득이 짧은거리 운전을 했다가 숨어서 보고 있던 대리기사가 신고해서 문제가 되는데, 이건도 대리기사가 신고했더군요. 1심이긴 하지만 어쨌든 위법성조각사유인 긴급피난이 인정되는 사안이라서 스크랩해 두었습니다.

이 기사를 찾으려다가 음주운전을 했지만 긴급피난이 인정된 다른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약 1년 정도 전 기사입니다. "교통사고 위험 피하려 300m 음주운전한 건 '무죄', 중앙일보 2018. 5. 13.자 기사" 새벽에 제한속도 시속 70km의 편도 2차선 도로 중간에 세워진 차량을 300m 떨어진 주유소까지 몰고가서 112에 자신이 신고한 사안입니다.

반면에 대리기사가 새벽에 남의 가게 앞에 주차를 해 놓고 가버려서 가게에 영업방해가 될까 난감해진 차주가 30cm 운전하여 주차를 한 사안에서는 긴급피난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 쉽사리 긴급피난을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짧은 거리라도 운전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심신미약 관련 형법개정


형법의 심신미약 관련조항이 개정되어서 2018. 12. 18.경 공포되면서 바로 시행되었네요. 근 1년 동안이나 이 부분을 모르고 있었다가,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상고심사건 1심 판결문에서 관련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심신미약 감경 조항 때문에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필요적으로 감경을 해야 해서, 심신미약 취지의 주장을 하면 재판장이 "양형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인지", "(필요적 감경을 해야 하는) 심신미약임을 주장하는 것인지"를 확인하곤 했는데요. 후자라면 판사는 판결문에 배척하는 이유를 적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액 벌금에 대한 불복을 하면서 심신미약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심신미약의 주장을 통해서 감경을 받으나, 양형에 참작하는 것을 통해서 벌금을 낮추나 결과는 비슷한데, 판사의 판결문 작성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식재판 같은 경우 심신미약 주장을 하기보다는 양형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라고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어쨌든 형법개정으로 심신미약은 필요적 감경사유가 아니라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하게 되었으므로, 심신미약상태의 범행에 대해서 법원이 감경을 인정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게 됩니다. 관련 형법조항입니다.

형법 제10조 제2항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개정 2018. 12. 18.>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기사][취재일기] 신림동 원룸 그놈, 징역 1년에 담긴 고민


신림동 원룸 앞에 부녀자를 쫓아들어가 문을 열려고 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강간미수로 기소당한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강간미수 부분이 무죄가 난 것에 대해서 말이 많은 가운데, 중앙일보의 기자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는데, 즉, 집문을 열려고 했던 것=강간의 실행의 착수라고 할 수 있어야 강간미수죄로 처벌이 가능한데, 많은 사람이 피고인의 의도가 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어서 이런 기사가 판결의 의미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게 3,000만원이나 배상하고 합의까지 한 사안에 대해서, 주거침입죄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러한 공분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공론화가 되지 않은 많은 사안과 비교했을 때 피고인이 엄한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볼 소지도 있기도 합니다. 피상적인 유죄/무죄의 선고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양형에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는지 보여주는 기사이기 때문에 공유해 봅니다.

[취재일기] 신림동 원룸 그놈, 징역 1년에 담긴 고민, 중앙일보 2019. 10. 18.자 기사

2019년 10월 8일 화요일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


*공항철도에서 인명구조한 경찰관

세상에 나쁜 뉴스만 넘쳐나는 것 같아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입니다. 오늘 국선변호는 맡은 사건의 피해자측에 연락을 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여서 보호자인 아버님께 연락을 드려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사죄하고 있으니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할수 있게 작성해 주십사 연락을 드린 것이었는데요. 어느 정도 배상금을 받으시고 작성을 해주셔도 되는데 보상이나 배상 없이 흔쾌히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없던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고, 벌금 감경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긴 해도 타인에게 그것도 자신에게 잘못한 타인이 반성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것, 그것도 처벌불원서 작성과 인감증명서의 우편제출이라는 귀찮은 일을 감수하는 것은 피해자분의 성숙한 인격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 보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 피해자 아버님께 감사드립니다.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책 소개] 반일종족주의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서 인용부분에 커멘트를 붙인 거의 유일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제목짓기에서 내용이 선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대한 식민지배가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과민한 대한민국 국민의 경향을 "종족주의"라고 비판할 측면이 있다는 것까지는 수긍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영훈 교수 역시 "자유민주주의", "이승만"에 대한 종교적인 긍정에 함몰되어 있는 부분도 어쩔 수 없이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comment에서 지적해 놓았긴 했지만, 일본/북한을 같은 선상에 놓고 대우하기 어려운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자신의 논리로 자신의 주장이 반박당할 수 있는 허점이 있는 것도 이 책을 엄밀한 이론서로 볼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돌아볼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2만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책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천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읽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빌려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이하는 제가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부분과 comment를 남길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을 인용했습니다.

1967년 어느 교과서는 전국 토지의 40%가 총독부의 소유지로 수탈되었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어느 연구자도 이 40%라는 수치를 증명한 적이 없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4면
comment : 토지조사사업에서 "국"이 소유자가 된 국유토지가 40% 정도 되었기 때문에 수탈되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마도 연구자는 토지조사사업 당시 국유토지 비율로 계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듦.

그 상태에서 신용하는 토지조사사업에 관해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학술의 형식으로 포장하였을 뿐입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38면
comment : 신용하 교수의 논문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포장했는지 이영훈 교수도 제대로 지적 못하는 것 같은데...

교과서가 '수탈'이나 '반출'이라는 표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수출'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자마자 자신의 일제 비판의 논리가 혼란에 빠진다는 점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53면

만약 '수탈'이 일상화되고 '차별'이 공식화되어 있는 체제라고 한다면, 조선인의 반발로 식민지 통치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아가 조선을 일본의 한 지방으로 영구히 편입하고자 했던 식민지 지배의 목표를 거스르는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65면

김영삼과 문민정부가 선동한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 논리 속에는 '민족정기 회복'은 겉포장을 위한 상징조작이었을 뿐, 진짜 목적은 '정통성 없는 역대 정부의 청산'이었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190면
comment : 뭐 둘다 청산할 부분이 있었고, 청산의 상징으로 총독부 건물 정도면 싸게 먹힌 것 같은데...

도대체 한 나라의 국왕이 국가의 안위는 내평개쳐 놓고 자기만 살자고 일관파천, 미관파천, 아관파천, 영관파천을 시도한 사실을 보면 "이 사람이 과연 국왕 맞나?"하는 회의감이 엄습합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02면

그래서 제헌국회는 고위급과 거물급으로 책임이 중하거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자만 처벌하려 했습니다. 단지 일본군 장교였거나, 무기를 몇 차례 헌납했거나,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하는 시를 쓴 정도는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게 당시의 국민적 합의였습니다. 친일 협력 행위의 실상을 소상히 아는 당시 사람들이 내린 판단이 그들의 판단이 옳겠죠.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22면
comment : 시간이 지날수록 친일파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은 듦

625 전쟁으로 남한에서만 100만 명이 죽고 100만명이 부상을 입게 한 북한에 대해 단 1원이라도 배상, 보상을 요구했습니까? 일본에 대해선 끝까지 배상을 요구하면서. 훨씬 더 큰 피해를 준 북한에 대해선 아무 소리도 못하는 게 정상입니까?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36면
comment : 북한에 대한 대응과 확실히 비교되기는 하는데,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를 불법점유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일 뿐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 보상요구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타당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려움

북한은 1998년 헌법을 개정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통일의 구성이시다"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이후 북한에서 민족은 김일성민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50면
comment : NL계열이 "백투혈통"이라고 북한을 칭송하는 것을 대한민국 일반 대중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임

1951년의 어느 시기로 추측됩니다. 국군은 장병에게 성적 위안을 제공하는 특수위안대를 설립하였습니다. 1956년 육군본부가 편찬한 [625사변후방전사(인사편)]에 의하면 특수위안대는 장병들의 사기를 양양하고 성적 욕구를 장기간 해소하지 못함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서울에 3개 소대가 있었고, 강릉, 춘천, 원주, 속초에 1개 중대씩이 있었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59면
comment : 일본군 위안부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에 비해, 미국군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매춘여성 등에게 반응하는 대중의 태도가 부조리한 것은 맞는 것 같음

1453년의 일입니다. 세종은 함경도 회령과 경성 등을 지칭하면서 "북쪽 변방에 근무하는 군사들이 집을 멀리 떠나서 추위와 더위에 고생이 많고 또한 일용의 잡다한 일도 어렵다. 이에 기녀를 두어 사졸을 접대하게 함이 이치에 적합한 일이다."라고 하면서 군사를 접대할 기녀를 설치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75면
comment : 허허 세종대왕님...

호주제 가족이 생겨나는 것은 1909년의 민적법, 1911년의 호적법, 1912년의 민법을 통해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식의 가족제도가 이식되었으니 곧 호주제 가족입니다. 호주는 가족 성원을 양육하고 보호할 권리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일종의 권력자로서 가부장입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288면

그들이 진정 인도주의자라면, 그들이 진정 여성주의자이라면, 그들은 해방 후의 한국군 위안부, 민간 위안부, 미국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그들이 성노예였음을 주장하면서 한국 남성이나 국가나 미국군의 책임을 물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빈곤계층의 여인들에 강요된 매춘의 긴 역사 가운데 1937-1945년의 일본군 위안부제만 도려낸 가운데 일본 국가의 책임을 추궁하였습니다. 그들은 인도주의자도 여성주의자도 아니었습니다. 민족주의자였습니다. 아니 난폭한 종족주의자였습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334면

딸을 팔아먹은 것도, 가난한 집 딸을 꾀어 위안부로 넘긴 것도, 또 그 딸이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게 한 것도, 설령 돌아왔더라도 사회적 천시 속에서 숨죽여 살도록 한게 우리 한국인 아니었습니까? 근 50년간 지독하게 무관심하지 않았나요.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374면
comment : 일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들어봐야할 의견이라고 생각

이완용 등 5명의 매국노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1905년 당시의 한국인들이 그 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그 소리를 114년이 지난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는 겁니다.
이영훈 외, 반일종족주의, 미래사(2019), 384면
comment : 이 부분 이영훈 교수의 주장은 위안부 관련 같은 책의 내용으로 반박이 가능함
(351면- 1970년대까지 위안부의 실상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 있을 때에는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40년도 지나 이제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고 그 기억이 희미해지자 가공의 새 기억이 만들어지면서 위안부 문제가 등장한 겁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동시대 사람들이 잘 알면서 침묵했으므로 문제삼지 말자고 하는 논리라면, 이완용 등에 대한 1905년 동시대 한국인들의 평가에 대해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문제삼지 말자고 해야 할 것임.



2019년 9월 6일 금요일

[책 소개] 시절일기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이미 소설가 김연수의 글들은 담백하면서도 메세지가 있는, 취향에 맞는 글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책소개] 소설가의 일 같은 책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 시절일기 라는 책을 새로 냈다는 소개글을 읽고 책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 읽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는데, 슬픈 일은 별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공포영화 나 내용이 슬픈 또는 비극적인 영화는 굳이 보지 않습니다. 천만영화 라고 했던 "기생충"을 지금까지도 제가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시절일기의 시절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세월호 부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련자 아닌 일개 시민이나 소설가나 응어리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또한 치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가라는 사람이 얼마나 넓은 독서폭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언뜻언뜻 보여주는 것도 나름의 재미입니다. 담담하게 가끔은 울컥하면서 읽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젊을 때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관점에 의해 내가 누구인지가 상당 부분 결정된다. 이런 현상은 중년까지 계속되는데 그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성이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면

인간의 몸이란 아무리 길어야 백 년쯤 일렁이다가 절로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것이고, 제아무리 격렬하다 해도 그 몸에 딸린 감정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작 백 년만 지나도 오늘의 희로애략을 증언할 입술들은 이 땅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72면

1심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을 징역 5년에서 징역 36년에 처하면서 침몰원인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증개축으로 복원성이 약해진 배에, 화물 최대적재량 기준을 어기고 과적해 복원성을 더욱 약화시킨 뒤, 고박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주의해야 할 맹골수도에서 우현으로 대각도 조타를 하는 과실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또한 초기에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세월호의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들이 승객의 안전한 퇴선을 위한 조치를 수행하지 않고 먼저 퇴선했으며,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의 정장 김경일 역시 대공 마이크 등으로 퇴선을 유도하지 않았기 대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84면

이십 년만의 소감을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어령 선생의 축사가 귀에 들어왔다.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진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알레테이아 역시 부정어 'a'와 망각을 뜻하는 'leteia'의 조합이라고 한다. 진실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이 진실이 되리라.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07면

이십대 초반이니 어김없이 착시가 일어났다. 무엇을 배경으로 놓고 보느냐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으니까. 이십대 초반에는 외로움을 배경으로 관계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소원하다는 말은 상대의 반응이 나만큼 친밀하지 앟은 경우를 뜻하기도 했다. 요컨대 이십대 초반에게 관계의 친밀과 소원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25면

바로 그 국가의 자산인 청년의 육체를, 마치 저주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탕진하는 일. 그게 바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참된 주제이니, 정부가 이 소설을 판매금지시킨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0면

누구도 제 삶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테니, 남에게 들여주는 이야기 속에는 거짓이 살짝 들어가게 마련이다. 픽션은 거기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거짓의 틈으로 현실의 민낯을 엿보게 만든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8면

사람person 이라는 단어의 첫번째 뜻이 '가면'이라는 게 역사적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언제 어디서나 다소 의식적으로 역할을 연기한다는 인식을 가리킨다(...) 우리는 역할을 통해 서로를 안다. 우리 스스로를 아는 것도 역할을 통해서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75면

그리고 한 인간의 서브텍스트는 그의 영혼이 작성하고 있다.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아이러니의 빛을 쪼일 때, 그 영혼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거기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82면

관람객이 화가의 캔버스에서 비시각적인 정보까지 읽어내듯 종이책의 독자들은 한 권의 책에서 비문자적인 요소들까지 읽어낸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35면

그래서 이상 선생의 연애 강좌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실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55면

'삶을 대담하게 엔조이할 줄 아는 현대인 가운데 먼지낀 샘플처럼 거의 폐물에 가까운 도금한 인간이, 자기만족에 도취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자신이 바로 그러한 인간의 표본이야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77면

이 지체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교한 시계장치와 같이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서 돌아갑니다. 거기에는 지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눈으로 봤을 때 결과의 시간은 지체되거나, 영원이 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인과율의 세계, 과학의 세계, 근대성의 세계를 학습하면서도 끊임없이 우연과 신화와 운명의 세계에 매료됩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5면



2019년 9월 4일 수요일

[득템] KAIST 노트 -2





지난 번 큰넘에게 시켜서 KAIST 노트를 사오라고 했더니 무채색의 아무런 무늬 없는 보고서용 노트를 사왔길래([득템] 카이스트 노트+결재철), 이번에 기숙사 짐 날라주러 갔다가 일요일에도 여는 기념품샾에서 제 취향에 맞는 노트를 득템할 수 있었습니다.

휴보 와 KAIST 상징 새(오리?)가 학사모 쓰고 있는 마스코트가 그려진 노랑/주황 노트입니다. 크기만 보면 대학노트가 아니라 고등학교 노트 라고 해도 할 말 없을 정도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속지에도 마크가 선명합니다.

올해까지는 특별히 메모용 노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판결]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 ??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법률신문 2019. 5. 13.자 기사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를 본 것도 같은데,  판결이유를 보니 이렇게 되어 있군요.

항소심 재판부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복도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기는 하나,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객체는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자체"라며 "아파트 공용부분에 들어갔다고 해서 이미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므로, 출입문 밖에서 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것만으로는 역시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도 주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용부분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는 "아파트 [ ]호"와 같이 되어 있어서 당해 공소사실로는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이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바 있으므로, 이 판결을 유지하면서 공용부분 진입 부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논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네요. 항소심에서 검사가 공소장변경을 했다면 유죄가 나올 수도 있었던 사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법률신문에 나온 판례를 보고  아파트 공용부분 진입은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2019년 8월 3일 토요일

[책 소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수상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편혜영 외,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수상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문학동네(2019)

사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 나왔다는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019 여름휴가에 읽을만한 책 100선을 훑어보다가였는데요(국립중앙도서관이 추천하는 2019 여름휴가철에 읽기 좋은은 책) 전에는 이정도 양의 책들이 소개되면 10여권 정도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주문한 것은 이 책을 포함해서 2권뿐이었습니다.

가끔 소설을 읽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현실을 닮았지만 사실은 판타지나 이현실과 같은 세계관에서의 모험과 현실로의 귀환같은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는데, 요새도 하루키의 장편소설이 발표되면 꼬박꼬박 다 읽어보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만큼 열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그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한국소설을 종종 찾아봅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랄지([책 소개]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젊은 작사상 수상작품집([책 소개] 2014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조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어렸을 때처럼 우울한 분위기를 못견딜 정도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습니다. 여전히 뭔가 멋부리는 듯한 결말, 무언가 추가적으로 남겨져 있는 듯한 마무리, 평범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처한 사회나 주인공의 처지에 대한 담담한 서술을 보고도 특별히 불편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사회라는 것이 정말 "이런 사람이 있으려나"하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걸 알게되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신진작가들이 어떤 소재를 어떻게 소설로 형상화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해 봅니다.








2019년 8월 1일 목요일

[상식] 서얼


홍길동전을 보면 홍길동이 집을 나가서 의적이 되는 이유가 바로 "서얼" 출신이라서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고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서얼이 서자+얼자를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서얼"이라는 말이 본처에서 난 자식이 아닌 첩의 자식인 "서자"를 달리 부르는 말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전혀 학구적일 것 같지 않은 술자리에서 "서얼"이 서자와 얼자를 함께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과사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서는 양인() 첩의 자손, 얼은 천인() 첩의 자손을 말한다. 고려시대에는 서얼에 대한 차별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들어와서 주자학의 귀천의식과 계급사상이 지배계급의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자 서얼의 등용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였다. 서얼은 가정에서도 천하게 여겨 재산상속권이 없었고 관직에 등용되기도 어려웠다. 

조선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전인 《경국대전》에 따르면, 서얼은 문과나 생원, 진사시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여 양반관료의 등용시험인 과거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하였다. 때로 제한된 범위에서 등용되기도 하였으나 그것 역시 아버지의 관직 높낮이나 어머니의 신분에 따라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한품서용()이라고 하는데, 문, 무 2품 이상 관리의 양인 첩 자손은 정3품, 천인 첩 자손은 정5품까지, 6품 이상 관리의 양인 첩 자손은 정4품, 천인 첩 자손은 정6품까지, 7품 이하 관직이 없는 사람의 양인 첩 자손은 정5품, 천인 첩 자손은 정7품까지만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얼들이 신분 상승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그 수도 계속 늘어나자 조선 명종 초인 1550년대에 들어와서는 서얼 허통()이 되어 양인 첩의 경우에는 손자부터 과거에 응시할 수 있게 하되 유학()이라 부를 수 없도록 하였고 합격문서에 서얼출신임을 밝히도록 하였다. 16세기 말에는 이이와 최명길() 등이 서얼 허통을 주장하였으나 실현하지 못하였다. 1777년 정조가 서얼들이 관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넓힌 ‘정유절목’을 발표하고 규장각에 검서관() 제도를 두어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등의 학식 있는 서얼 출신들을 임명하였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차별완화 조치가 시행되었으나 폐습의 뿌리를 없애지 못하다가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 때 완전히 폐지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얼 [庶孼] (두산백과)

지식과 상식은 계속해서 업데이트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19년 7월 31일 수요일

[맛집 소개] 가미헌



가미헌
주소 : 서울시 노원구 중계로 144 2층
전화 : 02-931-6233
주차 : 건물주변 주차가능한 구역이 있지만 거의 항상 만차/주말에는 수암초등학교 주차가능

일요일 교회를 다녀와서 점심을 먹는 식당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태릉의 가가와로 정해져 있었는데요([맛집 소개] 가가와 : 폐점). 2018년 초에 문을 닫아서 여기저기 음식점을 전전하다가 요사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 불암고등학교/수암초등학교 인근의 가미헌이라는 음식점입니다.

우리 가족이 가면 시키는 메뉴는 쭈꾸미볶음 2인분(2인분부터 주문가능), 코다리구이, 곱창김치찌개입니다. 3가지 반찬을 돌아가며 먹다보면 어느새 공기밥 2그릇은 뚝딱입니다. 엄청난 맛이다 라기 보다는, 부담없이 가족끼리 한끼 먹기에 좋은 "밥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부근에서 일요일 점심에 메뉴 선택하는 것도 부담이 될 때 자연스럽게 발길이 가는 곳으로 추천합니다.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책 소개]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역시나 하는 일이 같지는 않기 때문에 판사, 검사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는 궁금한 영역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YES24에 주문을 했더니 당일배송되어서 바로 다음날 다 읽어버렸네요. 여름휴가기간에 진득히 보아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고뇌가 배어나오는 내용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전염되기 때문에 빨리 떼어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하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사람들을 매번 보는 판사님들께는 이런 이야기거리가 많겠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돌고 돌아 인간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사제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판사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메모해 놓은 부분들입니다.


재판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쇄하지만 판결문은 영구 보존되므로, 판결문에 사건의 내용과 양형이유를 상세하게 기재해 그 사안을 항구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6면

매에 장사 없고, 가랑비에 옷 젖고, 잔 펀치에 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9면

개별 사건 판결문이 당사자와 상급심을 상대로 결론의 정당성과 추론의 합리성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면, 이 책은 과연 나 같은 자들에게 정의를 맡겨도 될지를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자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0면

법정은 모든 아름다운 구축물을 해제하는 곳이다. 사랑은 맨 먼저 해체되고, 결국 가정도 해체된다. 형사사건에서는 한 인간의 자유를 지지해준 법적 근거마저 해체시킨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3면

실제 형사법정에 있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용서와 합의를 무수히 목격한다. 수년간 며느리를 강간한 시아버지를 며느리와 아들이 용서하고, 자신의 어린 딸으 강간한 친구와 합의하고, 친딸을 강간해 임신까지 시킨 계부의 선처를 구하는 어머니조차 그리 드물지 않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4-25면

가정은 사적 영역이므로 공권력 개입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명제는, 그 가정이 가정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8면

자백은 범행을 진지하게 참회하므로 특별히 양형에 참작하는 면도 있지만,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를 생략해 불필요한 공판을 줄여서 판사에게 유무죄 판단의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에라도 유리한 정상이 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2면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은 시종일관 면밀히 검토된다.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고소의 시점, 최초진술 및 그 이후 여러 진술들과 최종 법정진술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진술내용이 너무 흔들림이 없어 오히려 작위적인 것은 아닌지, 피고인의 진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 피해자 진술 자체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먼저 따진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4면

피고인이 범인인든 아니든, 그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고(설사 거짓말이라고 할지라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가급적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9면

누군가 나를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지목한다면 결백함을 입증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보지만, 나조차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42면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해 기습추행이나 성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부위에 대한 신체접촉 등의 경우에까지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포섭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이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47면

백무산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놀이동산 대기줄을 길게 하고 급행 티켓을 팔아먹고, 포경을 금지하고 고래고기를 팔아먹고, 유전무죄를 만들어놓고 전관예우를 팔아먹고, 전관예우를 만들어놓고 현직을 팔아먹고, 법을 만들어놓고 탈법을 팔아먹는, 무한 탐욕의 시대에 살고 있다(<주인님이 다녀가셨다>,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 2012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54면

판사들이 배석판사가 부장에게 판결 초고를 건네는 것을 '납품한다'고 하고, 재판기일을 '장날'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87면

다른 판사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들리는 순간 머리만 믿고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인생에 치명상을 입는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87면

두꺼운 팔뚝이, 빠른 머리회전이, 성실함이, 튼실한 다리가, 온갖 모멸을 견디는 뚝심만이, 그의 소박한 자본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90면

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혜라고 보면, 그 시선은 언제나 철회해도 무방한 것이 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07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 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검찰이나 법원의 재량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데, 현행 법령은 청소년들의 범죄는 형사처벌보다 보호처분을 통한 교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28면

소년사건은 최종 결정을 변경하는 일이 잦고, 판사가 집행기관의 도움을 받아 보호처분 집행에 깊이 개입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크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29면

증인석을 붙들고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아이의 두 다리를 볼 떄, 유치감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를 돌려세우곤, 와락 껴안았다 왈칵 등 떠미는 엄마를 볼 떄, 나는 늘 돌아앉았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57면

알츠하이머가 특히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랑하는 이의 스러짐 때문만은 아니다. 그이의 기억에 존재하는 나와 우리의 사멸을 함께 천천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73면

어떤 법관은 법적 안정성이 정의의 영역이라면, 구체적 타당성은 사랑의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95면

칼 포퍼의 지적처럼, 반증가능성 없는 과학은 사이비이고 닫힌 사회가 곧 전체주의듯, 화석화된 판사는 그 자체로 해악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96면

"아들이 곧 군대를 가는데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걱정됩니다. 조금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백하고 건조한, 짧은 의견서였다. '조금'이라는 말이 가시처럼 눈에 걸렸다. 많이도 아니고, 최대한도 아니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아니고, 조금 선처해달라니. 뻔뻔스럽기보다는 삶을 달관한 듯한 말에서 여느 피고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02면

공식적 사법절차로부터 이타해 사회 내 처우 프로그램에 위탁하는 절차를 다이버전이라 부른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09면

법원에 대한 비난은 언제 들어도 아프지만 그중에서도 과거 간첩조작 등 시국사건에서, 고문당했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도 재판부가 "바짓가랑이 한번 걷어보라고 하지 않았다"(한홍구, <<사법부>>, 돌베개, 2016)는 글을 읽고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 글은 그 어떤 비난보다 아픈 회초리였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29면

판사들 사이에서 주취감경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사례, 즉 법정형이 대단히 무거운 사례에서 부당한 양형을 해야 하는 경우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묵계처럼 통용되어 왔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49면



2019년 7월 23일 화요일

직업병-호기심 해결



얼마전 급체가 와서 함께 하던 지인분께서 이쑤시개로 손가락을 따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검붉은 피가 나와서 조금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오후 내내 고생하다가 12시간 정신없이 자고 나서야 나았었는데요.

지인들과 이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손가락 따는 일'이 불법의료시술 이라는 농담이 나와서 쓸데 없는 직업병이 발동했습니다. 지인이 손가락 따주는 상당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간단한 민간요법이 불법적인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법령에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은 한의사자격이 없는 유명한 고령의 침술가(구당 김남수)가 침 시술을 하는 것이 의료법위반이 되는지에 대해서 다투어진 일이 있습니다.

지난 연말, 구당 김남수의 교육을 받은 뜸 시술에 대해서 허용된다는 2심판결에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서('뜸 시술' 구당 김남수 선생 제자동호회원 무죄 확정, 아시아 투데이 2018. 12. 5.) 수지침 에 이어 뜸 시술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현재 판례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의료행위의 금지)은 다음과 같이 규정함으로써 무면허의료행위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
3.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하지만 의료법에서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놓고 있지 않아, 판례는 의료행위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방의료행위 특히 수지침에 대해서 일찌기 대법원(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은 무면허의료행위가 맞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수지침 시술행위가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민간요법이고, 그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나, 수지침은 위와 같이 시술부위나 시술방법 등에 있어서 예로부터 동양의학으로 전래되어 내려오는 체침의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있고, 일반인들의 인식도 이에 대한 관용의 입장에 기울어져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과 함께 시술자의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보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 신문기사에서 뜸 시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한방의료행위 중 수지침과 뜸에 대해서는 불법이라거나 위법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손을 따는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 무면허로 남의 손을 따주는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받는 위법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일단 '손을 따주는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손을 따는 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통해서 시행하는 것'이면서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손따는 행위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의료행위라고 할 수지침 시술행위와 뜸 시술행위 조차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손따는 행위를 의료법위반으로 의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뭐 뜬금없는 호기심해결이었지만, 직업병은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당연한 것은 없다


올초에 맡았던, 어떻게 보면 흔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를 대리해서 승소했습니다. 보증금가액이 크기는 했지만, 1심에서도 승소한 사건이었고, 임차인이었던 원고가 떼를 쓰는 수준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 '당연히' 이길 사건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사 모르는 일이라고 상대방이 선임한 소송대리인이 '김앤장'에다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가는 것을 이용해서 기일을 가능한 한 최대한 연장하고, 서면을 제출한 것을 보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것이더군요.

어처구니 없는 사실관계와 그에 기반한 주장을 하나하나 근거를 대어서 반박하고, 공제주장할 때에는 숫자 틀리지 않게 표를 만들어서 계산-검산 쉽게 만들어 서면을 제출하고, 상대방 마지막 준비서면에 대한 참고서면까지 제출하였지만, 그래도 선고기일에 일말의 불안함도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처음 생각한 것과 같은-추가된 예비적 청구에 대한 기각과 더불어- 결론으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방어하는 데에도 어느 한군데 부족할까 노심초사하시는 의뢰인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은 소송이었습니다.

사자가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하듯이, 어떤 소송이든 우리가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으므로, 겸손하게 판단을 내리는 재판관을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것. 그것이 변호사의 임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2019년 7월 1일 월요일

소촉법상 지연이자 연 12%로 인하




지난 6월 1일부터 소촉법상 지연이자가 연 15%에서 연 12%로 인하되는 소촉법 시행령이 개정 시행되었습니다. 2015년 20%이던 소촉법상 지연이자를 12년만에 15%로 인하한 데 이어,  4년만에 다시 이를 12%로 낮춘 것입니다.

5월 21일경 시행령이 공포되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어제 조정가서 담당판사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알았네요.

관련 신문칼럼입니다.
"이의 있습니다." 변론종결 날짜 미룬 채무자가 웃었다. 왜? 중앙일보 2019. 6. 14.자 칼럼

2019년 6월 27일 목요일

갈등 법안은 5년 이후 시행한다 못 박고 논의하자



갈등법안은 5년 이후 시행한다 못 박고 논의하자, 중앙일보 6. 27.자

탈원전이니 최저임금이니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이 오는 정책들을 준비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세계경제호황시기에 불황이 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니, 시행시기를 늦추고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

2019년 5월 28일 화요일

[추천+꿀팁] 유튜브 프리미엄


바야흐로 문자로 된 컨텐츠를 검색하는 시대에서, 동영상을 검색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 이하의 세대에게 요즈음에는 오히려 50대 이상 연령층에게도 유튜브는 신기한 동영상을 찾아보는 서비스에서 궁금한 것에 대해서 찾아보는 검색엔진의 기능, TV나 영화가 독점하고 있던 컨텐츠들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 또한 TV 시청시간은 거의 0으로 수렴한 반면, 오히려 TV에 크롬캐스트를 연결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상을 보는 시간이 훨씬 많은 편입니다. 확실히 호흡이 짧고, 바로바로 터지지 않으면 슥슥 넘겨버리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크리에이터의 동영상들을 구독해 놓으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홈화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 사용시 불편한 점이 있는데, 무료서비스이긴 하지만 거의 모든 동영상에서 광고를 30초 정도 강제로 재생하고, 10초 정도에는 스킵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매 동영상 시청마다 스킵을 눌러줘야 하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년전 "유튜브 레드"라는 것을 출시해서 유료서비스에 가입하면 "광고"를 없애주고,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케 해 주었습니다. 유튜브 시청시간이 늘면서 광고 스킵하는 것이 정말 귀찮았던 저는 바로 유튜브 레드에 가입했었는데.. 신세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광고 없는 유튜브의 세계는 그야말로 쾌적함 그 자체였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유튜브 레드는 서비스 명칭을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바꾸고, 추가적으로 유튜브/구글에서 제작하는 동영상 추가제공, 유튜브 뮤직 앱 추가 이용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땡큐지 하면서 유튜브 뮤직앱에서 제가 "좋아요" 표시한 음악들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추천해주는 "믹스테이프" 메뉴를 줄구장창 잘 듣고 있습니다. 요새는 이소라 신청곡, 트와이스 팬시, BTS 신곡이 많이 들리네요.

그러던 중 한가지 충격적인 팁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 또한 아이폰 유튜브앱에서 진행했는데 결제대금이 11,500원/월(부가세 포함)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1년 넘게 자동결제를 해 왔었는데, 글쎄.... 이 가격에는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붙이는 이윤+세금이 추가된 금액이어서 더 비싼 것이고, 크롬이나 사파리에서 유튜브 사이트로 가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 글쎄 7,900원/월(부가세 별도)으로 같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달에 바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구독을 해지하고, 오늘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다시 결제를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11,500원 vs 8,690원 약 3,000원이 좀 안되는 구독금액을 세이브할 수 있었네요. 유튜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결제를 해도, 아이폰 유튜브 앱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쨌든 아이폰 사용하시면서 앱스토어를 통해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하셨던 분들은 월 3,000원 정도 비싸게 사용하고 계신다는 걸 알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뭐 다 알고 계신 이야기 또 한것이라면 죄송!




2019년 5월 26일 일요일

[칼럼]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이전에 사법연수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신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께서 내신 책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책 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이 책을 내신 다음, 강연도 하시고 TV 출연도 하시면서 법관과 작가의 이중적 지위를 흔쾌히 즐기고 계신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러다 경향신문에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이라는 짤막한 칼럼을 연재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위 법관 정도의 명사께서 자신의 삶이나 판단에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있을 뿐 아니라, 안 읽어 본 책이라면 찾아서 읽어볼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링크를 달아봅니다. 저도 10년 정도 지난 후에 내 인생의 책을 10권 정도 꼽아서 블로그에 연재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대가 되시는 분들은 손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ㅎ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1 -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 내 인생의 클리나멘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2 - 어떻게 살 것인가, 사라 베이크웰 : 지금 여기를 즐기는 것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3 - 국가, 플라톤 : 정의란 무엇인가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4 - 사기열전, 사마천 :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박형남의 내 인생의 책] 5 - 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 : 법에도 눈물이 있다

2019년 5월 17일 금요일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조선일보, 2019. 5. 17. 기사

하급심에서 결론이 갈리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가능한 임대차기간(5년)이 남아 있는 경우와 임대차기간이 도과한 경우에 권리금보호를 달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금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실무를 하다보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입증하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허들을 넘으면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5월 16일 목요일

[득템] KAIST 노트+결재철




원래는 입학식 때 내려가서 KAIST 서점/매점을 한번 털어서 대학노트를 사왔어야 하는데, 큰넘 입학식과 기일이 겹쳐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큰넘에게 집요하게 카톡을 해서 큰넘이 사온 대학노트와 결재철입니다. 사실 대학노트라고 하기에는 작은 노트밖에는 없어 실망하기도 했는데, 결재철/메모장은 있어보이네요.

이미 받은 것은 3월달이었는데, 이제서야 저번에 무인양품에서 산 노트를 다 써서 개시해 봅니다. 기회가 되면 카이스트 관광 가서 맘에 드는 걸 찾아봐야 겠습니다.

2019년 4월 26일 금요일

내러티브가 사라진 시대



[중앙시평] 내러티브가 사라진 시대, 2019. 4. 26. 중앙일보 칼럼

이 이미지는 이 블로그에서 쓰는 것은 두번째 입니다.
2016. 11. 8. 법과 정치 라는 포스팅에서 이미 박원호 교수님의 칼럼에 대한 짧은 소회를 써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은 읽으면서 어쩌면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너무 빨리 적응해 버린 아들넘들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몇 안되지만 이 블로그의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직접적으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삶의 내러티브를 남겨보고자 하는 발버둥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년 4월 22일 월요일

[책소개]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2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법문사(2018)

오랜만에 법서인듯 법서아닌 법서같은 책을 재미있게 휘리릭 읽어버린 것 같습니다. 특히 이상덕 판사의 대법원 판례에 관한 논문은 깔끔하다(!)(이 말이 어느 정도의 찬사인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고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독을 추천합니다.

어떻든 이론상이라 하더라도 조세부담이 교살적이 되거나 몰수적 성격을 띈다는 것은 사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재산권이라는 하나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유재산의 부인과 같은 국가의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문제에도 맥이 닿게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강주영), 268면

선거와 자유위임 등의 장치로 제한된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성은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대표들 간의 토론정치를 통해 효율성과 생선성에서라도 실적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기득원을 지키기 위해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로 귀결되면서 입법의 품질이나 생산성은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쇠퇴하고 있고, 또한 정치 엘리트들은 특정 이익단체나 자본권력과 유착하여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폐해를 노정하기 일쑤여서, 국민의 대표에 대한 불신은 점차 극에 달하게 되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윤성현), 276면

대의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면, 앞으로도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적 제도들 중에서 여전히 가장 핵심적인 지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직접 민주주의는 여전히 독재나 동원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 다수의 전제나 동조 현상으로 인해 소수자를 억압하거나 배제할 위험 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윤성현), 282면

... "사람을 위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문제되는 상황에서의 법 적용 및 해석에 있어 (심지어) 법 전문가일지라도 누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극단으로 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서 '품위'란 무엇인가?(장혜진), 287면

즉, 주권의 논리가 최후로 진화된 형태는 개별 인격자로서의 주권자 혹은 권력의 담지자를 지우고, 추상적인 주권자 혹인 권력의 담지자로 대체하는 형식인 것이다. 만일 민주주의가 국민주권을 의미한다면, 국민주권은 '집합적 국민'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실제와 다르게 지배받는 개개 국민이 마치 지배하는 자와 동일시된다는 착각에 스스로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개개 국민을 추상적으로 개별화시킴으로써 권력에 대한 집단적 저항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5면

칸트가 규제적 이념을 언급할 때, 그 이념은 이념이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념이어서 우리가 영원히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7면

필자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궁극적으로 지배가 없는 삶의 가능성을 규제적 이념으로 놓고, 거기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헌정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7-318면

철저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도박은 범죄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도박은 도박 참여자의 상호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에, 달리 말해 도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이기에 이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박사회(양천수), 324-325면

이미 정립된 지식체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주었던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분명 성실하고 안정적인 중간관리자 또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서양이 강조하는 '질문의 전통'과 동양이 강조하는 '암기의 전통' 모두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폭표이자 방법인 것이다. 이 점에서 창의성만 강조하는 교육에는 허점도 분명 존재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박사회(양천수), 333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Justice'라고 불린다. Justice는 정의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니 대법관은 곧 정의인 셈이다. 독일은 법관을 'Richter'라고 한다. 형용사 'richtig'가 '올바르다, 정당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독일의 법관도 역시 정의인 셈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49면

헌법재판소법은 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가 있다고 한다(제47조 제3항 전단). 당해 법규에 따른 판단이 위헌결정의 시점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때문에 정의의 절대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에 합헌결정이 있은 경우에는 종전 결정일 다음날 까지만 소급하고(같은 항 후단), 이에 따라 그 이전에 선고된 판결은 부정의라고 평가된 법규를 근거로 처벌하였더라도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의는 형사영역에서도 부정되어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2면

영미의 코먼로상으로도 진실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였었다. 그런데 1735년 Zenger 판결로 진실의 항변이 인정된 이래 미국에서는 진실인 경우 대체로 대체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그 밖에 많은 나라들에서 명예훼손죄는 처벌되지 않는다. 동일한 행위가 장소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2면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
종전 : 법관의 임의적 감면사유
현재 :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형에 필수적 산입
독일 :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새로운 형에 필요적으로 산입하되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종류가 국내 형법과 다른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산입기준을 정함
일본 : 필요적 감면사유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3면

그러나 그 판단자가 일간이 창조한 존재하면, 우리는 그 판단에 그대로 따를 수 없다. 설령 그것이 객관적 정의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차라리 부당한 인간의 권력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정당하다는 인공지능의 칼에 스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72면.

미국에서는 대법관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정치적 고려, 법적 능력, 고결성, 불편부당성 등이나 법적 능력, 고결성, 경험, 성격 등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들은 정치적 기관인 대통령이 대버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고려되는 현실적 기준과 이상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서 그 내용을 그대로 도입할 필요는 없지만, 보다 훌륭한 대법관을 찾기 위한 노력의 모습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73면

최고법원의 판례를 따른 행위의 주체들은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고, 최고법원의 판례를 따른 하급법원의 판결은 상급시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패소하거나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판례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범규범은 아니면서도 현실에서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2면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어느 법원에서, 어느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와 유무죄가 달라진다는 것은 적어도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최고법원의 판례에 의한 법질서 통일 기능을 경시하여서는 안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2-383면

이와 같이 법질서상 대법원 판례가 제도적으로 특별히 보호되고 있는 것을 대법원 판례의 제도적 형식적 권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4면

이와 같이 모순 충돌 경쟁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령을 해석 적용하는 법원의 임무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7면

한국에서 법학자들이 주장하는 견해는 단순이 '이론'이라고 표현하지만, 여러 다양한 이론들 중 실정법과 판례에 의해서 승인되어 실정법질서의 확고한 일부가 된 것들은 '법리'라고 구별해서 부르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8면

대법원 재판실무상으로 하급법원이 법령의 효력이나 해석 적용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에, 당해 판례가 합리성을 상실하여 폐기 변경하여야 할 경우가 아닌 한, 하급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는 이유를 '법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기 때문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8-389면

판결의 이유제시의무는 단순히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제4호라는 규정에 의해서 비로소 성립한 것이 아니라, 권력분립질서 속에서 법원이 갖는 본질적 기능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며, 법관의 기본적 자세 내지 윤리에 해당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1면

종래 대법원 판례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은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1) 종전의 대법원 판례가 애당초 잘못 정립되었다거나, 2) 당시에는 타당하였으나 그 후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였다거나,  법령이 개정되어 규범적 상황이 변경되었다거나, 또는 3) 판례가 적용을 예정하고 있는 사안유형과 해당 사안의 사안유형이 서로 달라 해당 사안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논증하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2면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반복하여 선고된 경우에는, 대법원 스스로가 판결에서 '당원의 확립된 판례'라고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해당 법리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한동안은 해당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7면

법관의 양심에 관한 논의는 1)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으로 결정된 악법(법률)을 적용하여야 할 때, 2) 합헌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자신의 법해석과 대법원 판례가 충돌할 때 이 갈등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논의로 전개되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하급법원 법관이 헌법재판소의 기존 합헌결정과 달리 다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기 위하여 또는 대법원 판례와 다른 자신의 법해석을 적용하여 판결을 선고하여 어떤 요소를 고려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로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402면

당해 사건에서 하급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나 대법원의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상급심과 하급심 사이의 반복적 핑퐁을 방지하기 위한 사법제도 설계의 결과로서, 하급법원의 직무상 의무일 뿐 법관의 독립과 무관하며, 이 직무상 의무가 하급심 법관의 (주관적) 양심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402면 각주 37

정보에 대한 법적 권리가 전통적 의미의 재산권이라기보다 일종의 산업정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경쟁정책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출발점이자 강력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정보의 법이론(조성훈), 410면

주가예측 등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예측은 다소 빗나가도 이익이 생기는 한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예측의 오차는 비극적일 수도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19면

법분야에서 붕어빵과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은 붕어빵 틀, 아니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하여 대체될 것이지만,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특성이 개재되고 있는 영역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0면

어떤 경우이든 원칙이나 주요 전제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과학의 근간이 되는 삼단 논법은 법적 사안의 해결에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법률은 결코 규칙의 배열에 의해 체계화되거나 설명될 수 없다. 실제 법적 분쟁의 해결과정을 보면, 법원은 느낌, 감각 또는 직감이나 상상력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고, 그런 연후 그런 결론을 정당화할수 있는 법적 개념을 끌어내고 적용한다. 요점은 합리적 이론이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합리적 이론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2면

법 분야에서의 의사결정에서 보편적인 도덕이나 정치 이론 심지어는 집단적인 편견조차 규칙이나 삼단 논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8면

이처럼 인식의 배후에 작용하는 일반적 상식들을 법령 해석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때, 우리 민법은 '조리', '신의칙',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고 표현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지위와 인격성(이중기), 445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예컨대 국가와 같이) 신용있는 제3자의 매개 없이 P2P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상의 거래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가상국가의 출현과 근대적 국민국가의 대체가능성?(정채연), 546면

이러한 가상국가는 기존의 국민국가와 대결관계에만 놓여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민들에게 국가 서비스에 대한 자발적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여타 국가들의 거버넌스 및 행정 서비스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적절한 방식을 고안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동기부여로서 작용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가상국가의 출현과 근대적 국민국가의 대체가능성?(정채연), 550면

일부 학자들은 인위적으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데,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과학 기술을 통해 인간을 보다 완벽한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감의 존엄성과 자율권을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보다 나은 인간을 위한 열망(좌정원), 558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마초는 나쁜 습관이다. 담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마초가 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7면

진보주의자들이 마약 사용을 더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들 가운데 문란한 번식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건 보수건 간에 성적으로 문란한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만 모아 놓고 보면, 이들 사이에 마약에 대한 견해 차이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8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우리는 종종 우리의 냉철한 이성이 그 행동이 추상적인 도덕원칙-예컨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자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이는 잘못된 믿음이다. 도덕 판단은 우리의 정서적인 직관이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을 순식간에 결정함에 따라 이루어진다. 많은 경우, 이성에 의한 도덕 추론은 사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위의 정당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때 비로소 활성화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9-580면

만일 당신이 낫 핸트오프의 책 제목처럼 "나에게만 있고 네게는 없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함으로써 스스로 망신당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표현의 자유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논쟁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4면

인간 역사상 다른 모든 발견에 선행하는 아마도 가장 위대한 발견은 우리의 전통적인 믿음의 원천들이 실제로는 오류로 가득 차 있으며 지식의 기반으로서 고려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5면

표현의 자유가 인간 번영의 근본이 되는 세번째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며 독재를 막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5-586면

(벌거벗은 임금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왜 유머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닌지, 왜 풍자와 조롱이, 심지어 그것들이 유치하고 천박하다고 할지라도 독재자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며 민주주의에 의해 보호되는지를 상기시켜준다. 풍자는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가정들이 누가 봐도 부조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가정들에 은밀히 도전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7면






2019년 4월 19일 금요일

[책소개]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1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법문사(2018)

얼마 전 대학원 후배가 근처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다고 해서 만나서 환담하던 중에 이런 책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주문해서 읽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대부분 로스쿨 교수님들이셔서 쉽게 쓰신다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컨사이스 법서 아닌가 합니다. 다만, 사회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법제도 또한 기존의 다수설 판례와 다른 선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항상 다수설/판례에 유리한 입장만 대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니, 이런 내용도 매우 반갑네요. 양이 상당하고, 내용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미궁속을 헤매게 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이 상당해서 두편으로 나누어 인상깊은 문구를 적어두고자 합니다. 법이나 법제도에 관심있는 분들, 법학의 기초가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거버넌스란 개인과 제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의 사안을 관리해 나가는 여러가지 방식의 총체이다. 거버넌스는 그 지속적 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해관계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협조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국제적 법치주의는 실현 가능한가?(김부찬), 64-65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직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의 공공복리도 마찬가지이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2-73면.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단계설의 욕구와 그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을 공리주의적 즐거움을 판단하는 데에 하나의 단서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 욕구의 충족은 다른 것보다 우선하지만 그렇다고 생리적 욕구가 고급한 욕구는 아니고 그러한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이 고차원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 생리적, 육체적 욕구는 기본적이고 1차적인 욕구이며,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경시될 수 없다. 나아가 이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대단히 크므로 다른 욕구보다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7면.

그러므로 정의, 법치주의, 자유, 인권, 사적 자치, 기본적 소유권과 같은 원칙이나 권리에 대한 예외는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예외 자체가 하나의 원칙이 될 수 있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3면.

만약 합리적인 사람이 "나는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열정적 사랑은 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1년 뒤에도 당신을 지금처럼 사랑할지는 불확실해"라고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명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솔직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 사람의 애인은 불안과 실망에 빠질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5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동안 연 평균 접수된 형사사건은 150만-200만건에 달하고, 2016년 1심 공판사건 중 유죄건수는 구속 33,323건, 불구속 235,187건으로 매년 법원의 판결로 확정된 범죄만 26만-27만건 이라고 한다. 그 수치는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3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이 접수한 형사사건은 총 1,644,804건이고, 공판사건 중 판결에 이른 243,781건 중 집행유예를 제외한 자유형이 61,000건, 재산형이 79,000건 이상이다. 자유형의 형기를 보면 1년 미만(24,844명)과 1년 이상 3년 미만(27,416명)의 자유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4면.

롤즈는 "우리가 결함있는 이론을 그나마 묵인하게 되는 것은 그보다 나은 이론이 없을 경우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부정의는 그보다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3면.

형벌은 과거의 행위를 전제로 한 책임주의가 한계로서 작용하여 왔고, 보안처분은 장래의 재범여부에 관한 위험성판단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5면.

책임은 책임비난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불법에 관하여, 행위판단의 의사능력이 있는 행위자가 규범에 반하는 반가치태도를 형성함으로써 그러한 범죄행위를 선택하였다는 점에 대한 비난가능성 여부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7면.

즉, 우리의 인상은 범죄를 범하는 자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체 범죄자의 92% 이상은 교도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는다. 그리고 발을 들여 놓은 자들 중에서도 다수는 1년 이하의 단기형에 불과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13면.

만약 성매매에 수반되는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만으로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불법이자 범죄라고 한다면, 경제적인 대가를 매개로 자신의 육체와 감정을 소모하며 노무와 용역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경제활동과 고용활동도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지 반문할 수 있다. 성매매보다 더 강도가 높고 침해가 클 수 있는 육체노동과 심신을 피폐하게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감정노동이 합법적인 영역에서 널리 존재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양자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분하여 불법과 합법으로 나누는 근거는 무엇인가?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6면.

성매매는 결국 인간 존엄성을 형성하는 성이라는 소중하고 특별한 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남용하는 일이 된다. 거칠게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i) 성은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어서 성과 관련된 신체는 지키고 아껴야 하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ii) 성은 가급적 사랑에 결부되거나 특정한 상대로 절제되어야 하면 감정적 교감없이 방종해서는 안된다. iii) 성은 금전으로 교환될 수 없는 것이므로 돈벌이의 수단이나 경제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같은 금지명령이 성도덕 문란화와 성 상품화의 주요한 내용을 차지한다. 성매매는 이런 금지명령이 결합된 형태로서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가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8면.

달리 말하면 성매매를 금지하면서 내세우는 말과 그 배경을 이루는 생각이 혹시 남성중심의 성차별적인 사고의 연장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은 타인의 간섭과 개입이 최대한 배제되어야 할, 자기결정에 기반한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성이 자유화되고 개방화된 오늘날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일시적 유흥을 위한 관계나 애정과 무관하게 혼인이나 취업, 승진과 같은 다른 목적에서 성을 수단으로 삼는 "정서적 교감이 배제된" 관계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거나 경제적 지원에 의탁한 관계. 간통처럼 혼인 바깥에서 이뤄지는 불륜적인 행위까지도 도덕이나 사회윤리적 비난은 차치하고 법의 개입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에 합의를 보고 있다. 타인이 도덕적 잣대를 들어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금지나 처벌의 선상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0면.

성매매의 보호법익은 건전한 성풍석과 성도덕의 보호라고 하는 사회적 이익에 집중된다. 그런데 성매매가 범죄로서 요건을 갖추려면 그 행위가 추상적인 수준에서 성풍속이나 성도덕에 반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반한 결과 구체적으로 사회질서나 안녕에 해가 된다거나 위험하게 한다는 점이 필요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3면.

법정형이 두 배나 무거우면서 어느 모로 보나 성매매보다 중한 죄라 할 간통죄조차 한 순간에 사회적 도덕률이나 건전한 성풍속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도덕적 비난과 민사적 챔임의 영역에 남게 되면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던 시각으로부터는 벗어난 것이다. 성매매를 떠받치고 있는 건전한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관한 통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변적이며 실체를 잡아두기 어려운 개념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4면.

자신의 자발적 결정에 기초하여 상호 합의한 성매매는 타인의 이익을 특별히 침해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회적 유해성도 구체적으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6면.

형법은 최후수단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사회적 갈등해결의 첨병으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이 위험에 대한 관리도구, 그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신속한 직접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7면.

일반적으로 책임비난이나 형벌은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에 따른 의사결정을 전제한다. 그런데 도킨스는 생리, 유전,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행동이 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도킨스가 말한 '도덕원칙으로서의 응보와 과학적 관점의 양립불가능성'은 '자유의지와 과학적 결정론의 양립불가능성'으로 재해석될 수도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67면.

임마누엘 칸트에 의하면 자유는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그 성격이 드러난다. 첫째, 스스로가 인과계열의 한 원인이 된다는 '자발성'으로의 자유, 둘째, 현상계에서의 감각적 충동의 강제와 경향성을 극복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선의지'로서의 자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편타당한 도덕법칙을 스스로 세우고 따를 수 있는 '자율성'으로서의 자유가 그것이다. 그는 인간에게 실천이성에 의해 바로 그와 같은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유의지가 있다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79면.

라플라스의 악마-18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그는 우리의 지성이 우주만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전지하다면 천체의 움직임은 물론 작은 원자의 움직임까지도 공식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자유의지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가 말한 전지전능한 지성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0면.

물리적 우주가 의식을 발생시키긴 하지만, 물리법칙은 의식을 예측하지 않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5면.

출생이 수반되지 않는 가족의 형성과 세대의 계승이라는 변화는 이미 우리 눈 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5면.

일부일처제의 기원을 다양한 관점에서 찾을 수 있으나 "혼인 중에 수태된 아이의 아버지는 남편이다"라는 나폴레옹 법전 제312조의 선언이 3,000년에 걸친 일부일처제의 최종결과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7면.

'인류가 농경사회에 진입하여 부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내에서 남편이 아내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남자는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으며, 결국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행되고, 이러한 모권의 전복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였다'는 엥겔스의 관점은 새로운 생산력의 시대가 도래하는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1면.

영국의 경우에 법률상 부를 포함한 당사자 전원의 협력하에 이루어진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시하여 생부가 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여 규범적 부성 추정 제도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자녀를 출생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6면.

우리는 일부일처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맹아를 이른바 '졸혼'이라는 낯선 풍조에서 최근 발견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혼인이라는 명분을 유지하여 배우자로서의 상속이나 각종 대외적 관계에서 부부로서의 지위 등의 법적 효력은 향유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애정공동체나 경제공동체로서의 부부관계는 해체하여 새로운 낭만적 사랑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혼인관계도 등장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14면.

결국 부부관계는 부부가 협의하여 그때그때 정하여야 할 일이고 법이 정해줄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다. 혼인법이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국면에서 이루어온 발전의 상당부분은 이러한 것이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혼인을 법이 규율해야 하는가?(이동진), 225면.

유류분 제도의 존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속인들의 부양필요성이 존재하거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는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 2018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1958년 민법 제정시 유류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입법자의 결단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유류분제도는 존속되어야 하는가?(최준규), 237면.

요약하자면, 분명히 재산이나 이익을 이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속세도 증여세도 물릴 수 없다는 결론은 부당하며, 이러한 재산, 이익에 대하여는 빠짐없이 과세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완전포괄주의의 이론적, 현실적 배경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41면.

무엇보다 법에서 과세범위를 막연히 넓게 정하여놓고, 과세관청이 그렇게 하고자 하는 때에만 그러한 과세를 정당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5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