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트럼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트럼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며칠동안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축인 대법원장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의 독립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탄핵이나 걱정하는 시다바리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또한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만에 인정하고 말뒤집기 하는 추태와 함께라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상고심까지 3번이나 다투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의뢰인에게 법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판사들의 사건에 대한 파악정도나 법리에 대한 해박함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건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바탕에는 판사들에게 일반인에게 없는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은 갖추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변에 판사직을 수행하는 친구/지인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때 대부분이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의뢰인들에게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 판사는 신뢰할 수 있다. 판결에 억울함이 있다면 항소/상고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우리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시키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판사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대법원장 이라는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가져야만 하는 수준인지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우격다짐으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기소가 된 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옷을 벗고자 사표를 제출했더니, 그 사람에게 "국회에서 탄핵주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자신이 곤란하다"고 사표를 받지 않았다니요.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이면 판사가 그러한 정치적 외압에 의해서 좌우되지 못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도 없는 사람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반대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하자 "미국에는 '오바마판사'나 '클린턴판사'는 없다. 오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받아쳤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2. 5.자 기사). 우리에게 이 정도 기개가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는게 일개 변호사의 욕심일 뿐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경위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애초에 임부장판사측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발의되자, 탄핵문제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에서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를 해서, 임부장판사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임부장판사는 녹취를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사실 자신이 되려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릴 상황이 아니라면 녹취한 것이 떳떳한 것도 아니고 공개하지 않았겠죠), 대법원장이 되려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부득이 공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합니다. 대법원의 발표는 대서특필되고, 임부장판사의 주장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겠죠. 애초에 임부장판사가 왜 대화를 녹취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딴말을 하는 것이 여러번이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위법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녹음을 한 것입니다. 임부장판사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막판이 더 충격적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딴말하고, 나한테 말한 그 정도 말을 기억 못한다면 대법원장을 하면 되겠나."

이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팽개쳤다면,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법원과 판결에 대한 무한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의뢰인에게 저 따위 사람이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는 법원의 판결에 무슨 권위와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을 들어도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항상 권력에 독립하여 판단하고 재판하지 못한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의 비위에 단죄를 내릴 도덕성과 정당성이 법원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부의 수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에 눈치를 볼 생각 밖에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원 전체 나아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해치기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월 16일 목요일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진중권,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한국일보 2020. 1. 16.자 칼럼

확실히 현재 한국사회의 대중영합주의를 콕 찝어 비판하는 데에 진중권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은 이 땅을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세계로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동가들은 대중이 가진 이 기술적 상상의 욕망을 악용해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회를 두 편으로 갈라 아마겟돈의 결전을 연출하고 있다"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진보주의의 모순


좌파나 진보주의자연 하는 사람들의 언동을 볼 때 "왜 저렇게 교조주의적이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부터는 자신과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 특히 우파나 보수주의자들은 뭔가 모르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이고, 자신이 먼저 알고 있는 "진실/정보/이념"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좌파나 진보주의자가 주장하는 사상의 근본만 생각해 보아도 그들의 교조주의적인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가 당연히 진보주의적 가치를 선점하고 있던 "힐러리"가 아니라 또라이에 성추행범 혐의까지 안좋은 이미지는 죄다 가지고 있던 부동산재벌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이유 중 하나가 저는 이러한 좌파의 교조주의적 태도에서도 기인하지 않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다음 칼럼을 읽었습니다(진보주의자들의 흔한 착각: "나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뉴욕타임즈에 2016. 5.경에 게재되었던 글인데 일독을 권합니다.

좌파나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자신의 삶에 체화해야 다른 사람을 점진적으로 설득하고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데, 그러한 가치는 오롯이 타인을 위한 것이기에 자신과 가족의 삶의 행복 증진에는 1/n(여기서 n은 작게는 지역공동체, 넓게는 나라/세계 전체가 되어버립니다)정도의 미미한 영향력 밖에 줄 수 없어서 자신의 신념과 행동으로 타인과 사회를 바꾼다는 사명감 없이는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엉망진창인 망나니짓보다 소수자의 보호를 외치는 힐러리가 퍼스트레이디 경력을 가지고 수년동안 강연료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것에 대한 반감 내지 배신감을 느낀 미국인이 많았다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민중/서민의 승리"와 같은 것으로 포장하여 정신승리하고 있다면 진보주의자가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