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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상식선에서 알아야 할 정당방위


[이런법이] 먼저 멱살잡혔다고 때렸다간.... JTBC 뉴스 2021. 8. 22.자(위 사진 동영상 아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어디까지가 정당방위 인지에 대한 기사가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이 정 알고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아서 링크를 가져와 봤습니다.

자신의 신체나 재산에 위협이 닥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방위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 판례의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그 이유는 정당방위의 요건이 침해가 현재적이어야 하고, 방어행위가 상당할 것까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기사에서 어느 정도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멱살 잡히는 정도의 폭행을 당했는데, 멱살잡힌 손을 뿌리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분 나쁘다고) 상대방을 때리거나 밀치는 정도의 (자신이 생각하기에) 방어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쌍방폭행으로 의율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방어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최근 법원에서 (과거의 판례와 달리) 성추행하면서 집어넣은 혀를 이빨로 자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정도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성폭행 저항하려 가해남성 혀 자른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 2021. 2. 10. 여성신문 기사

정당방위 주장이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므로, 혹시 있을지 모를 다툼 상황에서는 몸싸움이나 신체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2021년 5월 2일 일요일

섣불리 사건을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표면적으로 보면 정말 명백한 '음주운전'이나 '업무방해' 사건 으로 보여도, 사정을 조곤조곤 따져보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곳에 나올 만한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오늘 본 신문기사도 그런데요. 예전에 한 공용주택 주차장에서 차량을 입구에 세워두어서 업무방해로 차주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기소된 그 차주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뉴스를 오늘 확인했는데요. 차를 주차장입구에 방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5시간 주차장 막은 벤츠의 반전...법원 '그럴만했다' 무죄선고, 조선일보 2021. 5. 2.자 기사

주차장 관련해서 감정이 좋지 않던 다른 입주자(엄밀히 말하면 입주자의 피고용인)가 벤츠 차주가 주차장에 병행주차를 해놓자,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신고를 해놓고, 차를 빼달라고 연락을 했고, 차를 빼던 벤츠 차주가 신고사실을 알고 더이상 운전을 하지 않고 차를 주차장 입구에 놓고 집에 올라가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주차장 입구에 차를 놓아둔 것을 가지고 업무방해로 기소된 것이 이 사안이었다는 것이지요.

차만 덩그러니 주차장 앞에 놓여 있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 당사자 아닌 다른 사람들은 차주의 무개념만을 탓할 사안 안에 이런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이런 게 세상 아닐까요.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며칠동안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축인 대법원장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의 독립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탄핵이나 걱정하는 시다바리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또한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만에 인정하고 말뒤집기 하는 추태와 함께라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상고심까지 3번이나 다투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의뢰인에게 법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판사들의 사건에 대한 파악정도나 법리에 대한 해박함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건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바탕에는 판사들에게 일반인에게 없는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은 갖추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변에 판사직을 수행하는 친구/지인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때 대부분이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의뢰인들에게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 판사는 신뢰할 수 있다. 판결에 억울함이 있다면 항소/상고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우리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시키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판사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대법원장 이라는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가져야만 하는 수준인지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우격다짐으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기소가 된 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옷을 벗고자 사표를 제출했더니, 그 사람에게 "국회에서 탄핵주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자신이 곤란하다"고 사표를 받지 않았다니요.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이면 판사가 그러한 정치적 외압에 의해서 좌우되지 못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도 없는 사람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반대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하자 "미국에는 '오바마판사'나 '클린턴판사'는 없다. 오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받아쳤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2. 5.자 기사). 우리에게 이 정도 기개가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는게 일개 변호사의 욕심일 뿐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경위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애초에 임부장판사측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발의되자, 탄핵문제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에서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를 해서, 임부장판사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임부장판사는 녹취를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사실 자신이 되려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릴 상황이 아니라면 녹취한 것이 떳떳한 것도 아니고 공개하지 않았겠죠), 대법원장이 되려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부득이 공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합니다. 대법원의 발표는 대서특필되고, 임부장판사의 주장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겠죠. 애초에 임부장판사가 왜 대화를 녹취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딴말을 하는 것이 여러번이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위법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녹음을 한 것입니다. 임부장판사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막판이 더 충격적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딴말하고, 나한테 말한 그 정도 말을 기억 못한다면 대법원장을 하면 되겠나."

이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팽개쳤다면,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법원과 판결에 대한 무한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의뢰인에게 저 따위 사람이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는 법원의 판결에 무슨 권위와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을 들어도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항상 권력에 독립하여 판단하고 재판하지 못한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의 비위에 단죄를 내릴 도덕성과 정당성이 법원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부의 수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에 눈치를 볼 생각 밖에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원 전체 나아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해치기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주정차위반 과태료 부과하지 않음 결정 받기

9월 즈음엔가 주정차위반 과태료 사전통지서가 날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처가집 근처 편의점 옆에 차를 주차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제보했다며 제보한 사진을 첨부해서 제 차량이 횡단보도에 주차를 하였다면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고지서였습니다. 고지서를 읽어보니 억울하면 의견제출을 하라고 하더군요. 관련법령은 이러했습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6조(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등) ① 행정청이 질서위반행위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당사자(제11조제2항에 따른 고용주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통지하고,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 제출이 없는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

② 당사자는 의견 제출 기한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행정청에 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③ 행정청은 제2항에 따라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거나 통지한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그래서 통지서의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횡단보도에 주차를 했다는 사진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2개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두 사진이 찍힌 시간이 달랐고, 한개의 사진은 차량의 어떤 부분도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고, 한개의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찍었는데 자동차의 일부가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각도였습니다.

그래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어 횡단보도를 침범한 주정차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1. 우선 주차한 차량은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다. 우선 적발사진 2개 중 1개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촬영각도를 달리 하여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찍었거나, 사진을 수정하여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2. 두번째로 두개의 사진이 찍힌 시각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따라서 두개의 사진 중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같이 차량이 횡당보도를 침범했다고 하더라도, 2개의 사진이 찍힌 시간동안 계속 차량이 같은 장소에 주차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진 1과 사진 2는 일정시간 계속 주차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는 차량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 두개의 사진이 당해 차량이 일정시간 주차한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나서 1달여가 지나고 나니 이런 통지서가 날아오더군요.

위 질서행위위반규제법 제16조 제3항 에 따른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과태료 부과하지 않음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몇만원짜리 과태료부과에 대한 불복이긴 했지만, 행정청의 과태료부과처분 이전의 의견제출절차를 통해서 과태료부과를 철회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제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행정청이 과태료부과처분을 유지하는 경우, 과태료부과처분에 대한 이의를 통해 법원의 과태료재판 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요새 교통경찰의 단속에 의한 것이 아니라 블랙박스나 시민의 신고를 통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단속에 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반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귀찮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확실히 반박이 가능한 경우(대개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위반여부가 명확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견제출을 통해 반박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려 봅니다.

2018년 8월 14일 화요일

[책 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이시고, 제 사법연수원 시절 지도교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이번 책 소개는 투명하게 편파적으로 사심이 들어간 책 소개입니다. 하지만 굳이 편파적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책에 담긴 내용은 법원, 재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 합니다. 소크라테스에거슬러올라가 중세 유럽을 거쳐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법원의 판결은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인간사의 도도한 흐름을 때로는 거스르기도 하고, 때로는 주도해 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어떠한 사안에 대한 간략한 주요사건의 나열과 쟁점의 정리는 수십년간 판결문을 써오신 내공이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저자였다면 여기저기 핵심을 비껴가는 사건을 설명하면서 벗어날 논점을 꼭꼭 찝어내고 있으신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특히 큰 관심이 없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문제된 재판들에 대해서 읽는 과정은 일반 역사책들에게서 무언가 빠진 듯하게 느껴졌던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했고, 저도 모르고 있었던 해방정국의 민법 제14조 관련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사람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위와 같은 장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약간의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워낙 엄청난 정보를 짧은 글에 응축시켰기 때문에 사전에 역사적 사건이나, 해당 판결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책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교수님의 담담히 이야기해주시듯 설명하는 문장에,  다음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 주실까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법원이나 법조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또 색다른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작업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제게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어중이떠중이 의견이 아니라 덕 있는 사람들의 지혜로움으로 정치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테네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시민들의 권력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시대의 흐름에 반했다.
-박형남, 재판으로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36면.

존경하는 재판관 여러분, 내가 이토록 중대한 재판을 받으면서 국왕과 국왕의 고귀한 자문관들을 다 제쳐놓고 리치 경처럼 진실성이 없다고 소문난 자를 믿고 국왕의 수장권에 대한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 점이 나를 잡으려고 오랫동안 노려온 쟁점 아닙니까? 여러분이 판단하기에 이게 사실일 수 있겠습니까?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82면.


수평파는 모든 성인 남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인구수에 기초해 선거구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급장교들은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양쪽의 주장을 차례로 들어보자.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도 가장 위대한 사람들과 동일한 생명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부의 통치를 받는 사람들은 그 정부의 지배를 받겠다고 스스로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한 정부의 결정에 구속당할 이유가 없다.

재산을 가진 사람들만이 실제로 잃을 것이 있기 때문에 왕국 일에 관여할 이유가 있다. 이들만이 영구적으로 고정된 이해관계가 있다. (재산이 없는 사람은) 영국에 살 자연권은 있어도 투표할 자연권은 없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재산이 있는 사람들의 부를 빼앗기 위해 투표하게 될 것이다.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149면.


1990년 결정에서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양균 재판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사건에서 혼자 전면 위헌 의견을 쓰면서 30-50년 안에는 내 의견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19년이 지나 지난 4기 재판관 5명이 위헌의견을 냈다. 검사 생활을 통해 간통조항이 상습적인 사람이 아닌 우발적인 사람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걸 알았다. 이 조항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정과 개인이 파탄나는지 알게 된 것이 위헌 의견을 내는 데 토대가 되었다. 간통 조항은 위헌이고 반헌법적이며 촌스럽다.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192면.


단호히 말하건대, 어떤 것이 법인가를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사법부의 영역이자 본분이다. 특정 사건에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규칙을 설명하고 해석해야 한다. 만약 두 법률이 상충한다면 법원은 반드시 각 법률의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어떤 법률이 헌법에 대립하고 그 법률과 헌법이 특정 사건에 적용된다면, 법원은 헌법을 무시하고 법률에 맞게 사건을 결정하거나 법률을 무시하고 헌법에 맞게 사건을 결정해야 한다. 법원은 상충하는 규칙 중 어떤 규칙이 사건을 좌우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법부가 지닌 책무의 본질이다.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204면.


드레드 스콧 판결은 미국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까? 소수 의견이 지적했듯이, 판결은 법 규정과 이론에 근거하지 않았으며 흑인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편견으로 인종차별에 동조한 판사 개인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흑인 노혜 문제는 도적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여러 원인이 얽히고설켜 해법이 어려웠는데도 사법부의 권위에 의존해 단번에 해결하려고 한 것은 태니 대법원장의 만용이었다. 의회가 1820년의 미주리 타협으로 지역 간 대립을 간신히 봉합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전적으로 남부에 유리하게 결정해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232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명백하게 보이지만, 태풍이 지나가는 한가운데에서 판사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방향을 거스르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운명적 존재다. 드레드 스콧 판결이 있은지 약 100년 후 워런 대법원장은 공립학교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으며, 약 150년 후 아버지가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235면.


1945년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나 일제가 만든 민사법이 여전히 적용되었는데, 거기에 "처가 소송을 제기하려면 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1947년 미군정시기에 대법원은 아내가 남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제기한 가옥 인도 소송에서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처에 대하여는 민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여 그에 해당한 행위에는 부의 허가를 수함을 요하여 그 능력을 제한한바, 이는 부부간의 화합을 위한 이유도 없지 않으나 주로 부에 대하여 우월적 지배권을 부여한 취지라고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서기 1945년 8월 15일로 아방은 일반의 기반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기초삼아 국가를 건설할 것이고, 법률, 정치 , 경제, 문화 등 모든 제도를 민주주의 이념으로 건설할 것은 현하의 국시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만민은 모름지기 평등할 것이고 성의 구별로 인하여 생한 차별적 제도는 이미 민주주의 추세에 적응한 변화를 본 바로서, 현하 여성에 대하여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하고 기타 관공리에 임명되는 자격도 남성과 구별이 무하여 남자와 동등한 공권을 향유함에 이른 바인즉, 여성의 사권에 대하여도 또한 동연할 것이매 남녀평등을 부인하던 구제도로서 그 차별을 가장 현저히 한 민법 제14조는 우리 사회 상태에 적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 변경을 가할 것은 자연의 사세이다. 자에 본원은 사회의 진전과 법률의 해석을 조정함에 의하여 비로소 심판의 타당을 기할 수 있음에 감하여 동조에 의한 처의 능력 제한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바이다(대법원 1947. 9. 2. 선고 1947민상88).
-박형남, 재판으로 본 세계사, 휴머니스트(2018), 291-292면.

2017년 3월 22일 수요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청사


서울동부지방법원이 구의동에서 문정동 신청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기일이 잡혀 신청사에 처음으로 다녀왔네요. 사무실이 있는 교대역에서 서울동부지방원에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원래 2호선만 타고 쭉 가면 되었었는데, 1번 갈아타야 하는 것으로 약간의 불편이 생겼네요.

지하철 8호선 문정역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므로, 교대역에서는 3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가락시장역에서 갈아타고 한정거장만 가거나, 2호선을 타고 서쪽으로 가서 잠실역에서 갈아타 남쪽으로 내려가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시간은 첫번째 방법이 약간 덜 드는 것 같습니다(이외의 법원들에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대중교통 이용하여 서울 내지 서울인근 법원에 가는 방법 참조).

문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꽤 걸어야 하는데, 가는 도중의 건물들이나 도로들이나 완전히 정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하 아케이드가 대규모 공사중이었는데 완성되어서 상가가 형성되면 꽤나 괜찮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주위의 건물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건물이라서 신도시느낌이 물씬 납니다.

 *정면
*비행기가 크게 보일만큼 저공비행하던데 성남공항 탓일까요.

북부지방법원에는 있는 변호사대기실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5층에 국선변호사대기실이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어억!!! 아직 집기도 갖추어지지 않았군요. 되도록 빨리 정비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역시 새건물이라서 넓직넓직 하네요. 점심식사를 할만한 식당가는 건너편 테라빌딩 지하 아케이드 정도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른 빌딩 아케이드나 음식점도 기회되면 찾아가봐야 겠습니다.



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의 관할


보통 소제기시 관할법원은 피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인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인 경우 중 하나가 청구이의의 소의 경우 관할인데 민사집행법 제59조 제4항에서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의 경우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법원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집행을 당하는 채무자가 원고이고, 집행을 하는 채권자가 피고가 되는데, 피고의 주소지 법원이 아니라 원고의 주소지 법원이 관할법원이 되게 됩니다.

 ①공증인이 작성한 증서의 집행문은 그 증서를 보존하는 공증인이 내어 준다.
②집행문을 내어 달라는 신청에 관한 공증인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그 공증인의 사무소가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결정으로 재판한다.
③청구에 관한 이의의 주장에 대하여는 제44조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④집행문부여의 소,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 또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 다만, 그러한 법원이 없는 때에는 민사소송법 제11조의 규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원이 관할한다.

2015년 9월 18일 금요일

징역형의 무게


신문기사 댓글이나 트위터 등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징역 0년으로 나왔다는 결과와 관련하여 (저런 천인공노할 놈을) 고작 징역 0년에 처했다고 분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런 범죄자에게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 정도의 형을 선고해야 마땅한 것인양 분개하시는 것을 보면, 그래도 직업상 법원의 판단을 많이 지켜본 사람으로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위의 트윗의 사안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인데, 위 사건의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인 제자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은 맞습니다만, 살인/강도와 같이 신체나 목숨을 위협하는 범죄와는 그 죄질을 함부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살인/강도와 같은 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에도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징역 3-4년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성범죄의 경우 초범인 경우에는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 사안은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만 해도 엄한 처벌에 속합니다. 법원의 이런 처벌에 대해서 "고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징역형"이 얼마나 무거운 형벌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징역형에 앞서 미결구치소에서 수개월을 보낸 만화가가 그린 교도소일기(링크) 를 읽어보면 실제로 수감되는 범죄자에게 징역 1년이라는 형조차도 엄청나게 무겁고 무서운 형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또한 실제 판사들이 범죄자에게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생각하면 저렇게 쉽게 법원과 판사를 비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문유석 부장님의 엄벌주의와 필벌주의 - 징역 1년의 무게 참조). 법원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가지고 있는 양형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고, 각 사건의 특별한 정황을 감안해서 양형의 기준에서 가감해서 선고형을 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에 난 몇가지 자극적인 기사의 논조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십중팔구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적어도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판결문을 구해 읽어보고,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하고 있는지 안 연후에 저런 비난을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관련하여 비슷한 포스팅을 쓴 적이 있네요. 신문(인터넷) 기사를 읽는 자세 포스팅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2015년 9월 11일 금요일

보증금 증액시 확정일자 받는 방법


주택을 임대할 경우 보증금은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반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임대차계약 또는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등기 또는 전세권등기를 하는 방법과 계약 체결후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입니다. 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등기부에 임대차 또는 전세권 설정사실 및 보증금이 공시되지만 등기수수료 등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택임대차의 경우에는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만약 임대인의 채무 등의 문제로 주택이 경매되는 경우라도 임차인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당해 주택의 근저당권자 등의 담보권자와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은 2년 정도로 기간을 정하고 기간만료 후 재계약을 할 때 어느 정도의 보증금을 증액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증액된 보증금에 대해서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다면 당해 주택이 경매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보장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증금 증액시에도 재계약을 하고, 재계약한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최초 임대차계약과 보증금 증액 취지의 재계약 시점 사이의 기간에 임대인이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놓았다면 증액 보증금에 대해서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증액 보증금 부분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따라서 재계약시 등기부를 확인하여 새로운 근저당권설정이 확인되면, 임대인과의 협상을 통해 증액 보증금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유사시 증액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재계약시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인데요.

2010. 10. 29. 제정된 주택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 부여에 관한 규칙 제3조에서는 확정일자 부여시 확인사항으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습니다.

제3조(확정일자 부여 시 확인사항) 제2조에 따라 확정일자를 부여하려는 경우 읍장, 면장, 동장 또는 출장소장은 주택임대차계약증서(이하 “계약증서”라 한다)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임대인·임차인의 인적 사항, 임대차 목적물, 임대차 기간, 보증금 등이 적혀 있는 완성된 문서일 것
2. 계약당사자(대리인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그 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을 것
3. 글자가 연결되어야 할 자행(字行)에 빈 공간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당사자가 빈 공간에 직선 또는 사선을 긋고 그의 도장을 찍어 그 부분에 다른 글자가 없음을 표시하였을 것
4. 정정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당사자가 그 부분에 서명하거나 날인하였을 것
5. 확정일자가 부여되어 있지 아니할 것

위 규칙 제정 이전까지는 최초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최초계약서에 증액된 보증금만 기재하여 같은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 확정일자를 2번 받는 것도 가능하고, 새로 보증금 증액 취지의 재계약에 새로운 확정일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였는데, 위 규칙에 의해서 두번째 방법만 사용하여야 하고 첫번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두번째 받은 확정일자의 효력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실무상 문제가 된 경우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우려가 많았는지, 법무부는 2013. 12. 31. 주택임대차계약증서상 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정보 제공에 관한 규칙을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습니다.

제3조(확정일자 부여 시 확인사항) 확정일자부여기관은 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부여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확인하여야 한다.
1. 임대인·임차인의 인적사항, 임대차목적물, 임대차기간, 차임·보증금 등이 적혀 있는 완성된 문서일 것
2. 계약당사자(대리인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그 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을 것
3. 글자가 연결되어야 할 부분에 빈 공간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당사자가 빈 공간에 직선 또는 사선을 그어 그 부분에 다른 글자가 없음이표시되어 있을 것
4. 정정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난의 밖이나 끝부분 여백에 정정한 글자 수가 기재되어 있고, 그 부분에 계약당사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되어있을 것
5. 계약증서가 두 장 이상인 경우에는 간인(間印)이 있을 것
6. 확정일자가 부여되어 있지 아니할 것. 다만, 이미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계약증서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 기재하여 재계약을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문개정 2013.12.31]

최초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계약서에 두번째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도 명시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개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두가지 방법 중 어느 방법을 취하든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보증금 증액 취지의 새로운 계약서 체결시에는 기존 계약서를 파기하지 말고 보관하고, 새로운 계약서에는 기존계약서와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계약서는 실효되고 새로운 계약서의 확정일자만을 기준으로 보증금 전액의 순위가 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확정일자는 지방법원 및 등기소에서도 부여하면서 전산화하여 임대차계약의 이해관계인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신설되어 2015. 9. 14.부터 시행예정이라고 합니다(관련 법령은 주택임대차계약증서의 확정일자 부여 및 정보제공에 관한 규칙입니다).  등기 관련 업무들도 전산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적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판결서사본제공신청


신문기사 중에서 중요한 판결이 선고되었다면서 판결내용을 설명해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중요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문 원문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법조인인 경우 모든 판결은 아니라도 중요판결로 판례공보를 통해 공간되는 판례들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도 있고, 로앤비와 같은 유료사이트를 통해서 판례검색을 통해서 중요한 판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의 접근은 상당기간 쉽지 않았는데, 법원은 2013년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의 판결문사본을 이해관계없는 제3자에게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판결서사본제공신청 사이트에 가서 일정한 정보를 입력하고 사건번호를 넣어 신청을 하면, 등록한 휴대폰과 이메일로 당해 사건 판결문의 존재여부 및 복사비용(원칙적으로 최초 1장 250원, 이후 1장당 50원)을 알려주고, 5일 내로 통보된 계좌에 복사비용을 입금하면 신청자가 원하는 방법(직접, 우편, 팩스, 이메일 등의 여러가지 방법이 사용가능)으로 판결서사본을 보내줍니다. 이해관계없는 제3자가 신청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성명 등은 알파벳으로 이니셜처리됩니다.

이번에 사건번호만 가지고 법원 사이트를 통해서 판결서사본제공신청을 해봤는데, 판결문 존재여부에 대하여 통보(판결문 존재시 복사비용)를 받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고, 복사비용을 입금하자 바로 다음날 오전에 판결문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이메일로 받는 방법을 사용).    **참고 2015. 1. 1. 이후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은 이 방법이 아니라 인터넷열람제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2014년 9월 5일 금요일

대중교통 이용하여 서울 내지 서울인근 법원에 가는 방법


법원이나 검찰청은 관할에 따라 여러군데 흩어져 있습니다. 제 사무실의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이 소재하고 있는 서초동에 있지만, 서울만 해도 동부지방법원, 남부지방법원, 북부지방법원, 서부지방법원, 행정법원/가정법원이 따로 있고,  서울에서 오가면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법원으로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의정부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이 있으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등이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관할에는 여주지원, 평택지원, 안산지원 등이 더 있는데 안양이나 성남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차로 법원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재판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아무래도 편리해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검찰청은 항상 법원 왼편에 있으므로 법원이 어디 있는지 알면 검찰청은 그 옆이라고만 생각하면 됩니다.

가끔 몇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이참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가끔씩 피고인 접견하러 가는 구치소도 이참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11번 출구
서울고등법원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11번출구
대법원                                  지하철 2호선 서초역 5번 출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지하철 8호선 문정역 3번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지하철 5호선 목동역 7번 출구
서울북부지방법원              지하철 1호선 도봉역 3번 출구/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5번 출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4번출구
서울가정법원                      지하철 3호선 신분당선 양재역 9,11번 출구
서울행정법원                      지하철 3호선 신분당선 양재역 9,11번 출구
의정부지방법원                  지하철 1호선 가능역-택시 이용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지하철 3호선 마두역 4번 출구
수원지방법원                      M5422 광역버스(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 승차, 소화초등학교 하차)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지하철 4호선 평촌역 2번 출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4번 출구
인천지방법원                       9200 광역버스(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승차, 학익시장 하차)

서울구치소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2번출구-택시 이용
서울남부구치소                  지하철 7호선 천왕역 1번 출구-택시 이용
서울동부구치소                  지하철 8호선 문정역 3번출구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명칭 변화



어제는 이석기 의원 사건 항소심 판결로 시끄러웠는데요. 1심과 내란음모 부분을 무죄선고한 것이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그 중간에 항소심 재판장인 이민걸 판사님의 프로필이 기사에 한꼭지로 소개되었습니다("치우치지 않으려 노력... 부족해도 양해를", 중앙일보 2014. 8. 12.자 기사).

경력이 오래 되신 판사님들을 소개하는 프로필들은 정형화되어 있는데 위 기사에 해당부분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1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후 대전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법리에도 밝지만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파견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했다."

기사를 보다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91년에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되었다는 부분이 그런데요. 왜냐하면 지금은 서울형사지법, 즉 서울형사지방법원이라는 법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연혁을 보시면(자세히는 각급법원의 설치과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연혁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명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왔습니다.

1947년 서울중앙심리원
1948년 서울지방법원
1963년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 분리
1995년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이 통합되어 서울지방법원이 됨
2004년 동부 남부 북부 서부 의정부지원의 법원승격(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북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및 서울지방법원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명칭 변경

이민걸 재판장님께서는 91년 판사임용이 되셨는데 그 때는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시기였고,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하셨기 때문에 프로필에 이미 없어진 "서울형사지법"이 남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법조인 분들은 다들 아시는 것들인데 신문보다가 혹시나 모르셨던 분이 계시면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7월 2일 수요일

[책 소개]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유감, 21세기북스(2014)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저야 송무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문유석 부장판사님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이 신림동 거주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조선일보에 쓴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사화된 것이 몇차례,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하신 적도 있는 유명한 판사님이시더군요. 나온 책을 선전(?)하기 위한 기사에서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판사님이십니다.

경력을 살펴보아도 서울법대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원행정처, 서울고등법원, 광주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해외연수과정으로 하버드 로스쿨 LLM을 다녀온 것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분이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시고,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판사상에 일치하지는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취하시는 입장도 법원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후배 판사를 고려하고, 변하는 시대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모로 튀는 면이 없지 않으나 "천상 판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경우에 느끼는 감상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뇌와 무게를 가져온다는 것을 판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의 근거를 법에서, 철학에서, 사회에서, 여론에서 찾아내고 읽어내고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은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판사의 판결을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결론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2월 9일 일요일

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법정장면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깝게 작년에 개봉하였던 "7번방의 선물"이라든지, 배우 이보영이 국선변호사로 출연하였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만 보아도 법률용어가 매우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업이 직업이라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법률용어를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면 무언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대폭 떨어집니다. 서면에서 오타를 발견하였을 때 느끼는 낭패감 또는 오타가 난 제 서면을 판사나 상대방이 볼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불쾌감 같은 거랄까요?

영화나 드라마 만들때 중요한 장면도 아닌데 단역 판사배우가 말실수 한번 한 것을 가지고 다시 테이크를 가거나 재녹음하는게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단계에서 감수하는 법률가들이(끝나고 자막 보면 꼭 나오더군요 ㅎㅎ)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개씩은 꼭 나오는 혼동하는 법률용어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접한 혼동례는 "피고"와 "피고인"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피고인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자"를 말하고, 피고는 형사소송이 아닌 다른 소송에서 청구의 상대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형사재판의 판사님들이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죠. "피고 최후변론하세요" 이 말을 들으면 저는 갑자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확 깹니다. 아 이거 진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어버리죠. 실제로 판사님들은 거의 절대 "피고"와 "피고인"을 혼동하시지 않습니다.

형사소송과 다른 소송의 또 다른 점 중 하나는 당사자를 대리 또는 변호하는 변호사에 대한 명칭입니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이 아닌 소송에서 원고나 피고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소송대리인"이라고 하며 "변호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변호인이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것이고 소송에서의 지위는 피고인의 변호인, 원고 또는 피고의 소송대리인인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이것을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고인에는 변호인이 따라다니고 원고 또는 피고에는 소송대리인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시면 혼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일반인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법률용어로 "구형"과 "선고"가 있습니다.
다음 트윗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법률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현재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사건들인데,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을까요. 두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은 별론, "황당한 사법부의 상상과 추정으로 20년형을 구형" 이 부분이 잘못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구형은 형사소송에서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검사가 판사에게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다음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구형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의 피고인에 대한 판단으로서 행정부의 판단이지,  판사가 속한 사법부의 판단은 아닌 것이죠.

형사소송에서 판사의 최종적인 판단은 "선고"입니다. 국정원 수사은폐 김용판 사건에서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만,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에게는 검찰의 "구형"만 있었을 뿐 재판부의 선고는 없는 상태입니다. 위 트윗을 올린 분도 선고와 구형을 구별하고 있습니다만, 구형이 검찰의 판단이지 법원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앞으로 신문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실 때 작가가 이런 실수를 하는지를 주의깊게 보시면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법률감수를 하는 변호사분들은 미리 원고를 달라고 해서(쪽대본이라 받지 못하셨겠죠 ㅎㅎㅎ) 피고와 피고인은 구별해서 고쳐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