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책 소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라는 저작으로 인류사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유발 하라리의 미래에 대한 예견서(?)입니다. 사피엔스에서 자신이 발견(내지 재구성)했던 인류의 현재까지의 번영원인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계에서의 유기체 알고리즘 설을 극단으로 밀고가면 이런 결론이나 예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비유적인 표현도 많이 나오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싸이코패스"(2012)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나와서 흥미있었습니다. 특히 니체의 "신은 없다"는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것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두께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훌쩍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잘 읽힙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기본적인 세계사적 사건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들입니다.


그런데 미국독립선언문이 보장한 것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토머스 제퍼슨이 국민의 행복보장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는 단지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려 했을 뿐이다. 즉 국거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적 선택의 영역을 개인들에게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메리보다 존과 결혼해야 더 행복하다면, 솔트레이크시티보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아야 더 행복하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간섭해서는 안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4면.

에피쿠로스는 제자들에게 행복을 최고선으로 규정할 때 행복해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경고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5면.

어쩌면 행복의 열쇠는 경기도 금메달도 아닌, 흥분과 평안의 황금배합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5면.

반면에 오늘날 한국은 경제강국이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주정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985년에 10만명당 9명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한 반면, 현재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10만명당 서른여섯명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6면.


지금까지 인간이 더 큰 힘을 갖기 위해 주로 외적 도구의 성능을 높였다면, 앞으로는 몸과 마음을 직접 업그레이드하거나 외적 도구와 직접 결합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9면.


획기적인 기술이 일단 생기면 그 기술을 치료 목적에만 한정하고 업그레이드 용도를 전면 금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5면.


이 책의 예측은 예언이라기 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논의로 인해 우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래서 내 예측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무엇하러 예측을 하겠는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7면.


이것이 역사지식의 역설이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행동을 바꾼 지식도 곧 용도 폐기된다. 우리가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할수록, 역사를 더 잘 이해할수록 역사는 그 경로를 빠르게 변경하고, 우리의 지식은 더 빨리 낡은 것이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9-90면.


당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이 애초에 결함을 품고 있다면, 대개 그 이상의 실현단계에 와서야 그러한 결함을 알게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0면.


다른 동물들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 전에 신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다지 공정한 신도 자비로운 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6면.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군의 방법론적 단계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22면.


하지만 생명과학이 영혼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지 증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의 기본원리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진화론이 독실한 신자들에게 고삐 풀린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이 모순에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7면.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 뿐만 아니라 세속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비록 분명한 종교적 교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일생동안 변하지 않고 자신이 죽어도 그대로인 개인적인 본질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9면.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그 동안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온갖 대답을 골백번 넘게 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는 500면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0면.


우리는 내가 믿는 것은 언제나 '진리'이고 미신은 남들이나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1면.


철학의 우아한 영역에서 내려와 역사적 실제들을 보면, 모든 종교 이야기들이 거의 다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같은 윤리적 판단 2. '인간의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 시작한다' 같은 사실적 진술 3. '수태되고 단 하루가 지났어도 절대 낙태해서는 안된다'같은, 윤리적 판단과 사실적 진술을 융합해서 얻은 실질적 지침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64면.


해리스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자, 자유주의자, 민족주의자 들은 윤리적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사실적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2면.


종교는 다른 무엇보다 질서에 관심이 있다. 종교의 목표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과학은 다른 무엇보다 힘에 관심이 있다. 과학의 목표는 연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전쟁을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힘을 획득하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5면.


하지만 사실 근대는 놀랍도록 간단한 계약이다. 계약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7면.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꺠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 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95면.


윤리학에서 인본주의의 모토는 '좋게 느껴지면 해라'이다. 정치학에서 인본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가르친다. 미학에서 인본주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19면.


의미와 권위의 원천이 하늘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옮겨오면서 우주 전체의 성질이 변했다. 신, 뮤즈, 요정, 악귀 들로 바글거리던 외부 우주는 텅 빈 공간이 되었다. 반면 지금까지는 날것의 감정들을 처박아두었던 별 볼일 없는 공간이던 내부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풍부해 졌다. 천사와 악마는 세상의 숲과 사막을 떠도는 실제하는 실체에서 우리 심리 안의 내적 힘으로 탈바꿈했다. 천국과 지옥도 구름 위 어딘가에 있고 화산 밑 어딘가에 있는 실제 장소에서 마음의 내적 상태로 해석이 달라졌다. 우리는 가슴 안에 분노와 증오가 불붙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고, 적을 용서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눌 때마다 천상의 기쁨을 누린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을 때 하고 싶어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23면.


일반적으로 종교나 민족신화 같은 공동의 결속으로 묶인 집단 내에서만 민주적 투표가 효력을 발휘한다. 민주적 투표는 기본에 동의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46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는 대중이 아니라 앞은 내다보는 소수의 혁신가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3면.


레닌은 공산주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 더하기 국가 전체의 전기화"라고 말했다. 전기 없는, 철도 없는, 무선방송 없는 공산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6면.

오늘날 세계는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이 이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86면.


자유의지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순한 철학 훈련이 아니다. 그것은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체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약물,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자극을 통해 그 유기체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3면.


단 하나의 진정한 자아란 불멸의 영혼,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같은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9면.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이 '내가 어리석어서 자기 잇속만 차리는 정치인들을 믿은 탓에 다리를 잃었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탈리아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 내 한몸을 희생했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환상을 갖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은 그것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5면.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 그밖에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자유주의를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백페이지에 걸친 박식한 논증으로 자아와 자유의지를 해제한 뒤, 숨이 막힐 듯 놀라운 지적 공중제비를 넘어, 마치 진화생물학과 뇌 과학의 모든 경이로운 발견들은, 로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의 윤리적 정치이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18세기에 착지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9면.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 된 것은 그 철학적 논증이 한치의 오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1면.


영화와 TV 시리즈물을 보는 시청자들은 변호사들이 주로 법정에서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열정적인 변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은 서류를 끝도 없이 검토하면서, 판례, 법적 허점, 증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변호사들은 존도(소송 당사자의 본명을 모르거나 본명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 옮긴이)가 살해당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느라, 또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해 의뢰인을 보호하는 대규모 사업계약을 작성하느라 바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아직은 아니지만, 기능자기공명 영상 스캐너가 오류가 거의 없는 거짓말 탐지기로서 작동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그 떄가 되면 수백만 명의 변호사, 판사, 경찰, 탐정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하지만 만일 당신이 20년 뒤 의사로 일할 생각으로 오늘 의대에 입학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왓슨 같은 인공지능이 주변에 있는 한 진료실의 셜록은 필요없을 테니까.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1-432면.


인간이 언제까지나 비의식적 알고리즘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이런 몽상에 대한 현시점의 과학적 답변을 세가지 간단한 원리로 요약할 수 있다.

1.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다.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한 모든 동물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며 자연선택된 유기적 알고리즘의 집합이다.
2. 알고리즘의 계산은 계산기를 어떤 물질로 만들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판을 나무로 만들든, 철로 만들든, 플라스틱으로 만들든, 두알 더하기 두알은 네 알이다.
3. 따라서 유기적 알고리즘이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절대 하지 못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계산만 정확하다면, 알고리즘이 탄소로 이루어지든 실리콘으로 이루어지든 무슨 상관인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7면.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전례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42면.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거라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74면.


미국 국가안보국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을 염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구의 외교정책이 거듭 실패하는 것으로 볼 때, 워싱턴에 있는 관료들 중 그 데이터로 뭘 해야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13면.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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