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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6일 목요일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진중권,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한국일보 2020. 1. 16.자 칼럼

확실히 현재 한국사회의 대중영합주의를 콕 찝어 비판하는 데에 진중권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은 이 땅을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세계로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동가들은 대중이 가진 이 기술적 상상의 욕망을 악용해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회를 두 편으로 갈라 아마겟돈의 결전을 연출하고 있다"


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s of Spies)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행크스

넷플릭스에 2015년작 영화가 올라왔는데, 스파이 영화라면서 톰행크스 얼굴 크게 나와 있길래 톰형 무슨 액션 하시나 하고 봤는데... 어윽 톰형 직업이 보험전문 변호사... 냉전시대 변호사라... 하면서 보다가 헌법에 대한 이해를 보고 엇... 하고

My name's Donovan. Irish, both sides. Mother and father. I'm Irish and you're German. But what makes us both Americans? Just one thing. One. Only one. The rule book. We call it the Constitution, and we agree to the rules, and that's what makes us Americans. That's all that makes us Americans. So don't tell me there's no rule book, and don't nod at me like that you son of a bitch.

제 이름은 도노반입니다. 부보님 모두 아일랜드계지요. 저는 아일랜드계이고 당신은 독일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둘 모두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까?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 오직 하나. 룰북. 우리는 이것을 헌법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규칙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사건에는 룰북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렇게 나한테 고개 까딱까딱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헛 변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거야 ㅎㅎㅎㅎ 하다가

이 부분 보고 심쿵함...

I know this man. If the charge is true, he serves a foreign power but he serves it faithfully. If he is a soldier in the opposing army he is a good soldier. He has not fled the battle to save himself; he has refused to serve his captor, he refused to betray his cause, he has refused to take the coward’s way out. The coward must abandon his dignity before he abandons the field of battle. That, Rudolf Abel will never do. Shouldn’t we, by giving him the full benefit of the rights that define our system of governance, show this man who we are? Who we are: greatest weapon we have in this Cold War? Will we stand by our cause less resolutely than he stands by his?

저는 이 사람을 압니다. 기소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외국열강에 복부하지만, 그는 그것도 진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대 군대의 군인이라면 그는 좋은 군인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투에서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붙잡은 측에 봉사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조를 배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겁쟁이의 길로 나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겁쟁이는 전장을 버리기 전에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자입니다. 루돌프 아벨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통치체제가 정의하는 완전한 권리들의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가 이 냉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의 신조를 지킴에 있어 덜 단호할 것입니까?

뭐 이후 전개는 소련에 억류된 미국정찰기 조종사와 동독에 억류된 예일대 대학생과 루볼프 아벨과의 교환을 위해서 동독에서 고군분투해서 성공했다는 그런 이야기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중반에 나온 대법원에서의 변론장면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에는 그 체제의 기본적인 권리가 가장 부여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함.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소수자 보호)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확인시켜 주는 것.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혜택을 현재 누가 제일 잘 누리고 있는가. 적어도 신문기사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직 법무부장관인가? PC방 살인범인가?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임

2015년 7월 22일 수요일

피부과의사 인터뷰에서 느껴진 은하영웅전설


웹서핑 중 함익병씨가 주간경향과 한 인터뷰([유인경이 만난 사람]<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책 펴낸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피부는 타고납니다 비싼 화장품 소용없어요" 주간경향 2015. 7. 21.자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피부에 돈 많이 쓰는 것은 가성비대비 좋지 않으니 보습크림과 자외선차단제 정도만 쓰면 된다."는 취지의 인터뷰였는데, 눈길을 끈 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저는 국민의 4대 의무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민주주의도 좋지만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면 공화국이 아니라 독재면 어떠냐, 그래서 국민을 풍요롭게 살게 해주면 안 되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들과 대화하다가 제 오류를 깨달았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면, 그 어떤 위대한 영도자나 리더라고 해도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분 아드님이 알려준 밑줄친 부분은 교과서를 보고서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나이 50이 넘으신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은 의사조차 자신의 아들과 최근에 이야기하기 전에는 알지 못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익병씨의 아드님은 어떻게 저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함익병씨의 아드님이 정치/경제학 전공이 아니라면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해 보았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은 일본의 다나카 요시키 라는 소설가의 작품으로 제가 고등학생 때인 1990년경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죽하면 학교에 가져온 친구에게 1-4권을 빌려서 본 제가 5-10권은 직접 서점에서 사서 읽었을 정도였으니까요(최근에 양장본으로 다시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 다시 사서 소장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 그때까지 읽었던 소설들과 달리 은하영웅전설은 독재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 처음으로 그것도 알기쉽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꽤뚫은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최고의 선인에 의한 독재"와 "최악으로 부패한 민주주의"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것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개인적으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실력을 기준으로 중용하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독재자가 이끄는 은하제국군대와 매번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허울뿐인 정책만을 남발하고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민생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그러나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들로 구성된 민주국가에서 군대의 통솔을 (타의로) 맡게 되는 "얀 웬리"라는 군인이 이끄는 민주국가의 군대의 전쟁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폰 로엠그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선군이라고 한들, 얀 웬리가 그에 가담하지 않고 부패와 무능으로 쩌든 민주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은하제국군대에 대항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최악의 민주주의도 최선의 독재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민주주의가 그렇게 쉽게 타락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독재를 희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 했었는데, 우리 정치권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섯부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안 읽어 보신 분이라면 여름휴가 며칠은 시원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될 친구로 "은하영웅전설"을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