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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일 수요일

법률심리상담가?



신문에 변호사 관련 기사가 나와서 유심히 보았습니다.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만 법률심리상담가가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데요([신년기획]직(職)은 사라져도 업(業)은 남는다... 변호사보다 법률심리상담가 빛 볼 것, 중앙일보 2018. 1. 3.자 기사) 관련 부분입니다.

'장 총장은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발달하면 법률 지식으로서의 변호사란 직업은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법률 분쟁에서 화해를 중재하고, 법률전문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심리 상담을 하는 컨설턴트는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총장은 "개별 변호사들에겐 창의력과 감성, 독창적 사고방식이나 비판의식, 그리고 인간애와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기본적 자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분쟁의 주체가 AI를 컨트롤할 만한 법적 지식이 없다면, 그 명칭이 어떻게 되건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로서도 변호사의 업무가 법률과 판례만 찾아 적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률심리상담가라는 직업이 나왔다간,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법위반을 문제삼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변호사들에게 요구된다는 자질은 딱히 직업적 특성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저걸 다 가지고 있으면 "철인(哲人)"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현재의 법적, 제도적, 직업적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고찰 없이 전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쉽게 "아무말"로 전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 짧은 소견으로 AI가 법조인이라는 직업군을 쉽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너무 까칠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아침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심리학 열심히 공부해야 할까요?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법조인 수난시대



너무 제목이 거창하긴 한데, 요즈음 들어 판검사들이 예전이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들로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바로 생각나는 사건들만 해도 박인비 아버지 사건, 에이미 검사 사건, 이정렬 전 판사 변호사 입회 거부 사건,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 영장 찢은 검사 사건 등이 있습니다.

박인비 아버지 사건(박인비 아버지, 구속 영장 기각…"체육 훈장 받은 딸 얼굴 먹칠")은 박인비의 아버지가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이 되어 경찰이 검찰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담당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건입니다. 그런데 어제 대검에서 박인비 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검사를 감찰하겠다고 하였네요(대검, 박인비 아버지 구속영장 신청 기각한 검사 감찰). 공무원에 대한 범죄에 대한 엄정대처방침에 반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총수가 개별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이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총수는 굵직굵직한 방침이나 방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의 재량은 아래쪽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 대신 실행과정에서의 잘못은 실행하느라 고생한 실무자가 아니라 위쪽의 지시자가 책임을 져야죠. "권한은 밑으로, 책임은 위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그 조직이 단단해지고 조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해집니다. 검찰이 이런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에이미 검사 사건은 너무도 유명해서 잘 아시겠죠.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에이미를 피의자로 수사하던 검사가 에이미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에이미와 성형수술 후유증 등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병원 원장을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협박한 사건([디브리핑] '막장 끝판왕' 에이미 '해결사 검사' 사건의 전말)입니다. 현직검사가 이례적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SNS에서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유명세를 탄 분인데, 이미 그 이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진보적 판사로서 어느 정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는 창원지법 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두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나가 법원조직법상 외부로의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판사들 사이의 합의내용을 공표한 것이고, 두번째는 이웃과의 다툼으로 인해 이웃의 차를 손괴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합의내용의 공표로 인하여 이정렬 판사는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정렬 판사는 서울에서 변호사개업을 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위 두 사건에 대하여 상세히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정렬 판사 측에서 이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하였습니다(서울지방변호사회, ‘가카새끼 짬뽕’ 이정렬 변호사 등록 거부). 하지만 변호사 등록여부 결정의 최종권한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정렬 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이는 경우(아직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술값 시비 난동' 부장판사, 창원지법 전보 발령)은 술값이 시비되어 술집에서 다툼을 하던 수도권 현직 부장판사가 경찰관을 때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창원 지방법원으로 전보된 사건입니다.

영장 찢은 검사 사건은 경찰관이 지휘를 받기 위해서 의정부지검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가져 왔는데, 검사는 영장이 자신이 지시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가져온 영장을 찢어버린 사건입니다. 이것이 언론이 보도되면서 대검은 결국 해당 검사를 공용서류 손상죄로 약식기소하기로 하고, 이에 더하여 검사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대검, 구속영장 찢은 검사 약식기소키로). 종전에는 검사들은 아무리 젊어도 영감님으로 불리면서, 경찰들 기합을 주기도 하였다는 말도 전해졌었는데, 이젠 경찰을 지휘하면서 잘못 화를 냈다간 본인이 화를 입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오늘자 세계일보에서는 "율사망국론" 이라는 제목으로 법조 전체가 부패했다는 취지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칼럼을 쓴 사람 자신이 직접 사건을 취재한 결과도 아니고(문화평론가 라고 하는 사람이 법조에 대해서 얼마나 정통한 사람인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이러저러한 소문이 있으니 율사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논리의 전개도 허술해서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뭣합니다만, 제목이 선정적이어서 클릭수는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판검사 중에도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사소한 일탈행위라도 판검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 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더 엄격히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전에 관행상 문제삼지 않았던 일들이 문제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표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일면 환영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탈행위를 저지른 판검사의 행태를 전체 판검사 나아가 법조 전체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결론입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이 생활화된 판사친구와 월말미제에 노심초사하는 검사친구에게 얼토당도 않은 말이니까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2014년 2월 6일 목요일

법조인이 되는 방법

법조계에서 종사하지 않는 분들과 말씀을 나누다 보면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신문에도 자주 나오고, 로스쿨 도입 당시에는 여기저기 시끄러웠기 때문에 아는 분도 많을 것이지만, 세상사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므로 실제 "변호사"로 업무하고 있는 사람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많이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입학하기 직전 고3과 그 학부모가 대학입시에 대하여 제일 잘 알듯 현재 법조인 양성시스템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또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 및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는 분들이고, 이미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 되어버린 판사, 검사, 변호사들(일부 사법제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을 제외하고)은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 아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법조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세상이 매우 좋아져서 인터넷을 서치하면 법조인이 되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둔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 법무부 사법시험 홈페이지, 위키백과에서의 사법시험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한 설명을 훑어보면 현재 법조인 선발시스템의 대략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을 받고 변호사가 배출되기 전까지는 조선변호사시험, 고등고시 사법과를 통하여 법조인을 선발하거나(1963년 이전),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사법연수원에서 교육하고,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며 그 중에서 판검사를 우선 임용하였었습니다(1964년 이후). [예외적으로 군법무관시험을 통하여 군법무관으로서 10년 이상 복무한 자에게도 변호사자격이 부여됩니다(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신문에서 법조인의 프로필을 소개할 때 처음에 사법시험 0회, 사법연수원 0기라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것으로 그 분이 언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경력을 시작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금은 이를 대신해서 변호사시험 1회,  2회 와 같이 경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법조인 양성-선발체계는 소위 "미국식"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있습니다.[2017년 이후에는 거의 미국식 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식 체계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수료한 자 중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고,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법원, 검찰이 임용하는 것입니다. 종전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생들 중에서 판검사를 신규임용하였지만, 이제는 로스쿨을 갓 졸업하여 변호사자격을 갓 취득한 사람들이 아니라 전체 변호사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규임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는 검찰의 경우에는 경력검사를 채용하는 것은 별론 신규검사는 원칙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자 중에서 선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로스쿨 졸업생 중 우수한 자들을 로클럭으로 선발하여 수습을 시키고 있으므로 로클럭 경력이 있는 경우 판사임용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변호사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판사 임용방식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이기 떄문에 2017년까지는 사법시험을 통해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경우에도 변호사자격의 취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2017년까지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수료를 통한 변호사자격 취득과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을 통한 변호사자격의 취득이 이론상 모두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해마다 줄이고 있어서 합격가능성도 내려가게 되므로 특별히 이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주위에 법조인이 되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법학적성시험-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을 통하여 일단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