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6일 금요일
[책 소개] 시절일기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이미 소설가 김연수의 글들은 담백하면서도 메세지가 있는, 취향에 맞는 글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책소개] 소설가의 일 같은 책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 시절일기 라는 책을 새로 냈다는 소개글을 읽고 책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 읽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는데, 슬픈 일은 별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공포영화 나 내용이 슬픈 또는 비극적인 영화는 굳이 보지 않습니다. 천만영화 라고 했던 "기생충"을 지금까지도 제가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시절일기의 시절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세월호 부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련자 아닌 일개 시민이나 소설가나 응어리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또한 치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가라는 사람이 얼마나 넓은 독서폭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언뜻언뜻 보여주는 것도 나름의 재미입니다. 담담하게 가끔은 울컥하면서 읽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젊을 때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관점에 의해 내가 누구인지가 상당 부분 결정된다. 이런 현상은 중년까지 계속되는데 그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성이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면
인간의 몸이란 아무리 길어야 백 년쯤 일렁이다가 절로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것이고, 제아무리 격렬하다 해도 그 몸에 딸린 감정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작 백 년만 지나도 오늘의 희로애략을 증언할 입술들은 이 땅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72면
1심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을 징역 5년에서 징역 36년에 처하면서 침몰원인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증개축으로 복원성이 약해진 배에, 화물 최대적재량 기준을 어기고 과적해 복원성을 더욱 약화시킨 뒤, 고박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주의해야 할 맹골수도에서 우현으로 대각도 조타를 하는 과실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또한 초기에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세월호의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들이 승객의 안전한 퇴선을 위한 조치를 수행하지 않고 먼저 퇴선했으며,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의 정장 김경일 역시 대공 마이크 등으로 퇴선을 유도하지 않았기 대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84면
이십 년만의 소감을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어령 선생의 축사가 귀에 들어왔다.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진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알레테이아 역시 부정어 'a'와 망각을 뜻하는 'leteia'의 조합이라고 한다. 진실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이 진실이 되리라.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07면
이십대 초반이니 어김없이 착시가 일어났다. 무엇을 배경으로 놓고 보느냐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으니까. 이십대 초반에는 외로움을 배경으로 관계를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소원하다는 말은 상대의 반응이 나만큼 친밀하지 앟은 경우를 뜻하기도 했다. 요컨대 이십대 초반에게 관계의 친밀과 소원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25면
바로 그 국가의 자산인 청년의 육체를, 마치 저주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탕진하는 일. 그게 바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참된 주제이니, 정부가 이 소설을 판매금지시킨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0면
누구도 제 삶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테니, 남에게 들여주는 이야기 속에는 거짓이 살짝 들어가게 마련이다. 픽션은 거기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거짓의 틈으로 현실의 민낯을 엿보게 만든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38면
사람person 이라는 단어의 첫번째 뜻이 '가면'이라는 게 역사적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언제 어디서나 다소 의식적으로 역할을 연기한다는 인식을 가리킨다(...) 우리는 역할을 통해 서로를 안다. 우리 스스로를 아는 것도 역할을 통해서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75면
그리고 한 인간의 서브텍스트는 그의 영혼이 작성하고 있다.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아이러니의 빛을 쪼일 때, 그 영혼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거기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182면
관람객이 화가의 캔버스에서 비시각적인 정보까지 읽어내듯 종이책의 독자들은 한 권의 책에서 비문자적인 요소들까지 읽어낸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35면
그래서 이상 선생의 연애 강좌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실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55면
'삶을 대담하게 엔조이할 줄 아는 현대인 가운데 먼지낀 샘플처럼 거의 폐물에 가까운 도금한 인간이, 자기만족에 도취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자신이 바로 그러한 인간의 표본이야요.'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77면
이 지체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교한 시계장치와 같이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서 돌아갑니다. 거기에는 지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눈으로 봤을 때 결과의 시간은 지체되거나, 영원이 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인과율의 세계, 과학의 세계, 근대성의 세계를 학습하면서도 끊임없이 우연과 신화와 운명의 세계에 매료됩니다.
김연수, 시절일기, 레제(2019), 295면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탄핵심판 결정문 전문
원래 하루에 두개의 포스팅은 하지 않는데 역사적인 날이니 예외로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문 전문입니다.
전문_대통령 박근혜 탄핵심판(2016헌나1) 결정문, 법률신문, 2017. 3. 10.
세월호 관련한 소추사유가 탄핵사유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굳이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무수행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보충의견을 내신 재판관들의 일갈이 들리는 듯하여 이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설사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지도자가 국민의 위기에 자신의 일처럼 대응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결코 우리들은 그를 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리할 때 방패처럼 숨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성을 이용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안무치함에 대비되도록 행동으로 진정한 여성공직자의 면모를 보여주신 이정미 재판관님께 감사드립니다.
"대규모 재난과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 상황을 지휘하고 통솔하 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까지 갖는다. 실질적으로는, 국가 원수이자 행정수반이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지휘, 감독함으로써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고, 인력과 물적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으므로, 구조 및 위기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 으로 진척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 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로 구조 작업자들 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며,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정부가 위기 상황의 해결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음을 알 수 있어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그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 의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진정 한 지도자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 하다. 하지만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구 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 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 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날에 해당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켜보 는 국민 모두가 어느 때보다도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도력이라 도 발휘해 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2017. 3. 10. 선고, 2016헌나1 결정, 71-72면.
2014년 5월 16일 금요일
Godzilla와 불사조
* 아래 글은 영화 GODZILLA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최초로 2014. 5. 14. 한국에서 고질라가 개봉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 때문에 "고질라"가 저를 놀리는 말로도 많이 들어와서 고질라에 그닥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판을 그대로 번역해 출판되었던 괴수대백과에서 본 고질라는 어쨌든 임팩트 있는 볼거리였던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비단 그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괴수가 주인공급으로 나오는 영화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덕중의 제일은 양덕이란 말이 있듯 양놈들이 일본 괴수물에 미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퍼시픽림"이 잘 보여주고 있죠 ㅎㅎ) 이번에 개봉한 고질라는 마치 실제와 같이 재현된 괴수들을 보는 즐거움, 전형적이지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줄거리 등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흩어졌던 가족을 모아주는 너무도 뻔한 결말에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주인공은 고질라고 인간은 구경꾼에 불과하므로 가뿐히 무시할 수 있어 보입니다.
고질라 개봉 바로 다음날, 아침에 있던 재판일정을 잘 마친 후, 오후에는 서면을 빨리 마무리하고 간단한 상담을 마치자 5시.. 일찍 퇴근할 수 있겠다 싶어 IMAX관이 있는 CGV 왕십리에 좌석이 있는지 찾아본 결과 5:50 IMAX 3D로 구석탱이 K-4 정도가 남아있는 걸 확인하고 이게 어디냐 폭풍 예매후 부랴부랴 보러 갔습니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으므로 저녁은 굶고 그걸로 영화를 보는거다'라고 혼자 위안을 하면서 ㅎㅎㅎㅎ
세월호가 침몰한지 이제 거의 한달, 뭐 저랑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아파 하는데 내가 거기에 뭐하나 더 던진들 달라질건 뭐겠느냐고 쿨한척하자고 지내...는 것은 개뿔.. 정말 창피한 이야기지만 어제는 고질라 영화를 보다가 울어버렸습니다.
고질라와 괴수의 싸움은 신났고, 막판에 고질라가 브레~~~쓰 하는게 통쾌하기도 하고, 건물 부서지는 것도 박력있고, EMP Shock를 쏘는 괴수도 신선하고 도대체 울 장면이 없었는데 왜 슬픈 기분이 들었던 걸까요.
그건 이 장면 후에 나온 부분과 관련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처는 간호사인데 괴수가 샌프란시스코에 내습하자 아이를 직장에 데려와서 같이 있다가 더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킵니다. 대피수단으 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스쿨버스에 태워서 먼저 시 외곽의 대피지역으로 보내는 것이죠. 위 장면은 주인공의 처가 아이를 스쿨버스를 태우려는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탄 스쿨버스는 금문교에서 길이 막혀 있는데 고질라가 나타나서 군인들이 교전하는 바람에 다리 끊어지고 난리가 나죠. 그러자 스쿨버스 기사는 있는 악셀 없는 악셀 다 밟아서 위험을 피해 나갑니다.
어쨌든 고질라가 방사능을 먹고사는 괴수 콤보를 물리쳐서 지구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오글스토리가 끝났는데, 전 갑자기 영화에서의 미국애들 대피시스템이 갑자기 부러워져서 우리는 뭐지? 하면서 너무 슬퍼진 겁니다. 영화에서는 도시가 위험하니까 외곽의 대피시설로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서 우선적으로 대피" 이 원칙이 지켜집니다. 영화니까 지켜진 걸테고 주인공 가족이니까 당연히 막판에 해후해서 기뻐하는데 저는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 슬퍼졌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그제께 본 이 사진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관련 보도만 보다간 홧병날까 싶어서 별로 관심 안둔다 안둔다 하면서도, 이 사진 보고 울컥 했었는데, 고질라 보다가 이 사진이 생각난 겁니다. 박철순 선수의 배번 21번. 박철순 선수의 별명 불사조 같이 살아돌아오라는 염원을 담아서 두산팬인 실종자 가족과 실종자를 위해서 두산선수들이 보내준 옷을 걸어놓은 게 너무 가슴아파서요. '그래도 박원순 시장이 학습능력은 있구나. 유가족과 이야기할 때도 무릎꿇고 예의를 지켜주는 구나. 같이 울어주는 구나. 그나마 고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한 5분 정도 훌쩍이다가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 일개 개인사업자에 불과한 점빵 변호사가 뭘 할 수 있는지,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준 트라우마는 어떻게 고쳐질 수 있을 것인지, 사실 명쾌한 지름길, 현명하고 확실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주어진 사건들에서 의뢰인을, 피고인을, 성심껏 변호하는 것이 사회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제 사명일 것이니 저는 이것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대할 것입니다. 국민의 녹을 받아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위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약자가 나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면 자신의 안전이나 보신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를. 우리 아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데 세금이 더 필요하다면, 약간의 불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식을.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을 운용함에 있어 생명이 금전보다 소중하다는 기본전제를 지킬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주위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기를.
너무 늦었지만, 세월호 사태의 사망자가족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실종자분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합니다.
2014년 5월 12일 월요일
교묘한 사실왜곡 보도
오래전 부터 "조중동"이라고 하는 언론을, 정치적으로 우파로 분류되며(이 분류가 우리나라의 정치지형 때문에 외국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도 문제이나 여기서는 문제삼지 않기로 합니다) 때때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오보를 내는 방법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나쁜 버릇을 비판하려면 정치적으로 좌파로 분류되는 언론은 그러한 행위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경향신문의 기사(세월호 사고 빗댄 이상한 시험문제)도 소위 조중동이 하던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한번 읽어보기만 하여도 출제자의 의도가 소위 "일베"류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세월호 사고를 예시로 들었다고 하여 출제교사가 "일베"라도 되는 것인양 기사제목을 써 놓은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 "일베"류 네티즌이 이러한 댓글들을 다는 것은 현상이고 그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하여 이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기사를 썼어야만 했는지 의문입니다. 한마디로 클릭수 늘려보자는 것인데 이건 좌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험문제 전문을 읽어 보면 누구라도 쉽게 출제자에게 위 기사에서 말하는 "일베"스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가 기레기가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러한 실수는 비단 조중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졸업한지 20년된 제 모교에서 출제된 문제라서 그러는 건 절대 맞습니다.
[19~20]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9. 아래는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인터넷 댓글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통신 매체 사용자들이 취해야 할 자세로 가장 적절한 것을 전체적 맥락 속에서 찾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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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e_****
전라도 홍어들이 고향 용궁으로 돌아가겠다는데 왜 막냐... schu****
간만에 전라도 에서 흐뭇한 소식이네 .. 염전 조심해라 ? 점심 신나게 홍어
탕 먹어야지 ,,, yas0****
역시 또.. 설마 했더니 전라국이네요.. 아무리 대한민국서 제일 가깝고 가기
쉬운 해외라해도 전라국으로 여행가는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joru****
사고소식을 들으니 안타깝군요.... 부디 무사하길 바라며 선박사고와 전라도
섬노예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두손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tcp0****
아니 잘 가던 배가 왜 하필 전라도에서 좌초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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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검증하고 타당성을 확인한다.
② 광고성 정보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한다.
③ 선정적 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진지함의 결핍 등에 주의한다.
④ 매체가 항상 올바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
⑤ 수동적 수용으로 세계와 자신의 인식 세계가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저는 이번 경향신문의 기사(세월호 사고 빗댄 이상한 시험문제)도 소위 조중동이 하던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한번 읽어보기만 하여도 출제자의 의도가 소위 "일베"류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세월호 사고를 예시로 들었다고 하여 출제교사가 "일베"라도 되는 것인양 기사제목을 써 놓은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 "일베"류 네티즌이 이러한 댓글들을 다는 것은 현상이고 그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하여 이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기사를 썼어야만 했는지 의문입니다. 한마디로 클릭수 늘려보자는 것인데 이건 좌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험문제 전문을 읽어 보면 누구라도 쉽게 출제자에게 위 기사에서 말하는 "일베"스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가 기레기가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러한 실수는 비단 조중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졸업한지 20년된 제 모교에서 출제된 문제라서 그러는 건 절대 맞습니다.
[19~20]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9. 아래는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인터넷 댓글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통신 매체 사용자들이 취해야 할 자세로 가장 적절한 것을 전체적 맥락 속에서 찾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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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e_****
전라도 홍어들이 고향 용궁으로 돌아가겠다는데 왜 막냐... schu****
간만에 전라도 에서 흐뭇한 소식이네 .. 염전 조심해라 ? 점심 신나게 홍어
탕 먹어야지 ,,, yas0****
역시 또.. 설마 했더니 전라국이네요.. 아무리 대한민국서 제일 가깝고 가기
쉬운 해외라해도 전라국으로 여행가는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joru****
사고소식을 들으니 안타깝군요.... 부디 무사하길 바라며 선박사고와 전라도
섬노예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두손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tcp0****
아니 잘 가던 배가 왜 하필 전라도에서 좌초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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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검증하고 타당성을 확인한다.
② 광고성 정보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한다.
③ 선정적 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진지함의 결핍 등에 주의한다.
④ 매체가 항상 올바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
⑤ 수동적 수용으로 세계와 자신의 인식 세계가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수학여행을 없애는 게 대책인가
[이훈범의 세상탐사] 이참에 없애자, 수학여행
중앙선데이, 2014. 4. 20.자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언론의 오보 등으로 말이 많은 가운데,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난 것을 탓하며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위에 인용한 칼럼도 그런 취지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인터넷시대에 수학여행과 수련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같은 집체교육은 전체주의의 시대착오적 산물이요 고질적 지연 학연주의의 증폭기일 뿐이므로 없애자는 취지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가슴아픈 일이고, 그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선박 점검절차를 재검토하고 미흡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개선하고, 선박탑승시 비상상황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으로 하도록 강제하고,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면 관련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정부대응 매뉴얼을 상세히 마련하고, 언론의 보도에 문제가 많았다면 그 역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언론보도 지침이나 매뉴얼을 상세히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수학여행 폐지라니 이건 방향을 잘못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는 다음과 같은 예에 대해서 저 의견을 가진 사람이 반론을 할 수 있는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효도관광을 가던 버스가 대관령에서 전복되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고가 나서 버스에 갖혀 수십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는 사고가 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효도관광을 없애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이 예에서 사고의 문제가 효도관광이 아니듯, 세월호참사에서도 사고의 문제는 수학여행이 아닙니다.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사건 또한 단체 오리엔테이션이 문제가 아닙니다. 폭설을 예측치 못하고 강당 지붕을 약하게 지은 리조트 공사업자, 관련 감독기관의 안전조치 미이행이 그 사고의 문제이고, 우리가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은 그 부분입니다.
집체교육이 전체주의의 시대착오적 산물이라거나 지연학연주의의 증폭기라는 말도 그닥 설득력있는 의견도 아닙니다. 수학여행이나 오리엔테이션에 간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전체주의가 만연한 것인가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은 교수나 학교에서는 후원만 하고 학생회/동아리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상명하복식의 제도권 교육이 아니라 학생자치 및 동아리문화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오리엔테이션할 때 안전요원을 붙이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은 보완책을 제시하는 것은 별론, 수학여행이나 오리엔테이션 그 자체를 폐지 운운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체주의 문화를 꼬집으려면 근본적으로 징병제로 인해서 모든 성인 남자가 군대에서 전체주의 교육을 받은 영향이 크므로 수학여행이 아니라 징병제를 문제삼는 것이 더 타당한 문제제기일 것입니다. 또 지연학연이 수학여행 같이 가서 오리엔테이션을 같이 가서 생기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터에 여기에 지연학연주의의 증폭기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학창시절 같이 소풍가고 같이 수학여행 갔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나이 사십이 넘어가면서 희미해지기도 하였고 중간중간 왜 하는지 모르는 것들이 끼어들어가 있을지 몰라도 친구들과 함께 하던 여행이 즐거웠던 것만은 기억납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같이 밥먹고 자는 몇박 몇일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그렇게 쓸모 없는 것인지 그렇게 매도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저 칼럼니스트는 집체교육이라는 이유로 수학여행, 수련회, 소풍 다 없애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수업만 시키고 싶은 걸까요? 그렇다면 학교가 지식만을 위해서 수업만 듣기 위해 가는 학원과 다른 게 무엇일까요. 학교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작은 사회입니다. 이런 작은 사회에서 이미 수십년동안 이루어졌던 프로그램에는 나름의 존재의의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수학여행이 수학여행비를 마련해 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빈부격차가 있는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에도 솔직히 저는 반대입니다. 그래서 수학여행을 없애면 수학여행이 아니었다면 지방여행은 꿈도 못 꾸었을 아이들에게 지방여행의 기회는 더 이상 제공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못하나요. 그나마 수학여행이니까, 가족여행 가는 것보다 경비가 덜 들어서 아이들에게 그 경험을 해보라고 수학여행에 아이들을 보내는 가정이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걸까요.
수학여행이 무슨 죄며, 오리엔테이션이 무슨 죄입니까. 대책이 필요하다면, 교육이 필요하다면.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것에 집중하지 않고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해결을 바라다가는 정말 대형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행복한 소식이 들려올 날은 요원할 것입니다.
추신 : 저 칼럼에 있는 쓸데 없는 말보다 이 분의 글을 읽는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살아계신 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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