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문학동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문학동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9년 8월 3일 토요일

[책 소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수상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편혜영 외,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수상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문학동네(2019)

사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 나왔다는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019 여름휴가에 읽을만한 책 100선을 훑어보다가였는데요(국립중앙도서관이 추천하는 2019 여름휴가철에 읽기 좋은은 책) 전에는 이정도 양의 책들이 소개되면 10여권 정도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주문한 것은 이 책을 포함해서 2권뿐이었습니다.

가끔 소설을 읽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현실을 닮았지만 사실은 판타지나 이현실과 같은 세계관에서의 모험과 현실로의 귀환같은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는데, 요새도 하루키의 장편소설이 발표되면 꼬박꼬박 다 읽어보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만큼 열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그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한국소설을 종종 찾아봅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랄지([책 소개]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젊은 작사상 수상작품집([책 소개] 2014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조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어렸을 때처럼 우울한 분위기를 못견딜 정도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습니다. 여전히 뭔가 멋부리는 듯한 결말, 무언가 추가적으로 남겨져 있는 듯한 마무리, 평범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처한 사회나 주인공의 처지에 대한 담담한 서술을 보고도 특별히 불편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사회라는 것이 정말 "이런 사람이 있으려나"하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걸 알게되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신진작가들이 어떤 소재를 어떻게 소설로 형상화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해 봅니다.








2017년 7월 26일 수요일

[책 소개]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홍은주 역), 기사단장 죽이기 1/2, 문학동네(2017)

여름휴가시즌을 맞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에 대한 임경선 작가님의 소개(신문기사 본문듣기 서비스 포스팅 참조)를 읽고 한 결심을 지난 주말 영풍문고 강남역점에서 기사단장 죽이기 2권을 할인가에 구입함으로써 반 정도 실현했고(뜻밖의 할인@영풍문고 강남역점 포스팅 참조), 이어 4일동안 틈틈이 읽어서 독서를 통한 여름휴가 즐기기가 조기 종료되었습니다.


물론 폭염과 찾아온 열대야도 수박과


술술 읽히는 페이지터너 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더군요.

이젠 20-30대에서 느끼던 하루키 소설에 대한 뭔가 생경하고 신비로움이 걷히고, 오히려 익숙해져 버린 듯한 느낌이라 아쉬움도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화가나 그림의 느낌이 실제로 느껴지는 듯한 묘사는 역시 하루키라 할만 했고, 생각해 보면 정말 사건이랄 수 없는 것들로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읽는 내내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간간히 소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듯한 인생의 경구(?!) 같은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구요. 여름휴가 때 읽을 만한 소설로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구절들입니다.

깊숙이 들여다 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27면.

내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야마다 도모히코의 그림을 발견한 것은 그 집에 오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75면.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한들, 가슴속 어딘가가 욱신거린다 한들 일에는 구체적인 시작이 필요한 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78면.

사람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하나의 분수령이다. 그 고개를 넘어가면 더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84면 : 가슴아프네요. ㅡㅡ;

시간이 흐른 뒤 돌아켜보면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94-95면. 

왜냐하면 그 그림의 본질이 우의에 있고, 비유에 있기 때문이지. 우의나 비유는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네. 그냥 이해해야지.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504면.

마음이 가는 길은 관습이나 상식이나 법률로는 규제할 수 없다. 지극히 유동적이다. 그것은 자유로이 날갯짓하며 이동한다. 철새에게 국경의 개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526면.

나이가 몇이든 모든 여자에게 모든 나이는 곧 미묘한 나이다. 마흔살이든 열세살이든 그녀들은 언제나 미묘한 나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2, 문학동네(2017), 82면.

"넌 아마 모르겠지만, 골프란 정말 기묘한 게임이야. 그렇게 괴상한 스포츠는 또 없을걸. 다른 어떤 스포츠와도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어. 사실 그걸 스포츠라고 부르는 것조차 상당히 무리가 따르지 않아 싶어.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한번 그 기묘함에 익숙해지면 발을 뺄 수 없어진단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2, 문학동네(2017),107면.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신문기사 본문듣기 서비스



출근하면서 휴대폰에서 기사[하루키, 무엇이 달라졌는가, 조선일보 2017. 7. 14.자 기사]를 보다가 못보던 메뉴가 있어서 눌러봤습니다. 온라인 기사에는 메뉴가 없고, 모바일 기사에만 메뉴가 있는 모양이네요.

바로 "본문듣기"라는 메뉴였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기계 남자목소리가 기사를 읽어주네요. 책읽어주는 성우같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운전하면서 읽어주는 기사를 듣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조선일보만 서비스하는지 다른 일간지도 서비스하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시도 같습니다. 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에 대한 평이었는데, 기존 하루키 작품의 재탕이라는 비판과 하루키 스타일의 집대성이라는 호평이 임경선 작가의 내면에서도 싸우고 있는 모양이네요. 2권에 1,000페이지가 넘는 양인데, 여름휴가 기간 동안 독파해볼까 생각중입니다.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책 소개]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2014)

몇년전인가 첫째 동생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저런 형태로 발표되는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소설을 선택의 기준이라고 해봤댔자 베스트셀러로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어서 대화주제에 참견하려면 필요한 경우, 신문의 책소개 코너에 기자가 하는 평이 맘에 드는 경우 등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직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소설의 모음집을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왜 이상문학작품집을 읽느냐는 제 질문에 첫째 동생은 쿨하게 "재밌어~"라고 대답했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리고 다 읽었다던 그 작품집을 -물론 하나하나의 소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훍어보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특별히 수상작품집을 읽어볼 기회나 생각이 특별히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겨울에 아들놈들에게 맨날 책 읽으라는 잔소리만 해대면서 아빠란 작자는 스마트폰만 들여다 본다는 와이프의 비난에 대한 방탄막으로 책을 사면서 특별히 손길을 끄는 책이 없던 차에 첫째 동생이 생각나 골랐던 것이 이 책입니다.

읽는데 거의 3-4개월 이상이 걸리긴 하였는데 의외로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전에는 평론가들의 평론이 소설을 읽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현학적으로 페러프레이즈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소설집의 평론들을 읽으면서 소설과 연관되면서도 그 소설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평론도 충분히 가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읽는 눈이나, 소설 속에서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같은 것이 예전같지는 않은 것일 테지요. 매양 어둡고 불편한, 가족 중 누구는 병을 앓고 있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고,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도 삐걱대는 그런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우리가 부딪히는 생활의 일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훨씬 덜하고 오히려 그것이 소설을 판타지가 아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아직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깔끔한 결말이 맘에 드는 젊은이 독자라면 조금 있다가, 넓은 세상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들을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보고 싶어진 독자에게는 지금에라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봅니다.

2014년 9월 12일 금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0년 중반에 대학생활을 보낸 사람들에게 특히 의미있는 소설가입니다. "상실의 시대"는 당시 대학생을 중심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하루키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소위 "하루키 스타일"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상실의 시대"의 줄거리나 내용은 이제 더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사회과학서적 읽기와 교양을 동일시하는 은근한 대학의 분위기에서 제게 하루키의 소설은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는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전부는 아니지만 하루키의 소설을 기회가 될 때마다 구입해서 읽어왔고, 적어도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의 재미 내지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저작 중 읽은 것들로는 이 정도네요. 적고 보니 베스트셀러 위주 ㅎㅎㅎ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여자없는 남자들

이번에 출간된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은 어떻게 보면 사별, 불륜, 그리움(?) 등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변주한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청년이 아니라 장년이 된 작가의 입장이나 그와 함께 늙어가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흥미있는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청년 때 그의 소설이 보여주던 파괴력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에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깔끔하게 반나절 정도면 기억속의 하루키 스타일을  되새김질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로선 당연히 추천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카(여자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37면. 

이 넓은 세상에는 자식과 부모가 시종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도-대략 축구경기에서 해트트릭이 나오는 빈도로-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독립기관(여자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126면. 

"신사는 자기가 낸 세금액수, 그리고 같이 잔 여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법이죠."

같은 책, 127-128면.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 것,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 것, 꼭 거짓말을 해야 할 때는 되도록 단순한 거짓말을 할 것, 그 세가지가 조언의 요점이었다. 

같은 책, 1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