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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2일 화요일

[책소개]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박형남,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휴머니스트(2021)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은 사법연수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책에 나오는 "민사재판에서 사람을 흥부로 보는가, 놀부로 보는가?"라고 묻곤 하셨을 때, 놀부라고 답하면서 얼굴을 붉힌 마음씨 착한 제자들 후보군 중에 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는 것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책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에 이어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사라는 직업과 그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거나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네요.  2022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로 선정될 만큼 술술 읽히는 분량이 매력적입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구절들입니다.

-법조문상 처벌대상은 넓지만 실제 처벌은 선별적으로 집행되면서, 시민의 준법정신은 약화되고 법의 실효성은 의심받으며 범죄 예방과 억제기능은 사라진다(27면).

-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면 '국가형벌권을 동원할 사안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27면).

- 법조계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제일 많이 알고, 그 다음은 변호사이며, 가장 사건을 모르는 판사가 결론을 내린다(42면).

-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적법절차라는 틀 속에서 검사와 피고인이 주장하고 반박하며 판사가 판단하는 과정에서,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43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의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다(54면).

- 법리와 판례를 판사의 고유영역이라며 도외시하는 태도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다(86-87면).

- 다시 말해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권력자에게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147면).

- 법률가는분쟁을 만나면 그에 맞는 공구를 꺼내 처리한다. 이런 점에서 요건사실은 법률가까리 통용되는 프로토콜(protocol)'이고, 법률가와 시민 사이에 가로놓은 진입장벽이다(166면).

-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이길 사건이 지고 질 사건이 이기지는 않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절차적으로 전관이 배려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192면).

- 드라마를 보면 판사가 사무실에서 검사나 변호사와 전화하거나 함께 식사하며 유무죄나 형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 일은 현실에서 결코 없다(197면).

-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생각과 주장을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하는 '카멜레온'이다(198-199면).

- 개인과 집단이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를 일원화하고 법으로 굳혀버리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반합니다(220면).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며칠동안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축인 대법원장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의 독립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탄핵이나 걱정하는 시다바리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경위 또한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하루만에 인정하고 말뒤집기 하는 추태와 함께라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일해오는 동안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상고심까지 3번이나 다투었는데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의뢰인에게 법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판사들의 사건에 대한 파악정도나 법리에 대한 해박함이 다를 수는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건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바탕에는 판사들에게 일반인에게 없는 높은 도덕성과 성실함은 갖추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변에 판사직을 수행하는 친구/지인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때 대부분이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의뢰인들에게 법원은 신뢰할 수 있다, 판사는 신뢰할 수 있다. 판결에 억울함이 있다면 항소/상고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우리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시키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판사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대법원장 이라는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가져야만 하는 수준인지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우격다짐으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기소가 된 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옷을 벗고자 사표를 제출했더니, 그 사람에게 "국회에서 탄핵주장할 수가 없게 되어 자신이 곤란하다"고 사표를 받지 않았다니요.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이면 판사가 그러한 정치적 외압에 의해서 좌우되지 못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도 없는 사람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반대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하자 "미국에는 '오바마판사'나 '클린턴판사'는 없다. 오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받아쳤다고 합니다(매일경제, 2021. 2. 5.자 기사). 우리에게 이 정도 기개가 있는 대법원장을 바라는게 일개 변호사의 욕심일 뿐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대법원장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경위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애초에 임부장판사측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탄핵이 발의되자, 탄핵문제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에서 "탄핵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를 해서, 임부장판사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임부장판사는 녹취를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사실 자신이 되려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릴 상황이 아니라면 녹취한 것이 떳떳한 것도 아니고 공개하지 않았겠죠), 대법원장이 되려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부득이 공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합니다. 대법원의 발표는 대서특필되고, 임부장판사의 주장은 소리소문없이 묻혔겠죠. 애초에 임부장판사가 왜 대화를 녹취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딴말을 하는 것이 여러번이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대법원장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위법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녹음을 한 것입니다. 임부장판사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 막판이 더 충격적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딴말하고, 나한테 말한 그 정도 말을 기억 못한다면 대법원장을 하면 되겠나."

이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에 팽개쳤다면,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법원과 판결에 대한 무한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의뢰인에게 저 따위 사람이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는 법원의 판결에 무슨 권위와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을 들어도 어떻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항상 권력에 독립하여 판단하고 재판하지 못한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의 비위에 단죄를 내릴 도덕성과 정당성이 법원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법부의 수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에 눈치를 볼 생각 밖에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원 전체 나아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해치기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문유석 부장님의 두번째 책(첫번째 책인 판사유감도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는 다음 포스팅 [책 소개] 판사유감 참조)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법조인이 쓴 책들은 법서나 법 관련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딱딱해지기 마련(김영란 전 대법관님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도 쉽게 풀어서 쓰신 것이지만 유머가 전혀 없는 건조한 문장 중심이라 딱딱한 편입니다)인데, 문유석 부장님의 글은 매우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여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쓰신 글에 감칠맛, 깨달음, 자조개그까지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글들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페이스북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몇 안되는 예외 중의 한 분입니다(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먼저 친구신청을 해서 친구가 된지 1년이 되었다고 페이스북이 알려주더군요).

80-90년대 시대의 흐름이었던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사법시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부채감부터,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댈 수 밖에 없었던 현실까지 문유석 부장님의 고백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한사람으로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이런 급변기 속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지만 실은 빈둥거리기만 하다가 친구들 다 고시 붙기 시작한 후에야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뒤늦게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전에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만 치부했던 소위 주류 사회과학에 뒤늦게 감탄하기 시작했다. 존 로크, 몽테스키외, J.S. 밀, 애덤 스미스, 케인스, [경제학원론], [헌법], [민법], [회사법]...... 책속에는 프랑스혁명, 명예혁명, 미국 독립선언을 통해 근대를 만들어낸 계몽주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위대함, 그리고 20세기 들어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를 발전시킨 역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서구 민주주의는 인간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하고, 권력자를 철저히 불신해 권력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3면.

대학 초년생 때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 대안 모색에 관한 급진적인 책들을 탐독하고, 졸업 무렵부터는 자본주의의 형성, 그 근본철학, 수정자본주의로의 발전과정을 공부했으니 어쩐지 거꾸로 된 일이다. 그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이면서도 그 정치적 기본 토대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된 순서를 밟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4면.

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용시보 전설


현직 부장판사가 술값시비하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현직 부장판사, 술값 시비 끝 술집 종업원 경찰 폭행, 경향신문, 2014. 3. 21.자)이 올해 초에 있었는데, 1심판결이 선고되었네요('술값난동' 전 부장판사 벌금 500만원, 연합뉴스, 2014. 10. 30.자). 10년 전만 해도 판검사를 경찰이 입건하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었는데, 세태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전에는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지휘하기 때문에 상하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강했고, 법원은 수사내용을 가지고 기소를 하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이 판검사들을 입건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전에는 지방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에 늦자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비행기를 뜨지 못하게 했다는 "용시보"의 무용담이 법조인들 사이에 농반진반으로 전해 내려왔었습니다. 시보는 판검사로 임관되기 이전의 사법연수생 등에게 붙이는 명칭인데, 법원/검찰에서 실무수습중이던 용시보라는 분이 수습지 지방공항에서 뜨려던 비행기를 세웠다는 것이지요. 구전으로 전해오던 용시보 전설의 주인공은 용태영 변호사라고 하는데(제가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찾아낸 것은 서울공고 홈페이지의 용태영 변호사 소개 정도인데, 시보때 소문날 기행을 하기는 하셨네요), 아쉽게도 비행기를 세운 에피소드가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현직 판검사조차도 경찰에게 입건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매우 공정한 사회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점점 떨어져 간다는 생각에 일견 씁쓸하기도 합니다.


2014년 7월 2일 수요일

[책 소개]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유감, 21세기북스(2014)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저야 송무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문유석 부장판사님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이 신림동 거주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조선일보에 쓴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사화된 것이 몇차례,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하신 적도 있는 유명한 판사님이시더군요. 나온 책을 선전(?)하기 위한 기사에서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판사님이십니다.

경력을 살펴보아도 서울법대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원행정처, 서울고등법원, 광주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해외연수과정으로 하버드 로스쿨 LLM을 다녀온 것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분이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시고,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판사상에 일치하지는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취하시는 입장도 법원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후배 판사를 고려하고, 변하는 시대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모로 튀는 면이 없지 않으나 "천상 판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경우에 느끼는 감상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뇌와 무게를 가져온다는 것을 판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의 근거를 법에서, 철학에서, 사회에서, 여론에서 찾아내고 읽어내고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은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판사의 판결을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결론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법조인 수난시대



너무 제목이 거창하긴 한데, 요즈음 들어 판검사들이 예전이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들로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바로 생각나는 사건들만 해도 박인비 아버지 사건, 에이미 검사 사건, 이정렬 전 판사 변호사 입회 거부 사건,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 영장 찢은 검사 사건 등이 있습니다.

박인비 아버지 사건(박인비 아버지, 구속 영장 기각…"체육 훈장 받은 딸 얼굴 먹칠")은 박인비의 아버지가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이 되어 경찰이 검찰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담당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건입니다. 그런데 어제 대검에서 박인비 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검사를 감찰하겠다고 하였네요(대검, 박인비 아버지 구속영장 신청 기각한 검사 감찰). 공무원에 대한 범죄에 대한 엄정대처방침에 반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총수가 개별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이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총수는 굵직굵직한 방침이나 방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의 재량은 아래쪽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 대신 실행과정에서의 잘못은 실행하느라 고생한 실무자가 아니라 위쪽의 지시자가 책임을 져야죠. "권한은 밑으로, 책임은 위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그 조직이 단단해지고 조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해집니다. 검찰이 이런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에이미 검사 사건은 너무도 유명해서 잘 아시겠죠.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에이미를 피의자로 수사하던 검사가 에이미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에이미와 성형수술 후유증 등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병원 원장을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협박한 사건([디브리핑] '막장 끝판왕' 에이미 '해결사 검사' 사건의 전말)입니다. 현직검사가 이례적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SNS에서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유명세를 탄 분인데, 이미 그 이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진보적 판사로서 어느 정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는 창원지법 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두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나가 법원조직법상 외부로의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판사들 사이의 합의내용을 공표한 것이고, 두번째는 이웃과의 다툼으로 인해 이웃의 차를 손괴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합의내용의 공표로 인하여 이정렬 판사는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정렬 판사는 서울에서 변호사개업을 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위 두 사건에 대하여 상세히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정렬 판사 측에서 이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하였습니다(서울지방변호사회, ‘가카새끼 짬뽕’ 이정렬 변호사 등록 거부). 하지만 변호사 등록여부 결정의 최종권한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정렬 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이는 경우(아직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술값 시비 난동' 부장판사, 창원지법 전보 발령)은 술값이 시비되어 술집에서 다툼을 하던 수도권 현직 부장판사가 경찰관을 때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창원 지방법원으로 전보된 사건입니다.

영장 찢은 검사 사건은 경찰관이 지휘를 받기 위해서 의정부지검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가져 왔는데, 검사는 영장이 자신이 지시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가져온 영장을 찢어버린 사건입니다. 이것이 언론이 보도되면서 대검은 결국 해당 검사를 공용서류 손상죄로 약식기소하기로 하고, 이에 더하여 검사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대검, 구속영장 찢은 검사 약식기소키로). 종전에는 검사들은 아무리 젊어도 영감님으로 불리면서, 경찰들 기합을 주기도 하였다는 말도 전해졌었는데, 이젠 경찰을 지휘하면서 잘못 화를 냈다간 본인이 화를 입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오늘자 세계일보에서는 "율사망국론" 이라는 제목으로 법조 전체가 부패했다는 취지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칼럼을 쓴 사람 자신이 직접 사건을 취재한 결과도 아니고(문화평론가 라고 하는 사람이 법조에 대해서 얼마나 정통한 사람인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이러저러한 소문이 있으니 율사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논리의 전개도 허술해서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뭣합니다만, 제목이 선정적이어서 클릭수는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판검사 중에도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사소한 일탈행위라도 판검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 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더 엄격히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전에 관행상 문제삼지 않았던 일들이 문제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표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일면 환영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탈행위를 저지른 판검사의 행태를 전체 판검사 나아가 법조 전체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결론입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이 생활화된 판사친구와 월말미제에 노심초사하는 검사친구에게 얼토당도 않은 말이니까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