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6일 수요일
[책 소개]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홍은주 역), 기사단장 죽이기 1/2, 문학동네(2017)
여름휴가시즌을 맞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에 대한 임경선 작가님의 소개(신문기사 본문듣기 서비스 포스팅 참조)를 읽고 한 결심을 지난 주말 영풍문고 강남역점에서 기사단장 죽이기 2권을 할인가에 구입함으로써 반 정도 실현했고(뜻밖의 할인@영풍문고 강남역점 포스팅 참조), 이어 4일동안 틈틈이 읽어서 독서를 통한 여름휴가 즐기기가 조기 종료되었습니다.
물론 폭염과 찾아온 열대야도 수박과
술술 읽히는 페이지터너 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더군요.
이젠 20-30대에서 느끼던 하루키 소설에 대한 뭔가 생경하고 신비로움이 걷히고, 오히려 익숙해져 버린 듯한 느낌이라 아쉬움도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화가나 그림의 느낌이 실제로 느껴지는 듯한 묘사는 역시 하루키라 할만 했고, 생각해 보면 정말 사건이랄 수 없는 것들로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읽는 내내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간간히 소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듯한 인생의 경구(?!) 같은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구요. 여름휴가 때 읽을 만한 소설로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구절들입니다.
깊숙이 들여다 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27면.
내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야마다 도모히코의 그림을 발견한 것은 그 집에 오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75면.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한들, 가슴속 어딘가가 욱신거린다 한들 일에는 구체적인 시작이 필요한 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78면.
사람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하나의 분수령이다. 그 고개를 넘어가면 더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84면 : 가슴아프네요. ㅡㅡ;
시간이 흐른 뒤 돌아켜보면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94-95면.
왜냐하면 그 그림의 본질이 우의에 있고, 비유에 있기 때문이지. 우의나 비유는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네. 그냥 이해해야지.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504면.
마음이 가는 길은 관습이나 상식이나 법률로는 규제할 수 없다. 지극히 유동적이다. 그것은 자유로이 날갯짓하며 이동한다. 철새에게 국경의 개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문학동네(2017), 526면.
나이가 몇이든 모든 여자에게 모든 나이는 곧 미묘한 나이다. 마흔살이든 열세살이든 그녀들은 언제나 미묘한 나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2, 문학동네(2017), 82면.
"넌 아마 모르겠지만, 골프란 정말 기묘한 게임이야. 그렇게 괴상한 스포츠는 또 없을걸. 다른 어떤 스포츠와도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어. 사실 그걸 스포츠라고 부르는 것조차 상당히 무리가 따르지 않아 싶어.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한번 그 기묘함에 익숙해지면 발을 뺄 수 없어진단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2, 문학동네(2017),1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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