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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2일 수요일

[기사] 잘못 입금된 코인 100억, 맘대로 썼는데... 대법 판결 '충격'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관련해서 법원의 판결이 쌓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 이익'이고,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지만 민사상 가상화폐자체에 대한 강제집행은 불가능하고 다만 거래소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압류할 수는 있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가 착오송금되자 자신의 다른 계좌로 옮겨버린 행위에 대해서 배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 대법원이 무죄 선고를 한 사건이 있어서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이런 내용을 하나의 기사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중앙일보, 2022. 1. 12. 기사, 김용우, 잘못 입금된 코인 100억, 맘대로 썼는데... 대법 판결 '충격'

가상화폐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괜찮은 내용으로 일독을 추천합니다.

2021년 6월 3일 목요일

[하급심판결]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의 해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이 사정변경으로 인한 임대차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하급심에서 해지사유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61441). 

일단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이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서

임차목적물이 명동에 위치한 매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고 모든 해외입국자들에게 2주간 격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국내입국 여행자수가 99% 이상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 장기화됨에 따라 매출이 90% 이상 감소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코로나19가 발생되고 장기적으로 지속하며 매출이 9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사정은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며, 임대차계약 제13조 제4항에서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이상 자신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계약해지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고도 하였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계속적 보증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판례가 형성되어 있으나, 임대차계약과 같이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에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거의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정변경이라고 인정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을 사정변경으로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그 범위가 넓어져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데, 법원이 판결-판례를 통해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 큰 판결이기 때문에 당사자 또한 항소-상고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판례가 될 것인지 향후 1-2년간 결과를 예의주시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며칠 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법률신문 2021. 1. 11.자 기사가 났습니다. 마침 제가 맡고 있는 2심 국선변호 사건에서 다투고 있던 쟁점이었기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거의 동일한 쟁점이더군요.

제 사건은 원래 1심 국선변호 사건(사기) 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상당부분 변제한 상황이었고, 관련사건에 대해서 실형을 복역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특별히 또 실형선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었고, 1심판결의 결론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였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에는 거의 대부분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고, 이 판결에도 사회봉사명령이 붙어 있었는데,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게 3개월 내에 잔여 피해금액을 변제할 것"이 부과되어 나왔습니다.

특별준수사항 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준수사항을 붙이는 근거법령을 찾아보았는데, 그 근거법령은 보호관찰법 제5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9조, 제19조입니다. 사회봉사명령에는 보호관찰법상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시행령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특별준수사항)  제32조제3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21. 1. 5.>

1.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까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것

2.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학과교육 또는 성행(性行: 성품과 행실)개선을 위한 교육, 치료 및 처우 프로그램에 관한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를 것

3. 범죄와 관련이 있는 특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4. 성실하게 학교수업에 참석할 것

5. 정당한 수입원에 의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

6.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 또는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할 것

7. 가족의 부양 등 가정생활에 있어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

8.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

위 제8호가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순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여기에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물론 특별준수사항으로 변제를 명하는 것, 특히 기간을 정해서 변제를 명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특별준수사항을 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항소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2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그 국선변호인께 이런 쟁점으로 항소하는 것이 맞겠다고 의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항소를 하신 다음 2심 재판부에 저를 2심에서도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셨더군요. 이런 경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의 국선변호인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저를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재판 내내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재판기간동안도 계속해서 피해금액을 소액이나마 변제하면서 선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사건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행유예 판결은 유지하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된 부분은 과도하고, 2심 재판기간동안에도 계속 변제노력을 한 점과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사회봉사명령도 부과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권한을 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부과받았지만,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과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항소절차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부과된 권한의 한계 또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결론을 수시로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피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고 살면 안될 것입니다.

2021년 1월 7일 목요일

[판결] 레깅스 뒷모습 몰카도 성적 수치심 유발


[판결]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 첫 인정, 법률신문 2021. 1. 6. 기사

대법원이 레깅스 뒷모습 몰카에 대해서 유무죄가 갈렸던 사안에 대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 7. 선고 2019도16258).

눈에 띄는 점은 위 죄의 보호법익에 대해서 설시한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카메라 등 이용찰영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하고,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피해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상태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취지는 공감합니다만, 객관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는지가 범죄성립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 범죄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하는 것이 인격권 침해가 되기는 하지만(그래서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만)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인격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만큼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신체부위에 대한 동의 없는 촬영에 있어서는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정도이고, 그 보호법익 이라고 하는 것이 성적 자유라고 하는 것은, "성적 자유"는 "인격권"과 달리 절대로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상위의 권리 로 인정해 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닐까요.

대법원의 판시에서 단순히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에서 나아가, 그 보호법익이 우리 헌법체계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다른 보호법익과 비교하여 더 보호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단순히 그러한 행위로 인해 '여성이 기분나쁘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쉬워하는 것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법률신문 선정 2020 주요판결

 


법률신문에서 '2020 주요판결' 이라는 기사를 결산으로 내놓았네요. 

[2020년 법조계결산] 법률신문 선정 '2020 주요 판결', 2020. 12. 31.자 법률신문

신문에 대서특필된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놓친 것도 상당히 있어서 훑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동산 양도담보물 처분/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아니다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판결

2.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3.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첫 인정

대법원 2020. 6. 8. 선고 2020스575 결정

4. 중고차 사기단 '범죄집단' 첫 인정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도16263 판결

5.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는 사실상 해임 -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서울행정법원 2020. 12. 1. 선고 2020아13354 결정

6. 전자장치 착용자에게 적정기한 정하지 않은 보호관찰 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서울고등법원 2020로52 결정

7.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판결

8. 열악한 근무환경 탓 선천성 질병 아기 출산 산재 해당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9. 산재 사망 근로자 자녀 특채 단체협약 유효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판결

10. 병역의무만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예외 합헌

헌법재판소 2020. 9. 24. 선고 2018헌마739/975/1051(병합) 결정

11. 공무원 고의과실 인정되어 국가배상 합헌

헌법재판소 2020. 3. 26. 선고 2016헌바55 결정

12.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는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 일부 제한해야

헌법재판소 2020. 8. 28. 선고 2018헌마927 결정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2021년은 좀더 활기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대법원 "기존 의무 임차기간 채웠다면 개정 상가임대차법 적용대상 아니다"

 


임대차전문 조정위원으로 매주 조정을 하고 있다 보니, 그래도 상가임대차법 관련 주요 판례는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법원은 2020. 11. 5. 선고 2020다241017 사건에서 개정 전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차기간인 5년을 채운 후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를 이유로 건물의 명도를 구하자, 개정 후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차기간인 10년이 도과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임차인이 다툰 사안에 대하여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정 후 상가임대차법에서 의무임차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서 그 부칙에서 10년이 적용되는 대상을 "상가임대차법 개정법 시행(2018. 10. 16.) 이후에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개정 전 법률에 따른 의무임대차기간(5년)이 경과하여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10년의 의무임대차기간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2012.7. 20. 최초 임대차개시

2014. 7. 30. 임대차계약의 기간은 2019. 7. 20.로 합의

2018. 10. 16.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대차기간 10년으로 연장

2019. 4. 6. 임대인의 갱신거절의사 통보

즉 당해 사건의 의무임대차기간은 2017. 7. 20.까지인데, 이미 2014. 7. 30.에 임대차기간을 2019. 7. 20.으로 정한 계약이 체결되어 있었고, 개정 상가임대차법시행 이후에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로 종료된 임대차계약이므로 개정 상가임대차법 부칙상 10년의 의무임대차기간 적용대상인 임대차가 아니어서 5년의 의무임대차기간이 이미 지난 이상 임대인의 갱신거절은 정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개정 상가임대차법 개정 조항의 문리적 해석에 따른 결론이라고 생각되는데, 의무임대차기간 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니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0년 8월 31일 월요일

남편의 의사에 반하지만 아내의 허락에 의하여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판결] 남편 몰래 내연녀 집 드나들며 간통..."주거침입죄 아니다", 법률신문 2020. 8. 31.자 기사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80년대의 대법원 판례가 공동거주자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므로 주거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었습니다(대법원 83도685 사건).

그런데 동일한 사안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가 나왔네요. 검사는 확실히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25년 이상 지난 지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

 


[판결] 대법원,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첫 인정... 관련 법리 제시, 법률신문 2020. 8. 20.자 기사

형법 제114조가 2013년경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집단 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한 이래, 범죄집단 을 인정한 첫번재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합니다.

형법 제114조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이라는 제목으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

개정전 조항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2013년 개정형법은 범죄단체의 목적되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단체보다 조직성이 덜한 범죄집단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는 것이었네요.

범죄집단의 성립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에서 법리를 설시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며 "외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외부 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형법이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2020년 3월 2일 월요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석방



보기 힘든 재판을 보다보니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던 법조문을 근거로 보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보석 또한 취소되어 법정구속되었는데요. 법정구속 후 6일만에 다시 석방되었는데, 일반 형사범의 경우 그런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석방된 경위를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된 이유는 재판기간동안 신병을 구속하지 않는 보석결정이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2심인 고등법원의 보석결정에는 원칙적으로 항고할 수 없고 다만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18조). 재항고는 법적성질이 즉시항고입니다.

즉시항고는 보통항고와 달리 제기기간 내에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됩니다(형사소송법 제410조). 항고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사건에서는 고등법원)은 결정으로 항고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09조).

이명박 전 대통령 측(변호인)은 즉시항고 제기기간(결정일로부터 7일) 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신문기사([권석천 논설위원이 간다] "전직 대통령이 도주?"... 법정구속 관행이 한방 맞았다, 2020. 3. 2.자)를 보았을 때, 변호인측의 항고이유는 재항고 제기기간이 지나기 전에 구속집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된다는 것입니다. 즉, 보석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즉시항고이기 때문에 7일이라는 제기기간이 지나면 확정되어 불복할 수 없게 되는데, 제기기간이 지나기 전에 구속집행을 하게 되면 보석취소결정의 확정 이전에 바로 집행하는 것이어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이죠.

이에 2심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즉시항고 제기 2시간만에 보석취소결정의 집행을 정지한 것입니다. 2심 재판부로서도 형사소송법 제409조에 따라 집행정지를 하고, 대법원의 즉시항고에 대한 판단을 받아서 보석취소여부(구속여부)가 결정나게 된 것이고, 2심재판부가 종국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석방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즉시항고에 대한 판단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 심리기간 중에 먼저 하게 되면, 그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입장에서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면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상고심의 심리를 같이 진행하고, 같은 날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굳이 상고심 진행 중에 보석취소결정을 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손을 들어서 이 전대통령이 다시 구속된다면,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대법원이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하더라도 신병을 구속하지 않고 상고심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비슷한 결과가 되었네요.

위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기사에서는 불구속재판이 원칙이니 2심재판부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에 따라 유죄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예규가 헌법이나 법률위반 임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잣대로 구속재판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신변경호까지 받기 때문에 도주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가 예외적인 상황인 것이지, 일반 형사피고인들의 도주가능성은 지난 달 일본의 '카를로스 곤' 탈출사건에서 보듯 상당히 높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2020. 2. 19.자 한국일보 기사

교특법위반(치사)죄 관련 해서 원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왔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로 뒤집혔던 사안인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되었다는 것이네요.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르면 제동하기 어려워 보였던 사정+ 피고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KBS 뉴스 2020. 1. 14.자 기사

요약하자면
장황한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엄청난 방어의 부담 지우는 부분 : 공소장일본주의위반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많음
영장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 헌법위반, 증거능력 없음(영장에 검색어를 2015후2204 15후2204로 제한했는데, 검찰이 "2015", "후", "2204"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증거로 제출)
제출된 사진-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 없음
제출한 사진으로 기억을 되살린 참고인의 진술 - 위법수집증거의 2차증거로 증거능력 없음
암시적이고 반복적인 유도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 특신상태 인정하기 어려워 증거능력 없음
피의사실공표 : 검찰이 피의사실공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포토라인 :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음

이 정도가 되겠는데, 중요한 부분은 압수수색 잘못(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거조사결과(참고인진술) 또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검사의 피신조서의 특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거능력이 부정된 부분이 무죄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도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형사변호사에게는 의미있는 판결 같네요.



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s of Spies)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행크스

넷플릭스에 2015년작 영화가 올라왔는데, 스파이 영화라면서 톰행크스 얼굴 크게 나와 있길래 톰형 무슨 액션 하시나 하고 봤는데... 어윽 톰형 직업이 보험전문 변호사... 냉전시대 변호사라... 하면서 보다가 헌법에 대한 이해를 보고 엇... 하고

My name's Donovan. Irish, both sides. Mother and father. I'm Irish and you're German. But what makes us both Americans? Just one thing. One. Only one. The rule book. We call it the Constitution, and we agree to the rules, and that's what makes us Americans. That's all that makes us Americans. So don't tell me there's no rule book, and don't nod at me like that you son of a bitch.

제 이름은 도노반입니다. 부보님 모두 아일랜드계지요. 저는 아일랜드계이고 당신은 독일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둘 모두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까?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 오직 하나. 룰북. 우리는 이것을 헌법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규칙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사건에는 룰북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렇게 나한테 고개 까딱까딱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헛 변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거야 ㅎㅎㅎㅎ 하다가

이 부분 보고 심쿵함...

I know this man. If the charge is true, he serves a foreign power but he serves it faithfully. If he is a soldier in the opposing army he is a good soldier. He has not fled the battle to save himself; he has refused to serve his captor, he refused to betray his cause, he has refused to take the coward’s way out. The coward must abandon his dignity before he abandons the field of battle. That, Rudolf Abel will never do. Shouldn’t we, by giving him the full benefit of the rights that define our system of governance, show this man who we are? Who we are: greatest weapon we have in this Cold War? Will we stand by our cause less resolutely than he stands by his?

저는 이 사람을 압니다. 기소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외국열강에 복부하지만, 그는 그것도 진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대 군대의 군인이라면 그는 좋은 군인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투에서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붙잡은 측에 봉사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조를 배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겁쟁이의 길로 나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겁쟁이는 전장을 버리기 전에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자입니다. 루돌프 아벨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통치체제가 정의하는 완전한 권리들의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가 이 냉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의 신조를 지킴에 있어 덜 단호할 것입니까?

뭐 이후 전개는 소련에 억류된 미국정찰기 조종사와 동독에 억류된 예일대 대학생과 루볼프 아벨과의 교환을 위해서 동독에서 고군분투해서 성공했다는 그런 이야기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중반에 나온 대법원에서의 변론장면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에는 그 체제의 기본적인 권리가 가장 부여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함.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소수자 보호)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확인시켜 주는 것.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혜택을 현재 누가 제일 잘 누리고 있는가. 적어도 신문기사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직 법무부장관인가? PC방 살인범인가?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임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판결]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 ??



아파트 주거침입, 공용부분 진입으로 기수 안돼, 법률신문 2019. 5. 13.자 기사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를 본 것도 같은데,  판결이유를 보니 이렇게 되어 있군요.

항소심 재판부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복도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기는 하나,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객체는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자체"라며 "아파트 공용부분에 들어갔다고 해서 이미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므로, 출입문 밖에서 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것만으로는 역시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도 주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용부분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는 "아파트 [ ]호"와 같이 되어 있어서 당해 공소사실로는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이 아파트 공용부분(계단 등)에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바 있으므로, 이 판결을 유지하면서 공용부분 진입 부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논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네요. 항소심에서 검사가 공소장변경을 했다면 유죄가 나올 수도 있었던 사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법률신문에 나온 판례를 보고  아파트 공용부분 진입은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2019년 5월 17일 금요일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대법 "임대차 5년 후에도 권리금 보장해야" 첫 판결, 조선일보, 2019. 5. 17. 기사

하급심에서 결론이 갈리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가능한 임대차기간(5년)이 남아 있는 경우와 임대차기간이 도과한 경우에 권리금보호를 달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금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실무를 하다보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입증하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허들을 넘으면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4월 22일 월요일

[책소개]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2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법문사(2018)

오랜만에 법서인듯 법서아닌 법서같은 책을 재미있게 휘리릭 읽어버린 것 같습니다. 특히 이상덕 판사의 대법원 판례에 관한 논문은 깔끔하다(!)(이 말이 어느 정도의 찬사인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고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독을 추천합니다.

어떻든 이론상이라 하더라도 조세부담이 교살적이 되거나 몰수적 성격을 띈다는 것은 사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재산권이라는 하나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유재산의 부인과 같은 국가의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문제에도 맥이 닿게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강주영), 268면

선거와 자유위임 등의 장치로 제한된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성은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대표들 간의 토론정치를 통해 효율성과 생선성에서라도 실적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기득원을 지키기 위해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로 귀결되면서 입법의 품질이나 생산성은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쇠퇴하고 있고, 또한 정치 엘리트들은 특정 이익단체나 자본권력과 유착하여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폐해를 노정하기 일쑤여서, 국민의 대표에 대한 불신은 점차 극에 달하게 되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윤성현), 276면

대의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면, 앞으로도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적 제도들 중에서 여전히 가장 핵심적인 지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직접 민주주의는 여전히 독재나 동원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 다수의 전제나 동조 현상으로 인해 소수자를 억압하거나 배제할 위험 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윤성현), 282면

... "사람을 위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문제되는 상황에서의 법 적용 및 해석에 있어 (심지어) 법 전문가일지라도 누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극단으로 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서 '품위'란 무엇인가?(장혜진), 287면

즉, 주권의 논리가 최후로 진화된 형태는 개별 인격자로서의 주권자 혹은 권력의 담지자를 지우고, 추상적인 주권자 혹인 권력의 담지자로 대체하는 형식인 것이다. 만일 민주주의가 국민주권을 의미한다면, 국민주권은 '집합적 국민'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실제와 다르게 지배받는 개개 국민이 마치 지배하는 자와 동일시된다는 착각에 스스로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개개 국민을 추상적으로 개별화시킴으로써 권력에 대한 집단적 저항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5면

칸트가 규제적 이념을 언급할 때, 그 이념은 이념이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념이어서 우리가 영원히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7면

필자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궁극적으로 지배가 없는 삶의 가능성을 규제적 이념으로 놓고, 거기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헌정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주권 없는 민주주의(김현철), 317-318면

철저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도박은 범죄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도박은 도박 참여자의 상호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에, 달리 말해 도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이기에 이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박사회(양천수), 324-325면

이미 정립된 지식체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주었던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분명 성실하고 안정적인 중간관리자 또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서양이 강조하는 '질문의 전통'과 동양이 강조하는 '암기의 전통' 모두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폭표이자 방법인 것이다. 이 점에서 창의성만 강조하는 교육에는 허점도 분명 존재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도박사회(양천수), 333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Justice'라고 불린다. Justice는 정의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니 대법관은 곧 정의인 셈이다. 독일은 법관을 'Richter'라고 한다. 형용사 'richtig'가 '올바르다, 정당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독일의 법관도 역시 정의인 셈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49면

헌법재판소법은 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가 있다고 한다(제47조 제3항 전단). 당해 법규에 따른 판단이 위헌결정의 시점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때문에 정의의 절대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에 합헌결정이 있은 경우에는 종전 결정일 다음날 까지만 소급하고(같은 항 후단), 이에 따라 그 이전에 선고된 판결은 부정의라고 평가된 법규를 근거로 처벌하였더라도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의는 형사영역에서도 부정되어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2면

영미의 코먼로상으로도 진실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였었다. 그런데 1735년 Zenger 판결로 진실의 항변이 인정된 이래 미국에서는 진실인 경우 대체로 대체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그 밖에 많은 나라들에서 명예훼손죄는 처벌되지 않는다. 동일한 행위가 장소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2면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
종전 : 법관의 임의적 감면사유
현재 :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형에 필수적 산입
독일 :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새로운 형에 필요적으로 산입하되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종류가 국내 형법과 다른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산입기준을 정함
일본 : 필요적 감면사유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53면

그러나 그 판단자가 일간이 창조한 존재하면, 우리는 그 판단에 그대로 따를 수 없다. 설령 그것이 객관적 정의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차라리 부당한 인간의 권력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정당하다는 인공지능의 칼에 스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72면.

미국에서는 대법관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정치적 고려, 법적 능력, 고결성, 불편부당성 등이나 법적 능력, 고결성, 경험, 성격 등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들은 정치적 기관인 대통령이 대버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고려되는 현실적 기준과 이상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서 그 내용을 그대로 도입할 필요는 없지만, 보다 훌륭한 대법관을 찾기 위한 노력의 모습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관(Justice)은 정의(Justice)인가?(이상원), 373면

최고법원의 판례를 따른 행위의 주체들은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고, 최고법원의 판례를 따른 하급법원의 판결은 상급시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패소하거나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판례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범규범은 아니면서도 현실에서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2면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어느 법원에서, 어느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와 유무죄가 달라진다는 것은 적어도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최고법원의 판례에 의한 법질서 통일 기능을 경시하여서는 안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2-383면

이와 같이 법질서상 대법원 판례가 제도적으로 특별히 보호되고 있는 것을 대법원 판례의 제도적 형식적 권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4면

이와 같이 모순 충돌 경쟁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령을 해석 적용하는 법원의 임무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7면

한국에서 법학자들이 주장하는 견해는 단순이 '이론'이라고 표현하지만, 여러 다양한 이론들 중 실정법과 판례에 의해서 승인되어 실정법질서의 확고한 일부가 된 것들은 '법리'라고 구별해서 부르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8면

대법원 재판실무상으로 하급법원이 법령의 효력이나 해석 적용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에, 당해 판례가 합리성을 상실하여 폐기 변경하여야 할 경우가 아닌 한, 하급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는 이유를 '법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기 때문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88-389면

판결의 이유제시의무는 단순히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제4호라는 규정에 의해서 비로소 성립한 것이 아니라, 권력분립질서 속에서 법원이 갖는 본질적 기능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며, 법관의 기본적 자세 내지 윤리에 해당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1면

종래 대법원 판례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은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1) 종전의 대법원 판례가 애당초 잘못 정립되었다거나, 2) 당시에는 타당하였으나 그 후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였다거나,  법령이 개정되어 규범적 상황이 변경되었다거나, 또는 3) 판례가 적용을 예정하고 있는 사안유형과 해당 사안의 사안유형이 서로 달라 해당 사안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논증하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2면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반복하여 선고된 경우에는, 대법원 스스로가 판결에서 '당원의 확립된 판례'라고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해당 법리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한동안은 해당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397면

법관의 양심에 관한 논의는 1)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으로 결정된 악법(법률)을 적용하여야 할 때, 2) 합헌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자신의 법해석과 대법원 판례가 충돌할 때 이 갈등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논의로 전개되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하급법원 법관이 헌법재판소의 기존 합헌결정과 달리 다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기 위하여 또는 대법원 판례와 다른 자신의 법해석을 적용하여 판결을 선고하여 어떤 요소를 고려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로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402면

당해 사건에서 하급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나 대법원의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상급심과 하급심 사이의 반복적 핑퐁을 방지하기 위한 사법제도 설계의 결과로서, 하급법원의 직무상 의무일 뿐 법관의 독립과 무관하며, 이 직무상 의무가 하급심 법관의 (주관적) 양심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대법원 판례는 절대적 진리인가, 아니면 남의 의견일 뿐인가?(이상덕), 402면 각주 37

정보에 대한 법적 권리가 전통적 의미의 재산권이라기보다 일종의 산업정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경쟁정책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출발점이자 강력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정보의 법이론(조성훈), 410면

주가예측 등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예측은 다소 빗나가도 이익이 생기는 한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예측의 오차는 비극적일 수도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19면

법분야에서 붕어빵과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은 붕어빵 틀, 아니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하여 대체될 것이지만,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특성이 개재되고 있는 영역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0면

어떤 경우이든 원칙이나 주요 전제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과학의 근간이 되는 삼단 논법은 법적 사안의 해결에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법률은 결코 규칙의 배열에 의해 체계화되거나 설명될 수 없다. 실제 법적 분쟁의 해결과정을 보면, 법원은 느낌, 감각 또는 직감이나 상상력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고, 그런 연후 그런 결론을 정당화할수 있는 법적 개념을 끌어내고 적용한다. 요점은 합리적 이론이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합리적 이론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2면

법 분야에서의 의사결정에서 보편적인 도덕이나 정치 이론 심지어는 집단적인 편견조차 규칙이나 삼단 논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인공지능에 대한 법학의 위험한 해법(양종모), 428면

이처럼 인식의 배후에 작용하는 일반적 상식들을 법령 해석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때, 우리 민법은 '조리', '신의칙',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고 표현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지위와 인격성(이중기), 445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예컨대 국가와 같이) 신용있는 제3자의 매개 없이 P2P 네트워크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상의 거래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가상국가의 출현과 근대적 국민국가의 대체가능성?(정채연), 546면

이러한 가상국가는 기존의 국민국가와 대결관계에만 놓여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민들에게 국가 서비스에 대한 자발적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여타 국가들의 거버넌스 및 행정 서비스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적절한 방식을 고안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동기부여로서 작용할 수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가상국가의 출현과 근대적 국민국가의 대체가능성?(정채연), 550면

일부 학자들은 인위적으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데,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과학 기술을 통해 인간을 보다 완벽한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감의 존엄성과 자율권을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보다 나은 인간을 위한 열망(좌정원), 558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마초는 나쁜 습관이다. 담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마초가 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7면

진보주의자들이 마약 사용을 더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들 가운데 문란한 번식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건 보수건 간에 성적으로 문란한 정도가 비슷한 사람들만 모아 놓고 보면, 이들 사이에 마약에 대한 견해 차이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8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우리는 종종 우리의 냉철한 이성이 그 행동이 추상적인 도덕원칙-예컨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자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이는 잘못된 믿음이다. 도덕 판단은 우리의 정서적인 직관이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을 순식간에 결정함에 따라 이루어진다. 많은 경우, 이성에 의한 도덕 추론은 사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위의 정당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때 비로소 활성화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왜 마약은 불법이고 스카이다이빙은 합법인가(전중환),  579-580면

만일 당신이 낫 핸트오프의 책 제목처럼 "나에게만 있고 네게는 없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함으로써 스스로 망신당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표현의 자유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논쟁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4면

인간 역사상 다른 모든 발견에 선행하는 아마도 가장 위대한 발견은 우리의 전통적인 믿음의 원천들이 실제로는 오류로 가득 차 있으며 지식의 기반으로서 고려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5면

표현의 자유가 인간 번영의 근본이 되는 세번째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며 독재를 막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5-586면

(벌거벗은 임금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왜 유머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닌지, 왜 풍자와 조롱이, 심지어 그것들이 유치하고 천박하다고 할지라도 독재자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며 민주주의에 의해 보호되는지를 상기시켜준다. 풍자는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가정들이 누가 봐도 부조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가정들에 은밀히 도전한다.

윤진수등, 법학에서 위험한 생각들, 표현의 자유는 왜 근본적인 권리인가?(스티븐 핑커), 587면






2019년 3월 12일 화요일

부당이득반환청구시 부가가치세



원래 임대차계약상 차임에 대하여 부가세 별도로 약정이 되어 있는 경우에 차임상당부당이득반환 청구시 부가세도 함께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 찾아봤습니다.


이런 판결이 있네요.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다38828 판결 [건물명도]

임대차계약 해지 후의 계속점유를 원인으로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는 경우에 종전 임대차에서 약정 차임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인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으로 지급되는 차임 상당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계속점유하는 임차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019년 1월 21일 월요일

무인양품(MUJI) 노트





법조인들의 비율이 높아서 칙칙한 분위기의 서초동 대법원 건너편에 힐스테이트가 들어서면서 지하에 롯데마트가 생겼습니다. 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딱히 갈일이 없었는데, 대학동기-후배랑 점심을 근처에서 먹고 산책삼아 가보기로 했습니다. 분위기가 밝고 유동인구가 젊어서인지 서초동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고 하더군요.

지하 푸드코트가 깔끔하게 자리잡은 둘레로 신발, 가방 등을 파는 상점과 무인양품(MUJI)이 입점해 있습니다. 어디선가 무인양품의 볼펜이 좋다는 걸 들은 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쓸 볼펜 몇개 사볼까 하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볼펜은 1,000원짜리로 제가 굵은 볼펜을 좋아해서 0.7미리짜리 3개를 사고, 슬슬 메모용 노트도 다써가고 있어서 약간 얇은 것 같은 느낌의 노트를 2개 구입했습니다.

같이 간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유니클로+다이소" 같은 느낌이라는데, 제품이 크게 비싸지 않고 깔끔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용후에 특별히 더 느낀 점이 있으면 또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2018년 1월 28일 일요일

당신이 판사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체험프로그램  "당신이 판사입니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누구나 재판 사례를 가지고 판결을 내려보고, 자신의 양형과 실제 재판에서 내려진 선고형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PC와 모바일 어디서나 가능하고, 실제 사안을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동영상으로 접하고(형사님 설명 ㅎㅎㅎ),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변론, 피고인의 최후변론까지 재판절차에서 판사가 접하게 되는 내용을 모두 시청한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판결을 내리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납니다.

두가지 사건에 대해서 판결을 해 볼 수 있는데 술취해서 어머니에게 행패 부리는 아들을 말리던 아버지가 목졸라 죽인 "살인" 사건에 대해 체험을 해 보았습니다. 변호사 아니랄까봐 판사님보다 더 너그러운 형을 결정하더군요.

신문기사만 보고 판사의 판결결과를 오늘은 칭송하고, 내일은 비판하는 세태에 대해서 판사들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지 보여주는 것은 멀리 보았을 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뽑혔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필히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책 소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기간 있었던 대법원 판결들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 그래도 이슈가 되었던 대법원 판결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도, 이 책에서 요지를 처음 접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을 정도로 많은 대법원 판결들이 내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김영란 대법관님께서 집필하셨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와 겹치는 판결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이용훈 대법원장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씌어진 책이니만큼 사건 수에서도, 그 뒷이야기도 더 많은 편입니다.

저자는 오랜기간 중앙일보-JTBC의 법조/사회 담당에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구성변화와 대법원 판결의 변화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무래도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박시환 대법관과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적어도 진보적인 입장표명에 대해 관대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지만, 대법원 다수의견의 입장은 그 자체로 규범력이 있어서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다수의견에 동조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에게는 관심도 없고 생소한 대법원의 구성이나 임명절차, 그리고 그에 얽힌 법원 고위 판사들 사이 또는 그들과 청와대, 검찰과의 줄다리기가 대법원장/대법관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나 내용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 정도로 자세히 그려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신동아나 월간조선에 분석기사로 실리는 글들 정도에 단편적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을까요).

어쨌든 기본적인 법조 관련 경험과 지식이 있다면 "헉 이런 내용까지" 하면서 읽을 만한 내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법사회학적으로 대법관들의 경향이나 판결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책이나 기사가 미국 등에 비해 너무 부족한 우리 법조에 기념비적인 저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그럼에도 내용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 시대에 우리 대법원의 주요 판례를 모르고 있었던 변호사/법조인은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시환/전수안 대법관이 대법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양승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상급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원 행사에 대해 "국법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는 국가 등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충의견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이러한 사건에서 국가의 부당하 ㄴ간섭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훨씬 더 걱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못박았다. 이처럼 양승태의 법논리가 국법질서와 국가(중앙정부) 우위의 관점에 서 있다는 점은 이용훈 코트의 뒤를 잇는 양승태 코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53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말한다. "요즘 법정에서 논리를 제시하면 '대법원 판례가 이렇다'고 제지하는 판사들이 있다. 대법원 판례만 따라간다면 전국에 그 많은 판사들이 왜 필요한가." 판사가 사건에 대한 열정과 고민 없이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73면.


2007년 12월 2년만에 법원조직법을 재개정해서 다시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대법관회의 의결권이 없는 법원행정처장이 사법행정을 주도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대국회 창구가 비대법관출신 법원행정처장으로 바뀐 뒤 국회의원들의 불만이 계속됐다는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86면.


대법원의 공소장 일본주의 판결은 이후 재판에서 폭넓게 활용되지 않았다. 일부 재벌사건이나 정치인 사건에서 주장됐을 뿐이다. 변호사들도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앟았고, 판사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획기적인 판례가 나오더라도 현장의 법조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분발하지 않는다면 '종이 호랑이'에 불과함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81면.


젊은 판사들의 장래 희망이 '공보담당판사 -> 법원행정처 심의관 -> 고등법원 부장판사 ->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정상이 아니다. 법원행정처, 대법관을 목표로 재판하는 판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중앙집권적인 관료사법을 수술하는 것을 검찰개혁과 함께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191면.


이용훈은 강일원에 대해 "생각은 조금 보수적이지만 민주주의 원리나 법치주의, 법관의 품성에 있어 깊이를 가진 판사"라고 평가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일원은 이광범-김종훈 팀이 사라진 이용훈 코트 후반기 사법행정을 이끌었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246면.


긴급조치 판결이 '박정희 시대'의 대표적 과오에 대한 것이라면 조봉암 재심 판결은 '이승만 시대'의 대표적 과오에 대한 것이다. 지체된 정의의 해악은 정의가 아니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체된 정의는 악을 조장하고 방치한다. 그 악을 바로잡는 데 몇 배, 몇십 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276-277면.


"신영철은 자신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던 이들도 자신들의 말을 더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떤 이는 그게 큰 일이냐고 했고, 어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속았다고 했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묻는 일을 하는 법원과 판사들이 정작 자신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모두가 부끄러워야 했지만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15면.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 강훈 법무비서관 등 소속 변호사들이 정부에 들어가면서 각광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는 법무법인 화우, 이명박 정부는 법무법인 바른'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급성장의 배경을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종영 전 대법원장, 박재윤 전 대법관,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명로승 전 법무차관, 문성우 전 대검차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 법원/검찰의 고위 전관들이 대거 영입돼 '송무로펌'으로 자리를 잡았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25면.


정의는 법논리와 법 감정, 머리와 가슴 사이에 있다. 맥락을 끊어낸 법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법이 형식논리의 포로가 된다면 기득권의 편법과 탈법, 불법을 눈감아주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닌가. 재벌 사건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벌이는 화려한 법 논리의 향연은 돈 없고 힘없는 시민들의 박탈감만 더할 뿐이다.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재벌 회장들의 휠체어만큼 사법 신뢰를 위협하는 것은 없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355면.


그러나 이길 수 없었다고 해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철수했다고 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다시 세운 나라다. 패배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정의를 위해 스스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순간 우리는 정의롭다. 정의는 명사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동사다.

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창비(2017), 476면.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음주감지기 검사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에 해당



일반인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결론에 대해서 대법원 판결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판결] "음주측정 전 음주감지기 검사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죄", 법률신문 2017. 6. 13.자 기사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경우 또는 단속시에 경찰은 먼저 음주감지기로 음주여부를 판별하고, 음주감지기에 걸린 사람을 대상으로 정확한 음주측정(혈중 알코올농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음주감지기는 음주측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음주감지기 검사 거부가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하는지 다툰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법원의 겨론은 음주감지기 검사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하지만, 해당사안에서는 경찰이 음주감지기 검사를 운전 종료 2시간 이후에 요구한 것이고, 이에 대해서 거부한 것에 대하여 음주측정거부죄 부분 무죄를 선고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하였군요.

결국, 단속되었을 때 음주감지 검사를 거부하는 것은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 운전 2시간 경과 등의 사정이 있을 때 음주감지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 있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