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6일 금요일
[책 소개] 시절일기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이미 소설가 김연수의 글들은 담백하면서도 메세지가 있는, 취향에 맞는 글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책소개] 소설가의 일 같은 책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 시절일기 라는 책을 새로 냈다는 소개글을 읽고 책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 읽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는데, 슬픈 일은 별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공포영화 나 내용이 슬픈 또는 비극적인 영화는 굳이 보지 않습니다. 천만영화 라고 했던 "기생충"을 지금까지도 제가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시절일기의 시절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세월호 부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련자 아닌 일개 시민이나 소설가나 응어리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또한 치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가라는 사람이 얼마나 넓은 독서폭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언뜻언뜻 보여주는 것도 나름의 재미입니다. 담담하게 가끔은 울컥하면서 읽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젊을 때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관점에 의해 내가 누구인지가 상당 부분 결정된다. 이런 현상은 중년까지 계속되는데 그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성이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면
인간의 몸이란 아무리 길어야 백 년쯤 일렁이다가 절로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것이고, 제아무리 격렬하다 해도 그 몸에 딸린 감정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작 백 년만 지나도 오늘의 희로애략을 증언할 입술들은 이 땅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72면
1심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을 징역 5년에서 징역 36년에 처하면서 침몰원인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증개축으로 복원성이 약해진 배에, 화물 최대적재량 기준을 어기고 과적해 복원성을 더욱 약화시킨 뒤, 고박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주의해야 할 맹골수도에서 우현으로 대각도 조타를 하는 과실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또한 초기에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세월호의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들이 승객의 안전한 퇴선을 위한 조치를 수행하지 않고 먼저 퇴선했으며,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의 정장 김경일 역시 대공 마이크 등으로 퇴선을 유도하지 않았기 대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84면
이십 년만의 소감을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어령 선생의 축사가 귀에 들어왔다.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진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알레테이아 역시 부정어 'a'와 망각을 뜻하는 'leteia'의 조합이라고 한다. 진실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이 진실이 되리라.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07면
이십대 초반이니 어김없이 착시가 일어났다. 무엇을 배경으로 놓고 보느냐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으니까. 이십대 초반에는 외로움을 배경으로 관계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소원하다는 말은 상대의 반응이 나만큼 친밀하지 앟은 경우를 뜻하기도 했다. 요컨대 이십대 초반에게 관계의 친밀과 소원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25면
바로 그 국가의 자산인 청년의 육체를, 마치 저주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탕진하는 일. 그게 바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참된 주제이니, 정부가 이 소설을 판매금지시킨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0면
누구도 제 삶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테니, 남에게 들여주는 이야기 속에는 거짓이 살짝 들어가게 마련이다. 픽션은 거기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거짓의 틈으로 현실의 민낯을 엿보게 만든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8면
사람person 이라는 단어의 첫번째 뜻이 '가면'이라는 게 역사적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언제 어디서나 다소 의식적으로 역할을 연기한다는 인식을 가리킨다(...) 우리는 역할을 통해 서로를 안다. 우리 스스로를 아는 것도 역할을 통해서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75면
그리고 한 인간의 서브텍스트는 그의 영혼이 작성하고 있다.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아이러니의 빛을 쪼일 때, 그 영혼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거기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82면
관람객이 화가의 캔버스에서 비시각적인 정보까지 읽어내듯 종이책의 독자들은 한 권의 책에서 비문자적인 요소들까지 읽어낸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35면
그래서 이상 선생의 연애 강좌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실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55면
'삶을 대담하게 엔조이할 줄 아는 현대인 가운데 먼지낀 샘플처럼 거의 폐물에 가까운 도금한 인간이, 자기만족에 도취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자신이 바로 그러한 인간의 표본이야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77면
이 지체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교한 시계장치와 같이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서 돌아갑니다. 거기에는 지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눈으로 봤을 때 결과의 시간은 지체되거나, 영원이 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인과율의 세계, 과학의 세계, 근대성의 세계를 학습하면서도 끊임없이 우연과 신화와 운명의 세계에 매료됩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5면
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책 소개] 망내인(網內人)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크리스마스 선물로 애들에게 책을 사주기 위해 갔다가 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책입니다. 이전에 작가에 대해서 들었던 것도 아니고, 한스미디어라는 출판사를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표지를 보니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살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겠구나... 홍콩작가는 뭔가 다를까?' 라는 생각에 집어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커들이 사용하는 소위 '신상털기'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에서 의도치 않은 게시물의 파장이 불러온 결과에 그에 대해서 대응하는 인물의 심리 등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문외한인 여자주인공 '아이'를 등장시켜서 남자주인공 '아녜'가 설명해 주는 식으로 풀어간 부분도 맘에 든 부분입니다.
가장 맘에 든 부분은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악인으로 설정하고, 피해자는 아무런 흠결없는 순수한 희생양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양조차도 비난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나쁜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정상참작이라고는 전혀 할 필요도 없는 파렴치한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 줄거리 소개는 부적절하고, 중간중간 인터넷이나 네트워크 관련 잘 정리된 설명과 인상깊은 구절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날입니다. 올해 마지막 블로그 게시글이기도 하네요. 한해동안 제 블로그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로 잘 미끄러지시길(Guten Rutsch)!
2015년 2월 9일 재판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샤오더핑은 홍콩법 제200장 제122-1조를 위반한 성추행으로 기소되었다. 그는 범행을 부인하였고, 변호인이 언론 매체가 부정적인 정보를 대거 폭로하여 불공정한 재판을 유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법정심문 영구금지' 처분을 신청했다(법정심문 영구금지 : 재판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더 이상 이 안건을 수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샤오더핑의 신청은 기각되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44-45면 : 홍콩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가 있어 흥미로웠네요.
모든 게시판의 서버기에는 IP 기록이 남습니다. 나는 몇 분만 있으면 땅콩게시판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열어서 그 기록을 추출할 수 있어요. 그러면 목표 IP 위치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어넣고 역방향으로 ISP를 검색하고 다시 ISP 접속 기록을 선별해서 클라이언트의 실제 위치를 찾아냅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81면.
"그러나 이 글의 게시자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분명히 나이도 젊을 겁니다. 지금 유행하는 저항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요즘 홍콩은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이 뒤집혀버렸다. 힘으로 정당한 논리를 찍어누르고, 흰색이 검은색으로 둔갑한다.' 이런 말은 보수파가 쓸 리 없습니다. 적어도 힘으로 논리를 찍어누른다는 표현은 뺐을 겁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29-130면.
용의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받는 것 같은 느낌. 나쁜 점은 숨기고 좋은 점만 내세우며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잔뜩 열거합니다. 부부관계 같은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최대한 강조하죠. 샤오더핑의 아내가 '저희는 무척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검사 측에선 그에 반대되는 증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거야말로 법정변호의 중요한 지점이죠. 내가 의심하는 것은 게시자가 샤오더핑의 변호사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겁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33면.
요즘 열네댓살 여자아이들의 비밀은 어른들보다 많을 겁니다. 인간관계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요. 통신기술과 SNS의 발달로 십대 아이들은 쉽게 어른들 세계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애는 여자애들이 매춘을 하려면 포주 같은 놈들을 통해야 했지만, 지금은 애들이 각자 개인사업자처럼 일합니다.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직접 '고객'과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34면.
많은 나라가 선불 휴대폰 유심 구입 시 신분 증명을 요구하거나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추적 장치가 있습니다. 반면에 홍콩에선 전혀 추적할 수 없죠. 선불카드가 대량으로 여러 소매점에 운송되고, 몇 십 홍콩달러의 현금만 내면 아무도 모르는 인터넷 입장권을 갖게 되는 겁니다. 미국에선 이런 식으로 선불 유심카드를 쓰는 휴대폰을 버너라고 부릅니다. 다 쓴 다음에는 바로 버리고 곧바로 불에 태운다는 뜻이죠. 마약상이나 범죄자, 테러범 등이 사용하고요.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83-184면.
우리는 이번에 그저 조사를 하러 가는 거고, 운이 따라줄지 시험해보는 것뿐이라는 말입니다. 나머지 열일곱, 아니 열여덟명의 용의자도 살펴봐야 합니다. 선입견은 탐정 일에서 금기예요. 가설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가설을 세운 뒤에는 그것이 틀렸음을 밝힐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가설이 맞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219-220면.
그런데 아녜의 말을 듣고 보니 현대인은 자신이 은밀한 방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 방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는 꼴이다. 그 유리를 통해 몇 쌍의 눈이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312면.
"남의 용서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소망이지. 용서를 얻고 나면 자기는 마음편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그건 위선이야. 샤오원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그 죄책감을 짊어지고 언제까지나 친구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살아. 이제 영원히 샤오원에게 지은 죄를 갚을 수 없으니까. 남은 인생을 영원히 그 죄책감을 안은채 그 때 왜 한 걸음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살아. 하지만 후회하는 동시에 너는 잘 살아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렴. 네 마음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해. 그것만이 네가 마음속의 후회를 줄이고 네 죄를 갚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지금 느끼는 죄책감은 피와 살이 되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줄 거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325-326면.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책 소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기간 있었던 대법원 판결들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 그래도 이슈가 되었던 대법원 판결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도, 이 책에서 요지를 처음 접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을 정도로 많은 대법원 판결들이 내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김영란 대법관님께서 집필하셨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와 겹치는 판결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이용훈 대법원장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씌어진 책이니만큼 사건 수에서도, 그 뒷이야기도 더 많은 편입니다.
저자는 오랜기간 중앙일보-JTBC의 법조/사회 담당에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구성변화와 대법원 판결의 변화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무래도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박시환 대법관과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적어도 진보적인 입장표명에 대해 관대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지만, 대법원 다수의견의 입장은 그 자체로 규범력이 있어서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다수의견에 동조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에게는 관심도 없고 생소한 대법원의 구성이나 임명절차, 그리고 그에 얽힌 법원 고위 판사들 사이 또는 그들과 청와대, 검찰과의 줄다리기가 대법원장/대법관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나 내용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 정도로 자세히 그려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신동아나 월간조선에 분석기사로 실리는 글들 정도에 단편적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을까요).
어쨌든 기본적인 법조 관련 경험과 지식이 있다면 "헉 이런 내용까지" 하면서 읽을 만한 내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법사회학적으로 대법관들의 경향이나 판결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책이나 기사가 미국 등에 비해 너무 부족한 우리 법조에 기념비적인 저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그럼에도 내용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 시대에 우리 대법원의 주요 판례를 모르고 있었던 변호사/법조인은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시환/전수안 대법관이 대법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양승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상급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원 행사에 대해 "국법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는 국가 등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충의견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이러한 사건에서 국가의 부당하 ㄴ간섭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훨씬 더 걱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못박았다. 이처럼 양승태의 법논리가 국법질서와 국가(중앙정부) 우위의 관점에 서 있다는 점은 이용훈 코트의 뒤를 잇는 양승태 코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53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말한다. "요즘 법정에서 논리를 제시하면 '대법원 판례가 이렇다'고 제지하는 판사들이 있다. 대법원 판례만 따라간다면 전국에 그 많은 판사들이 왜 필요한가." 판사가 사건에 대한 열정과 고민 없이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73면.
2007년 12월 2년만에 법원조직법을 재개정해서 다시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대법관회의 의결권이 없는 법원행정처장이 사법행정을 주도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대국회 창구가 비대법관출신 법원행정처장으로 바뀐 뒤 국회의원들의 불만이 계속됐다는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86면.
대법원의 공소장 일본주의 판결은 이후 재판에서 폭넓게 활용되지 않았다. 일부 재벌사건이나 정치인 사건에서 주장됐을 뿐이다. 변호사들도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앟았고, 판사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획기적인 판례가 나오더라도 현장의 법조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분발하지 않는다면 '종이 호랑이'에 불과함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81면.
젊은 판사들의 장래 희망이 '공보담당판사 -> 법원행정처 심의관 -> 고등법원 부장판사 ->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정상이 아니다. 법원행정처, 대법관을 목표로 재판하는 판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중앙집권적인 관료사법을 수술하는 것을 검찰개혁과 함께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91면.
이용훈은 강일원에 대해 "생각은 조금 보수적이지만 민주주의 원리나 법치주의, 법관의 품성에 있어 깊이를 가진 판사"라고 평가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일원은 이광범-김종훈 팀이 사라진 이용훈 코트 후반기 사법행정을 이끌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246면.
긴급조치 판결이 '박정희 시대'의 대표적 과오에 대한 것이라면 조봉암 재심 판결은 '이승만 시대'의 대표적 과오에 대한 것이다. 지체된 정의의 해악은 정의가 아니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체된 정의는 악을 조장하고 방치한다. 그 악을 바로잡는 데 몇 배, 몇십 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276-277면.
"신영철은 자신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던 이들도 자신들의 말을 더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떤 이는 그게 큰 일이냐고 했고, 어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속았다고 했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묻는 일을 하는 법원과 판사들이 정작 자신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모두가 부끄러워야 했지만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15면.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 강훈 법무비서관 등 소속 변호사들이 정부에 들어가면서 각광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는 법무법인 화우, 이명박 정부는 법무법인 바른'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급성장의 배경을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종영 전 대법원장, 박재윤 전 대법관,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명로승 전 법무차관, 문성우 전 대검차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 법원/검찰의 고위 전관들이 대거 영입돼 '송무로펌'으로 자리를 잡았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25면.
정의는 법논리와 법 감정, 머리와 가슴 사이에 있다. 맥락을 끊어낸 법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법이 형식논리의 포로가 된다면 기득권의 편법과 탈법, 불법을 눈감아주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닌가. 재벌 사건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벌이는 화려한 법 논리의 향연은 돈 없고 힘없는 시민들의 박탈감만 더할 뿐이다.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재벌 회장들의 휠체어만큼 사법 신뢰를 위협하는 것은 없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55면.
그러나 이길 수 없었다고 해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철수했다고 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다시 세운 나라다. 패배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정의를 위해 스스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순간 우리는 정의롭다. 정의는 명사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동사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476면.
[책 소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외교관출신 우동집(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기리야마본진') 사장님이 열심히 장사하시는 틈틈이 집필하신 일본 에도시대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사무실의 황규경 변호사님의 페이스북 친구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 대한 타성에 젖은 비판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볼만한 글들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저 또한 그분의 글에 즐겨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지난 주말엔가 고속터미널의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구입하려고 보았더니 재고가 없어서 돌아섰었는데, 황변호사님께서 페이스북에서 좋은 글을 읽은 값을 해야 한다시며(이분 낭만적 자본주의자) 이 책을 20권 구입후 사무실에 나눠주셔서 다 읽었습니다. 제 돈내고 사 볼만한(두번 사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으로는 일본의 거의 모든 제도를 베껴 왔으면서도, 겉으로는 일본을 무시하고 배격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중적인 한국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태도는, 일본의 실력을 직접 일본에서 경험하고 일본에 대해서 많이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 자체도 모르고 있던 것이 태반이고, "양체", "부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와 같이 그 말 자체와 의미는 알고 있지만 그 유래에 관심이 없었던 말들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한방 빵 터 트려주시는데, 사실 그 대목 쓰시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은 유독 한국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대목입니다.
서세동점의 시기에 근대국가 수립이라는 시험대 앞에서 일본은 최우등생, 중국은 열등생, 조선은 낙제생이었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3면.
한국인들의 일본 역사에 대한 관심은 [대망]으로 대표되는 일본 센고쿠 시대의 영웅군담 스토리, 막말 지사들의 네이션 빌딩 스토리, 러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 시기에 이르는 전쟁 스토리에 집중된다. 그나마 개인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그렇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4면.
(단재 신채호의 말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6면.
이 책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역사이지만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역사'인 일본 근세에 대한 한국 내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7면.
외교관의 세계에는 "유능한 외교관은 모든 분야에 대해 조금씩은 알아야 하고, 한 분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8면.
한국의 근대화에는 일본의 근대화가 투영되어 있다. 현대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은 조선의 근세가 아니라 일본 근세의 연속 또는 연장이다. 따라서 일본 근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한국 근대화의 부리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한국 근대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일본 근세를 진지하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1면.
참고로, 최초의 영한사전은 언더우드가 집필한 한영/영한자전이다. 조선에는 마땅한 인쇄시설이 없어 1890년 요코하마에서 발행되었다. 언더우드는 서문에서 영어에 대한 한국어사전에 없다는 것이 편찬의 동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한국에 온지 수개월 후부터 5년동안 단어를 수집하였으며, 한영사전은 게일의 도움으로, 영한사전은 헐버트의 도움으로 완성하였다고 편찬과정을 적고 있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66-167면.
에도시대는 도시화의 시대였다. 심지어 수도도 하나가 아니었다. 막부 소재지 에도, 물산 집산지 오사카, 문화의 고도 교토가 모두 수도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를 삼도라 한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75면.
일본인들은 '이키'라는 말을 들으면 '심플함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련됨', '내면의 절제와 태도의 여유', '모자람이나 과함이 없는 자연스러움' 등을 연상한다고 한다. 즉 드러내 보이는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단아하지만 내면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멋이라는 것이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188면.
일본 정부는 1873년 오스트리아 빈 만국박람회를 공식 대뷔 무대로 삼는다. 일본 정부는 1300평의 부지에 일본식 신사와 정원을 조성하고 일본 각지에서 엄선된 공예품과 물산을 전시하였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04면.
에도 시대 일본 사회는 도시화, 자본화, 시장화의 진전으로 기존의 지식/사상으로는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직면하였고, 이러한 한계상황을 맞아 지식인들이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고 견고한 지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35면.
은화와 금화를 교환하는 서비스를 '료가에(兩替)', 그를 담당하는 상인들을 '료가에쇼'라고 한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35면.
이를테면, 영국의 헨리 8세는 사치스런 생활과 프랑스, 스코틀랜드의 전쟁 등으로 왕실재정이 악화되자 1544년 순도를 대폭 낮춘 품위저하 금화와 은화를 비밀리에 주조하여 기존의 화폐와 섞어서 유통시킨다. 상인들에 의해 저질 주화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곧 발각되자, 기존의 고품위 화폐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저질 주화만 유통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 때의 화폐개주를 'The Great Debasement'라고 하는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47면.
후리데가카가 제시되었을 때 발행인의 잔고가 부족하면 료가에쇼가 '돈을 건네줄 수 없다'는 의미의 '후와타리(不渡/부도)' 처리를 한다. 이것이 '부도'의 유래이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52면.
일본의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적 자치의 원리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정에 맞는 자체적인 재정 운용을 이념의 기초로 하고 있다. 일본의 지자체가 고도의 재정자치 역량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과거 직접 화폐를 발행하며 국고를 운용한 역사적 경험이 바탕에 있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63면.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억울'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抑鬱'이라고 쓴다. 일본에도 같은 단어가 있다. 한국어와의 차이점은 일본어의 '억울'은 정신병리학상의 용어로 심하게 기분이 침체되어 있는 'deep-depression'의 심리상태를 말한다. 한일사전을 검색하면 '억울하다'의 대응어로 '구야시이'가 가장 많이 제시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두 단어는 맥락과 뉘앙스가 다르다. 한국어의 '억울하다'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남의 잘못으로 자신이 안 좋은 일을 당하거나 나쁜 처지에 빠져 화가 나거나 상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일본어의 '구야시이'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남과의 경쟁에서 패하거나, 남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여 분하거나 유감의 심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는 마음에 이르게 되지만, '구야시이'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남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야시이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억울함은 '한'으로 이어진다. 한국인에게 '한'은 복수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어쩔수 없음을 스스로 삭혀야 하는 속절없는 원망과 체념의 심정을 내포한다. 일본의 규야시이도 '한'으로 연결되지만, 이는 '통한'의 의미로서 자신을 바꿔 자신을 분하게 만든 상대에게 설욕하겠다는 '절치부심'의 결의를 내포한다. 그래서 한국의 '억울하다'에 비해서 일본의 '구야시이'가 더 강렬한 심리적 에너지장을 형성하고 현실의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은 심리이다. 지나친 단순화이지만, 한국과 일본 간에는 그러한 심리와 성향의 차이가 있고, 그것이 언어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리(2017), 269-270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구미 열강 세력에 당한 불평등에 대해 분개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 교육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유럽으로부터 불평등 조항을 강요당한 것은 일본의 사법제도가 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법제도를 구축하고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당시 일본 위정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 이러한 노력의 결과, 1880년 형법과 형사소송법 제정을 필두로 1889년 헌법, 1896년 민법 등 소위 '법전'이라 불리는 6법 체계가 완성되었다. 유럽의 법제를 철저히 연구하여 제정한 법률들이다. 유럽국들이 더 이상 법체계의 이질성, 미성숙성을 이유로 불평등을 강요할 수 없도록 준비를 단단히 한 일본은 당당하게 기존의 불평등조항의 파기와 개정을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1892년 포르투갈의 영사재판권을 포기시키고, 1894년 청일전쟁의 승리를 기화로 영국을 강하게 몰아붙여 기존의 불평등조약을 개정한 '일영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하고 사법주권을 회복하였다. ... 불평등조약을 강요당한 분함을 계기로 대등한 관계를 인정받겠다는 집념이 기어코 불평등조항의 폐기를 이끌어냈고, 그러한 굴욕이 오히려 조기 근대화의 자극제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성 축적의 스토리와 그 기틀을 닦은 지식인들의 고뇌와 성취의 에피소드가 후세에 전해져 일본인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일본인들은 그렇게 역사를 바라보고, 가르치고, 배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깨끗한 설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강요당한 불평등을 조선에 다시 강요한 일본을 부도덕하고 악한 나라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일본은 스스로 주권을 회복하였고 조선은 회복하지 못하였다. 그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없는가? 이것이 한국의 역사관이 답을 찾아야 할 올바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뿌리와이파이(2017), 271-273면.
2017년 3월 30일 목요일
혼밥일기
*오전 일정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식사시간을 놓쳐서 혼밥을 하게 되었을 때 교대역 부근에서는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하철 한정거장 떨어져 있는 고속터미널로 가서 식사 및 구경거리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으로 이동해서 지하철역에서 고속터미널 호남선 지하1층 연결통로로 들어가면 쟈니로켓이 있습니다(포스팅 밀크쉐이크 참조). 얼래? 런치세트가 나와서 할인된 가격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문합니다.
*치즈버거세트
밀크쉐이크가 없는 것은 옥의 티이지만, 단짠단짠이 갈급할 때를 위해 남겨두기로 합니다. 혼밥이라 5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점심식사가 종료... 소화를 위해 돌아다녀보기로 합니다.
*카카오샵
카카오프렌즈들의 인기는 꾸준한 것 같네요.
*반디앤루니스 고속터미널점 입구
좀더 가면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있습니다. 황정민의 에프엠데이트에서 소개해준 "김이나의 작사법"이라는 책을 사고 싶었던 것이 떠올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도서검색대@반디앤루니스 고속터미널점
얼래? 도서검색을 위해서 컴퓨터를 가져다 놓았던 것 같은데, 아이패드로 검색용 기구가 바뀌었습니다. 더 깔끔해진 느낌.. 책을 찾아 인쇄를 누르면 왼쪽에서 책위치를 종이해 인쇄해 줍니다.
*김이나의 작사법
한권 남아있는 걸 득템!! 15,800원인데 1,000점 남짓 남아 있는 포인트를 써서 할인받은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대학생때 유행했던 모자나 가방 등에 줄곧 등장했던 인디언 형이 오랜만에 보여 찰칵
성모병원 쪽 입구로 걸어나오니, 메리어트 호텔 근처의 도보 출입구가 이렇게 생겼었다는게 기억이 나네요. 1층에는 스타벅스도 있는데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일단 성모병원쪽으로 나와서 구름다리를 건넙니다.
구름다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성모병원에 도보로 가려는 사람들과 성모병원 옆의 미도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정도겠네요. 구름다리 끝은 왼쪽이 미도아파트, 오른쪽이 나즈막한 등산로 입구입니다. 등산로는 국립중앙도서관 부근의 누에다리로도 통하고, 반대쪽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뒷길로도 통합니다.
저질체력으로 500미터 정도 걸으니 고도가 미도아파트 꼭대기층과 비슷해졌네요.
법원뒷길로 내려오면 법원예식장이 나옵니다.
법원 예식장에서 법원건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법원 주차장은 거의 항상 만차에 이중주차는 금지라고 표지판이 되어 있지만, 무용지물
제1별관 옆길로 법원동문쪽으로 걸어내려와 봅니다.
등산하다가 구두는 먼지투성이가 되었지만 봄산책이라고 진달래꽃이 핀 것을 포착한 것은 오늘의 수확.
이상 서초동에서 혼밥일기였습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식사시간을 놓쳐서 혼밥을 하게 되었을 때 교대역 부근에서는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하철 한정거장 떨어져 있는 고속터미널로 가서 식사 및 구경거리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으로 이동해서 지하철역에서 고속터미널 호남선 지하1층 연결통로로 들어가면 쟈니로켓이 있습니다(포스팅 밀크쉐이크 참조). 얼래? 런치세트가 나와서 할인된 가격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문합니다.
*치즈버거세트
밀크쉐이크가 없는 것은 옥의 티이지만, 단짠단짠이 갈급할 때를 위해 남겨두기로 합니다. 혼밥이라 5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점심식사가 종료... 소화를 위해 돌아다녀보기로 합니다.
*카카오샵
카카오프렌즈들의 인기는 꾸준한 것 같네요.
*반디앤루니스 고속터미널점 입구
좀더 가면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있습니다. 황정민의 에프엠데이트에서 소개해준 "김이나의 작사법"이라는 책을 사고 싶었던 것이 떠올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도서검색대@반디앤루니스 고속터미널점
*김이나의 작사법
한권 남아있는 걸 득템!! 15,800원인데 1,000점 남짓 남아 있는 포인트를 써서 할인받은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일단 성모병원쪽으로 나와서 구름다리를 건넙니다.
구름다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성모병원에 도보로 가려는 사람들과 성모병원 옆의 미도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정도겠네요. 구름다리 끝은 왼쪽이 미도아파트, 오른쪽이 나즈막한 등산로 입구입니다. 등산로는 국립중앙도서관 부근의 누에다리로도 통하고, 반대쪽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뒷길로도 통합니다.
2017년 3월 7일 화요일
[책 소개] 빅 픽쳐
더글러스 케네디/조동섭 역, 빅 픽쳐, 밝은 세상(2010)
지난 일요일에 알라딘 중고서점(알라딘 중고서점 노원점)에서 구입한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입니다. 재작년에 이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이란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었었는데, 더글러스 케네디란 작가 이름이 너무 친숙한 나머지 "마이클 더글러스"라고 포스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제 예전 포스팅([책 소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보다가 깨달았습니다. 부랴부랴 포스팅을 수정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통시켜서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은 말하자면 "페이지 터너"입니다. 소싯적 보았던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 같다고나 할까요. 소재나 주인공의 비범함에 살인사건과 버무려진 심리묘사가 흥리롭게 펼쳐지고, 제2의 인생이 성공하려는 찰라에 제1의 인생이 발목잡는 롤러코스터식 진행은 계속해서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미 1997년경(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10년이지만, 처음 발표된 것은 1997년입니다)에 개인정보는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교훈까지 오락소설로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하고 싶네요. 직업적인 관심에 미국의 경우,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면 좋은 교도소로 보내주는 것이 경찰의 재량인지(영화에서도 종종 피의자에게 자백을 권유하면서 좋은 교도소로는 보내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와 다른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병으로 뒷덜미를 내려치는 정당방위가 어디 있어? 이봐 브래드포드, 내 말 잘 들어. 내가 경찰 입장으로 네 범죄를 눈감아줄수는 없지만 같은 남자로서 동정심이 없는 건 아니야.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됐을 때 네가 느낀 분노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단 말이야. 넌 분명...... 순간적으로 격분해 참을 수 없었겠지. 가정에 헌신적인 남자였다면 더욱 분노가 일었겠지.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게 좋아. 일단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자비를 구하란 말이야. 그러면 법정도 조금이나마 정상참작을 해주겠지. 게다가 우리 경찰이 너를 비교적 경비가 허술한 교도소로 보내줄 수도 있어."
"우리 경찰이 힘을 쓰면 백사십 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흑인 악당이 오년 동안 널 마누라로 삼을 일이 없는 곳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는 뜻이야."
더글러스 케네디/조동섭 역, 빅 픽쳐, 밝은 세상(2010), 141면.
2017년 3월 6일 월요일
알라딘 중고서점 노원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잘된다"는 소문은 페북친구의 포스팅에서나 가끔 나오는 인터넷 기사들에서 보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딱히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관심있는 책과 중고서점에 입고되어 있는 책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보고 싶은 책은 급한 성질 탓에 인터넷서점에 주문하거나 그것도 기다리지 못할 경우에는 서점에 바로 들러서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매우 급히 사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이 있기는 한데 굳이 새책으로 볼 필요도 없고, 중고서적의 경우 새책보다 1/2 - 1/3 정도 싸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한권씩 책을 사보자는 심정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위치는 노원역 4호선 2번출구로 나와 좌회전하면 준오헤어가 있는 건물 지하입니다. 찾기 쉬운 곳에 자리 잘 잡았더군요. 주차장을 제공하지는 않는 것 같아(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인근 롯데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롯데백화점 회원에게 제공되는 2시간 무료쿠폰이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운이 좋으면 점심시간 전후하여 1-2시간 정도는 굳이 주차요원이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 밖으로 꽤나 매장의 크기가 컸습니다.
사람들도 많은 편이었고 구경하다보니 정가에서 1/2 - 2/3 정도되는 가격에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예상보다 구매욕을 많이 자극하더군요. 30분 정도 구경하면서 일본 천엔 지폐에 얼굴을 올리고 있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사볼까 고민하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에 아직 안 읽은 소설들을 사볼까 하는 생각도 하였더랬습니다.
하지만 낙점한 책은 친구로부터 좋은 평을 들었던 "마이클 더글러스"의 "빅 픽쳐"와 살인 사건은 쉽게 다룰 일이 없겠지만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의 "오시다 시게미"의 "법의학 진실을 부검하다"였습니다. 큰넘과 마눌님은 과제연구에 필요한 책을 본다면서 쑥덕쑥덕하더니 "디지털 생물학", "암호의 해석" 이런 책은 골랐고, 둘째넘은 지난 번부터 맘에 드는 책을 고르라고 하니 동물 관련 책을 골라오던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을 골라왔습니다.
결국 알라린 중고서점에서의 쇼핑결과는 모든 책이 만원을 넘지 않는 선이어서 5권에 29,900원이 들게 되었는데 저도 잊고 있었던 알라딘 회원(인터넷 서점의 회원이면 자동으로 회원이라고 하네요) 적립금 1,000원도 알뜰하게 써서 28,900원이 들었습니다. 은근 만족도가 높네요. 소장용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용 독서를 즐기는 분이라면 괜찮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3일 금요일
[책 소개] 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책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선물받아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한국인의 거짓말은 다른 외국의 사례나 거짓말과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기 딱 좋은 제목과 주제입니다. 사기나 거짓말 관련하여 지금까지 나왔던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을 한국인들로부터 수집/분석한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선행 문헌들로부터 꽤나 괜찮은 의견이나 지식을 모아서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신체적인 특징들을 분석하여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실험적 결과분석을 맹신하지 않는다면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검찰청이 공개한 범죄 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발생한 범죄 가운데 사기 사건은 27만 4,086건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의 3만 8,302건보다 7.2배 더 많은 수치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2-23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거짓말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거짓말에 대한 가해자는 증발된 채 피해자만 남는 지금 여기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거짓말은 나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교육을 거짓말로 만들고 있다. 한국을 거짓말 공화국으로 만든 바탕에는 이러한 우리의 분열적인 모습이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7면.
누군가는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근거로 멀리는 하멜의 조선인 평가부터 가까이는 도산 안창호의 지적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인물들의 입을 빌리기도 한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8-29면.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조선인들에게는 '히라누마 도쥬'와 같은 일본식 이름이 거짓말이었고, 동시에 '김철수'라는 한국식 이름도 거짓말이었다. 이어서 맞았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된 이념들도 그랬고, 산업화의 모순으로 반복해서 경험해온 참사들에서 어김없이 나온 국가의 거짓말이 그랬다. 그러나 시대를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거짓말들에 속아줘야 했다.
한국인에게 현대사란 그 자체로 거대한 거짓말과 같았던 시기였고, 수많은 거짓말들에 위협을 받았던 시대였으며, 거짓말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고 아직도 생존해 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거짓말을 배우고, 누군가를 일단 의심할 것을 배운 자녀들이 지금 한국 인구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장년층이 되었다.
적자생존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면, 우리는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동시에 속여서 살아남았던 거짓말쟁이들의 후손인 셈이다.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속은 놈이 바보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세대에는 이와 같은 거짓말에 대한 우리의 역사 속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0면.
욕심 때문에 거짓말에 말려드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법칙에 걸리기 때문이다. ... 호감의 법칙 ... 권위의 법칙 ... 희귀성의 법칙 ... 상호성의 법칙 ...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2-33면.
한국인이 잘 속는 까닭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7면.
사기꾼들은 눈치가 빠르다. 그들은 사기 대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자리를 턴다. 큰 노력을 기울여 의심받는 상황을 극복하느니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사냥에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9면.
직관에만 의존하다가 잘 속는 사람들에게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다. ...과도한 자신감... 눈 맞춤을 못한다... 공감 능력의 부족함 ... 언어 중심의 소통 방식...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41-42면.
거짓말에 관해서는 대표적으로 세가지 이론이 있다. 첫번째는 의도적 통제이론이다. ... 의도적 통제 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짧은 대답, 많은 정보 제공, 무표정, 거짓미소와 미소, 말의 내용에 일관성이 없는 모순 등이 있다.
거짓말과 관련된 두번째 이론은 감정이론이다.... 감정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미세표정, 안면비대칭, 눈 깜박임 증가, 입술 꽉 다물기, 몸 앞뒤로 움직이기, 아래턱 위로 올리기, 침 삼키기, 입술에 침 바르기, 의자 흔들기, 목소리 톤의 변화, 몸 좌우로 움직이기, 코 만지기, 콧구멍 넓히기 등이 있다.
인지부하이론은 거짓말과 관련된 세번째 이론이다. ... 인지부하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눈동자 좌우이동, 발화, 질문 일부 반복, 말실수, 긴 침묵시간, 늦은 응답시간, 갑작스런 말의 멈춤 등이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48-49면.
'헐~'은 온라인상에서 쓰이던 감탄사가 널리 유행하면서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온 표현으로 한국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발화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76면.
누군가에게 질문을 했을 때 그 사람의 눈동자가 좌측 상단에 위치해 있다면 과거의 이미지에 대해 회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측 상단에 위치하면 상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78면.
지금까지 바디랭귀지 전문가들은 거짓말을 할 때 미세표정이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했었지, 진실을 말할 때에도 미세표정이 나타난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86면.
질문에 짧게 대답하면서 무표정을 짓는 여성이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96면.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전달받은 정보의 사실여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건네는 말의 흐름에 대해서도 기억해 둬야 한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11면.
거짓눈물을 흘리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17면.
거짓말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많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거짓대답, 그리고 평소에도 자주 했던 거짓말에서는 거짓말의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거짓말은 인간의 도덕성이나 또는 지성과는 상관없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21면.
한가지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머릿말과 앞 부분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한 꽤나 설득력있는 일반론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실험결과들과 분석인지 약간의 미진함이랄까 찜찜함이 남는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거짓말과 실제 재산범죄인 거짓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에 대한 한국인의 사기나 거짓말에 대한 실증적인 사례들이라고 한다면 황규경 변호사님의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쪽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책 소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문유석 부장님([책 소개] 판사유감/[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참조)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스티븐 핑커의 문체라 하기에,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했는데, 분량이 본문만 108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정가 54,000원. 법서를 제외하고는 이런 분량과 가격의 책을 산 적이 없어 고민하다가 동네 도서관에 찾아봤더니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구비해 놓았기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대여기간이 2주였는데, 완독하는데 1주가 조금 넘게 걸리네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역사, 철학, 범죄사회학, 윤리학, 인류학의 연구성과를 해석하여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동안 인간의 폭력성이 우리 안의 악마(확신, 우세경쟁, 복수, 가학성, 군중심리)를 통제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감정이입, 자기통제, 도덕 감각, 이성)를 이용하여 감소해 왔다"는 명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논증하는 책입니다.
양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여러 학문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저자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베카리아(베카리아 참조)를 또 만나게 되었는데, 의외로 형법, 형사정책, 형법철학 관련하여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의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를 본 느낌이랄 수 있겠네요. 책의 양에 겁먹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 분들에게, 스티븐 핑커 교수의 건전한 철학과 다방면의 해박함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괴물같은 존재인가! 얼마나 진기하고, 괴물 같고,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천재적인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지렁이와 같고, 진리를 간직한 자이면서도 불확실함과 오류의 시궁창과 같고, 우주의 영광이면서도 우주의 쓰레기와 같다.
-블레즈 파스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면.
폭력적 죽음은 발생비율은 작더라도 적대 수치로는 저녁 뉴스를 채울 만큼 늘 충분히 일어나므로, 폭력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실제 비율과는 괴리되기 마련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5면.
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여섯 가지 경향성,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 네 가지 선한 천사, 다섯 가지 역사적 힘에 관한 이야기 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8면
유월절(Passover)이라는 단어는 이때 사형 집행 천사가 이스라엘에게서 장남이 태어난 집은 건너뛰었던 데서 왔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0면.
오늘날 폭력과 낮은 사회 경제 지위가 상관관계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엘리트와 중간 계층이 사법 제도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하류 계층은 폭력연구자들이 흔히 '자력구제(self-help)'라고 부르는 행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65면.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남자가 위계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자 평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평판은 성인기의 초기부터 투자해야 얻을 수 있고 그 후에는 그 보상을 평생 누릴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98면.
형벌제도가 제대로 작용하는 경우, 그것은 모든 합리적 행위자들이 빅브라더가 자신을 24시간 지켜보다가 부정한 이득이 눈에 띄면 당장 덮쳐서 이득을 상쇄하는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 떤 민주국가에게도 사회 전체를 스키너 상자로 만들 만한 자원이나 의지는 없다. 국가는 전체 범죄 중에서 몇몇 표본만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다. 표본 추출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체제의 정당성을 인식한다. 국가가 정당성을 얻는 핵심은, 누구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적도 법을 어기는 순간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게끔 체제가 짜여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약탈, 선제공격, 사적 보복에 대한 금제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2-233면.
1990년대에 성인이 된 X세대에 대한 상투적 이미지는 그들이 매체에 밝고, 냉소적이고, 포스트모던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태도를 가장할 줄 안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 본다. 수상쩍은 문화장르들에 몰두하면서도 어디에도 지나치게 빠지지 않는다. ... 그들은 비주류 사람들의 겉모습을 흉내내지만 실상은 철저히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따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6면.
우리의 제1의 천성은 자연적인 삶을 다스리는 진화된 동기들로 이뤄져 있고, 제2의 천성은 문명 사회에서 내면화된 관습들로 이뤄져 있다. 제3의 천성은 그런 관습들에 대한 의식적 고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7면.
인도의 영국군 사령관이었던 찰스 네이피어는 지역민들이 순사의 폐지에 불평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과부를 태워 죽이는 게 당신들의 풍습이란 말이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자들이 여자를 산 채로 불태우면, 그 남자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매답니다. 장작더미를 맘껏 쌓으세요. 내 목수들이 그 옆에서 교수대를 지을테니까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풍습을 따르고, 우리는 우리의 풍습을 따릅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2면.
우리는 자신의 불행을 남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본성까지 없애지는 못했지만, 그 유혹을 폭력적으로 분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점에서는 조금씩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8면.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밀라노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였던 체사레 베카리아였다. 그가 1764년에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범죄와 처벌]은 볼테르, 드니 디드로,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등등 모든 중요한 정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카리아는 최초의 원칙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했다. 사법제도의 목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칙이다(나중에 제러미 벤담이 이 표현을 공리주의의 표어로 채택했다). 그렇다면 처벌은 사람들이 스스로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남에게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쓰일 때만 타당하다. 따라서 처벌은 범죄가 주는 피해에 비례해야 한다. 무슨 신비로운 우주적 정의의 저울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유인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서로 다른 두 범죄에 대해서 동등한 처벌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가급적 최대의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냉철한 시각으로 사법적 정의를 바라보면, 처벌의 가혹함보다 확실성과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72-273면.
그런 나라들 중 일부는 최근 들어서야 노예제를 법적으로 폐지했다. 카타르는 195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1962년에, 모리타니는 1980년에 폐지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80면.
민주주의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해도 종교 재판, 잔인한 처벌, 전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규정해 두었고, 그 영역이 스스로를 확장할 수단도 포함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93면.
생일 역설
한 방에 최소 23명이 있을 경우, 그중 2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50퍼센트가 넘는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57명이라면 확률은 99퍼센트로 높아진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65면.
130년 동안 벌어진 전쟁들의 사망자 중 77퍼센트를 두 세계대전이 차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92면.
많은 지도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혹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혹은 자국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불공평했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약간의 번영쯤은 기꺼이 희생한다(약간이 아닐 때도 많다). 국민들도 그런 지도자를 따르곤 한다. 심지어 민주국가에서도.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95면.
혐오감은 원래 신체 분비물, 동물의 신체 일부, 기생곤충과 벌레, 질병 매개체를 보았을 때 유발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오염된 물질,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물질, 그런 물질과 접촉했던 물질을 뱉어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3면.
차별, 추방, 폭동, 집단 살해의 희생자 중에는 중개업에 전문화한 사회, 민족 집단이 많았다. 소련, 중국, 캄보디아의 다양한 부르주아 소수 집단, 동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인도인,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중국인, 유럽의 유대인이 그랬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면.
대니얼 치롯은 사회 심리학자 클라크 매콜리와 함께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주의 종말론은 사실 기독교 교리의 모방이었다. 태초에 사유 재산도, 계급도, 착취도, 소외도 없는 완벽한 세상이 있었다. 에덴의 정원이다. 그러다 사유 재산의 발견이라는 죄가 왔고, 착취자가 창조되었다. 인류는 에덴에서 추방되어 불평등과 결핍을 겪었다. 이후 인간들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다시 자본주의 형식으로 일련의 생산 방식을 실험했고, 계속 해답을 갈구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윽고 진정한 예언자가 구원의 메세지를 갖고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과학의 진리를 설교했다. 그는 구원을 약속했으나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그와 밀접했던 사도들만이 진리를 간직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교적 선민인 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믿음의 담지자인 프롤레타리아를 개종시킬 것이고, 그들은 함께 더 완벽한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최후의 끔찍한 혁명이 자본주의, 소외, 착취, 불평등을 쓸어낼 것이다.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 지구는 완벽해졌을 테고, 진정한 신자들이 구원되었을 테니까.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569면.
1세기에 타키투스는 이렇게 썼다. "소수의 사악한 선동, 좀 더 많은 사람의 축복, 모든 사람의 수동적 묵인 속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저질려졌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1면.
1944년까지만 해도 영어에는 집단 살해를 뜻하는 단어가 없었다. 그해에 폴란드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나치의 통치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말을 처음 썼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6면.
하프는 오히려 (집단살해의) 다른 여섯 가지 인자를 발견했다. 이 인자들은 전체 사례의 4분의 3에 대해서 집단 살해를 수반하는 위기와 수반하지 않는 위기를 구분지었다. 첫째는 그 나라의 과거의 집단 살해 역사였다. ... 두 번째 예측인자는 근래의 정치적 불안정성이었다. ... 세번째 인자는 통치 엘리트가 소수 민족 집단에서 나온 상황이다. ... 나머지 세 예측인자는 우리가 자유주의 평화 이론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민주주의의 부족, 무역에 대한 개방성 부족, 배타적 이데올로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5-587면.
히틀러는 1913년에 마르크스를 읽었다 비록 그는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에 질색했지만, 그의 국가 사회주의는 유토피아를 향한 변증법적 투쟁 이데올로기에서 계급을 인종으로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8면.
존 케리는 2004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어쩌다 방심한 상태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삶의 중심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법률을 집행했던 몸으로서, 우리가 매춘을 근절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불법 도박 근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직 범죄를 줄여서 상승세를 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일상을 매일같이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과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위태로운 것은 아닙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95면.
이런 청년들을 관찰하여 그들이 누구를 우상화하는지, 어떻게 조직되는지, 무엇으로 결속되고 추진되는지를 보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코란이나 종교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친구들의 눈앞에서 명예와 존경을 보장하는 짜릿한 대의와 행동의 유혹입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13면.
남성을 위한 포르노는 시각적이고, 해부적이고, 충동적이고, 현란한 난교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없다. 여성을 위한 성애물은 훨씬 더 언어적이고, 심리적이고, 반성적이고, 연속적 일부일처 관계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풍부하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91면.
전문가들은 세가지 이유에서 체벌에 반대한다. 첫째는 체벌이 아이의 나중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공격성, 범죄, 공감 결핍,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두번째 이유는, 체벌이 아이에게 잘못한 내용을 설명하고 꾸짖음이나 타임아웃과 같은 비폭력적 조치를 쓰는 것에 비해 나쁜 짓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스트라우스는 절대로, 결코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는 세번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체벌은 가장과 사회에서 비폭력을 추구하는 이상에 모순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39-740면.
마틴 루서킹은 유니테리언파 목사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시어도어 파커가 1852년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나는 도덕적 우주를 이해하는 척할 마음이 없다. 그것은 기나긴 호를 그리며 뻗어 있고, 내 눈은 겨우 짧은 거리만 닿는다. 나는 눈으로 그 곡선을 내려다보고서 계산으로 숫자를 완성할 능력이 없다. 나는 다만 양심으로 내다본다. 그리고 양심의 눈으로 본 바 확신하건대, 그 곡선은 정의를 향해 굽어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12-813면
샤일록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들의 목록에서 복수가 클라이맥스라고 말했고, 1파운드의 살점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고기 밥으로 쓰지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줄 것이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96면.
사과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말로만 떠드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심이 아닌 사과는 사과하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를 더 격분시킨다. 최초의 피해에 두 번째 피해, 즉 복수를 피하려는 냉소적인 책략까지 덧붙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18면.
완곡어법은 여러 이유에서 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들은 뜻이 같지만 감정의 색채가 다르다. 날씬함과 깡마름, 뚱뚱함과 풍만함이 그렇다. 야한 단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점잖은 동의어도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59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로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배상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회복 가치도 실제 금전적인 것이라기보다 감정의 장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25면.
학살 지도자들은 군대, 암살대, 관료 등의 조직을 교묘하게 구성함으로써 누구도 자기 개인의 행동이 학살에 꼭 필요하거나 충분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1면.
우리 내면의 다섯 악마에게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리는 막 그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지나치게 확신한다. ...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우세를 놓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과 상대의 악의를 과장하는 계산법 떄문에 복수를 추구한다. ...
사람들은, ... 혼자서나 동료들과 함께 폭력에 탐닉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학성을 발휘한다.
또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지만 남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어떤 신념을 지지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5-966면.
마음 읽기는 사실 두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증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76면.
감정이입(emphathy)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진 지 100년도 안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가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그는 1909년 강연에서 처음 그 말을 썼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영국 작가 버넌 리가 1904년에 그 단어를 썼다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를 독일어 아인퓔룽(Einfuelung 속을 느껴본다는 듯)에서 가져왔고, 일종의 심미적 감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들에게 그것은 '마음의 근육을 느끼거나 행사한다'는 뜻으로, 가령 우리가 마천루를 보면서 내 자신이 그것처럼 곧고 높게 서 있다고 상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1940년대 중반부터 영어로 씌어진 책에서 그 단어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그 사용 빈도는 금새 의지(willpower)나 자기통제(self-control)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덕목들의 사용빈도를 앞질렀다(의지는 1961년에, 자기통제는 1980년대 중반에 앞질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974면.
문유석 부장님([책 소개] 판사유감/[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참조)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스티븐 핑커의 문체라 하기에,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했는데, 분량이 본문만 108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정가 54,000원. 법서를 제외하고는 이런 분량과 가격의 책을 산 적이 없어 고민하다가 동네 도서관에 찾아봤더니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구비해 놓았기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대여기간이 2주였는데, 완독하는데 1주가 조금 넘게 걸리네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역사, 철학, 범죄사회학, 윤리학, 인류학의 연구성과를 해석하여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동안 인간의 폭력성이 우리 안의 악마(확신, 우세경쟁, 복수, 가학성, 군중심리)를 통제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감정이입, 자기통제, 도덕 감각, 이성)를 이용하여 감소해 왔다"는 명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논증하는 책입니다.
양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여러 학문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저자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베카리아(베카리아 참조)를 또 만나게 되었는데, 의외로 형법, 형사정책, 형법철학 관련하여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의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를 본 느낌이랄 수 있겠네요. 책의 양에 겁먹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 분들에게, 스티븐 핑커 교수의 건전한 철학과 다방면의 해박함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괴물같은 존재인가! 얼마나 진기하고, 괴물 같고,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천재적인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지렁이와 같고, 진리를 간직한 자이면서도 불확실함과 오류의 시궁창과 같고, 우주의 영광이면서도 우주의 쓰레기와 같다.
-블레즈 파스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면.
폭력적 죽음은 발생비율은 작더라도 적대 수치로는 저녁 뉴스를 채울 만큼 늘 충분히 일어나므로, 폭력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실제 비율과는 괴리되기 마련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5면.
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여섯 가지 경향성,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 네 가지 선한 천사, 다섯 가지 역사적 힘에 관한 이야기 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8면
유월절(Passover)이라는 단어는 이때 사형 집행 천사가 이스라엘에게서 장남이 태어난 집은 건너뛰었던 데서 왔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0면.
오늘날 폭력과 낮은 사회 경제 지위가 상관관계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엘리트와 중간 계층이 사법 제도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하류 계층은 폭력연구자들이 흔히 '자력구제(self-help)'라고 부르는 행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65면.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남자가 위계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자 평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평판은 성인기의 초기부터 투자해야 얻을 수 있고 그 후에는 그 보상을 평생 누릴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98면.
형벌제도가 제대로 작용하는 경우, 그것은 모든 합리적 행위자들이 빅브라더가 자신을 24시간 지켜보다가 부정한 이득이 눈에 띄면 당장 덮쳐서 이득을 상쇄하는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 떤 민주국가에게도 사회 전체를 스키너 상자로 만들 만한 자원이나 의지는 없다. 국가는 전체 범죄 중에서 몇몇 표본만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다. 표본 추출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체제의 정당성을 인식한다. 국가가 정당성을 얻는 핵심은, 누구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적도 법을 어기는 순간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게끔 체제가 짜여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약탈, 선제공격, 사적 보복에 대한 금제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2-233면.
1990년대에 성인이 된 X세대에 대한 상투적 이미지는 그들이 매체에 밝고, 냉소적이고, 포스트모던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태도를 가장할 줄 안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 본다. 수상쩍은 문화장르들에 몰두하면서도 어디에도 지나치게 빠지지 않는다. ... 그들은 비주류 사람들의 겉모습을 흉내내지만 실상은 철저히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따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6면.
우리의 제1의 천성은 자연적인 삶을 다스리는 진화된 동기들로 이뤄져 있고, 제2의 천성은 문명 사회에서 내면화된 관습들로 이뤄져 있다. 제3의 천성은 그런 관습들에 대한 의식적 고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7면.
인도의 영국군 사령관이었던 찰스 네이피어는 지역민들이 순사의 폐지에 불평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과부를 태워 죽이는 게 당신들의 풍습이란 말이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자들이 여자를 산 채로 불태우면, 그 남자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매답니다. 장작더미를 맘껏 쌓으세요. 내 목수들이 그 옆에서 교수대를 지을테니까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풍습을 따르고, 우리는 우리의 풍습을 따릅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2면.
우리는 자신의 불행을 남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본성까지 없애지는 못했지만, 그 유혹을 폭력적으로 분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점에서는 조금씩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8면.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밀라노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였던 체사레 베카리아였다. 그가 1764년에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범죄와 처벌]은 볼테르, 드니 디드로,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등등 모든 중요한 정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카리아는 최초의 원칙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했다. 사법제도의 목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칙이다(나중에 제러미 벤담이 이 표현을 공리주의의 표어로 채택했다). 그렇다면 처벌은 사람들이 스스로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남에게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쓰일 때만 타당하다. 따라서 처벌은 범죄가 주는 피해에 비례해야 한다. 무슨 신비로운 우주적 정의의 저울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유인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서로 다른 두 범죄에 대해서 동등한 처벌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가급적 최대의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냉철한 시각으로 사법적 정의를 바라보면, 처벌의 가혹함보다 확실성과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72-273면.
그런 나라들 중 일부는 최근 들어서야 노예제를 법적으로 폐지했다. 카타르는 195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1962년에, 모리타니는 1980년에 폐지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80면.
민주주의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해도 종교 재판, 잔인한 처벌, 전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규정해 두었고, 그 영역이 스스로를 확장할 수단도 포함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93면.
생일 역설
한 방에 최소 23명이 있을 경우, 그중 2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50퍼센트가 넘는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57명이라면 확률은 99퍼센트로 높아진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65면.
130년 동안 벌어진 전쟁들의 사망자 중 77퍼센트를 두 세계대전이 차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92면.
많은 지도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혹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혹은 자국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불공평했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약간의 번영쯤은 기꺼이 희생한다(약간이 아닐 때도 많다). 국민들도 그런 지도자를 따르곤 한다. 심지어 민주국가에서도.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95면.
혐오감은 원래 신체 분비물, 동물의 신체 일부, 기생곤충과 벌레, 질병 매개체를 보았을 때 유발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오염된 물질,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물질, 그런 물질과 접촉했던 물질을 뱉어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3면.
차별, 추방, 폭동, 집단 살해의 희생자 중에는 중개업에 전문화한 사회, 민족 집단이 많았다. 소련, 중국, 캄보디아의 다양한 부르주아 소수 집단, 동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인도인,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중국인, 유럽의 유대인이 그랬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면.
대니얼 치롯은 사회 심리학자 클라크 매콜리와 함께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주의 종말론은 사실 기독교 교리의 모방이었다. 태초에 사유 재산도, 계급도, 착취도, 소외도 없는 완벽한 세상이 있었다. 에덴의 정원이다. 그러다 사유 재산의 발견이라는 죄가 왔고, 착취자가 창조되었다. 인류는 에덴에서 추방되어 불평등과 결핍을 겪었다. 이후 인간들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다시 자본주의 형식으로 일련의 생산 방식을 실험했고, 계속 해답을 갈구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윽고 진정한 예언자가 구원의 메세지를 갖고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과학의 진리를 설교했다. 그는 구원을 약속했으나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그와 밀접했던 사도들만이 진리를 간직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교적 선민인 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믿음의 담지자인 프롤레타리아를 개종시킬 것이고, 그들은 함께 더 완벽한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최후의 끔찍한 혁명이 자본주의, 소외, 착취, 불평등을 쓸어낼 것이다.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 지구는 완벽해졌을 테고, 진정한 신자들이 구원되었을 테니까.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569면.
1세기에 타키투스는 이렇게 썼다. "소수의 사악한 선동, 좀 더 많은 사람의 축복, 모든 사람의 수동적 묵인 속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저질려졌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1면.
1944년까지만 해도 영어에는 집단 살해를 뜻하는 단어가 없었다. 그해에 폴란드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나치의 통치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말을 처음 썼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6면.
하프는 오히려 (집단살해의) 다른 여섯 가지 인자를 발견했다. 이 인자들은 전체 사례의 4분의 3에 대해서 집단 살해를 수반하는 위기와 수반하지 않는 위기를 구분지었다. 첫째는 그 나라의 과거의 집단 살해 역사였다. ... 두 번째 예측인자는 근래의 정치적 불안정성이었다. ... 세번째 인자는 통치 엘리트가 소수 민족 집단에서 나온 상황이다. ... 나머지 세 예측인자는 우리가 자유주의 평화 이론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민주주의의 부족, 무역에 대한 개방성 부족, 배타적 이데올로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5-587면.
히틀러는 1913년에 마르크스를 읽었다 비록 그는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에 질색했지만, 그의 국가 사회주의는 유토피아를 향한 변증법적 투쟁 이데올로기에서 계급을 인종으로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8면.
존 케리는 2004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어쩌다 방심한 상태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삶의 중심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법률을 집행했던 몸으로서, 우리가 매춘을 근절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불법 도박 근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직 범죄를 줄여서 상승세를 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일상을 매일같이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과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위태로운 것은 아닙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95면.
이런 청년들을 관찰하여 그들이 누구를 우상화하는지, 어떻게 조직되는지, 무엇으로 결속되고 추진되는지를 보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코란이나 종교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친구들의 눈앞에서 명예와 존경을 보장하는 짜릿한 대의와 행동의 유혹입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13면.
남성을 위한 포르노는 시각적이고, 해부적이고, 충동적이고, 현란한 난교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없다. 여성을 위한 성애물은 훨씬 더 언어적이고, 심리적이고, 반성적이고, 연속적 일부일처 관계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풍부하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91면.
전문가들은 세가지 이유에서 체벌에 반대한다. 첫째는 체벌이 아이의 나중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공격성, 범죄, 공감 결핍,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두번째 이유는, 체벌이 아이에게 잘못한 내용을 설명하고 꾸짖음이나 타임아웃과 같은 비폭력적 조치를 쓰는 것에 비해 나쁜 짓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스트라우스는 절대로, 결코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는 세번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체벌은 가장과 사회에서 비폭력을 추구하는 이상에 모순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39-740면.
마틴 루서킹은 유니테리언파 목사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시어도어 파커가 1852년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나는 도덕적 우주를 이해하는 척할 마음이 없다. 그것은 기나긴 호를 그리며 뻗어 있고, 내 눈은 겨우 짧은 거리만 닿는다. 나는 눈으로 그 곡선을 내려다보고서 계산으로 숫자를 완성할 능력이 없다. 나는 다만 양심으로 내다본다. 그리고 양심의 눈으로 본 바 확신하건대, 그 곡선은 정의를 향해 굽어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12-813면
샤일록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들의 목록에서 복수가 클라이맥스라고 말했고, 1파운드의 살점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고기 밥으로 쓰지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줄 것이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96면.
사과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말로만 떠드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심이 아닌 사과는 사과하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를 더 격분시킨다. 최초의 피해에 두 번째 피해, 즉 복수를 피하려는 냉소적인 책략까지 덧붙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18면.
완곡어법은 여러 이유에서 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들은 뜻이 같지만 감정의 색채가 다르다. 날씬함과 깡마름, 뚱뚱함과 풍만함이 그렇다. 야한 단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점잖은 동의어도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59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로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배상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회복 가치도 실제 금전적인 것이라기보다 감정의 장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25면.
학살 지도자들은 군대, 암살대, 관료 등의 조직을 교묘하게 구성함으로써 누구도 자기 개인의 행동이 학살에 꼭 필요하거나 충분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1면.
우리 내면의 다섯 악마에게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리는 막 그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지나치게 확신한다. ...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우세를 놓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과 상대의 악의를 과장하는 계산법 떄문에 복수를 추구한다. ...
사람들은, ... 혼자서나 동료들과 함께 폭력에 탐닉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학성을 발휘한다.
또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지만 남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어떤 신념을 지지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5-966면.
마음 읽기는 사실 두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증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76면.
감정이입(emphathy)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진 지 100년도 안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가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그는 1909년 강연에서 처음 그 말을 썼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영국 작가 버넌 리가 1904년에 그 단어를 썼다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를 독일어 아인퓔룽(Einfuelung 속을 느껴본다는 듯)에서 가져왔고, 일종의 심미적 감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들에게 그것은 '마음의 근육을 느끼거나 행사한다'는 뜻으로, 가령 우리가 마천루를 보면서 내 자신이 그것처럼 곧고 높게 서 있다고 상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1940년대 중반부터 영어로 씌어진 책에서 그 단어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그 사용 빈도는 금새 의지(willpower)나 자기통제(self-control)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덕목들의 사용빈도를 앞질렀다(의지는 1961년에, 자기통제는 1980년대 중반에 앞질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9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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