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화요일

법조인 수난시대



너무 제목이 거창하긴 한데, 요즈음 들어 판검사들이 예전이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들로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바로 생각나는 사건들만 해도 박인비 아버지 사건, 에이미 검사 사건, 이정렬 전 판사 변호사 입회 거부 사건,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 영장 찢은 검사 사건 등이 있습니다.

박인비 아버지 사건(박인비 아버지, 구속 영장 기각…"체육 훈장 받은 딸 얼굴 먹칠")은 박인비의 아버지가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이 되어 경찰이 검찰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담당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건입니다. 그런데 어제 대검에서 박인비 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검사를 감찰하겠다고 하였네요(대검, 박인비 아버지 구속영장 신청 기각한 검사 감찰). 공무원에 대한 범죄에 대한 엄정대처방침에 반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총수가 개별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이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총수는 굵직굵직한 방침이나 방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의 재량은 아래쪽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 대신 실행과정에서의 잘못은 실행하느라 고생한 실무자가 아니라 위쪽의 지시자가 책임을 져야죠. "권한은 밑으로, 책임은 위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그 조직이 단단해지고 조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해집니다. 검찰이 이런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에이미 검사 사건은 너무도 유명해서 잘 아시겠죠.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에이미를 피의자로 수사하던 검사가 에이미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에이미와 성형수술 후유증 등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병원 원장을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협박한 사건([디브리핑] '막장 끝판왕' 에이미 '해결사 검사' 사건의 전말)입니다. 현직검사가 이례적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SNS에서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유명세를 탄 분인데, 이미 그 이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진보적 판사로서 어느 정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는 창원지법 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두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나가 법원조직법상 외부로의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판사들 사이의 합의내용을 공표한 것이고, 두번째는 이웃과의 다툼으로 인해 이웃의 차를 손괴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합의내용의 공표로 인하여 이정렬 판사는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정렬 판사는 서울에서 변호사개업을 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위 두 사건에 대하여 상세히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정렬 판사 측에서 이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하였습니다(서울지방변호사회, ‘가카새끼 짬뽕’ 이정렬 변호사 등록 거부). 하지만 변호사 등록여부 결정의 최종권한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정렬 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이는 경우(아직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술값 시비 난동' 부장판사, 창원지법 전보 발령)은 술값이 시비되어 술집에서 다툼을 하던 수도권 현직 부장판사가 경찰관을 때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창원 지방법원으로 전보된 사건입니다.

영장 찢은 검사 사건은 경찰관이 지휘를 받기 위해서 의정부지검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가져 왔는데, 검사는 영장이 자신이 지시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가져온 영장을 찢어버린 사건입니다. 이것이 언론이 보도되면서 대검은 결국 해당 검사를 공용서류 손상죄로 약식기소하기로 하고, 이에 더하여 검사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대검, 구속영장 찢은 검사 약식기소키로). 종전에는 검사들은 아무리 젊어도 영감님으로 불리면서, 경찰들 기합을 주기도 하였다는 말도 전해졌었는데, 이젠 경찰을 지휘하면서 잘못 화를 냈다간 본인이 화를 입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오늘자 세계일보에서는 "율사망국론" 이라는 제목으로 법조 전체가 부패했다는 취지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칼럼을 쓴 사람 자신이 직접 사건을 취재한 결과도 아니고(문화평론가 라고 하는 사람이 법조에 대해서 얼마나 정통한 사람인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이러저러한 소문이 있으니 율사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논리의 전개도 허술해서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뭣합니다만, 제목이 선정적이어서 클릭수는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판검사 중에도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사소한 일탈행위라도 판검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 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더 엄격히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전에 관행상 문제삼지 않았던 일들이 문제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표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일면 환영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탈행위를 저지른 판검사의 행태를 전체 판검사 나아가 법조 전체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결론입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이 생활화된 판사친구와 월말미제에 노심초사하는 검사친구에게 얼토당도 않은 말이니까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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