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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6일 수요일

사람에게 침뱉는 것은 폭행죄의 폭행인가 (feat. 무죄판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행 이라고 하면 상당히 심한 정도로 고통을 주는 신체접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폭행의 범위는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폭행은 형법에서만 해도 4가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죄의 폭행이냐에 따라서 달리 이해해야 합니다.

1) 최광의의 폭행 : 대상 불문 유형력의 행사- 소요죄, 다중불해산죄의 폭행

2) 광의의 폭행 :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의 폭행

3) 협의의 폭행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의 폭행

4) 최협의의 폭행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강도죄, 강간죄의 폭행

폭행죄의 폭행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하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법교과서에서 열거되는 대표적인 폭행의 방법으로 이러한 것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손이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것

-안수기도를 하면서 가슴과 배를 누르는 것

-모발이나 수염을 자르는 것

국선변호를 하는 사건 중에 실제로 차량을 몰고 가다가 끼어들기로 인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차량의 열린 창문을 통해 피고인이 침을 뱉어 운전자가 자신의 팔에 침이 뭍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해서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침을 뱉는 것 또한 폭행에 해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컵에 든 물을 사람에게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사례부터 인분을 대문 앞에 뿌린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한 폭행이 성립된 사례까지도 있으므로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이상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은 아니었는데요.

일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운전자를 향해 침을 뱉은 것은 인정하는 사안이었지만, 침이 운전자의 팔에 뭍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침이 뭍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피고인의 침이 차창에 뭍은 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던 반면, 자신의 팔에 뭍었던 침은 바로 닦아버렸기 때문에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침이 신체에 뭍었다는 증거 자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창에 뭍은 침이 조수석을 넘어 운전석까지 튀어 갔다는 것이 차창의 각도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고, 피고인은 차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차에서 수차례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차에다 침을 뱉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리적으로 사람에게 침뱉는 것이 폭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폭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실제로 침이 뭍었는가, 침뱉은 사람이 폭행의 고의로 침을 뱉은 것인가 등에 따라 실제 사안에서는 폭행죄의 성립 여부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

 


[판결] 대법원,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첫 인정... 관련 법리 제시, 법률신문 2020. 8. 20.자 기사

형법 제114조가 2013년경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집단 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한 이래, 범죄집단 을 인정한 첫번재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합니다.

형법 제114조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이라는 제목으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

개정전 조항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2013년 개정형법은 범죄단체의 목적되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단체보다 조직성이 덜한 범죄집단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는 것이었네요.

범죄집단의 성립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에서 법리를 설시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며 "외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외부 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형법이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심신미약 관련 형법개정


형법의 심신미약 관련조항이 개정되어서 2018. 12. 18.경 공포되면서 바로 시행되었네요. 근 1년 동안이나 이 부분을 모르고 있었다가,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상고심사건 1심 판결문에서 관련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심신미약 감경 조항 때문에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필요적으로 감경을 해야 해서, 심신미약 취지의 주장을 하면 재판장이 "양형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인지", "(필요적 감경을 해야 하는) 심신미약임을 주장하는 것인지"를 확인하곤 했는데요. 후자라면 판사는 판결문에 배척하는 이유를 적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액 벌금에 대한 불복을 하면서 심신미약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심신미약의 주장을 통해서 감경을 받으나, 양형에 참작하는 것을 통해서 벌금을 낮추나 결과는 비슷한데, 판사의 판결문 작성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식재판 같은 경우 심신미약 주장을 하기보다는 양형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라고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어쨌든 형법개정으로 심신미약은 필요적 감경사유가 아니라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하게 되었으므로, 심신미약상태의 범행에 대해서 법원이 감경을 인정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게 됩니다. 관련 형법조항입니다.

형법 제10조 제2항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개정 2018. 12. 18.>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판결]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 ??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법률신문 2019. 5. 13.자 기사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를 본 것도 같은데,  판결이유를 보니 이렇게 되어 있군요.

항소심 재판부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복도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기는 하나,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객체는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자체"라며 "아파트 공용부분에 들어갔다고 해서 이미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므로, 출입문 밖에서 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것만으로는 역시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도 주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용부분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는 "아파트 [ ]호"와 같이 되어 있어서 당해 공소사실로는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이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바 있으므로, 이 판결을 유지하면서 공용부분 진입 부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논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네요. 항소심에서 검사가 공소장변경을 했다면 유죄가 나올 수도 있었던 사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법률신문에 나온 판례를 보고  아파트 공용부분 진입은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2019년 4월 19일 금요일

[책소개]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1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법문사(2018)

얼마 전 대학원 후배가 근처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다고 해서 만나서 환담하던 중에 이런 책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주문해서 읽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대부분 로스쿨 교수님들이셔서 쉽게 쓰신다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컨사이스 법서 아닌가 합니다. 다만, 사회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법제도 또한 기존의 다수설 판례와 다른 선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항상 다수설/판례에 유리한 입장만 대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니, 이런 내용도 매우 반갑네요. 양이 상당하고, 내용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미궁속을 헤매게 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이 상당해서 두편으로 나누어 인상깊은 문구를 적어두고자 합니다. 법이나 법제도에 관심있는 분들, 법학의 기초가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거버넌스란 개인과 제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의 사안을 관리해 나가는 여러가지 방식의 총체이다. 거버넌스는 그 지속적 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해관계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협조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국제적 법치주의는 실현 가능한가?(김부찬), 64-65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직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의 공공복리도 마찬가지이다.

윤진수 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2-73면.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단계설의 욕구와 그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을 공리주의적 즐거움을 판단하는 데에 하나의 단서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 욕구의 충족은 다른 것보다 우선하지만 그렇다고 생리적 욕구가 고급한 욕구는 아니고 그러한 충족에서 오는 즐거움이 고차원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 생리적, 육체적 욕구는 기본적이고 1차적인 욕구이며,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경시될 수 없다. 나아가 이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대단히 크므로 다른 욕구보다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77면.

그러므로 정의, 법치주의, 자유, 인권, 사적 자치, 기본적 소유권과 같은 원칙이나 권리에 대한 예외는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예외 자체가 하나의 원칙이 될 수 있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3면.

만약 합리적인 사람이 "나는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열정적 사랑은 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1년 뒤에도 당신을 지금처럼 사랑할지는 불확실해"라고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명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솔직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 사람의 애인은 불안과 실망에 빠질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즐거움과 법규범 그리고 패러다임 결과주의(한상훈), 85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동안 연 평균 접수된 형사사건은 150만-200만건에 달하고, 2016년 1심 공판사건 중 유죄건수는 구속 33,323건, 불구속 235,187건으로 매년 법원의 판결로 확정된 범죄만 26만-27만건 이라고 한다. 그 수치는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3면.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이 접수한 형사사건은 총 1,644,804건이고, 공판사건 중 판결에 이른 243,781건 중 집행유예를 제외한 자유형이 61,000건, 재산형이 79,000건 이상이다. 자유형의 형기를 보면 1년 미만(24,844명)과 1년 이상 3년 미만(27,416명)의 자유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형법, 형벌폐지론은 극복되었는가?-자유형에 대한 하나의 대안-(김성룡), 94면.

롤즈는 "우리가 결함있는 이론을 그나마 묵인하게 되는 것은 그보다 나은 이론이 없을 경우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부정의는 그보다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3면.

형벌은 과거의 행위를 전제로 한 책임주의가 한계로서 작용하여 왔고, 보안처분은 장래의 재범여부에 관한 위험성판단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5면.

책임은 책임비난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불법에 관하여, 행위판단의 의사능력이 있는 행위자가 규범에 반하는 반가치태도를 형성함으로써 그러한 범죄행위를 선택하였다는 점에 대한 비난가능성 여부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07면.

즉, 우리의 인상은 범죄를 범하는 자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체 범죄자의 92% 이상은 교도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는다. 그리고 발을 들여 놓은 자들 중에서도 다수는 1년 이하의 단기형에 불과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사회안전을 위한 유리벽: 형벌 대신 예방처분 일원론이 정답이다?-인간다움의 회복은 진화감응성에서 찾아져야 한다-(김혜경), 113면.

만약 성매매에 수반되는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만으로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불법이자 범죄라고 한다면, 경제적인 대가를 매개로 자신의 육체와 감정을 소모하며 노무와 용역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경제활동과 고용활동도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지 반문할 수 있다. 성매매보다 더 강도가 높고 침해가 클 수 있는 육체노동과 심신을 피폐하게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감정노동이 합법적인 영역에서 널리 존재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양자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분하여 불법과 합법으로 나누는 근거는 무엇인가?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6면.

성매매는 결국 인간 존엄성을 형성하는 성이라는 소중하고 특별한 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남용하는 일이 된다. 거칠게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i) 성은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어서 성과 관련된 신체는 지키고 아껴야 하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ii) 성은 가급적 사랑에 결부되거나 특정한 상대로 절제되어야 하면 감정적 교감없이 방종해서는 안된다. iii) 성은 금전으로 교환될 수 없는 것이므로 돈벌이의 수단이나 경제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같은 금지명령이 성도덕 문란화와 성 상품화의 주요한 내용을 차지한다. 성매매는 이런 금지명령이 결합된 형태로서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가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48면.

달리 말하면 성매매를 금지하면서 내세우는 말과 그 배경을 이루는 생각이 혹시 남성중심의 성차별적인 사고의 연장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은 타인의 간섭과 개입이 최대한 배제되어야 할, 자기결정에 기반한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성이 자유화되고 개방화된 오늘날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일시적 유흥을 위한 관계나 애정과 무관하게 혼인이나 취업, 승진과 같은 다른 목적에서 성을 수단으로 삼는 "정서적 교감이 배제된" 관계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거나 경제적 지원에 의탁한 관계. 간통처럼 혼인 바깥에서 이뤄지는 불륜적인 행위까지도 도덕이나 사회윤리적 비난은 차치하고 법의 개입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에 합의를 보고 있다. 타인이 도덕적 잣대를 들어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금지나 처벌의 선상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0면.

성매매의 보호법익은 건전한 성풍석과 성도덕의 보호라고 하는 사회적 이익에 집중된다. 그런데 성매매가 범죄로서 요건을 갖추려면 그 행위가 추상적인 수준에서 성풍속이나 성도덕에 반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반한 결과 구체적으로 사회질서나 안녕에 해가 된다거나 위험하게 한다는 점이 필요하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3면.

법정형이 두 배나 무거우면서 어느 모로 보나 성매매보다 중한 죄라 할 간통죄조차 한 순간에 사회적 도덕률이나 건전한 성풍속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도덕적 비난과 민사적 챔임의 영역에 남게 되면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던 시각으로부터는 벗어난 것이다. 성매매를 떠받치고 있는 건전한 성풍석이나 성도덕에 관한 통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변적이며 실체를 잡아두기 어려운 개념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4면.

자신의 자발적 결정에 기초하여 상호 합의한 성매매는 타인의 이익을 특별히 침해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회적 유해성도 구체적으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6면.

형법은 최후수단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사회적 갈등해결의 첨병으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이 위험에 대한 관리도구, 그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신속한 직접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성매매는 누구의 법익을 침해하는가?(장성원), 157면.

일반적으로 책임비난이나 형벌은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에 따른 의사결정을 전제한다. 그런데 도킨스는 생리, 유전,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행동이 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도킨스가 말한 '도덕원칙으로서의 응보와 과학적 관점의 양립불가능성'은 '자유의지와 과학적 결정론의 양립불가능성'으로 재해석될 수도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67면.

임마누엘 칸트에 의하면 자유는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그 성격이 드러난다. 첫째, 스스로가 인과계열의 한 원인이 된다는 '자발성'으로의 자유, 둘째, 현상계에서의 감각적 충동의 강제와 경향성을 극복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선의지'로서의 자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편타당한 도덕법칙을 스스로 세우고 따를 수 있는 '자율성'으로서의 자유가 그것이다. 그는 인간에게 실천이성에 의해 바로 그와 같은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유의지가 있다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79면.

라플라스의 악마-18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그는 우리의 지성이 우주만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전지하다면 천체의 움직임은 물론 작은 원자의 움직임까지도 공식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자유의지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가 말한 전지전능한 지성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0면.

물리적 우주가 의식을 발생시키긴 하지만, 물리법칙은 의식을 예측하지 않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킨스의 틀린 생각(안성조), 185면.

출생이 수반되지 않는 가족의 형성과 세대의 계승이라는 변화는 이미 우리 눈 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5면.

일부일처제의 기원을 다양한 관점에서 찾을 수 있으나 "혼인 중에 수태된 아이의 아버지는 남편이다"라는 나폴레옹 법전 제312조의 선언이 3,000년에 걸친 일부일처제의 최종결과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197면.

'인류가 농경사회에 진입하여 부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내에서 남편이 아내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남자는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으며, 결국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행되고, 이러한 모권의 전복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였다'는 엥겔스의 관점은 새로운 생산력의 시대가 도래하는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1면.

영국의 경우에 법률상 부를 포함한 당사자 전원의 협력하에 이루어진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시하여 생부가 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여 규범적 부성 추정 제도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자녀를 출생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06면.

우리는 일부일처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맹아를 이른바 '졸혼'이라는 낯선 풍조에서 최근 발견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혼인이라는 명분을 유지하여 배우자로서의 상속이나 각종 대외적 관계에서 부부로서의 지위 등의 법적 효력은 향유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애정공동체나 경제공동체로서의 부부관계는 해체하여 새로운 낭만적 사랑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혼인관계도 등장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The End of Family(오병철), 214면.

결국 부부관계는 부부가 협의하여 그때그때 정하여야 할 일이고 법이 정해줄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다. 혼인법이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국면에서 이루어온 발전의 상당부분은 이러한 것이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혼인을 법이 규율해야 하는가?(이동진), 225면.

유류분 제도의 존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속인들의 부양필요성이 존재하거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는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 2018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1958년 민법 제정시 유류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입법자의 결단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유류분제도는 존속되어야 하는가?(최준규), 237면.

요약하자면, 분명히 재산이나 이익을 이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속세도 증여세도 물릴 수 없다는 결론은 부당하며, 이러한 재산, 이익에 대하여는 빠짐없이 과세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완전포괄주의의 이론적, 현실적 배경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41면.

무엇보다 법에서 과세범위를 막연히 넓게 정하여놓고, 과세관청이 그렇게 하고자 하는 때에만 그러한 과세를 정당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얼마나 '완전포괄적'일 수 있는가?(윤지현), 258면.




2018년 2월 1일 목요일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형법 과목의 이용식 교수님(가석방 포스팅 참조)께서 이번에 "형법총론" 교과서를 내시면서 쓰신 서문입니다.

로스쿨 도입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수험용 법학이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침식하게 된다는 점이었는데, 로스쿨 도입 후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대학도 사회도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왜소해지는 법학에 대한 뼈아픈 반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책은 사야 겠네요.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
-이론형법학 만가, 그 상여를 메고 부르는 슬픈 노래-

로스쿨 시대의 표준적 형법 교과서 내지 기본서는 어떠한 형태의 것이어야 할까? 단언건대 그것은 가장 얇은 것이다. 기존의 형법교과서는 학생들에게 형법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형법학자와 형법전문가들이 자신이 아는 형법학과 형법판례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천 페이지 내외의 두꺼운 책들뿐이다. 이들은 지나간 시대의 교과서, 어제의 교과서, 학부시대의 교과서, 사법시험 시대의 교과서일 뿐이다. 이러한 두꺼운 교과서는 로스쿨 시대와 변호사 시험에는 전혀 맞지도 않고 불필요하고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백해무익하다. 기존의 교과서들은 정말로 수준 높은 학문적 연구서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교과서가 아니며 기본서가 아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러한 흘러간 시대의 형법교과서나 기본서를 본다는 것은 「똑똑한 학생들의 멍청한 선택」이다. 조금의 미련도 갖지 말고 던져버려라. 본서는 이를 되돌려 놓기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본서의 학문적 가치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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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시대에 대응하는 형법공부는 어떤 것인가? 변호사시험을 위해서는 가장 얇은 교과서 한권과 가장 얇은 최근 3개년 판례정리집 한 권만 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 이상 보면 낙방한다. 변호사시험에서 답안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는, 알고 있는 것을 쓸 시간도 없고 답안지공간도 없다. 그저 조문과 판례의 「결론」만을 쓸 수 있다. 그러니까 판례는 이해할 필요가 없다. 이해하면 오히려 손해다. 판례는 결론만 암기하면 된다. 판례의 논거를 이해해 보았자 답안지에 쓸 시간도 공간도 없다. 판례를 열심히 공부하여 이해한 논거를 쓰려고 하면 변호사시험에 떨어진다. 판례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암기의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것도 결론만. 그것도 최근 3개년 판례의 결론만. 변호사는 판례의 결론만 알면 되는 것이다. 판례형법이라는 이름하에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한다. 판례는 해석을 하지 않는다. 판례는 규칙을 정한다. 정해진 규칙을 변경한다. 새로운 규칙을 정한다. 변호사시험은 정해진 규칙을 암기하는 것이다. 

형법이론은 닫혀진 텍스트를 열어, 거기에 감추어진 의미를 찾는 것이다(저자의 죽음-독자의 탄생)(입법자의 죽음-해석자의 탄생). 이론형법학은 말해진 것 속에서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찾는 작업이다. 사유 속에서 새로운 사유를 분만하는 것이다. 아직 사유되지 않은 것을 불러내는 것이다. 이론적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고, 이론적 사유의 한계바깥을 사유하는 것이다. 형법이론학은 근본적으로 체계와 새로움에 대한 관심이다. 형법이론은 기존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법칙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기존의 법칙의 전제에 대해, 그 법칙에 따른 추론과 결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주문하는 어떤 이의제기의 원천이다. 이론형법학의 사유를 향도하는 것은 “우리의 앎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는가?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자기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형법텍스트는 끊임없이 해석되어야 한다. 완결될 수 없는 것,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움직이고 생동하는 것을 계속 논의하는 것이 이론형법학의 존재방식이다. 이러한 이론형법학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최근 3개년 판례외우기」이다. 「죽은 형법이론에 바치는 애도의 노래」가 「판례외우기」이다. 새로운 로스쿨시대에서는 형법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형법모르기를 선택해야 한다. 

옛날이야기이다. 법학도들에게는 “왜 법학을 전공하려 하는가?” 하는 질문이 항상 있어 왔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항상 있어 왔다. 법과대학 입학식장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라틴어 문구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과 충격을 준다.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가 도대체 존재하는가? 단언건대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의는 그것을 사는 것(living)이다. 결국 정의는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경계선에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정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으러 로스쿨에 온다. 

나의 형법교수로서의 경력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최상위대학에 근무하고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최상위대학의 공기조차 낯설다. 내가 일류 형법교수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발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형법공부를 계속했다. 형법을 배우는 게 좋다. 이 나이에도. 일생 일연구자(一生 一硏究者).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자신의 한계 너머를 사유하고, 자신과 달라지는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는가 얼마만큼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가. 이러한 형법아리랑을 나는 오늘도 부른다. 그것은 해지는 땅 형법이론의 비가이다. 이론형법학의 상여 그 죽은 시체를 메고 부르는 만가, 그 슬픈 노래이다. 이것이 새로운 로스쿨시대의 표준적 형법교과서이다. 


2018년 1월1일
독일 프라이부르그에서 
이 용 식

2018년 1월 12일 금요일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시행


2018. 1. 7.부터 500만원의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2016. 1. 6.에 공포된 개정 형법에 의하여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전에 국선변호를 맡았던 사건의 선고가 있었는데, 선고를 들으신 피고인 분이 벌금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면서 전화를 걸어주셔서 알게 되었네요. 2년 전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나마 빨리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관련 조항입니다.

형법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5.7.29., 2016.1.6.>


 <법률 제13719호, 2016.1.6.>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62조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추징의 시효


*추징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민사상 취득시효와 소멸시효는 꽤나 많이 문제되는 편인데, 형사상으로도 공소시효와 형의 시효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공소시효가 범죄자에 대하여 기소를 할 수 있는 시한인 반면에 형의 시효란 피고인에 대하여 내려진 형이 집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형을 집행할 수 있는 시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형벌 중 가장 대표적인 징역형의 경우, 불구속재판을 받다가 피고인이 도주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시효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제는 같은 사무실 변호사님께서 추징의 경우 3년동안만 버티면 된다라는 말을 들으셨다길래 추징도 형벌의 일종이기 때문에 형의 시효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래 재확인하였습니다. 형의 시효에 대해서 형법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다음의 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하여 완성된다.
1. 사형은 30년
2. 무기의 징역 또는 금고는 20년
3.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는 15년
4.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10년
5. 3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5년
6. 5년 미만의 자격정지, 벌금, 몰수 또는 추징은 3년
7. 구류 또는 과료는 1년

추징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후 3년이 경과하면 형의 시효가 완성되어 집행이 면제되는 것입니다(형법 제77조).

 시효는 사형, 징역, 금고와 구류에 있어서는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벌금, 과료, 몰수와 추징에 있어서는 강제처분을 개시함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그렇지만 3년만 지나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특정공무원범죄'에 대해서는 형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추징의 시효가 10년이 됩니다(공무원범죄에 대한 몰수특례법 제9조의4).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뇌물관련 범죄 등이 대표적인 공무원범죄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몰수추징의 시효가 3년으로 완성되려 하자 2013년경 개정된 내용입니다.

또한 추징은 국가기관(형벌의 집행은 검찰이 담당합니다)의 강제처분의 개시로 시효가 중단되는데, 시효가 중단되면 시효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3년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제처분의 개시는 유체동산 경매의 방법으로 추징형을 집행하는 경우에 검찰징수사무규칙 제17조에 의한 검사의 징수명령서를 집행관이 수령한 때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다만 집행관이 그 후에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집행관이 추징의 시효 만료 전에 징수명령서를 수령하고, 그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기 전에 징수명령이 집행되었다면 추징의 시효가 완성된 후의 집행이 아님)이고(대법원 2006. 1. 17.자 2004모524 결정),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벌금형을 집행하는 경우 그 벌금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는 검사의 징수명령서에 기하여 법원에 채권압류명령을 신청하는 때이며, 수형자의 재산이라고 추정되는 채권에 대하여 압류신청을 하였으나 집행불능이 된 경우 이미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6. 25.자 2008모1396 결정)는 것이 판례입니다.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 도입



'벌금형도 집행유예' 장발장법 가결…형법서 간통죄 삭제 연합뉴스 2015. 12. 9.자 기사

우리나라에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형법규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에 대해서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벌금을 낼 자력이 없는 사람이 경한 형인 벌금형보다 중한 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개정 형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집행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격사유 등을 확정하기 위하여 2년 후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약식명령으로 해결되는 경미사건들에 대해서 정식재판청구율이 매우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자동차수색죄


"연인 차량 뒤졌다가…" 사랑도 잃고 범죄자 된 30대, 연합뉴스, 2015. 5. 31.자 기사

기사를 읽다가 "차량수색죄"는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정해져 있다는 부분을 읽다가 형법에 자동차수색죄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찾아보았습니다.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형법 제321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주거신체수색)으로 되어 있네요. 수색의 대상에 따라서 주거수색죄, 신체수색죄, 자동차수색죄라고 하는 것인데, 주거침입죄의 사안은 자주 보는 편이지만 주거신체수색죄 부분은 자주 보는 부분이 아니라서 형법조문에 있는지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색이란 "사람 또는 물건을 발견하기 위해서 사람의 신체 또는 일정한 장소를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거수색죄의 수색은 불법해야 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한 수색(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은 위법성이 조각되고, 피해자의 동의에 의하여 수색한 때에는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됩니다[이재상, 형법각론(제9판), 박영사(2013), 247면]. 위 기사에서는 자동차를 수색한 것이 자동차의 소유자인 전 여친 남편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될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가석방


신문을 보다가 이용식 교수님께서 중앙일보에 시론으로 쓰신 글이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위치추적장치훼손이 다시 범죄가 되어 징역형을 살게 되자 상고한 성범죄 전력자의 상고이유서를 쓰던 중이라서 그런지 더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시론 가석방은 범죄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다, 이용식, 중앙일보 2015. 5. 28.자

이용식 교수님은 대학교-대학원에서 형법을 배웠든 은사님이십니다. 사진은 제가 수업을 받았던 90년대-2000년대 초반보다 약간 후덕해 지셨는데 그 때만 해도 매우 날씬한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칼럼 곳곳에 적절한 인용과 문구가 맘에 들어 적어둡니다.

- 우리 헌법도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바, 그 인간의 범주에 '재소자 또는 범죄자'를 제외시킬 어떠한 근거도 없다. 오히려 재소자라는 사회적 소외대상이란 점에서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가석방제도의 핵심 가치다.

-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칼은 범죄자를 처단할 때 뿐 아니라 억울하게 묶여 있는 재소자의 포승을 잘라 낼 때도 쓰여야 한다.

2015년 2월 26일 목요일

형벌관련 위헌결정의 소급효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간통죄가 62년만에 폐지되었습니다(관련기사). 지난번 합헌결정 이후 간통죄로 처벌받았던 사람들이 이번 위헌결정으로 구제받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약간 다른 것 같아서, 위헌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찾아보았습니다.

위헌결정의 효력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전 헌법재판소법(2014. 5. 20.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는 위헌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②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③제2항 단서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2014. 5. 20. 다음과 같이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종전의 제2항 단서 부분을 제3항으로 독립시키고, 단서 부분을 추가한 것입니다.


②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개정 2014.5.20.>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신설 2014.5.20.>

④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14.5.20.>

헌법재판소법의 개정으로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형벌과 관련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날까지로 제한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에 근거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받고 국가로부터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형법 제정시인 1953년부터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모두 재심청구를 하는 경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이미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으로 법원에 재심청구가 엄청나게 들어온 전례가 있어 이는 예견된 문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형벌과 관련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한 것이라고 하네요.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동물학대는 죄가 되는가


타인이 키우는 애완동물인 개나 고양이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어떤 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하여 형법은 "재물손괴죄"로 이를 의율합니다. 즉, 개나 고양이는 타인의 재물이므로, 개나 고양이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에 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재물인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것은 재물손괴에 해당된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것이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법령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동물학대를 하게 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①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3.3.23., 2013.4.5.>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②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3.3.23.>
1. 도구·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2.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다만, 질병의 치료 및 동물실험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3.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

 ① 제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요건을 보니 사슴피나 웅담을 채취하려 살아있는 사슴이나 곰에게 피나 장기를 채취하기 위해 장치를 설치하는 등 잔혹행위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경우를 시행규칙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① 법 제8조제1항제3호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를 말한다.  <개정 2013.3.23.>
1.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이는 행위
                2. 동물의 습성 및 생태환경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

④ 법 제8조제2항제4호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를 말한다.  <개정 2013.3.23.>
1.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2. 열·전기·물 등에 의한 물리적 방법이나 약품 등에 의한 화학적 방법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그러면 소나 돼지, 닭 등의 도축도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도축하는 것은 허용되므로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①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3.8.13.>
②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매몰을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3.3.23., 2013.8.13.>
③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개정 2013.8.13.>

따라서 주인 없는 애완동물이라고 해도 함부로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히 경찰이나 검찰이 동물을 죽이는 것을 보고 문제삼지 않는다면, 동물의 주인이나 목격한 사람이 동물을 학대한 사람을 고소하지 않는다면  형사적 문제까지 발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폭행 등의 사건도 넘쳐나서 경찰/판/검사 할 것 없이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는 터에 동물학대까지 시시콜콜히 수사하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07조)이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311조)입니다. 두 죄 모두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들은 사람이 한사람인 경우에는 공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판례는 전파성의 이론을 받아들여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써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결국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적시는 비밀이 보장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특수한 경우에 공연성이 부정되는데, 그 예로 피해자의 친척 한사람에게 피해자의 불륜관계를 이야기한 경우,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려고 하면서 집안관계인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적시한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업관계에 있고 친한 사이인 사람에게만 피해자의 험담을 한 때 등에는 그것이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연성이 부정됩니다.

법률신문을 읽다가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을 발견하여 찾아본 것인데, 오늘 본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이 동료 경찰관 3명만이 있는 지구대에서 그 중 경찰관 1명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나머지 경찰관 2명이 그 욕설을 전파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청주지법 2014. 5. 23. 선고 2013노941 판결). 공연성이 부정되는 사안으로 "경찰관들만이 있을 때"를 추가해 놓아야 겠네요.

* 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1998), 171-172면 참조.

2014년 4월 14일 월요일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불가분적 사후행위라 함은 범죄에 의하여 획득한 위법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 처분하는 사후행위가 이미 주된 범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도둑이 핸드폰을 훔친 다음, 훔친 핸드폰을 부숴버린 경우, 첫번째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하고 두번째 행위는 손괴죄를 구성하지만, 핸드폰을 훔치는 행위에 의하여 소유자(또는 점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를 부수는 행위로 인한 소유권에 대한 침해는 주된 범죄인 절도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되는 것이므로, 핸드폰을 부수는 행위는 절도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도둑의 행위는 절도죄를 구성할 뿐이며, 손괴죄 부분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범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횡령죄에 있어서 특히 명의신탁을 받아 부동산을 보관하는 수탁자가 자신의 개인적 채무의 담보조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한 다음, 그 수탁자가 별도의 채무의 담보조로 당해 부동산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당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여 버린 경우 등과 관련하여 종래 우리 대법원은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각행위는 앞에서 살펴본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등). 그런데 대법원은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판결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 판례 8개를 폐기하고, 일단 첫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횡령죄가 성립한 뒤에도 두번째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매매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하는 것이 주된 범죄와 보호법익을 같이하고 침해의 양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526면], 근저당권 설정행위 후에 다른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나 매각하는 것은 적어도 침해의 양을 초과하는 것이므로 이를 사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판례로 확인하여 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중요 판례들을 보면서 위 판례를 발견하였는데,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와 관련하여 종전의 대법원 입장도 확실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는 의미로 기록해 둡니다.

참고 :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신동운, 판례평석 : 횡령 후의 횡령죄 성립 여부 -2013. 2. 21.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공보 2013상, 599-, 서울대학교 법학, 54권 4호(2013)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후단 경합범

거의 10년만에 국선변호인으로 형사법정에 참석했었습니다.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투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주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잘 알려진 국선전담변호사가 담당하기도 하지만, 일반 변호사들도 법원에 신청을 하여 국선변호인 목록에 들어가게 되면 목록 중에 있는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되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과 달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는 "사선변호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10년만에 하는 국선변호라서 일주일 전에 법정참관도 하여 분위기도 익히고 하였지만 떨리긴 떨리더군요. 국선변호를 맡았던 사건 중 3건은 선고기일이 잡혔는데, 1건이 속행되었습니다. 판사님께서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하시더니 "후단경합범"인데 관련 사건 판결 확정사실이 기록에 없다고 하시며 검사님께 관련 판결 확정과 관련한 내용 수사보고로 추가하라고 하시면서 한 기일을 더 잡으신 것입니다.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를 말합니다(형법 제37조). 한마디로 범죄를 여러개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경합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합범은 동시적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으로 나뉘는데, 동시적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말합니다. 형법 제37조 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전단 경합범"이라고도 합니다.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 1)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2)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같은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가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고, 3)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다른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병과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형법 제37조 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후단 경합범"이라고 합니다. 사후적 경합범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로,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되,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9조). 원래 확정판결 전에 범한 죄가 법원에 알려진 경우에는 당연히 경합범의 예에 의하여 처벌되었을 것이므로 사후적 경합범이 동시적 경합범에 비하여 무겁게 처벌되는 불합리를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후적 경합범의 처분에 관하여는 종래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선고하되 그 형의 집행은 (동시적) 경합범의 예에 의하도록 하다가, 2005. 7. 29. 시행된 개정법률에 의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정하지만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에 비하여 불리한 양형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참고: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우리 피고인은 이번 재판 이전에 2개의 죄에 대해서 징역형이 확정되었는데, 이번 재판은 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이라서 판사님은 약식명령이 나온 금액보다  감형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후적 경합범이라는 사실을 형량에 고려하지 않게 되면 상급심에서 파기사유가 되므로 반드시 이전의 판결확정사실이 판결문에 들어가야 합니다. 어쨌든 판사님께서 수차례에 걸친 피고인의 탄원서를 보시고 무죄를 다투면 어쩌나 걱정을 하셨던 모양인데, 피고인이 번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자 감형을 적극 고려하실 것으로 예상되어 기분은 좋았던 재판이었습니다.


2014년 3월 18일 화요일

[책소개] 빠리의 기자들



고종석, 빠리의 기자들, 새움(2014)

기자 고종석이 소설가 고종석으로서 낸 첫번째 소설인 [기자들]을 수정하여 [빠리의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다시 펴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첫번째 외국체류의 경험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측되었고 그 기대대로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기자들과의 에피소드, 고종석 기자가 유럽에 나가서 취재활동을 하면서 [유럽]지에 실은 기사들, 동독의 붕괴이후 동독지역 지식인과의 인터뷰 등을 소설의 형식 안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법학도였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저자가 법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부분이 나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 때 나는 인과적 행위론이니, 목적적 행위론이니, 사회적 행위론이니, 미필적 고의니, 인식있는 과실이니,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니 하는 잡스러운 개념들로 가득 찬 형법 교과서를 생각했고..."

-고종석, 빠리의 기자들, 새움(2014), 158면.

법학을 공부하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두가지 진입장벽으로 종종 "한자"가 섞여 있는 법조문과 법서들 자체와, 형법의 수많은 행위론들을 들 수 있었습니다. 십년전만 해도 법서에 있는 한자들은 이공계의 수많은 두뇌들이 사법시험을 쳐다보지 않게 하는 진입장벽이 되었었는데, 어느 순간 법서에서 한자들이 괄호 안에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자가 그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아니면 쓰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서 마침내 의사출신, 공학박사 출신 변호사를 주위에서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언어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저자가 법학을 공부하는데 사실 한자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형법의 행위론이나 개념들인데, 이게 실제로 누가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판단하는 데에는 전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법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이유로 문제로 출제되고 그것이 당락을 좌우하는 지라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저자는 이를 "잡스러운 개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잡스러운 개념이 무엇인지 간단히나마 알아보고 저자의 심정을 이해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개념들에 대해서 살펴보기 전에 왜 행위론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형법은 범죄를 다루는 학문이고,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유책한 행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범죄는 행위의 존재를 요건으로 합니다.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범죄의 모든 발생형태에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행위개념은 가능한가, 이러한 행위개념을 존재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 또는 규범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행위론 이라고 합니다.  행위론은 형법적 의미에서 행위와 비행위를 구별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거동을 제외하는 기능(한계기능), 형법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인간의 행위를 통일개념으로 파악하게 하는 기능(분류기능), 행위-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형벌로 이어지는 형법체계를 구성하는  기능(결합기능)을 합니다.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의사에 의하여 외부세계에 야기된 순수한 인과과정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인과적 행위론에 따르면 행위를 일정한 거동의 유의성으로 보게 되므로, 행위개념에 부작위를 포함시킬 수 없게 되고, 미수행위의 개념결정에 난점을 보이는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목적적 행위론은 행위를 본질적으로 목적활동성의 작용으로 봅니다.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은 고의를 설명하는 데 뛰어나지만 과실행위나 부작위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사회적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이 존재론적 방법만으로 행위를 파악하려고 하였다면 여기에 규범적인 방법으로 행위를 규명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도 학자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슈미트의 사회적 행위론, 객관적 사회적 행위론, 주관적 사회적 행위론 등으로 나뉘어 설명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구성요건적 결과에 대한 인식 또는 예견이 불명확한 경우 중 결과의 발생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확실하게 인식한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행위한 경우를 말합니다.

미필적 고의는 인식있는 과실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미필적 고의는 말 그대로 "고의"인 만큼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의 "고의범"으로 처벌되지만, 인식있는 과실을 가지고 범죄의 결과를 발생시킨 사람은 그 구성요건이 "고의범"만 처벌하고 있으면 처벌되지 않고, "과실범"을 처벌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실범으로 처벌되기 때문입니다.

그 구별기준과 관련하여 개연성설, 가능성설, 용인설, 감수설 등이 주장되고 있는데, 감수설에 따르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였을 뿐 아니라 구성요건 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이에 반하여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신뢰한 경우가 인식있는 과실이라는 것입니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자기를 심신장애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러한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실행은 책임무능력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결정적 원인이 책임능력상태에서 행위자에 의하여 자유롭게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책임무능력 상태의 행위라도 처벌되고, 형이 감경되지 않게 됩니다.

사실 형법을 공부할 때 위와 같은 개념 하나 하나에 천착하게 되면 수많은 개념에 질식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독일의 형법과 범죄 관련 이론이 수입되면서 체계를 이루었기 때문에 그리고 번역투의 문구는 일반인에게 너무도 생소해서 당연히 "잡스럽"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 위와 같은 개념이 도움이 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어쩌면 위의 이론들은 실무가 또는 학자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개념들이 행위-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형벌이라는 형법의 체계를 이루는 토대가 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잡스러움을 뚫고 형법에 발을 들여놓고 마침내 실무가나 학자가 된 많은 분들을 위한 한마디 변명이었습니다.

참고 :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수사 잘 받는 방법

몇년 전 금태섭 검사란 분이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잘 받는 방법"이라는 칼럼을 쓰기로 하고 첫회분이 게재되었었는데 검찰조직 내부에서부터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칼럼 연재를 정지하기로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그분은 검사직을 그만 두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시죠. 책도 몇권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그 신문 칼럼 자체가 논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칼럼 자체를 본 적이 없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크게 두가지 내용이네요.
1) 본인이 유리하게 (꾸며내려고) 주장하지 말라. 2) 변호인에게 맡겨라.

이후에 10번에 걸쳐 자세한 내용을 쓰려고 하셨는데 못 썼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위의 한편의 칼럼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현직 검사가 글을 쓴 것 때문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이지 그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 뿐 "계좌추적을 피하는 법,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는 법,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체포를 피하는 방법과 같은 것은 여기에 소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니 오해의 소지도 별로 없을 것이었겠구요.

문제가 있었다면 저는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 수사를 하는 검사가 말해주는 노하우라면 금태섭 전 검사님의 의도가 무고한 피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유고(有辜)한 피의자들의 수사가 어렵게 되는 것도 당연히 예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에 대해 보충하자면 "수사받을 당시 자신의 입장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자신이 말한 것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조서에 지장을 찍으시라"는 것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나오듯이 감금되어서 고문을 받은 후에 작성되거나 변호인과 자유롭게 접견하지 못하거나 변호인의 정당한 참여가 배제되거나, 조사의 내용에 비추어 합리적인 조사기간을 넘어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등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를 줄여 "특신상태"라고 합니다)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아닌 한, 본인이 지장을 찍고 나온 경찰이나 검찰에서의 수사결과와 다른 주장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나중에 자신이 이야기한 것과 달리 조서가 작성되어 있다고 항변해도 일단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내용(그것도 자기가 이야기한 내용)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2월 5일 수요일

민법연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면서 기본적으로 보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할 당시(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기본삼법의 기본서로 보았던 것은
 헌법 권영성 교수님의 헌법학원론
 민법 곽윤직 교수님의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
 형법 이재상 교수님의 형법총론, 형법각론
이 책들이었습니다.

위 세 책들의 저자 가운데 권영성 교수님께서는 학교에 계셨기 때문에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었지만, 곽윤직 교수님께서는 90년대 초반에 은퇴하셨고, 이재상 교수님은 이대에서 강의를 하셨기 때문에 직접 뵙지는 못했네요.

하지만 그 양의 방대함 때문에 기본서를 1회독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아서, 특히 민법의 경우에는  곽윤직 교수님의 책들(줄여서 "곽서"라고 했습니다)을 요약 정리한 버전의 요약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준호 교수님의 민법강의가 시험용으로 각광을 받았죠. 몇년 후에 후배가 자신이 공부했다는 책을 가져왔는데 그 책은 지원림 교수님의 책이더라구요. 현재는 곽서를 별로 보지 않는 듯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당시 민법 교수님은 남효순, 양창수, 김재형, 윤진수 교수님이셨습니다. 저는 그 중 양창수, 김재형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김재형 교수님이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하시는 스타일이라면 양창수 교수님(현재 대법관으로 재직중이시죠)께서는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고, 다른 법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셨는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으셨습니다. 특히 곽윤직 교수님의 책으로 수업하시면서 곽교수님의 견해에 대해서 정중하게 자신은 다른 입장이라고 하시거나, 이은영 교수님의 견해를 사정없이 비판하시는 걸 은근히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곽서라는 부동의 교과서가 있다보니 양교수님께서는 본인의 교과서를 내시지는 않으시고, "민법연구"라고 하여 본인이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내는 연구물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시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9권까지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2010년, 2011년, 2012년에 로스쿨 교재로 책을 내셨네요(계약법권리의 보전과 담보권리의 변동과 구제). 그 밖에 민법입문자들을 위해 쓰신 "민법입문"이라는 책이 있는데,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법학에 뜻이 있는 분들이 법학을 시작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어설픈 법학개론 책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일과 관련해서 찾아볼 논문이 있어 민법연구 8권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그 서문에 양교수님께서 1권을 쓸때 서문을 다시 인용하시면서 아직도 우리 학계의 현실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걱정하십니다. 민법학이 그럴진대, 형법, 헌법 그리고 제가 전공한 행정법학계는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어떻게든 세상에 지식이 쌓이고 더 좋아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다음은 민법연구 8권에 인용되어 있는 민법연구 1권의 서문 중 일부입니다(한자는 한글로 고쳐서 옮깁니다).

"필자는 그야말로 민법학의 초심자에 지나지 않는다. 멀리 바라보며 나아갈 목표도 바로 눈 앞의 길도 뚜렷하지 아니한 채, 안개 속을 헤매는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학문의 전통]이 없다는 것이다. 넓은 범위에서 양식 있는 분들의 동의를 얻고 있어 후학들이 일단 의지할 수 있는 방법이 수립되어 있는지 의문이고, 또한 학문적 훈련을 습득하여 가는 과정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므로 당연히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행하여지고 있고, 더욱 중요한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의 민법학의 존재이유와 가치에 대한 회의가 은연 중에 팽배해 있어서 학문의 수행에 필수적인 인적 자원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 법학을 일생을 걸만한 대업으로 여기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하나의 단위로서의 민법학계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전통의 부재]는 당연히 학문작업(그 성과는 일단 논문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에 대한 자율적인 평가체계가 기능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으로 통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언필칭 [논문집]을 펴 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다만 여기저기서 [준거]의 획득을 위하여 고투를 계속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이러한 글들이 조금이라도 동병상련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여 보는 것이다."


2014년 2월 4일 화요일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제한 위헌 결정

집행유예 받은 사람도 올 지방선거 투표가능
법률신문 2014. 2. 3.자 기사
요약 결정문

헌법재판소는 2014. 1. 28.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유예기간 중인 자'에 관한 부분 및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 선거권'에 관한 부분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 원칙에도 위반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지에 대하여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을 수형자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중 많은 부분이 현존하는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결정유형으로는 단순합헌, 위헌불선언, 단순위헌, 일부위헌, 한정합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 등이 있습니다.

단순합헌 : 심판대상이 된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한 결과 헌법위반의 점을 발견할 수 없어 합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위헌불선언: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을 제시하고 4인이 합헌의견을 제시하여 위헌의견이 다수임에도 위헌결정정족수(재판관 6인 이상) 미달로 위헌선언을 할 수 없는 경우(1996년 이후로는 합헌결정을 선고하고 있음)
단순위헌: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법률조항 전부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는 결정
일부위헌: 심판의 대상이 된 법조문을 그대로 둔 채 그 일부 문언에 대해서만 위헌선언을 함으로써 법조문의 일부를 삭제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한정합헌 : 한정축소해석을 통하여 얻어진 일정한 합헌적 의미를 천명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넘어선 확대해석은 바로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뜻
한정위헌: 심판대상이 된 법조문을 그대로 둔 채 그 법조문의 특정한 적용사례에 대해서만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것
헌법불합치: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법의 공백에 대비하여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해당 법률이나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도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고, 그 효력을 일정기한까지 유지시키는 것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일부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과 형법의 수형자 부분은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되며, 입법자는 201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관련조항은 2016. 1. 1.부터 그 효력이 상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