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2일 수요일
[선우정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조선일보 2020. 2. 12. [선우정 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보수 야당에 바라는 것은 좌파의 뒷전에서 벌이는 욕설의 성찬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묻는다… 답할 실력이 없다면 권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유명 소설가인 것으로 잘 알려지신 분의 일갈
ㅂㅂㅂㄱ
2020년 2월 6일 목요일
[공유]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목적있는 글들만 난무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다닐 때 이맘 때에는 다음 학년의 새 교과서들을 받아들고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특히 국어책을 탐독하면서 재밌어 했었고, 피천득 씨의 "방망이깎던 노인"이었던가를 보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나 동경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마감날 문득]
대학 4학년 때 학교 후배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그녀가 말했다. 알아,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좋아하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형 왜 그래? 이상해, 형이 그러니까.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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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 금요일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조선일보, 2019. 5. 17. 기사
하급심에서 결론이 갈리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가능한 임대차기간(5년)이 남아 있는 경우와 임대차기간이 도과한 경우에 권리금보호를 달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금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실무를 하다보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입증하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허들을 넘으면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책 소개] 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조선일보 선정 올해의 책10 에 들지 않았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책입니다. "엘레지"라니 "엘레지의 여왕" 패티김 에 열광하는 세대도 아니거니와 러스트벨트의 백인노동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라니, 안 읽어도 나올만한 내용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굳이 문유석 판사님께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추천사까지 쓰시는데 "잘났건 못났건 같이 살자" 백인 노동계층의 진솔한 고백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떠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우리나라 시골에 사는 사람이나 생각하는 건 비슷하네(총기자유화 덕에 조금 더 과격한 걸 제외하면)" 정도의 감상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서평으로 잘 나와 있으니 곱씹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미국 명문 로스쿨생의 입장에서 로클럭 지원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여서 흥미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심지어 생일선물이 다른 친구들과 달리 항상 책이었고, 그게 불만이기도 한 적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절 키워주셨던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 환경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이 책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구절 몇 개입니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나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계층 사이에 팽배해 지면서 공화당의 대선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234-235면.
아이비리그는 다양성에 집착한다는 특성이 있지만, 흑인이든 백인이든 유대인이든 이슬람교도든 사실상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이 돈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온전한 가정에서 온 이들이었다.
-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29면.
사회적 자본이란 친구에게 당신을 소개해 주거나 과거의 상사에게 당신의 이력서를 건내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그에 앞서, 사회적 자본은 친구들이나 동료, 멘토에게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54면.
다음은 내가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의 일부 목록이다.
구직 면접을 갈 때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고릴라도 들어갈 만큼 펑퍼짐한 정장은 부적절하다.
버터 바르는 칼은 장식용이 아니다(버터 바르는 칼을 사용해야 하는 음식을 먹기에는 숟가락이나 집게손가락이 더 제격이긴 하지만)
피혁과 모조피혁은 서로 다른 재질이다
구두와 허리띠의 색깔은 서로 맞아야 한다
특정 도시 및 주의 취업전망이 더 밝다
좋은 대학에 가면 우쭐댈 권리 외에도 혜택이 따라온다
금융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산업 분야다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356면.
우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개 책을 받았다. 보니는 열한 살 때 자기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돈으로 미들타운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부모에게 부탁했다. 놀랍게도 이모와 이모부는 보니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의 가치를 딸이 받는 선물의 가격으로 매기지 않았다.
JD 밴스, 김보람 역,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2017), 400면.
2017년 12월 8일 금요일
조선일보 선정 2017 올해의 책 10
한해동안 독서량이 부족했다는 증거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작품 중에서 읽은 책이 얼마 안된다는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독서의 방향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없다면 언론에서 추천해 준 양서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잡식상 취향에 따르면 언론에서 추천한 책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던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법원 휴정기간에 독파하는 계획도 즐거운 불금입니다. 조선일보의 정치적 논조를 맘에 들어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기획과 읽을거리라는 미디어의 본령에서의 경쟁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는 2017 올해의 저자 10 이라는데 이것도 기대되네요.
조선일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입니다.
1.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김영사, 18,000원
2. JD 밴스, 힐빌리의 노래, 흐름출판, 1만 4,800원
3. 안대회, 정민, 이종묵 외 편역, 한국 산문선(전 9권), 각권 2만 2천원
4. 톰 니콜스, 전문가와 강적들, 오르마, 1만 8천원
5.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 1만 5천원
6. 캐시 오닐, 대량살상 수학무기, 흐름출판, 1만 6천원
7. 리처드 호프스태터, 미국의 반지성주의, 교유서가, 3만 5천원
8.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어크로스, 1만 6,800원
9. 김애란,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1만 3천원
10. 이기호,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마음산책, 1만 2,500원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신문기사 본문듣기 서비스
출근하면서 휴대폰에서 기사[하루키, 무엇이 달라졌는가, 조선일보 2017. 7. 14.자 기사]를 보다가 못보던 메뉴가 있어서 눌러봤습니다. 온라인 기사에는 메뉴가 없고, 모바일 기사에만 메뉴가 있는 모양이네요.
바로 "본문듣기"라는 메뉴였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기계 남자목소리가 기사를 읽어주네요. 책읽어주는 성우같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운전하면서 읽어주는 기사를 듣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조선일보만 서비스하는지 다른 일간지도 서비스하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시도 같습니다. 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에 대한 평이었는데, 기존 하루키 작품의 재탕이라는 비판과 하루키 스타일의 집대성이라는 호평이 임경선 작가의 내면에서도 싸우고 있는 모양이네요. 2권에 1,000페이지가 넘는 양인데, 여름휴가 기간 동안 독파해볼까 생각중입니다.
2017년 7월 12일 수요일
유튜버 대도서관
조선일보에서 유튜브에 대해 잘 몰랐던 기자가 유튜버 대도서관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내 장점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 ... 통찰력이 살짝 있는 것", 2017. 7. 10. 조선일보 기사
저도 유튜브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애들이 즐겨보기도 하고, 애들과의 대화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유명 유튜버(양띵이었습니다)가 있기도 하고 해서, 뭔가 하고 유튜브를 들여다 보았는데, 컴퓨터와 영상이 익숙한 세대의 또 다른 세계더군요. 대도서관이 특장점이 있는 게임이 대표적인 장르이지만, 댄스나 먹방, 뷰티 등 많은 분야에서 유명 유튜버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독자수 탑 10 유튜버들을 살펴보는 것도 유튜브를 처음 접하는 방법으로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전 요새 에밀이라는 영국 청년이 한국문물을 접하는 모습을 소개한 에밀튜브라는 동영상들을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취향에 맞는 동영상들을 보는 것이 상상외로 꿀잼이니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해 봅니다.
2016년 3월 10일 목요일
RIP 움베르트 에코
얼마전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학자인 움베르트 에코가 사망하였습니다(2016년 2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장미의 이름은 엄청난 양과 수시로 인용(또는 창조)해대는 중세 문헌으로 지루함을 참아가면서 어찌어찌 읽어내기는 했지만 과연 그만한 찬사를 받을만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의문(중세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이긴 합니다. 이런 단견을 깨기 위해서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볼 용기도 아직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2012년에 조선일보의 어수웅 기자가 움베르트 에코와 한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저작들을 모두 읽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의 인터뷰(종이책이 사라진다고? 인터넷도 사라진다 조선일보 2012. 7. 6.자)에서 나타나는 견해를 보면서 과연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탁견이다 싶은 부분 전부를 인용해 봅니다. 뒤늦으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인터넷 덕분에 정보는 평등하게 분배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반박도 많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자와 빈자가 있다고 칩시다. 돈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인 부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불러보자고.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전 총리)는 가난하지. 나는 부자고(웃음). 내가 보기에 TV는 지적 빈자를 돕고, 반대로 인터넷은 지적 부자를 도왔어. TV는 오지에 사는 이들에겐 문화적 혜택을 주지만 지적인 부자들에게는 바보상자에 불과해. 음악회에 갈 수도 있고, 도서관을 갈 수도 있는데 직접적 문화적 경험 대신 TV만 보면서 바보가 되어가잖소. 반면 인터넷은 지적인 부자들을 도와요.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특히 블로그에 글 쓰는 거나 e북으로 개인이 책을 내는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어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오. 특히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지. 인터넷의 역설이오."
...
―인터넷, 포털, SNS는 우리의 직접 경험을 제한하고 통제합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자 학교인 손자 손녀들에게 인터넷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뭐라 하렵니까.
"학교에서 정보를 여과하고 필터링하는 법, 분별력을 가르쳐야 해요.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반드시 '비교'를 해봐야 하오. 하나의 정보 소스만으로는 절대 믿지 말 것. 같은 사안에 대해, 가령 열 개의 정보를 찾아본 뒤 꼭, 꼭, 꼭 비교할 것.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먼저 실천하고 가르쳐야 해요."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2015 '올해의 책 10' 키워드 ... 광속의 삶 속, 성숙과 성찰(조선일보, 2015. 12. 5.)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가장 지지한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표지도 편집도 딱 재미없게 생겼기 때문에 손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 이름이 묘하게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1년 전에 제가 읽은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였습니다([책 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무래도 올해 들어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유럽여행을 가셨다가 무리하시자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찍 귀국하신후 예전같이 거동을 하시는데만도 4-5개월이 걸리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작년에는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가슴에 울리는 게 많았습니다.
저자 본인이 의사면서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데 의사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경우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노년의 삶이 불과 100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주거/요양원/서비스 형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도 꼼꼼히 짚어줍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현재 우리 부모님 세대 결국엔 우리 세대가 직면하게 될, 그러나 누구도 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문제-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해결해 놓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 친한 또래의 죽음 등만 보더라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의 끝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툴 가완디(김희정 역),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부키(2015), 355-356면.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한국과 미국의 차이
웹서핑을 하다가 보통 한국사람이 보통 미국사람보다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데 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보다 떨어지는지에 대하여 링크된 글을 읽었습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글이라 공유해 봅니다.
[경영 노트]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이유, 2009. 5. 8. 장용성 미 로체스터 대 교수
[경영 노트]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이유, 2009. 5. 8. 장용성 미 로체스터 대 교수
2015년 3월 10일 화요일
소송서류접수처리지침 예규 개정 시행(2015. 3. 1.)
[서초동 법조 24시] 大法 "소송관련인 외엔 서류 안 받겠다" 확 바뀐 규정에 설 땅 잃는 '법조브로커' 조선일보, 2015. 3. 10.자 기사
대법원의 소송 서류 접수 처리 지침 예규 개정 시행(2015. 3. 1.자)으로 법조브로커가 소송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예규의 명칭은 "소송서류 기타 사건관계서류의 접수사무에 관한 처리지침(재일 2003-8)"입니다.
기사에 나온 예규 관련 조항을 찾아보았습니다. 브로커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네요. 조항에 "부전지"라는 걸 보니 국가기관에 근무할 당시 상사에게 붙여서 보고했던 "부전지"가 생각납니다. 글씨가 안 예쁜 사람은 포스트잇을 프린터 종이에 붙여서 부전지에 쓸 내용을 인쇄해서 포스트잇 부전지를 만드는 걸 본 적도 있는데, 벌써 10년도 전 일이어서 아련한 기억이네요.
대법원의 소송 서류 접수 처리 지침 예규 개정 시행(2015. 3. 1.자)으로 법조브로커가 소송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예규의 명칭은 "소송서류 기타 사건관계서류의 접수사무에 관한 처리지침(재일 2003-8)"입니다.
제2조(제출자의 신분확인)
① 접수담당자는 주민등록증 기타 신분증 등에 의하여 소송서류등의 제출자가 작성명의인의 본인임을 확인하여야 한다.
② 소송서류등의 제출자가 작성명의인의 본인이 아닌 경우에는 본인으로부터 위임장 등 제출에 관한 권한을 수여받았음을 소명할 수 있는 서류가 첨부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③ 소송서류등 중 사건을 종결시키는 서류(소ㆍ신청ㆍ상소의 취하서, 상소포기서, 담보취소동의서 등), 고소취소장, 형사사건의 합의서, 집행해제(취소)신청서, 법원보관금계좌입금신청서, 경매배당금계좌입금신청서 등의 서류에 관해서는 제2항에 의한 소명서류로서 작성명의인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야 한다. 다만, 변호인, 소송대리인, 국가소송수행자, 제출대행권이 있는 법무사, 사건관계 직무담당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접수담당자는 소송서류등의 제출자가 작성명의인의 본인이 아니면서 제2, 3항에 의한 소명서류를 누락하였을 때에는 그 보완을 촉구하고, 제출자가 끝내 이에 거부할 때는 제6조에 따라 그 취지를 기재한 부전지를 첨부하여 접수한다.
⑤ 접수담당자가 제3항의 서류를 접수함에 있어서는 그 서류의 앞 면 아래쪽 등 적당한 여백에 별지와 같은 고무인을 날인하고 별지 기재요령에 따라 해당란을 기재한 후 확인인을 날인하여야 한다. 다만, 변호사인 변호인, 소송대리인, 국가소송수행자 또는 제출대행권이 있는 법무사가 제3항의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제출자의 주민등록번호란의 기재를 생략한다.
⑥ 변호사 또는 법무사 아닌 자가 소송서류등에 대한 접수사무의 대리(대행)를 업으로 한다는 의심이 있을 경우, 접수공무원은 대리인으로 하여금 사건본인과 그 대리인과의 관계를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재직증명서 등에 의하여 소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⑦ 제6항의 규정에 따른 소명자료를 대리인이 제출하지 않거나 대리인이 제출한 소명자료에도 불구하고 접수의 대리(대행)를 업으로 한다고 판단될 경우, 접수공무원은 그 대리인에게 변호사법 및 법무사법 위반의 사유로 고발조치될 수 있음을 알리고 소송서류등 접수의 취하 또는 자제를 권고할 수 있다.
⑧ 변호사 또는 법무사 아닌 자가 다른 사람의 대리인으로서 소송서류등의 접수를 하면서 제7항의 권고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접수공무원은 즉시 소속 과(실)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접수공무원 소속 과(실)장은 그 소송서류등의 접수가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및 법무사법 제3조 제1항에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때에는 그 대리인을 관련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할 수 있다.
⑨ 접수공무원 소속 과(실)장이 제8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한 때에는 고발조치한 내용과 그 고발조치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분 결과를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014년 3월 5일 수요일
소설가 고종석
제가 어렸을 때 아버님께서는 "한국일보"를 보셨습니다. 처음 신문을 보게 되었을 때 꼭 찾아보았던 것은 방송편성표에서 오후 5:30에 어떤 만화가 하는지였고, 그 다음에는 일요일 오전 8:00에 어떤 만화가 하는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이했던 것은 신문 1면에 있는 기사는 왠지 재미가 없었고, 중간에 경제 관련된 내용도 왜 있는 건지 몰랐지만, 맨 마지막 2-4면을 장식하던 사회면은 제가 거의 매일 즐겨 보던 내용이었습니다. 사회면은 대부분 "어디에 도둑이 들었다", "자식이 부모를 때리는 패륜을 저질렀다", "연예인 누구가 마약을 했다더라"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내용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때를 거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사회"였던 것은 신문 사회면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아버지께 왜 "조선일보"나 "한겨레"가 아닌 한국일보를 구독하셨느냐고 여쭤 보았는데 아버지께서는 두 신문은 보수와 진보를 거의 대변하는 극단적인 논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도적 성향의 신문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한국일보를 구독하게 된 우리 집에서 신문을 접하게 된 저는 한국일보 기자이자 논설위원이었던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꽤나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기자나 논설위원의 이름을 굳이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제가 기억한 데에는 제 성이 "고"이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클 것입니다. 물론 제가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미 "고종석"은 명사 내지 셀리브리티 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고씨 중에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큰 사람은 바로 "고종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직 명사의 반열에 들어서기 전 상태인 한국일보 기자이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던 "고종석"은 일반적인 기자와 달리 "저술"을 하기 시작합니다.
"고종석"의 저술활동에서 특이했던 점은 "소설"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던 것인데, 최근에는 지금까지 발표하였던 단편들을 묶어서 "플루트의 골짜기"라는 소설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소설들의 내용은 유년시절 전주에 갔었던 자신의 경험, 파리에 체류하였던 자신의 경험 등이 묻어나 있어서 반은 소설이고 반은 실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그 가운데서 인생의 아름다움, 덧없음, 인생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작가 고종석의 첫 소설집인 "제망매"부터 사보았는데, 처음 접했을 때보다 "플루트의 골짜기"로 1994년부터 2008년까지의 작품을 한번에 모아놓은 소설집을 읽을 때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20대에 읽는 것과 30대에 읽는 것은 느낌을 또 다르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부터 "고종석"은 트위터를 활용하는 몇 안되는 문인 중 하나로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절필"을 하였다고 하시면서 트위터로 매일 자신의 일상을 세상사에 대한 커멘트를 날리고 있습니다(고종석 트위터 계정). 그 이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블로그의 형태로 기록해 놓았던 것 같습니다(고종석 블로그).
얼마 전에 친한 지인께서 소개를 해주셔서 "고종석"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담배를 매우 좋아하시고 소탈하시며, 기자 출신 답게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하고 계신 것(거의 1년전 쯤에 제 학력 등을 간단히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루트의 골짜기 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 부분입니다. 덧붙여 이걸 읽고 기 파랑 이라는 프랑스 언어학자가 있었는지, 이름이 기 파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빨려들어갔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옳은 것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옳지 않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스페인에서 알았다. 그것이 권력이든 도덕률이든 신앙이든 이념이든 국가든, 커다란 것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인간을 얼마나 왜소하게 하는가?" - 고종석, 플루트의 골짜기(찬 기 파랑), 30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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