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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2일 화요일

[책소개]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박형남,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휴머니스트(2021)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은 사법연수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책에 나오는 "민사재판에서 사람을 흥부로 보는가, 놀부로 보는가?"라고 묻곤 하셨을 때, 놀부라고 답하면서 얼굴을 붉힌 마음씨 착한 제자들 후보군 중에 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는 것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책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에 이어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사라는 직업과 그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거나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네요.  2022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로 선정될 만큼 술술 읽히는 분량이 매력적입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구절들입니다.

-법조문상 처벌대상은 넓지만 실제 처벌은 선별적으로 집행되면서, 시민의 준법정신은 약화되고 법의 실효성은 의심받으며 범죄 예방과 억제기능은 사라진다(27면).

-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면 '국가형벌권을 동원할 사안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27면).

- 법조계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제일 많이 알고, 그 다음은 변호사이며, 가장 사건을 모르는 판사가 결론을 내린다(42면).

-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적법절차라는 틀 속에서 검사와 피고인이 주장하고 반박하며 판사가 판단하는 과정에서,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43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의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다(54면).

- 법리와 판례를 판사의 고유영역이라며 도외시하는 태도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다(86-87면).

- 다시 말해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권력자에게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147면).

- 법률가는분쟁을 만나면 그에 맞는 공구를 꺼내 처리한다. 이런 점에서 요건사실은 법률가까리 통용되는 프로토콜(protocol)'이고, 법률가와 시민 사이에 가로놓은 진입장벽이다(166면).

-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이길 사건이 지고 질 사건이 이기지는 않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절차적으로 전관이 배려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192면).

- 드라마를 보면 판사가 사무실에서 검사나 변호사와 전화하거나 함께 식사하며 유무죄나 형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 일은 현실에서 결코 없다(197면).

-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생각과 주장을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하는 '카멜레온'이다(198-199면).

- 개인과 집단이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를 일원화하고 법으로 굳혀버리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반합니다(220면).



2021년 7월 13일 화요일

[책소개]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유)법무법인 화우,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박영사(2016)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논문이 수록된 민사판례연구 37권을 사려고 보니 65,000원인 것이었습니다. 수록된 수십개의 논문중 1개를 확인하기 위해 박영사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결제과정에서 모래시계가 돌더군요. 잘되었다 싶어, 다른 입수방법을 찾아보니 서울지방변호사회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일주일간 5권을 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민사판례연구 외에 들어온 신간들이 뭐가 있는지 보다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는데 '법률문장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빌려와서 후루룩 3시간 정도 만에 다 읽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넘겨버릴 만한 것도 있었지만, 엇 이건 몰랐네? 하는 내용들이 많았고, 법률문장에 대해서 잔뻐가 굵으신 분들의 짤막한 에세이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깊이 들어간다면 실제 변호사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고, 변호사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뭐 이런 쪼잔한 사람들이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동종업계 선배님들의 조언은 몇번이고 되새겨도 계속 부족하겠지만요. 오랜만에 계속해서 책을 읽고 서면을 쓰고 자기자신을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내용들입니다.

자료 속에 답이 있다. 당사자의 행동에, 말에, 태도에 답이 있다. -2면

일반적인 이론이나 판례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논증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4면

법률문서는 품격이 있어야 하므로 품위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감정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6면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쓰기만 존재할 뿐이다.

-E.B. 화이트 -7면

사실인정에 관한 쟁점에서는, 쟁점사실과 관련된 증거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그 중 채용하기 곤란한 증거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용할 수 없는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사실은 무엇인가를 차례로 논증하는 방법으로 주장을 전개하여야 한다. -14면

판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판례의 유추, 간접 적용, 두서너 개 판례의 혼합, 아이디어 차용 등 다양한 응용과정을 거쳐야 한다. -18면

변호사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할 때에는 판례내용을 단순히 옮기기 보다는 판례가 언급한 법리의 구성요소를 분해한 다음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가 이러한 법리의 구성요소에 부합한다는 점을 순차적으로 밝혀나가는 방식을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21면

대법원 2015. 5. 10.자 2014모1234 전원합의체 결정

결정이나 명령은 일자 뒤에 '자'를 쓴다(헌법재판소 결정은 제외)- 22면

당사자 지위에 따라 임대인을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임대보증금', 임차인을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임차보증금'이라고 적는다.

대주를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대여금'이라고 적고, 차주를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차용금'이라고 적는 것이 좋다. -23면

전문가의 영역에서 모든 승부는 바로 이 '한 번 더, 조금 더'에서 갈라진다. -26면

한 문장에서 단어는 [주어-일시-상대방-목적물-행위]의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원칙이다. -29면

이렇게 켜켜이 쌓아 비대하게 만든 문장을 '시루떡 문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32면

다만 축약문구 형태의 제목이라 하더라도 "원고 주장의 부당성"과 같이 말하고자 하는 본문 내용의 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추상적 포괄적 제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39면

판례번호를 기재할 때에는 각주보다 괄호를 사용한다. -42면

원칙적으로 문장이 세 줄을 넘어가면 문장을 나누어 써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50-51면

작은 따옴표는 내용을 강조할 경우에 쓰고, 큰따옴표는 직접 인용하였음을 나타내는 인용부호로 사용할 것 -55면

수식어는 가급적 세 단락 이내로 사용하고, 수식어를 연속하여 여러개 사용할 경우, (1) 긴 것을 먼저, (2) 수식어절을 수식어구보자 먼저, (3) 중요한 것을 먼저, (4) 연결성이 강한 것을 먼저 배열하는 것이 좋다. -61면

형사사건에서 사실오인을 다투기 위하여 상고하는 때에는, 원심의 판단이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우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내용으로 상고이유를 잘 구성하여야만 상고이유의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97면

증인이 특정 장소에 가거나 틀정인을 만난 이유 등 증인이 사실관계를 경험하게 된 경위에 관한 질문은 증인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유용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질문을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99면

법관으로 하여금 증인이 주신문에 증언한 내용은 믿기 어렵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반대신문은 성공한 것이다. -101면

전문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사항은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하여 전문가의 증언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 -101면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면 최소한 어느 설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의견과 그 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117면

법률가라는 직업은 모든 일이 글을 읽는 데서 시작하여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1면, 변동걸, 글쟁이의 꿈

변호사들은 자신이 전개하는 법리가 자신만의 법리가 아니라는 점을 가급적 많은 전거를 제시함으로써 재판부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201면, 정덕모, 소송서류 작성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이를 법률적으로 가공하여 판사에게 제시하는 자이다. -210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법률문서에서 사용한 과공한 표현은 오히려 문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12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송무 변호사업을 3W 라고 한다. Writing, Walking, Waiting.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법정까지 걸어가야 하고,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 -216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송무 변호사로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삶을 계속 선택하고 있다는 실존에 다름 아니다. -218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법률문장은 정확한 문법이나 수려한 문체보다도 근거에 입각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고, 이 점이 법률문장의 생명이다. -224면, 김철호, 법률문장, 어렵지 않다

팩트는 당사자가 만든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당사자들이 이미 '저질러 버린' 팩트를 변호사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훌륭한 변호사는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처음에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고쳐 생각할 여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심지어 '이게 맞다'라고 입장을 바꾸어 공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게 문장의 힘이다. 때론 장맛보다 뚝배기다. -228면,  안상현, 장맛보다 뚝배기

2021년 2월 24일 수요일

소액사건에서 소송대리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소액사건으로 소송을 하려고 하신다고 하기에, 민사소송의 당사자와 소송대리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단독사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친족, 고용인 등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었는데, 소액사건에서 특례가 있었다는 것까지 자세히 설명이 안된 것 같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소액사건 특례-이전포스팅도 있네요. 이때만해도 소액사건이 2,000만원까지가 소액사건이었네요).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소송의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소를 제기하거나 소송수행을 할 수 있고, 소제기나 소송수행을 소송대린에게 위임하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사소송법 제87조).

하지만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소가가 일정금액 이하인 사건(소가 1억원)에서는 법원이 허가를 하는 경우, 당사자와 밀접한 생활관계를 맺고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당사자와 고용계약 등으로 사무를 처리보조하는 사람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88조 제1항)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액사건(소가 3,000만원 이하)에서는 당자사의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제1항). 소송대리인은 당사자와의 신분관계 및 수권관계를 서면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위임장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계이지만, 이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위 소송대리인에 대한 특례는 1심 에서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심에서 친족이나 고용인이 소송대리인으로 절차를 진행한 사건도,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이 항소하여 2심에 들어서게 되면 1심의 소송대리인이 소송진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당사자 본인이 소송을 진행하거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합니다. 

혹시나 본인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며칠동안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축인 대법원장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의 독립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탄핵이나 걱정하는 시다바리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또한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만에 인정하고 말뒤집기 하는 추태와 함께라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상고심까지 3번이나 다투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의뢰인에게 법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판사들의 사건에 대한 파악정도나 법리에 대한 해박함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건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바탕에는 판사들에게 일반인에게 없는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은 갖추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변에 판사직을 수행하는 친구/지인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때 대부분이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의뢰인들에게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 판사는 신뢰할 수 있다. 판결에 억울함이 있다면 항소/상고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우리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시키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판사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대법원장 이라는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가져야만 하는 수준인지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우격다짐으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기소가 된 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옷을 벗고자 사표를 제출했더니, 그 사람에게 "국회에서 탄핵주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자신이 곤란하다"고 사표를 받지 않았다니요.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이면 판사가 그러한 정치적 외압에 의해서 좌우되지 못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도 없는 사람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반대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하자 "미국에는 '오바마판사'나 '클린턴판사'는 없다. 오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받아쳤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2. 5.자 기사). 우리에게 이 정도 기개가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는게 일개 변호사의 욕심일 뿐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경위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애초에 임부장판사측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발의되자, 탄핵문제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에서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를 해서, 임부장판사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임부장판사는 녹취를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사실 자신이 되려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릴 상황이 아니라면 녹취한 것이 떳떳한 것도 아니고 공개하지 않았겠죠), 대법원장이 되려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부득이 공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합니다. 대법원의 발표는 대서특필되고, 임부장판사의 주장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겠죠. 애초에 임부장판사가 왜 대화를 녹취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딴말을 하는 것이 여러번이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위법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녹음을 한 것입니다. 임부장판사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막판이 더 충격적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딴말하고, 나한테 말한 그 정도 말을 기억 못한다면 대법원장을 하면 되겠나."

이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팽개쳤다면,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법원과 판결에 대한 무한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의뢰인에게 저 따위 사람이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는 법원의 판결에 무슨 권위와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을 들어도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항상 권력에 독립하여 판단하고 재판하지 못한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의 비위에 단죄를 내릴 도덕성과 정당성이 법원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부의 수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에 눈치를 볼 생각 밖에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원 전체 나아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해치기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책 소개] 민법학의 기본원리



권영준, 민법학의 기본원리, 박영사(2020)

동료 변호사님의 페북을 보다가, 극찬을 하시는 법서(?)가 있어서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민법 관련해서는 워낙 기본 교과서(곽서 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더군요)에서 기본원리에 대한 논쟁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들어있는 편이었고, 그에 기반해서 신진학자(양창수, 이은영 교수님이 비교적 신진학자였는데, 현재는 이분들도 원로급이 되어버리셨네요)들이 이에 대한 활발한 비판과 이론전개를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민법을 관통하는 기본원리들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실제 사안과도 연결하는 저서를 보게 되다니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점을 이분법에 기반하여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사전에 그 약점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도 깔끔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설명은 충분히 친절하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직역 종사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부분들입니다.

법관의 사실인정의 본질은 당사자들의 불완전한 주장과 증거를 소재로 하여 경험칙에 기초한 평가작용을 함으로써 사실을 규범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데에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인지 모른다.-26면.

불법행위법에서의 법리는 다른 민법 영역의 법리에 비하여 그 강고함과 정교함이 떨어지는 대신 이익형량적 사고가 지배한다.- 29면.

영국에는 법의 수호자로서 법관을 신뢰하고 법관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독일에는 법관에 못지 않게 법학자의 권위가 높고 이들을 통해 법의 내용이 상당 부분 정리되어 나가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프랑스에는 법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여 법관을 "법률을 말하는 입"으로 바라보며 입법자를 우위에 두는 전통이 존재하였다.-44면.

가령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지만 중국 법제는 보편성과 합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법제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다수 국가의 대표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개인의 역량도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48면.

법률행위와 같이 매우 중요한 대륙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영미법계 언어로는 쉽게 번역하기 어려운가 하면, 약인과 같이 매우 중요한 영미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대륙법계의 언어로 완전히 정확하게 옮겨지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72면.

이론은 법의 자양분을 제공하고, 법리는 법의 주된 모습을 형성하며, 실무는 사건과의 맥락 아래에서 법을 구체화한다.-75면.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론, 법리, 실무의 기능을 요약하면 "안정화(이론)"-> "최적화(법리)"->"정당화(이론)"로 정리할 수 있다.-78면.

실무는 법리의 존중 위에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이는 맹목적 복종이 아니라 비판적 존중 내지 성찰적 추정이어야 한다.-78면.

민법의 3대 기본원리라고 일컬어지는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은 대체로 개인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려는 사상적 기초 위에 서 있다.-89면.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종전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였다.-134면.

뉴질랜드의 1972년 사고보상법은 국가는 모든 인신사고에 대하여 가해자의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손해(의료비와 재활비, 일실이익의 80%, 27,000뉴질랜드 달러를 상한선으로 하는 비재산적 손해, 기타 필요비용 상당)를 보상해주는 제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는 공동체책임의 이념에 의거하여 국가의 재원에 의하여 손해를 전보해 주는 것이다. 한편 그 범위 내에서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금지된다. 이는 공적 부조제도가 불법행위법의 기능을 떠맡게 된 대표적인 예이다.-185면.

특히 형사재판이 민사재판보다 훨씬 엄껵한 절차와 원리에 따라 제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사적 제재의 용인은 민사재판을 통한 형사절차원리의 회피문제를 야기한다.-197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배상으로서 우리나라 공서양속에 반할 수 없어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로 서울지법 동부 판 1995. 2. 10., 93가합19609 참조. 이 사건의 항소심판결(서울고판 1996. 9. 18. 95나14840)과 상고심 판결(대판 1997. 9. 9., 96다47517)애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명시적 언급 없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지지하였다.-198면.

합리적인 법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강제한 뒤 이를 지키지 못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211면.

국가기관이 지키라고 한 것을 모두 지켰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행위자를 위축시킨다.-212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소유권의 보호범위가 그 소유물의 위치정보 통제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236-237면.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1710년 영국의 앤 여왕법에서 출판일로부터 14년간이었던 것이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238면.

오늘날의 독일의 소유권개념이 로마적 소유권관념과 게르만, 독일적 소유권관점이 서로 맞서는 긴장영역에서 성립하였다고 하는 점은 대체로 요즈음도 역시 학식 있는 법률가의 법사학적인 기초지식에 속한다.-257면[양창수 역, 게르만적 소유권개념의 이론에 대하여(칼 크로쉘) 중]

오히려 법률해석은 자연적인 상태의 법률 텍스트를 경쟁적인 여러가지 관점의 각축장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상태로 부활시키는 고도의 규범 가공 작용이다.-315면.

법관은 언어를 다루는 자로서 세상사의 이치와 운영 규칙을 담고 있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인간의 법적 운명을 좌우한다. 법은 곧 말을 둘러싼 다툼이다.-317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324면.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민법은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일들에 흔들림없이 고고하게 안방에 앉아 있으면서 집안을 좌우하는 중대사에 대해서만 조언을 해주는 안주인 같은 법이다.-332면.

이 판결 이후인 2007. 5. 17. 신설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1조의2는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외출 또는 외박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리(외출 등의 허가, 기록관리, 보험사업자 열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397-398면.

사후적 관점은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쁜 선례가 될 위험성을 감수하고, 사전적 관점은 좋은 선례를 정립하기 위해 해당 사건에서의 불편한 결과를 감수한다.-403면.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상장회사들은 준거법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법보다 뉴욕주의 법을 현저하게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뉴욕주의 법은 구두증거 배제 법칙 및 명백성 원칙을 중시하여 사전에 예측가능한 계약해석을 선호하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문언 이외의 다양한 맥락들을 참조하여 사후적으로 공평타당한 계약해석을 선호하기 떄문이라는 것이다.-408면.

법관은 해당 사건에 관한 한 어떤 정책가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사건의 재판에 관한 한 법관의 판단은 가장 높은 권위를 획득한다.-413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판결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관련 사건에 연루되었을 떄 비로소 관련 판결은 거인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413-414면.

수많은 가치와 이익이 각축하는 규범의 전장에서 법관은 한편으로 법의 이상을,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양자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법관은 사회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전문적 분쟁을 실무적으로 능숙하게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근본적인 이론이나 가치 체계, 일반적인 법리에 정통하여 세부 문제들을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라야 한다.-425면.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KBS 뉴스 2020. 1. 14.자 기사

요약하자면
장황한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엄청난 방어의 부담 지우는 부분 : 공소장일본주의위반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많음
영장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 헌법위반, 증거능력 없음(영장에 검색어를 2015후2204 15후2204로 제한했는데, 검찰이 "2015", "후", "2204"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증거로 제출)
제출된 사진-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 없음
제출한 사진으로 기억을 되살린 참고인의 진술 - 위법수집증거의 2차증거로 증거능력 없음
암시적이고 반복적인 유도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 특신상태 인정하기 어려워 증거능력 없음
피의사실공표 : 검찰이 피의사실공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포토라인 :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음

이 정도가 되겠는데, 중요한 부분은 압수수색 잘못(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거조사결과(참고인진술) 또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검사의 피신조서의 특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거능력이 부정된 부분이 무죄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도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형사변호사에게는 의미있는 판결 같네요.



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s of Spies)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행크스

넷플릭스에 2015년작 영화가 올라왔는데, 스파이 영화라면서 톰행크스 얼굴 크게 나와 있길래 톰형 무슨 액션 하시나 하고 봤는데... 어윽 톰형 직업이 보험전문 변호사... 냉전시대 변호사라... 하면서 보다가 헌법에 대한 이해를 보고 엇... 하고

My name's Donovan. Irish, both sides. Mother and father. I'm Irish and you're German. But what makes us both Americans? Just one thing. One. Only one. The rule book. We call it the Constitution, and we agree to the rules, and that's what makes us Americans. That's all that makes us Americans. So don't tell me there's no rule book, and don't nod at me like that you son of a bitch.

제 이름은 도노반입니다. 부보님 모두 아일랜드계지요. 저는 아일랜드계이고 당신은 독일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둘 모두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까?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 오직 하나. 룰북. 우리는 이것을 헌법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규칙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사건에는 룰북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렇게 나한테 고개 까딱까딱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헛 변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거야 ㅎㅎㅎㅎ 하다가

이 부분 보고 심쿵함...

I know this man. If the charge is true, he serves a foreign power but he serves it faithfully. If he is a soldier in the opposing army he is a good soldier. He has not fled the battle to save himself; he has refused to serve his captor, he refused to betray his cause, he has refused to take the coward’s way out. The coward must abandon his dignity before he abandons the field of battle. That, Rudolf Abel will never do. Shouldn’t we, by giving him the full benefit of the rights that define our system of governance, show this man who we are? Who we are: greatest weapon we have in this Cold War? Will we stand by our cause less resolutely than he stands by his?

저는 이 사람을 압니다. 기소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외국열강에 복부하지만, 그는 그것도 진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대 군대의 군인이라면 그는 좋은 군인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투에서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붙잡은 측에 봉사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조를 배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겁쟁이의 길로 나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겁쟁이는 전장을 버리기 전에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자입니다. 루돌프 아벨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통치체제가 정의하는 완전한 권리들의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가 이 냉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의 신조를 지킴에 있어 덜 단호할 것입니까?

뭐 이후 전개는 소련에 억류된 미국정찰기 조종사와 동독에 억류된 예일대 대학생과 루볼프 아벨과의 교환을 위해서 동독에서 고군분투해서 성공했다는 그런 이야기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중반에 나온 대법원에서의 변론장면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에는 그 체제의 기본적인 권리가 가장 부여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함.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소수자 보호)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확인시켜 주는 것.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혜택을 현재 누가 제일 잘 누리고 있는가. 적어도 신문기사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직 법무부장관인가? PC방 살인범인가?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임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2018년 6월 4일 월요일

직업인 초청강연


지난 금요일은 둘째가 다니고 있는 상명중학교에 가서 직업인 초청강연 이라는 걸 하고 왔습니다. 이미 2014년경 첫째가 다닐 때도 해본 경험이 있는 터라, 컴퓨터에도 그 때 썼던 ppt 자료도 남아있었고, 날짜 등의 내용만 약간 고쳐서 다시 한번 특강을 하였네요. 큰놈 때 특강을 들었던 친구들은 이미 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지만 부담은 없었습니다.

 
아침에 안내된 장소에 가니 미리 감사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샤오미보조배터리는 저리가라할(2박 3일동안 버틴다네요) 보조배터리가 감사선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몇년전에는 교통비를 봉투에 넣어주셔서 바로 지하 매점에 가서 음료수 30개 사서 아들넘 반에 친구들 하나씩 먹으라고 가져다 주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침부터 왔다고 간단한 핑거푸드(라고 하기엔 양이 되네요)가 있어서 아침은 안먹는 편이지만 감사히 먹었습니다.

직업인 초청강연은 2, 3교시 두시간이었는데 2교시는 둘째놈 반 친구들에게, 3교시는 변호사에 대해서 강연을 듣고 싶은 친구들에게 각각 45분씩 특강을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놈은 두번째 시간은 다른 직업 특강을 찾아가 들을 줄 알았는데, 두번째 시간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제 특강을 듣더군요.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변호사가 있는지, 관련해서 민사소송/형사소송은 어떻게 구별되는지, 변호사가 좋은 점은 무엇인지 말하다보면 끝이 없을 수 있는 이야기를 때로는 장황하게, 때로는 간략하게 설명하다 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 갔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관심없는 친구들에게는 무지하게 졸린 사회선생님의 설명과 비슷하기 때문에 엎어져 자는 친구들도 물론 꽤 되어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가 가장 좋은 점은 이 블로그에도 써 놓았던 "프로페셔널"이라는 점(진로의 날 특강 참조)을 설명하다 보면 거의 마칠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담당 선생님께서 상명중학교의 자랑 급식을 맛보고 가라고 하셔서, 오랜만에 식판에 밥을 담아 먹고 왔습니다. 간이 약간 심심한 것을 제외하면 괜찮은 식사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맵고짜게 먹는 탓이었던 것 같네요. 이제 둘째놈도 3학년이라 졸업하면 더 이상 직업인 초청강연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강의 끝나고 나서 둘째놈이 강의해 주셔서 고맙다고 하는 걸 들으니 그것보다 더 큰 선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졸지 않고 재미있게 들어줘서 고맙다!!!'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수용자의 서신은 검열할 수 있는가


저는 당연히 수용자(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의 외부로의 서신은 변호인과의 서신을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2013년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수용자의 서신의 절대적 검열(변호인과의 서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봉상태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음)은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333 결정)이 나온 이후에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사유가 있는 경우에, 수용자에게 검열사실을 통지하고 검열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관련조항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① 수용자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의 수수금지 및 압수의 결정이 있는 때
2.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3.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정시설의 수용자 간에 서신을 주고받으려면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에 법령에 따라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④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
2.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
3. 제1항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의 서신인 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① 수용자는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해당 서신을 봉함하여 교정시설에 제출한다. 다만, 소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법 제43조제3항에 따른 금지물품의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할 수 있다.  <개정 2013.2.5., 2017.9.19.>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용자가 변호인 외의 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가. 법 제104조제1항에 따른 마약류사범·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나. 제84조제2항에 따른 처우등급이 법 제57조제2항제4호의 중(重)경비시설 수용대상인 수형자
2. 수용자가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다른 수용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3. 규율위반으로 조사 중이거나 징벌집행 중인 수용자가 다른 수용자에게 서신을 보내려는 경우
② 소장은 수용자에게 온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개봉하여 확인할 수 있다.
[제목개정 2013.2.5.]
[2013.2.5. 대통령령 제24348호에 의하여 2012.2.23.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된 이 조 제1항을 개정함.]

 ① 소장은 법 제43조제4항제4호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용자가 다른 수용자와 서신을 주고받는 때에는 그 내용을 검열할 수 있다.
1. 법 제104조제1항에 따른 마약류사범·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인 때
2. 서신을 주고받으려는 수용자와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때
3. 규율위반으로 조사 중이거나 징벌집행 중인 때
4.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② 수용자 간에 오가는 서신에 대한 제1항의 검열은 서신을 보내는 교정시설에서 한다. 다만,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서신을 받는 교정시설에서도 할 수 있다.
③ 소장은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이 법 제43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를 개봉한 후 검열할 수 있다.  <신설 2013.2.5.>
④ 소장은 제3항에 따라 검열한 결과 서신의 내용이 법 제43조제5항의 발신 또는 수신 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발신서신은 봉함한 후 발송하고, 수신서신은 수용자에게 교부한다.  <신설 2013.2.5.>
⑤ 소장은 서신의 내용을 검열하였을 때에는 그 사실을 해당 수용자에게 지체 없이 알려주어야 한다.  <신설 2013.2.5.>
[제목개정 2013.2.5.]


일반적인 서신수수와 달리, 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수수의 검열은 원래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① 제41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다.
②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제43조제4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다.

2018년 1월 3일 수요일

법률심리상담가?



신문에 변호사 관련 기사가 나와서 유심히 보았습니다.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만 법률심리상담가가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데요([신년기획]직(職)은 사라져도 업(業)은 남는다... 변호사보다 법률심리상담가 빛 볼 것, 중앙일보 2018. 1. 3.자 기사) 관련 부분입니다.

'장 총장은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발달하면 법률 지식으로서의 변호사란 직업은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법률 분쟁에서 화해를 중재하고, 법률전문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심리 상담을 하는 컨설턴트는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총장은 "개별 변호사들에겐 창의력과 감성, 독창적 사고방식이나 비판의식, 그리고 인간애와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기본적 자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분쟁의 주체가 AI를 컨트롤할 만한 법적 지식이 없다면, 그 명칭이 어떻게 되건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로서도 변호사의 업무가 법률과 판례만 찾아 적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률심리상담가라는 직업이 나왔다간,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법위반을 문제삼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변호사들에게 요구된다는 자질은 딱히 직업적 특성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저걸 다 가지고 있으면 "철인(哲人)"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현재의 법적, 제도적, 직업적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고찰 없이 전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쉽게 "아무말"로 전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 짧은 소견으로 AI가 법조인이라는 직업군을 쉽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너무 까칠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아침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심리학 열심히 공부해야 할까요?

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책 소개] 망내인(網內人)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크리스마스 선물로 애들에게 책을 사주기 위해 갔다가 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책입니다. 이전에 작가에 대해서 들었던 것도 아니고, 한스미디어라는 출판사를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표지를 보니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살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겠구나... 홍콩작가는 뭔가 다를까?' 라는 생각에 집어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커들이 사용하는 소위 '신상털기'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에서 의도치 않은 게시물의 파장이 불러온 결과에 그에 대해서 대응하는 인물의 심리 등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문외한인 여자주인공 '아이'를 등장시켜서 남자주인공 '아녜'가 설명해 주는 식으로 풀어간 부분도 맘에 든 부분입니다.

가장 맘에 든 부분은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악인으로 설정하고, 피해자는 아무런 흠결없는 순수한 희생양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양조차도 비난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나쁜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정상참작이라고는 전혀 할 필요도 없는 파렴치한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 줄거리 소개는 부적절하고, 중간중간 인터넷이나 네트워크 관련 잘 정리된 설명과 인상깊은 구절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날입니다. 올해 마지막 블로그 게시글이기도 하네요. 한해동안 제 블로그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로 잘 미끄러지시길(Guten Rutsch)!

2015년 2월 9일 재판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샤오더핑은 홍콩법 제200장 제122-1조를 위반한 성추행으로 기소되었다. 그는 범행을 부인하였고, 변호인이 언론 매체가 부정적인 정보를 대거 폭로하여 불공정한 재판을 유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법정심문 영구금지' 처분을 신청했다(법정심문 영구금지 : 재판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더 이상 이 안건을 수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샤오더핑의 신청은 기각되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44-45면 : 홍콩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가 있어 흥미로웠네요.


모든 게시판의 서버기에는 IP 기록이 남습니다. 나는 몇 분만 있으면 땅콩게시판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열어서 그 기록을 추출할 수 있어요. 그러면 목표 IP 위치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어넣고 역방향으로 ISP를 검색하고 다시 ISP 접속 기록을 선별해서 클라이언트의 실제 위치를 찾아냅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81면.

"그러나 이 글의 게시자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분명히 나이도 젊을 겁니다. 지금 유행하는 저항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요즘 홍콩은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이 뒤집혀버렸다. 힘으로 정당한 논리를 찍어누르고, 흰색이 검은색으로 둔갑한다.' 이런 말은 보수파가 쓸 리 없습니다. 적어도 힘으로 논리를 찍어누른다는 표현은 뺐을 겁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29-130면.


용의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받는 것 같은 느낌. 나쁜 점은 숨기고 좋은 점만 내세우며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잔뜩 열거합니다. 부부관계 같은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최대한 강조하죠. 샤오더핑의 아내가 '저희는 무척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검사 측에선 그에 반대되는 증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거야말로 법정변호의 중요한 지점이죠. 내가 의심하는 것은 게시자가 샤오더핑의 변호사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겁니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33면.

요즘 열네댓살 여자아이들의 비밀은 어른들보다 많을 겁니다. 인간관계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요. 통신기술과 SNS의 발달로 십대 아이들은 쉽게 어른들 세계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애는 여자애들이 매춘을 하려면 포주 같은 놈들을 통해야 했지만, 지금은 애들이 각자 개인사업자처럼 일합니다.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직접 '고객'과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34면.

많은 나라가 선불 휴대폰 유심 구입 시 신분 증명을 요구하거나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추적 장치가 있습니다. 반면에 홍콩에선 전혀 추적할 수 없죠. 선불카드가 대량으로 여러 소매점에 운송되고, 몇 십 홍콩달러의 현금만 내면 아무도 모르는 인터넷 입장권을 갖게 되는 겁니다. 미국에선 이런 식으로 선불 유심카드를 쓰는 휴대폰을 버너라고 부릅니다. 다 쓴 다음에는 바로 버리고 곧바로 불에 태운다는 뜻이죠. 마약상이나 범죄자, 테러범 등이 사용하고요.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183-184면.

우리는 이번에 그저 조사를 하러 가는 거고, 운이 따라줄지 시험해보는 것뿐이라는 말입니다. 나머지 열일곱, 아니 열여덟명의 용의자도 살펴봐야 합니다. 선입견은 탐정 일에서 금기예요. 가설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가설을 세운 뒤에는 그것이 틀렸음을 밝힐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가설이 맞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219-220면.

그런데 아녜의 말을 듣고 보니 현대인은 자신이 은밀한 방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 방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는 꼴이다. 그 유리를 통해 몇 쌍의 눈이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312면.

"남의 용서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소망이지. 용서를 얻고 나면 자기는 마음편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그건 위선이야. 샤오원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그 죄책감을 짊어지고 언제까지나 친구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살아. 이제 영원히 샤오원에게 지은 죄를 갚을 수 없으니까. 남은 인생을 영원히 그 죄책감을 안은채 그 때 왜 한 걸음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살아. 하지만 후회하는 동시에 너는 잘 살아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렴. 네 마음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해. 그것만이 네가 마음속의 후회를 줄이고 네 죄를 갚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지금 느끼는 죄책감은 피와 살이 되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줄 거다."
-찬호께이, 강초아 역, 망내인, 한스미디어(2017), 325-326면.



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책 소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사피엔스"([책 소개] 사피엔스)[라는 저작으로 인류사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유발 하라리의 미래에 대한 예견서(?)입니다. 사피엔스에서 자신이 발견(내지 재구성)했던 인류의 현재까지의 번영원인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계에서의 유기체 알고리즘 설을 극단으로 밀고가면 이런 결론이나 예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비유적인 표현도 많이 나오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싸이코패스"(2012)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나와서 흥미있었습니다. 특히 니체의 "신은 없다"는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것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두께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훌쩍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잘 읽힙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기본적인 세계사적 사건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들입니다.


그런데 미국독립선언문이 보장한 것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토머스 제퍼슨이 국민의 행복보장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는 단지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려 했을 뿐이다. 즉 국거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적 선택의 영역을 개인들에게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메리보다 존과 결혼해야 더 행복하다면, 솔트레이크시티보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아야 더 행복하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간섭해서는 안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4면.

에피쿠로스는 제자들에게 행복을 최고선으로 규정할 때 행복해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경고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5면.

어쩌면 행복의 열쇠는 경기도 금메달도 아닌, 흥분과 평안의 황금배합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5면.

반면에 오늘날 한국은 경제강국이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주정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985년에 10만명당 9명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한 반면, 현재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10만명당 서른여섯명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6면.


지금까지 인간이 더 큰 힘을 갖기 위해 주로 외적 도구의 성능을 높였다면, 앞으로는 몸과 마음을 직접 업그레이드하거나 외적 도구와 직접 결합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69면.


획기적인 기술이 일단 생기면 그 기술을 치료 목적에만 한정하고 업그레이드 용도를 전면 금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5면.


이 책의 예측은 예언이라기 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논의로 인해 우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래서 내 예측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무엇하러 예측을 하겠는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7면.


이것이 역사지식의 역설이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행동을 바꾼 지식도 곧 용도 폐기된다. 우리가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할수록, 역사를 더 잘 이해할수록 역사는 그 경로를 빠르게 변경하고, 우리의 지식은 더 빨리 낡은 것이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89-90면.


당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이 애초에 결함을 품고 있다면, 대개 그 이상의 실현단계에 와서야 그러한 결함을 알게 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0면.


다른 동물들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 전에 신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다지 공정한 신도 자비로운 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06면.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군의 방법론적 단계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22면.


하지만 생명과학이 영혼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지 증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영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의 기본원리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진화론이 독실한 신자들에게 고삐 풀린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이 모순에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7면.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독실한 그리스도교도와 이슬람교도 뿐만 아니라 세속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비록 분명한 종교적 교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일생동안 변하지 않고 자신이 죽어도 그대로인 개인적인 본질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149면.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그 동안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온갖 대답을 골백번 넘게 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는 500면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0면.


우리는 내가 믿는 것은 언제나 '진리'이고 미신은 남들이나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51면.


철학의 우아한 영역에서 내려와 역사적 실제들을 보면, 모든 종교 이야기들이 거의 다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같은 윤리적 판단 2. '인간의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 시작한다' 같은 사실적 진술 3. '수태되고 단 하루가 지났어도 절대 낙태해서는 안된다'같은, 윤리적 판단과 사실적 진술을 융합해서 얻은 실질적 지침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64면.


해리스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자, 자유주의자, 민족주의자 들은 윤리적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사실적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2면.


종교는 다른 무엇보다 질서에 관심이 있다. 종교의 목표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과학은 다른 무엇보다 힘에 관심이 있다. 과학의 목표는 연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전쟁을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힘을 획득하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5면.


하지만 사실 근대는 놀랍도록 간단한 계약이다. 계약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77면.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꺠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 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295면.


윤리학에서 인본주의의 모토는 '좋게 느껴지면 해라'이다. 정치학에서 인본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가르친다. 미학에서 인본주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19면.


의미와 권위의 원천이 하늘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옮겨오면서 우주 전체의 성질이 변했다. 신, 뮤즈, 요정, 악귀 들로 바글거리던 외부 우주는 텅 빈 공간이 되었다. 반면 지금까지는 날것의 감정들을 처박아두었던 별 볼일 없는 공간이던 내부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풍부해 졌다. 천사와 악마는 세상의 숲과 사막을 떠도는 실제하는 실체에서 우리 심리 안의 내적 힘으로 탈바꿈했다. 천국과 지옥도 구름 위 어딘가에 있고 화산 밑 어딘가에 있는 실제 장소에서 마음의 내적 상태로 해석이 달라졌다. 우리는 가슴 안에 분노와 증오가 불붙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고, 적을 용서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눌 때마다 천상의 기쁨을 누린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을 때 하고 싶어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23면.


일반적으로 종교나 민족신화 같은 공동의 결속으로 묶인 집단 내에서만 민주적 투표가 효력을 발휘한다. 민주적 투표는 기본에 동의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46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는 대중이 아니라 앞은 내다보는 소수의 혁신가들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3면.


레닌은 공산주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 더하기 국가 전체의 전기화"라고 말했다. 전기 없는, 철도 없는, 무선방송 없는 공산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76면.

오늘날 세계는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이 이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86면.


자유의지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단순한 철학 훈련이 아니다. 그것은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체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약물,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자극을 통해 그 유기체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3면.


단 하나의 진정한 자아란 불멸의 영혼,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같은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399면.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이 '내가 어리석어서 자기 잇속만 차리는 정치인들을 믿은 탓에 다리를 잃었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탈리아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 내 한몸을 희생했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환상을 갖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은 그것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5면.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 그밖에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자유주의를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백페이지에 걸친 박식한 논증으로 자아와 자유의지를 해제한 뒤, 숨이 막힐 듯 놀라운 지적 공중제비를 넘어, 마치 진화생물학과 뇌 과학의 모든 경이로운 발견들은, 로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의 윤리적 정치이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18세기에 착지한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19면.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 된 것은 그 철학적 논증이 한치의 오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1면.


영화와 TV 시리즈물을 보는 시청자들은 변호사들이 주로 법정에서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열정적인 변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은 서류를 끝도 없이 검토하면서, 판례, 법적 허점, 증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변호사들은 존도(소송 당사자의 본명을 모르거나 본명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 옮긴이)가 살해당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느라, 또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해 의뢰인을 보호하는 대규모 사업계약을 작성하느라 바쁘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아직은 아니지만, 기능자기공명 영상 스캐너가 오류가 거의 없는 거짓말 탐지기로서 작동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그 떄가 되면 수백만 명의 변호사, 판사, 경찰, 탐정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29면.


하지만 만일 당신이 20년 뒤 의사로 일할 생각으로 오늘 의대에 입학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왓슨 같은 인공지능이 주변에 있는 한 진료실의 셜록은 필요없을 테니까.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1-432면.


인간이 언제까지나 비의식적 알고리즘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이런 몽상에 대한 현시점의 과학적 답변을 세가지 간단한 원리로 요약할 수 있다.

1.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다.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한 모든 동물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며 자연선택된 유기적 알고리즘의 집합이다.
2. 알고리즘의 계산은 계산기를 어떤 물질로 만들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판을 나무로 만들든, 철로 만들든, 플라스틱으로 만들든, 두알 더하기 두알은 네 알이다.
3. 따라서 유기적 알고리즘이 비유기적 알고리즘이 절대 하지 못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계산만 정확하다면, 알고리즘이 탄소로 이루어지든 실리콘으로 이루어지든 무슨 상관인가?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37면.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전례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42면.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거라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474면.


미국 국가안보국이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을 염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구의 외교정책이 거듭 실패하는 것으로 볼 때, 워싱턴에 있는 관료들 중 그 데이터로 뭘 해야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13면.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호모 데우스, 김영사(2017), 5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