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불가분적 사후행위라 함은 범죄에 의하여 획득한 위법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 처분하는 사후행위가 이미 주된 범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도둑이 핸드폰을 훔친 다음, 훔친 핸드폰을 부숴버린 경우, 첫번째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하고 두번째 행위는 손괴죄를 구성하지만, 핸드폰을 훔치는 행위에 의하여 소유자(또는 점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를 부수는 행위로 인한 소유권에 대한 침해는 주된 범죄인 절도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되는 것이므로, 핸드폰을 부수는 행위는 절도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도둑의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할 뿐이며, 손괴죄 부분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범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횡령죄에 있어서 특히 명의신탁을 받아 부동산을 보관하는 수탁자가 자신의 개인적 채무의 담보조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한 다음, 그 수탁자가 별도의 채무의 담보조로 당해 부동산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당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여 버린 경우 등과 관련하여 종래 우리 대법원은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각행위는 앞에서 살펴본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등). 그런데 대법원은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판결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 판례 8개를 폐기하고, 일단 첫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횡령죄가 성립한 뒤에도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매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하는 것이 주된 범죄와 보호법익을 같이하고 침해의 양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526면], 근저당권 설정행위 후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나 매각하는 것은 적어도 침해의 양을 초과하는 것이므로 이를 사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판례로 확인하여 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중요 판례들을 보면서 위 판례를 발견하였는데,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와 관련하여 종전의 대법원 입장도 확실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는 의미로 기록해 둡니다.
참고 :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신동운, 판례평석 : 횡령 후의 횡령죄 성립 여부 -2013. 2. 21.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공보 2013상, 599-, 서울대학교 법학, 54권 4호(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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