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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책 소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라는 저작으로 인류사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유발 하라리의 미래에 대한 예견서(?)입니다. 사피엔스에서 자신이 발견(내지 재구성)했던 인류의 현재까지의 번영원인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계에서의 유기체 알고리즘 설을 극단으로 밀고가면 이런 결론이나 예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비유적인 표현도 많이 나오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싸이코패스"(2012)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나와서 흥미있었습니다. 특히 니체의 "신은 없다"는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것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두께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훌쩍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잘 읽힙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기본적인 세계사적 사건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들입니다.


그런데 미국독립선언문이 보장한 것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토머스 제퍼슨이 국민의 행복보장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는 단지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려 했을 뿐이다. 즉 국거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적 선택의 영역을 개인들에게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메리보다 존과 결혼해야 더 행복하다면, 솔트레이크시티보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아야 더 행복하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간섭해서는 안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4면.

에피쿠로스는 제자들에게 행복을 최고선으로 규정할 때 행복해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경고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5면.

어쩌면 행복의 열쇠는 경기도 금메달도 아닌, 흥분과 평안의 황금배합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5면.

반면에 오늘날 한국은 경제강국이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주정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985년에 10만명당 9명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한 반면, 현재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10만명당 서른여섯명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6면.


지금까지 인간이 더 큰 힘을 갖기 위해 주로 외적 도구의 성능을 높였다면, 앞으로는 몸과 마음을 직접 업그레이드하거나 외적 도구와 직접 결합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9면.


획기적인 기술이 일단 생기면 그 기술을 치료 목적에만 한정하고 업그레이드 용도를 전면 금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5면.


이 책의 예측은 예언이라기 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논의로 인해 우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래서 내 예측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무엇하러 예측을 하겠는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7면.


이것이 역사지식의 역설이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행동을 바꾼 지식도 곧 용도 폐기된다. 우리가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할수록, 역사를 더 잘 이해할수록 역사는 그 경로를 빠르게 변경하고, 우리의 지식은 더 빨리 낡은 것이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9-90면.


당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이 애초에 결함을 품고 있다면, 대개 그 이상의 실현단계에 와서야 그러한 결함을 알게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0면.


다른 동물들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 전에 신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다지 공정한 신도 자비로운 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6면.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군의 방법론적 단계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22면.


하지만 생명과학이 영혼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지 증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의 기본원리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진화론이 독실한 신자들에게 고삐 풀린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이 모순에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7면.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 뿐만 아니라 세속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비록 분명한 종교적 교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일생동안 변하지 않고 자신이 죽어도 그대로인 개인적인 본질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9면.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그 동안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온갖 대답을 골백번 넘게 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는 500면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0면.


우리는 내가 믿는 것은 언제나 '진리'이고 미신은 남들이나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1면.


철학의 우아한 영역에서 내려와 역사적 실제들을 보면, 모든 종교 이야기들이 거의 다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같은 윤리적 판단 2. '인간의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 시작한다' 같은 사실적 진술 3. '수태되고 단 하루가 지났어도 절대 낙태해서는 안된다'같은, 윤리적 판단과 사실적 진술을 융합해서 얻은 실질적 지침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64면.


해리스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자, 자유주의자, 민족주의자 들은 윤리적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사실적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2면.


종교는 다른 무엇보다 질서에 관심이 있다. 종교의 목표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과학은 다른 무엇보다 힘에 관심이 있다. 과학의 목표는 연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전쟁을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힘을 획득하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5면.


하지만 사실 근대는 놀랍도록 간단한 계약이다. 계약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7면.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꺠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 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95면.


윤리학에서 인본주의의 모토는 '좋게 느껴지면 해라'이다. 정치학에서 인본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가르친다. 미학에서 인본주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19면.


의미와 권위의 원천이 하늘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옮겨오면서 우주 전체의 성질이 변했다. 신, 뮤즈, 요정, 악귀 들로 바글거리던 외부 우주는 텅 빈 공간이 되었다. 반면 지금까지는 날것의 감정들을 처박아두었던 별 볼일 없는 공간이던 내부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풍부해 졌다. 천사와 악마는 세상의 숲과 사막을 떠도는 실제하는 실체에서 우리 심리 안의 내적 힘으로 탈바꿈했다. 천국과 지옥도 구름 위 어딘가에 있고 화산 밑 어딘가에 있는 실제 장소에서 마음의 내적 상태로 해석이 달라졌다. 우리는 가슴 안에 분노와 증오가 불붙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고, 적을 용서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눌 때마다 천상의 기쁨을 누린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을 때 하고 싶어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23면.


일반적으로 종교나 민족신화 같은 공동의 결속으로 묶인 집단 내에서만 민주적 투표가 효력을 발휘한다. 민주적 투표는 기본에 동의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46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는 대중이 아니라 앞은 내다보는 소수의 혁신가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3면.


레닌은 공산주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 더하기 국가 전체의 전기화"라고 말했다. 전기 없는, 철도 없는, 무선방송 없는 공산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6면.

오늘날 세계는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이 이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86면.


자유의지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순한 철학 훈련이 아니다. 그것은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체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약물,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자극을 통해 그 유기체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3면.


단 하나의 진정한 자아란 불멸의 영혼,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같은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9면.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이 '내가 어리석어서 자기 잇속만 차리는 정치인들을 믿은 탓에 다리를 잃었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탈리아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 내 한몸을 희생했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환상을 갖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은 그것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5면.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 그밖에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자유주의를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백페이지에 걸친 박식한 논증으로 자아와 자유의지를 해제한 뒤, 숨이 막힐 듯 놀라운 지적 공중제비를 넘어, 마치 진화생물학과 뇌 과학의 모든 경이로운 발견들은, 로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의 윤리적 정치이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18세기에 착지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9면.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 된 것은 그 철학적 논증이 한치의 오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1면.


영화와 TV 시리즈물을 보는 시청자들은 변호사들이 주로 법정에서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열정적인 변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은 서류를 끝도 없이 검토하면서, 판례, 법적 허점, 증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변호사들은 존도(소송 당사자의 본명을 모르거나 본명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 옮긴이)가 살해당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느라, 또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해 의뢰인을 보호하는 대규모 사업계약을 작성하느라 바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아직은 아니지만, 기능자기공명 영상 스캐너가 오류가 거의 없는 거짓말 탐지기로서 작동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그 떄가 되면 수백만 명의 변호사, 판사, 경찰, 탐정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하지만 만일 당신이 20년 뒤 의사로 일할 생각으로 오늘 의대에 입학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왓슨 같은 인공지능이 주변에 있는 한 진료실의 셜록은 필요없을 테니까.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1-432면.


인간이 언제까지나 비의식적 알고리즘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이런 몽상에 대한 현시점의 과학적 답변을 세가지 간단한 원리로 요약할 수 있다.

1.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다.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한 모든 동물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며 자연선택된 유기적 알고리즘의 집합이다.
2. 알고리즘의 계산은 계산기를 어떤 물질로 만들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판을 나무로 만들든, 철로 만들든, 플라스틱으로 만들든, 두알 더하기 두알은 네 알이다.
3. 따라서 유기적 알고리즘이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절대 하지 못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계산만 정확하다면, 알고리즘이 탄소로 이루어지든 실리콘으로 이루어지든 무슨 상관인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7면.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전례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42면.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거라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74면.


미국 국가안보국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을 염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구의 외교정책이 거듭 실패하는 것으로 볼 때, 워싱턴에 있는 관료들 중 그 데이터로 뭘 해야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13면.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34면.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책 소개]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을 자신의 독특한 시각에서 편집/재구성하면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증명하는 저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으면서 이스라엘 출신인 저자의 다른 문화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한국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과 분석, 심지어 짜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 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소하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까지 저에게 감탄을 자아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과거의 역사에 대한 통찰로부터 미래에 인류가 맞게될 운명에 대한 예측까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간과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셜록홈즈가 자신의 추리를 왓슨에게 들려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출판사의 선전에 걸맞다고 맞장구쳐주고 싶습니다. 강력하게 일독을 권합니다(이 책에 대한 훨씬 훌륭한 서평으로 문유석 부장님의 페이스북 포스팅


근래 즐겁게 읽은 책들. 이 순서대로 세 권을 연이어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사피엔스-제2의 기계시대-마음의 미래 순으로 인류의 과거-현재-미래 서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 1. 사피엔스한 마디로 한 권으로 읽...
Posted by 문유석 on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을 아울러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들입니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45년 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일한 민족의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10면

동물을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21면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을 전멸시킨 이유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우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친숙하고 관용하기에는 너무 달랐다는 것.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0면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165-166면

이런 사고방식은 고대 중동에서만 통용되던 것이 아니었고, 2006년 기준으로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213-214면

보통 기독교인은 일신론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이신론적인 악마, 다신론적인 성자, 애니미즘적인 유령을 모두 믿는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17면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42면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옛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74-375면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89면

1775년에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80퍼센트를 차지했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규모를 합친 것만으로 세계 총생산의 3분의 2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유럽은 경제적 난쟁이였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96면

근대 초기에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서로 보완적인 두가지 답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대 과학과 자본주의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399면

아메리카에 군사원정대를 보내려 했던 최초의 비유럽국가는 일본이었다. 1942년 6월 일본원정대는 알래스카 해안에 있는 작은 섬인 키스카와 아투를 정복하여, 미국 군인 열명과 개한마리를 포획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본토로 그 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18면

오늘날 엘리트들은 다양한 인간집단이 서로 대조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할 때 이것을 문화간의 역사적 차이라고 말하지, 인종 간의 생물학적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28면

지난 5백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39면

스미스의 이론에서, 사람들은 이웃의 것을 빼앗아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부자가 된다. 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따라서 부자는 사회에서 가장 쓸모 있고 인정 많은 사람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성장의 바퀴를 돌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41면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기, 도둑질,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속임수를 제재하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할 경찰, 법원, 교도소를 설립하고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체제가 할 일이다. 왕이 시장을 적절히 규율하는 업무에 실패하면 신뢰의 상실, 신용의 축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465면

기족과 공동체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제5열(스파이를 말한다-옮긴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507면
: 제5열은 제5전선(미션 임파서블의 원작 TV 시리즈)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 년에 걸친 진호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 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보다 더 잘 증언하는 사례는 없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2015), 50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