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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7일 화요일

[책 소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문유석 부장님([책 소개] 판사유감/[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참조)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스티븐 핑커의 문체라 하기에,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했는데, 분량이 본문만 108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정가 54,000원. 법서를 제외하고는 이런 분량과 가격의 책을 산 적이 없어 고민하다가 동네 도서관에 찾아봤더니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구비해 놓았기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대여기간이 2주였는데, 완독하는데 1주가 조금 넘게 걸리네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역사, 철학, 범죄사회학, 윤리학, 인류학의 연구성과를 해석하여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동안 인간의 폭력성이 우리 안의 악마(확신, 우세경쟁, 복수, 가학성, 군중심리)를 통제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감정이입, 자기통제, 도덕 감각, 이성)를 이용하여 감소해 왔다"는 명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논증하는 책입니다.

양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여러 학문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저자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베카리아(베카리아 참조)를 또 만나게 되었는데, 의외로 형법, 형사정책, 형법철학 관련하여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의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를 본 느낌이랄 수 있겠네요. 책의 양에 겁먹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 분들에게, 스티븐 핑커 교수의 건전한 철학과 다방면의 해박함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괴물같은 존재인가! 얼마나 진기하고, 괴물 같고,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천재적인 존재인가! 모든 것의 심판자이면서도 하찮은 지렁이와 같고, 진리를 간직한 자이면서도 불확실함과 오류의 시궁창과 같고, 우주의 영광이면서도 우주의 쓰레기와 같다.
-블레즈 파스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면.

폭력적 죽음은 발생비율은 작더라도 적대 수치로는 저녁 뉴스를 채울 만큼 늘 충분히 일어나므로, 폭력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실제 비율과는 괴리되기 마련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5면.


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여섯 가지 경향성,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 네 가지 선한 천사, 다섯 가지 역사적 힘에 관한 이야기 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8면


유월절(Passover)이라는 단어는 이때 사형 집행 천사가 이스라엘에게서 장남이 태어난 집은 건너뛰었던 데서 왔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0면.


오늘날 폭력과 낮은 사회 경제 지위가 상관관계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엘리트와 중간 계층이 사법 제도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하류 계층은 폭력연구자들이 흔히 '자력구제(self-help)'라고 부르는 행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65면.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남자가 위계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자 평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평판은 성인기의 초기부터 투자해야 얻을 수 있고 그 후에는 그 보상을 평생 누릴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198면.


형벌제도가 제대로 작용하는 경우, 그것은 모든 합리적 행위자들이 빅브라더가 자신을 24시간 지켜보다가 부정한 이득이 눈에 띄면 당장 덮쳐서 이득을 상쇄하는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 떤 민주국가에게도 사회 전체를 스키너 상자로 만들 만한 자원이나 의지는 없다. 국가는 전체 범죄 중에서 몇몇 표본만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다. 표본 추출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체제의 정당성을 인식한다. 국가가 정당성을 얻는 핵심은, 누구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적도 법을 어기는 순간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게끔 체제가 짜여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약탈, 선제공격, 사적 보복에 대한 금제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2-233면.


1990년대에 성인이 된 X세대에 대한 상투적 이미지는 그들이 매체에 밝고, 냉소적이고, 포스트모던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태도를 가장할 줄 안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 본다. 수상쩍은 문화장르들에 몰두하면서도 어디에도 지나치게 빠지지 않는다. ... 그들은 비주류 사람들의 겉모습을 흉내내지만 실상은 철저히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따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6면.


우리의 제1의 천성은 자연적인 삶을 다스리는 진화된 동기들로 이뤄져 있고, 제2의 천성은 문명 사회에서 내면화된 관습들로 이뤄져 있다. 제3의 천성은 그런 관습들에 대한 의식적 고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37면.


인도의 영국군 사령관이었던 찰스 네이피어는 지역민들이 순사의 폐지에 불평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과부를 태워 죽이는 게 당신들의 풍습이란 말이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자들이 여자를 산 채로 불태우면, 그 남자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매답니다. 장작더미를 맘껏 쌓으세요. 내 목수들이 그 옆에서 교수대를 지을테니까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풍습을 따르고, 우리는 우리의 풍습을 따릅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2면.


우리는 자신의 불행을 남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본성까지 없애지는 못했지만, 그 유혹을 폭력적으로 분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점에서는 조금씩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58면.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밀라노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였던 체사레 베카리아였다. 그가 1764년에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범죄와 처벌]은 볼테르, 드니 디드로,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등등 모든 중요한 정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카리아는 최초의 원칙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했다. 사법제도의 목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칙이다(나중에 제러미 벤담이 이 표현을 공리주의의 표어로 채택했다). 그렇다면 처벌은 사람들이 스스로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남에게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쓰일 때만 타당하다. 따라서 처벌은 범죄가 주는 피해에 비례해야 한다. 무슨 신비로운 우주적 정의의 저울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유인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서로 다른 두 범죄에 대해서 동등한 처벌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가급적 최대의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냉철한 시각으로 사법적 정의를 바라보면, 처벌의 가혹함보다 확실성과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72-273면.


그런 나라들 중 일부는 최근 들어서야 노예제를 법적으로 폐지했다. 카타르는 195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1962년에, 모리타니는 1980년에 폐지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80면.


민주주의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해도 종교 재판, 잔인한 처벌, 전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규정해 두었고, 그 영역이 스스로를 확장할 수단도 포함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293면.


생일 역설
한 방에 최소 23명이 있을 경우, 그중 2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50퍼센트가 넘는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다. 57명이라면 확률은 99퍼센트로 높아진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65면.


130년 동안 벌어진 전쟁들의 사망자 중 77퍼센트를 두 세계대전이 차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392면.


많은 지도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혹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혹은 자국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불공평했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약간의 번영쯤은 기꺼이 희생한다(약간이 아닐 때도 많다). 국민들도 그런 지도자를 따르곤 한다. 심지어 민주국가에서도.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495면.


혐오감은 원래 신체 분비물, 동물의 신체 일부, 기생곤충과 벌레, 질병 매개체를 보았을 때 유발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오염된 물질,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물질, 그런 물질과 접촉했던 물질을 뱉어낸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3면.


차별, 추방, 폭동, 집단 살해의 희생자 중에는 중개업에 전문화한 사회, 민족 집단이 많았다. 소련, 중국, 캄보디아의 다양한 부르주아 소수 집단, 동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인도인,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중국인, 유럽의 유대인이 그랬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면.


대니얼 치롯은 사회 심리학자 클라크 매콜리와 함께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주의 종말론은 사실 기독교 교리의 모방이었다. 태초에 사유 재산도, 계급도, 착취도, 소외도 없는 완벽한 세상이 있었다. 에덴의 정원이다. 그러다 사유 재산의 발견이라는 죄가 왔고, 착취자가 창조되었다. 인류는 에덴에서 추방되어 불평등과 결핍을 겪었다. 이후 인간들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다시 자본주의 형식으로 일련의 생산 방식을 실험했고, 계속 해답을 갈구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윽고 진정한 예언자가 구원의 메세지를 갖고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과학의 진리를 설교했다. 그는 구원을 약속했으나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그와 밀접했던 사도들만이 진리를 간직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교적 선민인 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믿음의 담지자인 프롤레타리아를 개종시킬 것이고, 그들은 함께 더 완벽한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최후의 끔찍한 혁명이 자본주의, 소외, 착취, 불평등을 쓸어낼 것이다.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 지구는 완벽해졌을 테고, 진정한 신자들이 구원되었을 테니까.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68-569면.


1세기에 타키투스는 이렇게 썼다. "소수의 사악한 선동, 좀 더 많은 사람의 축복, 모든 사람의 수동적 묵인 속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저질려졌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1면.


1944년까지만 해도 영어에는 집단 살해를 뜻하는 단어가 없었다. 그해에 폴란드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나치의 통치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말을 처음 썼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76면.


하프는 오히려 (집단살해의) 다른 여섯 가지 인자를 발견했다. 이 인자들은 전체 사례의 4분의 3에 대해서 집단 살해를 수반하는 위기와 수반하지 않는 위기를 구분지었다. 첫째는 그 나라의 과거의 집단 살해 역사였다. ... 두 번째 예측인자는 근래의 정치적 불안정성이었다. ... 세번째 인자는 통치 엘리트가 소수 민족 집단에서 나온 상황이다. ... 나머지 세 예측인자는 우리가 자유주의 평화 이론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민주주의의 부족, 무역에 대한 개방성 부족, 배타적 이데올로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5-587면. 


히틀러는 1913년에 마르크스를 읽었다 비록 그는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에 질색했지만, 그의 국가 사회주의는 유토피아를 향한 변증법적 투쟁 이데올로기에서 계급을 인종으로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88면.


존 케리는 2004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때 어쩌다 방심한 상태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삶의 중심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법률을 집행했던 몸으로서, 우리가 매춘을 근절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불법 도박 근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직 범죄를 줄여서 상승세를 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일상을 매일같이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과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위태로운 것은 아닙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595면.


이런 청년들을 관찰하여 그들이 누구를 우상화하는지, 어떻게 조직되는지, 무엇으로 결속되고 추진되는지를 보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코란이나 종교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친구들의 눈앞에서 명예와 존경을 보장하는 짜릿한 대의와 행동의 유혹입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13면.


남성을 위한 포르노는 시각적이고, 해부적이고, 충동적이고, 현란한 난교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없다. 여성을 위한 성애물은 훨씬 더 언어적이고, 심리적이고, 반성적이고, 연속적 일부일처 관계를 추구하고, 맥락과 인물이 풍부하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691면.


전문가들은 세가지 이유에서 체벌에 반대한다. 첫째는 체벌이 아이의 나중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공격성, 범죄, 공감 결핍,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두번째 이유는, 체벌이 아이에게 잘못한 내용을 설명하고 꾸짖음이나 타임아웃과 같은 비폭력적 조치를 쓰는 것에 비해 나쁜 짓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스트라우스는 절대로, 결코 아이를 때려서는 안되는 세번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체벌은 가장과 사회에서 비폭력을 추구하는 이상에 모순된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739-740면.


마틴 루서킹은 유니테리언파 목사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시어도어 파커가 1852년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나는 도덕적 우주를 이해하는 척할 마음이 없다. 그것은 기나긴 호를 그리며 뻗어 있고, 내 눈은 겨우 짧은 거리만 닿는다. 나는 눈으로 그 곡선을 내려다보고서 계산으로 숫자를 완성할 능력이 없다. 나는 다만 양심으로 내다본다. 그리고 양심의 눈으로 본 바 확신하건대, 그 곡선은 정의를 향해 굽어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12-813면


샤일록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들의 목록에서 복수가 클라이맥스라고 말했고, 1파운드의 살점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물고기 밥으로 쓰지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줄 것이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896면.


사과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말로만 떠드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심이 아닌 사과는 사과하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를 더 격분시킨다. 최초의 피해에 두 번째 피해, 즉 복수를 피하려는 냉소적인 책략까지 덧붙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18면.


완곡어법은 여러 이유에서 효과가 있다. 어떤 단어들은 뜻이 같지만 감정의 색채가 다르다. 날씬함과 깡마름, 뚱뚱함과 풍만함이 그렇다. 야한 단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점잖은 동의어도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59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로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배상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회복 가치도 실제 금전적인 것이라기보다 감정의 장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25면.

학살 지도자들은 군대, 암살대, 관료 등의 조직을 교묘하게 구성함으로써 누구도 자기 개인의 행동이 학살에 꼭 필요하거나 충분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1면.


우리 내면의 다섯 악마에게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리는 막 그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지나치게 확신한다. ...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우세를 놓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과 상대의 악의를 과장하는 계산법 떄문에 복수를 추구한다. ...
사람들은, ... 혼자서나 동료들과 함께 폭력에 탐닉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학성을 발휘한다.
또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지만 남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어떤 신념을 지지할 수 있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65-966면.


마음 읽기는 사실 두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증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 976면.


감정이입(emphathy)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진 지 100년도 안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가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그는 1909년 강연에서 처음 그 말을 썼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영국 작가 버넌 리가 1904년에 그 단어를 썼다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를 독일어 아인퓔룽(Einfuelung 속을 느껴본다는 듯)에서 가져왔고, 일종의 심미적 감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들에게 그것은 '마음의 근육을 느끼거나 행사한다'는 뜻으로, 가령 우리가 마천루를 보면서 내 자신이 그것처럼 곧고 높게 서 있다고 상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1940년대 중반부터 영어로 씌어진 책에서 그 단어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그 사용 빈도는 금새 의지(willpower)나 자기통제(self-control)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덕목들의 사용빈도를 앞질렀다(의지는 1961년에, 자기통제는 1980년대 중반에 앞질렀다).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북스(2014),974면.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책 소개]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을 자신의 독특한 시각에서 편집/재구성하면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증명하는 저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으면서 이스라엘 출신인 저자의 다른 문화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한국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과 분석, 심지어 짜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 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소하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까지 저에게 감탄을 자아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과거의 역사에 대한 통찰로부터 미래에 인류가 맞게될 운명에 대한 예측까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간과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셜록홈즈가 자신의 추리를 왓슨에게 들려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출판사의 선전에 걸맞다고 맞장구쳐주고 싶습니다. 강력하게 일독을 권합니다(이 책에 대한 훨씬 훌륭한 서평으로 문유석 부장님의 페이스북 포스팅


근래 즐겁게 읽은 책들. 이 순서대로 세 권을 연이어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사피엔스-제2의 기계시대-마음의 미래 순으로 인류의 과거-현재-미래 서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 1. 사피엔스한 마디로 한 권으로 읽...
Posted by 문유석 on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을 아울러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들입니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45년 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일한 민족의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10면

동물을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21면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을 전멸시킨 이유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우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친숙하고 관용하기에는 너무 달랐다는 것.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0면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165-166면

이런 사고방식은 고대 중동에서만 통용되던 것이 아니었고, 2006년 기준으로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213-214면

보통 기독교인은 일신론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이신론적인 악마, 다신론적인 성자, 애니미즘적인 유령을 모두 믿는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17면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42면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옛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74-375면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89면

1775년에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80퍼센트를 차지했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규모를 합친 것만으로 세계 총생산의 3분의 2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유럽은 경제적 난쟁이였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96면

근대 초기에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서로 보완적인 두가지 답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대 과학과 자본주의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99면

아메리카에 군사원정대를 보내려 했던 최초의 비유럽국가는 일본이었다. 1942년 6월 일본원정대는 알래스카 해안에 있는 작은 섬인 키스카와 아투를 정복하여, 미국 군인 열명과 개한마리를 포획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본토로 그 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18면

오늘날 엘리트들은 다양한 인간집단이 서로 대조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할 때 이것을 문화간의 역사적 차이라고 말하지, 인종 간의 생물학적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28면

지난 5백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39면

스미스의 이론에서, 사람들은 이웃의 것을 빼앗아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부자가 된다. 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따라서 부자는 사회에서 가장 쓸모 있고 인정 많은 사람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성장의 바퀴를 돌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41면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기, 도둑질,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속임수를 제재하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할 경찰, 법원, 교도소를 설립하고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체제가 할 일이다. 왕이 시장을 적절히 규율하는 업무에 실패하면 신뢰의 상실, 신용의 축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65면

기족과 공동체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제5열(스파이를 말한다-옮긴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507면
: 제5열은 제5전선(미션 임파서블의 원작 TV 시리즈)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 년에 걸친 진호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 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보다 더 잘 증언하는 사례는 없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50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