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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2일 화요일

[책소개]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박형남,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휴머니스트(2021)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은 사법연수원 당시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책에 나오는 "민사재판에서 사람을 흥부로 보는가, 놀부로 보는가?"라고 묻곤 하셨을 때, 놀부라고 답하면서 얼굴을 붉힌 마음씨 착한 제자들 후보군 중에 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는 것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책소개] 재판으로 본 세계사 에 이어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사라는 직업과 그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거나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네요.  2022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로 선정될 만큼 술술 읽히는 분량이 매력적입니다.

다음은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구절들입니다.

-법조문상 처벌대상은 넓지만 실제 처벌은 선별적으로 집행되면서, 시민의 준법정신은 약화되고 법의 실효성은 의심받으며 범죄 예방과 억제기능은 사라진다(27면).

-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면 '국가형벌권을 동원할 사안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27면).

- 법조계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제일 많이 알고, 그 다음은 변호사이며, 가장 사건을 모르는 판사가 결론을 내린다(42면).

-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적법절차라는 틀 속에서 검사와 피고인이 주장하고 반박하며 판사가 판단하는 과정에서,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43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는 판사에게 익숙한 사실인정과 법리의 영역이지만, 양형은 판사가 잘 알지 못하거나 꺼리는 감정과 윤리의 영역이다(54면).

- 법리와 판례를 판사의 고유영역이라며 도외시하는 태도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다(86-87면).

- 다시 말해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권력자에게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147면).

- 법률가는분쟁을 만나면 그에 맞는 공구를 꺼내 처리한다. 이런 점에서 요건사실은 법률가까리 통용되는 프로토콜(protocol)'이고, 법률가와 시민 사이에 가로놓은 진입장벽이다(166면).

-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이길 사건이 지고 질 사건이 이기지는 않지만, 재판받는 사람이 절차적으로 전관이 배려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192면).

- 드라마를 보면 판사가 사무실에서 검사나 변호사와 전화하거나 함께 식사하며 유무죄나 형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런 일은 현실에서 결코 없다(197면).

-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생각과 주장을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하는 '카멜레온'이다(198-199면).

- 개인과 집단이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를 일원화하고 법으로 굳혀버리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반합니다(220면).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기사][취재일기] 신림동 원룸 그놈, 징역 1년에 담긴 고민


신림동 원룸 앞에 부녀자를 쫓아들어가 문을 열려고 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강간미수로 기소당한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강간미수 부분이 무죄가 난 것에 대해서 말이 많은 가운데, 중앙일보의 기자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는데, 즉, 집문을 열려고 했던 것=강간의 실행의 착수라고 할 수 있어야 강간미수죄로 처벌이 가능한데, 많은 사람이 피고인의 의도가 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어서 이런 기사가 판결의 의미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게 3,000만원이나 배상하고 합의까지 한 사안에 대해서, 주거침입죄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러한 공분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공론화가 되지 않은 많은 사안과 비교했을 때 피고인이 엄한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볼 소지도 있기도 합니다. 피상적인 유죄/무죄의 선고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양형에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는지 보여주는 기사이기 때문에 공유해 봅니다.

[취재일기] 신림동 원룸 그놈, 징역 1년에 담긴 고민, 중앙일보 2019. 10. 18.자 기사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책 소개]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역시나 하는 일이 같지는 않기 때문에 판사, 검사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는 궁금한 영역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YES24에 주문을 했더니 당일배송되어서 바로 다음날 다 읽어버렸네요. 여름휴가기간에 진득히 보아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고뇌가 배어나오는 내용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전염되기 때문에 빨리 떼어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하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사람들을 매번 보는 판사님들께는 이런 이야기거리가 많겠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돌고 돌아 인간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사제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판사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메모해 놓은 부분들입니다.


재판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쇄하지만 판결문은 영구 보존되므로, 판결문에 사건의 내용과 양형이유를 상세하게 기재해 그 사안을 항구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6면

매에 장사 없고, 가랑비에 옷 젖고, 잔 펀치에 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9면

개별 사건 판결문이 당사자와 상급심을 상대로 결론의 정당성과 추론의 합리성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면, 이 책은 과연 나 같은 자들에게 정의를 맡겨도 될지를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자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0면

법정은 모든 아름다운 구축물을 해제하는 곳이다. 사랑은 맨 먼저 해체되고, 결국 가정도 해체된다. 형사사건에서는 한 인간의 자유를 지지해준 법적 근거마저 해체시킨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3면

실제 형사법정에 있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용서와 합의를 무수히 목격한다. 수년간 며느리를 강간한 시아버지를 며느리와 아들이 용서하고, 자신의 어린 딸으 강간한 친구와 합의하고, 친딸을 강간해 임신까지 시킨 계부의 선처를 구하는 어머니조차 그리 드물지 않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4-25면

가정은 사적 영역이므로 공권력 개입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명제는, 그 가정이 가정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8면

자백은 범행을 진지하게 참회하므로 특별히 양형에 참작하는 면도 있지만,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를 생략해 불필요한 공판을 줄여서 판사에게 유무죄 판단의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에라도 유리한 정상이 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2면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은 시종일관 면밀히 검토된다.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고소의 시점, 최초진술 및 그 이후 여러 진술들과 최종 법정진술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진술내용이 너무 흔들림이 없어 오히려 작위적인 것은 아닌지, 피고인의 진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 피해자 진술 자체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먼저 따진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4면

피고인이 범인인든 아니든, 그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고(설사 거짓말이라고 할지라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가급적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39면

누군가 나를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지목한다면 결백함을 입증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보지만, 나조차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42면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해 기습추행이나 성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부위에 대한 신체접촉 등의 경우에까지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포섭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이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47면

백무산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놀이동산 대기줄을 길게 하고 급행 티켓을 팔아먹고, 포경을 금지하고 고래고기를 팔아먹고, 유전무죄를 만들어놓고 전관예우를 팔아먹고, 전관예우를 만들어놓고 현직을 팔아먹고, 법을 만들어놓고 탈법을 팔아먹는, 무한 탐욕의 시대에 살고 있다(<주인님이 다녀가셨다>,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 2012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54면

판사들이 배석판사가 부장에게 판결 초고를 건네는 것을 '납품한다'고 하고, 재판기일을 '장날'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87면

다른 판사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들리는 순간 머리만 믿고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인생에 치명상을 입는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87면

두꺼운 팔뚝이, 빠른 머리회전이, 성실함이, 튼실한 다리가, 온갖 모멸을 견디는 뚝심만이, 그의 소박한 자본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90면

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혜라고 보면, 그 시선은 언제나 철회해도 무방한 것이 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07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 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검찰이나 법원의 재량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데, 현행 법령은 청소년들의 범죄는 형사처벌보다 보호처분을 통한 교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28면

소년사건은 최종 결정을 변경하는 일이 잦고, 판사가 집행기관의 도움을 받아 보호처분 집행에 깊이 개입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크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29면

증인석을 붙들고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아이의 두 다리를 볼 떄, 유치감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를 돌려세우곤, 와락 껴안았다 왈칵 등 떠미는 엄마를 볼 떄, 나는 늘 돌아앉았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57면

알츠하이머가 특히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랑하는 이의 스러짐 때문만은 아니다. 그이의 기억에 존재하는 나와 우리의 사멸을 함께 천천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73면

어떤 법관은 법적 안정성이 정의의 영역이라면, 구체적 타당성은 사랑의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95면

칼 포퍼의 지적처럼, 반증가능성 없는 과학은 사이비이고 닫힌 사회가 곧 전체주의듯, 화석화된 판사는 그 자체로 해악이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196면

"아들이 곧 군대를 가는데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걱정됩니다. 조금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백하고 건조한, 짧은 의견서였다. '조금'이라는 말이 가시처럼 눈에 걸렸다. 많이도 아니고, 최대한도 아니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아니고, 조금 선처해달라니. 뻔뻔스럽기보다는 삶을 달관한 듯한 말에서 여느 피고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02면

공식적 사법절차로부터 이타해 사회 내 처우 프로그램에 위탁하는 절차를 다이버전이라 부른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09면

법원에 대한 비난은 언제 들어도 아프지만 그중에서도 과거 간첩조작 등 시국사건에서, 고문당했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도 재판부가 "바짓가랑이 한번 걷어보라고 하지 않았다"(한홍구, <<사법부>>, 돌베개, 2016)는 글을 읽고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 글은 그 어떤 비난보다 아픈 회초리였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29면

판사들 사이에서 주취감경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사례, 즉 법정형이 대단히 무거운 사례에서 부당한 양형을 해야 하는 경우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묵계처럼 통용되어 왔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박영사(2019), 249면



2019년 7월 1일 월요일

소촉법상 지연이자 연 12%로 인하




지난 6월 1일부터 소촉법상 지연이자가 연 15%에서 연 12%로 인하되는 소촉법 시행령이 개정 시행되었습니다. 2015년 20%이던 소촉법상 지연이자를 12년만에 15%로 인하한 데 이어,  4년만에 다시 이를 12%로 낮춘 것입니다.

5월 21일경 시행령이 공포되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어제 조정가서 담당판사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알았네요.

관련 신문칼럼입니다.
"이의 있습니다." 변론종결 날짜 미룬 채무자가 웃었다. 왜? 중앙일보 2019. 6. 14.자 칼럼

2019년 1월 23일 수요일

[문영호의 법의 길, 사람의 길] 판사와 검사, 왜 함께 가야 하나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형사절차에 대한 이해 없이는 쓸 수 없는 글.
문영호 변호사님은 검사장 출신 태평양의 고문변호사이시군요.

[문영호의 법의 길, 사람의 길] 판사와 검사, 왜 함께 가야 하나, 중앙일보 2019. 1. 23.자 칼럼

"판사의 우위에 눌려 지낼 것 같은 검사에게도 숨통이 트여 있다. 그게 없다면 누가 검사의 길을 택하겠는가. 정제된 진실이 아닌 생생한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은 검사의 특권이다. 사건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법대 위에서 접하는 진실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도중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범죄자의 인생 역정을 듣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검사만이 가능하다."



2018년 6월 4일 월요일

직업인 초청강연


지난 금요일은 둘째가 다니고 있는 상명중학교에 가서 직업인 초청강연 이라는 걸 하고 왔습니다. 이미 2014년경 첫째가 다닐 때도 해본 경험이 있는 터라, 컴퓨터에도 그 때 썼던 ppt 자료도 남아있었고, 날짜 등의 내용만 약간 고쳐서 다시 한번 특강을 하였네요. 큰놈 때 특강을 들었던 친구들은 이미 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지만 부담은 없었습니다.

 
아침에 안내된 장소에 가니 미리 감사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샤오미보조배터리는 저리가라할(2박 3일동안 버틴다네요) 보조배터리가 감사선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몇년전에는 교통비를 봉투에 넣어주셔서 바로 지하 매점에 가서 음료수 30개 사서 아들넘 반에 친구들 하나씩 먹으라고 가져다 주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침부터 왔다고 간단한 핑거푸드(라고 하기엔 양이 되네요)가 있어서 아침은 안먹는 편이지만 감사히 먹었습니다.

직업인 초청강연은 2, 3교시 두시간이었는데 2교시는 둘째놈 반 친구들에게, 3교시는 변호사에 대해서 강연을 듣고 싶은 친구들에게 각각 45분씩 특강을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놈은 두번째 시간은 다른 직업 특강을 찾아가 들을 줄 알았는데, 두번째 시간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제 특강을 듣더군요.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변호사가 있는지, 관련해서 민사소송/형사소송은 어떻게 구별되는지, 변호사가 좋은 점은 무엇인지 말하다보면 끝이 없을 수 있는 이야기를 때로는 장황하게, 때로는 간략하게 설명하다 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 갔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관심없는 친구들에게는 무지하게 졸린 사회선생님의 설명과 비슷하기 때문에 엎어져 자는 친구들도 물론 꽤 되어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가 가장 좋은 점은 이 블로그에도 써 놓았던 "프로페셔널"이라는 점(진로의 날 특강 참조)을 설명하다 보면 거의 마칠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담당 선생님께서 상명중학교의 자랑 급식을 맛보고 가라고 하셔서, 오랜만에 식판에 밥을 담아 먹고 왔습니다. 간이 약간 심심한 것을 제외하면 괜찮은 식사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맵고짜게 먹는 탓이었던 것 같네요. 이제 둘째놈도 3학년이라 졸업하면 더 이상 직업인 초청강연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강의 끝나고 나서 둘째놈이 강의해 주셔서 고맙다고 하는 걸 들으니 그것보다 더 큰 선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졸지 않고 재미있게 들어줘서 고맙다!!!'



2018년 1월 28일 일요일

당신이 판사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체험프로그램  "당신이 판사입니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누구나 재판 사례를 가지고 판결을 내려보고, 자신의 양형과 실제 재판에서 내려진 선고형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PC와 모바일 어디서나 가능하고, 실제 사안을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동영상으로 접하고(형사님 설명 ㅎㅎㅎ),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변론, 피고인의 최후변론까지 재판절차에서 판사가 접하게 되는 내용을 모두 시청한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판결을 내리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납니다.

두가지 사건에 대해서 판결을 해 볼 수 있는데 술취해서 어머니에게 행패 부리는 아들을 말리던 아버지가 목졸라 죽인 "살인" 사건에 대해 체험을 해 보았습니다. 변호사 아니랄까봐 판사님보다 더 너그러운 형을 결정하더군요.

신문기사만 보고 판사의 판결결과를 오늘은 칭송하고, 내일은 비판하는 세태에 대해서 판사들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지 보여주는 것은 멀리 보았을 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뽑혔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필히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책 소개] 악마의 증명


도진기, 악마의 증명, 비채(2017)

어디선가 책소개 글을 본 것 같은 책이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눈에 들어 집어들었습니다. 도진기 판사님의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찾아보니 2010년부터 상당한 수의 추리소설-미스테리 소설을 발표해 오셨더군요.

악마의 증명은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약간의 등장인물이 겹쳐서 나오는 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정도입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수록된 단편들 모두 맘에 들었지만 마지막 네편 "구석의 노인", "시간의 뫼비우스", "킬러퀸의 킬러", "죽음이 갈라놓을 때" 모두 반전을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일본소설 밖에는 나오지 않는 척박한 국내환경에서 이 정도 재미의 소설들을 내고 계신다니 존경스럽네요. 뒤통수를 치는 정도의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한여름 더위를 잊고 탐독해 볼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한 이후, 심심찮게 많은 직역이 AI(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인공지능 변호사가 나왔다는 외국의 예를 들며, 얼마 안되어 판사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이 칼럼([노트북을 열며]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하는 날, 중앙일보 2017. 2. 17.자)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저는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사법제도 , 법률 및 재판에 대한 너무나 간단한 전제 및 이해에 서 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칼럼이 이해하고 있는 사법제도, 법률 및 재판에 대한 이해는 이런 것입니다.
1. 국회가 정한 법률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이 재판이고 그 결과가 판례이다.
2. 추상적인 법률과 구체적인 판례를 모두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수집하고 그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어떤 인간보다 정확한(정의로운/공평한) 판단을 하게 된다.
3. 인공지능은 판사와 달리 매수나 회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평무사하다.

첫번째나 세번째 전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전제에 있습니다. 법률이나 판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가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에 의하여 변해가게 됩니다(매우 천천히 그리고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사법제도는 이렇게 변해가는 자유관념, 평등관념, 정의관념에 적응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것입니다. 즉, 수많은 판사들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서 변화된 가치관에 따라 새로운 판결을 하고,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 의하여 다시 반동이 일어났다가, 다시 뒤집어지는 과정이 지금도 사법제도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이고, 현재에 있어서의 가치관은 특정해 놓아야 가부간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판례(현대의 대부분의 판사의 가치관)가 어떤 입장이라고 정해 놓은 것 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유/평등/정의관에 맞는 법률/판례라고 하여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률을 개정하고, 위헌법률심판에 의하여 법률이나 처분을 위헌으로 만들기도 하며, 판례의 입장이 종종 뒤집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알기 쉬운 예로, 현재까지의 판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병역법위반으로 의율하고,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인공지능에게 이에 대한 재판을 맡겼을 때 인공지능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유죄뿐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한 판례변경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하급법원은 1년새 9번째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고('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할 때 됐나... 법원 또 무죄판결, 연합뉴스 2016. 8. 12.자 기사),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변화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판사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이에 대한 사법제도의 수용이 법률개정, 판례변경, 위헌법률심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것이 사법제도가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사법제도의 중요한 부분을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인공지능에게 기존 데이터의 집적과 그에 대한 빠른 연산을 통한 결과도출 외의 창조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최종적인 판단을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에 대한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을 지언정,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판사보다 더 자주, 더 민감하게 변화하는 사회상이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창조적인 주장이나 논리를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기존의 판례는 중요한 논리의 틀이지만 항상 그것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바꿔보자"라고 달려드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에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변호사 나아가 법조인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문유석 부장님의 두번째 책(첫번째 책인 판사유감도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는 다음 포스팅 [책 소개] 판사유감 참조)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법조인이 쓴 책들은 법서나 법 관련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딱딱해지기 마련(김영란 전 대법관님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도 쉽게 풀어서 쓰신 것이지만 유머가 전혀 없는 건조한 문장 중심이라 딱딱한 편입니다)인데, 문유석 부장님의 글은 매우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여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쓰신 글에 감칠맛, 깨달음, 자조개그까지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글들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페이스북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몇 안되는 예외 중의 한 분입니다(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먼저 친구신청을 해서 친구가 된지 1년이 되었다고 페이스북이 알려주더군요).

80-90년대 시대의 흐름이었던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사법시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부채감부터,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댈 수 밖에 없었던 현실까지 문유석 부장님의 고백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한사람으로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이런 급변기 속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지만 실은 빈둥거리기만 하다가 친구들 다 고시 붙기 시작한 후에야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뒤늦게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전에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만 치부했던 소위 주류 사회과학에 뒤늦게 감탄하기 시작했다. 존 로크, 몽테스키외, J.S. 밀, 애덤 스미스, 케인스, [경제학원론], [헌법], [민법], [회사법]...... 책속에는 프랑스혁명, 명예혁명, 미국 독립선언을 통해 근대를 만들어낸 계몽주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위대함, 그리고 20세기 들어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를 발전시킨 역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서구 민주주의는 인간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하고, 권력자를 철저히 불신해 권력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3면.

대학 초년생 때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 대안 모색에 관한 급진적인 책들을 탐독하고, 졸업 무렵부터는 자본주의의 형성, 그 근본철학, 수정자본주의로의 발전과정을 공부했으니 어쩐지 거꾸로 된 일이다. 그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이면서도 그 정치적 기본 토대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된 순서를 밟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4면.

2015년 4월 14일 화요일

[책 소개] 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작년 연말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하였던 "판사유감"이라는 책의 저자 문유석 판사님께서 본인이 한해 동안 읽었던 책들 중 몇권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 나서 추천하신 책들 5권 중 네권을 한번에 구입하였더랬습니다.


추천하는 책은 소설가의 일, 현재의 충격, 한국자본주의, 행복의 기원 그리고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이렇게 5권이었는데, 그 중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은 책을 사러 갔던 영풍문고에 없었기 때문에 일단 4권만 사고, 다른 가족의 크리스마스선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가면산장살인사건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문유석 판사님의 추천은 책을 많이 읽어왔던 분의 추천답게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천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책들과 작가[특히 김연수 작가(관련 포스팅 참조)]를 알게 된 것은 정말 의외의 소득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구입한 책 중 가장 읽기 시작하는데 오래 걸린 "한국자본주의"를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전반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나 단정적인 문장들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정치권에 이슈를 던져준 "내부유보세" 논의의 시발점이 된 책 답게 한국 정치경제의 문제에 접근해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저자의 해결책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수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고 있어야 할 것이겠지만,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서 가운데 현실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대중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부분과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메모한 부분.

일반 대중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뭔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21면.

신자유주의는 '학문적 토론의 산물이 아니고, 1970년 후반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대처 정부와 레이건 정부가 시행한 일련의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 이데올로기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엄격한 개념 설정이 사실상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 조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최소한의 개념으로 요약한다면,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고 정부의 경제 운용의 역할과 시장 개입을 축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23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의라고 비판을 받은 정책들은 '경제운용의 중심축을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국가에서 시장으로 이동시킨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독점바본으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43면.

배당은 회사가 이익을 내면 지급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배당을 하는 경우에도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는 경영진이 결정하기 때문에 항시 불확실하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62면.

기업에게 주식자본은 영원한 장기자본이며, 주식의 투기적인 거래는 주주 자본의 속성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속성이다. 이는 주택시장에서 투기적인 거래가 주택의 속성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속성인 것과 같은 이치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77면.

존재하지도 않는 주주들의 단기성과주의를 비판하기 보다는, 오히려 주주들이 기업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본연의 주주권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80면.

주주가 주식회사의 주인이라는 의미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것과 잔여 이익에 대한 청구권과 회사가 청산했을 때 잔여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88-189면.

주주 중심 경영이 가능한 이유는 주주가 두 가지 중요한 결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회사의 최고 경영자를 선임하고 해이말 권한을 갖는 이사회의 의사를 선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경영진의 임금과 보상을 주주총회에서 승인하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89면.

'죄수의 딜레마'는 서로 협력하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서로 신뢰하지 못할 때는 서로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196면.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공동 결정은 회사가 두 개의 이사회를 갖는 '이중 이사회'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는 회사를 경영하는 주체인 '경영이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을 감독하고 회사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감독이사회'이다.
...
공동 결정을 하는 감독이사회의 구성은 회사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크게 구분하면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2,000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모든 회사들에 적용되는데, 감독이사의 절반을 주주가 선임하고 나머지 절반을 종업원이 선임... 이사회 의장은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다. 의장은 의결이 가부 동수일 경우에만 캐스팅보트를 갖...
둘째 유형은 종업원이 500면에서 2,000명 사이인 상장회사와 사기업에 적용되는 제도로써, 감독이사회 이사의 3분의 2를 주주들이 선임하고 3분의 1은 노동자들이 선임한다.
셋째 유형은 광산-철강 산업에 속하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제도다. 이 경우에는 노동자와 주주가 동수의 감독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의 의장은 중립적인 사람으로 두 그룹이 공동으로 지명하고 주주총회에서 감독이사회의 추천으로 선임한다. 따라서 노동자와 주주가 완전한 균형을 이룬 감독이사회다. 그리고 종업원 대표이사(종업원을 대표하는 이사로 보임)의 최소한 한명은 반드시 관리자 또는 임원 종업원으로 선출해야 한다.
...
종업원 500명 미만의 기업과 같이 법으로 종업원참여가 의무화되지 않은 기업들은 감독이사회를 가지고 있어도 주주들이 모든 이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공동 결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201-202면.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구가 소유 기업들이 공공성이 높은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진출하고 있고, 둘재는 특정한 국가 소유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개의 국가 소유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이루고 있고, 셋째는 국가 소유 기업들의 상당수가 중국과 해외의 주식시장에 상장을 해서 주주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주주 중심 경영 체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249면.

비판이 단순한 기존체제의 부정이 아니라 의미 있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의미있는 비판일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262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과거의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 러시아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가슴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265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경영해서 돈을 번 것이지 투기를 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306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해서 손해를 보고 떠나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308면.

단기매매를 이용한 단기차익을 노리는 거래를 투기로 정의한다면 소버린은 투기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소버린이 2003년 3월 SK주식을 매입해서 2005년 7월 모두 팔고 한국을 떠난 2년 4개월 동안 단 한차례도 SK 주식을 사거나 파는 거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311면.

1990년부터 지난 20년동안 전 세계에서 이뤄진 상위 20개의 인수합병들은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합병하는 회사들이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353면.

SK 그룹의 가장 큰 계열사인 SK 텔레콤은,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을 1994년 인수한 것이다. 두 번째로 큰 계열사인 SK 에너지도, 공기업이었던 대한석유공사를 1980년 인수한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큰 계열사인 SK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현재전자가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해서 2001년 하이닉스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던 회사를 SK그룹이 2012년 인수한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356-357면.

최초의 사회주의국가가 실현된 것은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지 146년 후,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출간된 지 50년 후인 1917년이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409면.

중국적 사회주의는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당 국가 체제를,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시행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411면.

경쟁의 근본적인 목적은 승자가 더 많이 가져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승자가 더 많이 배분받는 것은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유인책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유인책 때문에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소멸된다면 그 유인책을 교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434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이 실시되었을 때, 이건희가 삼성그룹 전 현직 임원 486명 명의로 1,199개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서 상속받은 유산을 숨겨온 것이 밝혀졌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473면.

재벌그룹들이 너도나도 하는 사업들이 있다. SI 사업, 건설업, 물류-운송업, 광고업, 골프장 사업은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춘추적국 업종'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04-505면.

적정유보를 넘어산 초과 유보에 대한 과세 제도는 2002년 폐지되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29면.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투자 계획이 없으면서도 내부유보금을 쌓아가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초과 내부유보세'의 도입은 필요하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32면.

회사들이 기간제 노동자를 2년마다 바꾸는 것은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반복적으로 고용해서 임금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목적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33면.

특히 청년 세대들이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할 경우에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2년 후 다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해야 하는 함정에 빠지는 심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34면.

현재 정규직 전환 기준 기간 2년을 '동일 노동자의 근무기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바꾼다며 법 취지의 실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ㅇ르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34면.

국의 대기업이 한국기업이나 재벌그룹과 비교해서 경제범죄가 많지 않은 것은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정직한 심성을 타고 나서가 아니라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수십 배, 수백 배 더 큰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47면.

순환출자 구조문제가 가장 심각한 재벌 그룹은 삼성과 롯데이며 그 다음으로는 동양, 영풍, 한솔 정도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49면.

피케티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의 누진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고, 둘재는 자산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63면.

토빈세(tobin's tax)는 외환거래에 대해서 0.1-1%의 세금을 부과해서 국경을 넘어선 단기 투기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자는 것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이 1971년 처음 제안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69면.

정부 정책이란 의지의 표현이자 실천의 수단이며, 시장과 자본주의가 진화하는 만큼 정책도 진화하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89면.

한국의 불평등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불평등을 완화할 정책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실천할 정치가 실종되었기 때문이고, 심지어는 오히려 그 반대의 정책들에 의해 심각하게 경사되었기 때문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93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두 당은 선거 때마다 당명을 바꾸었는데 새누리당은 당명을 다섯번 바꾸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합집산이 매우 복잡해서 정확하게 셀 수 없지만 대충 여덟 번 바꾸었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93-594면.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견된다. 첫째는 한국에서 아직은 경제적 계층에 따른 투표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고, 둘째는 정권을 가진 기존 여당에 대한 평가가 선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하성, 한국자본주의, 헤이북스(2014), 595면.


2015년 3월 23일 월요일

[책 소개] 관촌수필


이문구, 관촌수필, 문학과지성사(1996, 3판)

전형적으로 토속적인 문장의 예로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짤막한 한토막을 읽어본 적이 있을 망정 전체를 읽어본 적이 없었던 "관촌수필"을 읽어 보았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처형 댁에 가서 서재를 보다가 집어들었는데, 처음에는 한문이 많이 섞인 고어체에 사투리에다 연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예컨대 "내일"을 "니열"이라고 한다든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고, 농경을 주로 하는 시골에서 쓰는 단어들이 너무도 생경했었는데, 읽다보니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것이었고, 중간중간 내 일이 아님에도 눈시울이 붉혀지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고향인 관촌을 돌아보면서 어렸을 때부터의 기억남는 일화들을 8개의 이야기로 쓴 것인데 각 이야기마다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는 주된 회상의 대상과 그 대상에 얽힌 일화들이 소개됩니다.

일락서산 - 할아버지
화무십일 - 윤영감네
행운유수 - 옹점이
녹수청산 - 대복이네
공산토월 - 석공(신현석)
관산추정 - 유서방(유천만)
여요주서 - 신용모
월곡후야 - 김희찬

감동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경찰조사를 받을라치면 경찰이 하는 전형적인 말이 나와 있어 옮겨봅니다. 수사를 시작하는 경찰의 권한은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는 판사의 권한보다 훨씬 제한적이겠지만 제일 먼저 사실관계의 방향을 정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신용모씨, 피차 일을 쉽게 합시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죄가 있다 없다, 벌을 주고 안주고는 차차 재판장이 할 일이고, 나는 조사만 하면 되는 사람이오. 변통머리 없이 나헌테 잘 뵐라고 헐 필요도 없구, 그렇다구 나잇값 없이 의젓잖이 그짓말할 필요도 없는 게요, 또 그짓말해봤자 통허지두 않어. 당신 말에 속을 사람 같소? 나두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라 사정이 있을 수 있구 인정두 없을 수 없는 사람인디, 다시 말허면 당신이 신사적으루 나올 적에는 나두 생각허는 바가 있을 것이다 -- 이겁니다. 왜냐. 나두 사람이더라 이것이여. 무슨 말인고 허니, 나는 죄가 있다 없다, 벌을 준다 안준다 헐 자격은 없지만서두, 죄가 커질 것을 적게 만들구 벌이 무겁게 내릴 것두 어느 정도 가볍게 내려질수 있도록 헐 수는 있는 사람이다-- 이런 말입니다. 신용모씨, 무슨 말인지 알아듣겄소?"

- 이문구, 관촌수필, 문학과지성사(1996, 3판), 335면.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선고와 구형


일반인이 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로 "선고"와 "구형"이 있습니다(피의자와 피고인의 구별도 비슷합니다). 평생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경찰/검찰의 수사, 형사재판에 연루되는 것을 한두번 보는 사람이 이것을 구별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을 유심히 보면 기사에서 선고와 구형은 확실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일반인 같은 기자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기자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사의 구형을 선고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송대관 200억 빚지고 부동산 사기로 결국엔..., 한국경제, 2014. 9. 3.자 기사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제대로 구형이라고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요.

검찰, '투자 사기' 가수 송대관씨에 징역 1년6월 구형, 연합뉴스, 2014. 9. 2.자 기사

형사재판 관련 기사를 볼 때 구형은 검찰, 선고는 법원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혼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고와 구형은 모두 형사재판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형사재판은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검사의 이러한 청구를 "공소"라고 하고 검사가 공소를 구하는 행위를 "공소제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의 진행에 따라 검사는 판사(법원)에게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형(징역형 또는 벌금형 등)이 적당하니 이 정도의 형을 내려달라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을 "구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판사(법원)가 형사재판의 최종결론으로서 피고인에게 형을  내리는 것을 바로 "선고"라고 합니다. 판사(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으며, 검사는 판사의 선고형량보다 중하게 구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예외적으로 검사가 경하게 구형하였으나 판사가 중하게 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은 검찰의 구형을 대서특필하여 피고인이 엄청나게 잘못하였다는 취지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찰의 구형이 중하면 피고인에게 (이미) 중한 형벌이 선고된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형을 강조하였던 피고인에게 예상외의 경한 형이 선고되었더라도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들은 경한 형의 선고를 구형과 같이 큰 제목으로 뽑지 않고 단신 비슷하게 처리합니다. 그러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피고인에 대해서 중한 형의 구형만 기억에 남고 경한 형의 선고는 기억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구형과 선고 라는 용어만 구별할 수 있어도 언론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물론 언론은 송대관씨에게 적대적이었다기 보다는 송대관씨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뿐이기 때문에 송대관씨 관련 기사는 구형과 선고 모두 비슷한 분량과 비중으로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판검사 정원


5년간 검사 350명, 판사 370명 늘린다, 연합뉴스 2014. 11. 14.자 기사

위 기사를 읽고 검사정원법, 판사정원법이라는게 있구나(저 변호사 맞나요)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헉! 정말 있네요. 다만 판사정원법의 정식 명칭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입니다. 검사정원법은 1956년 제정, 판사정원법은 196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검사정원법

[시행 2007.12.21.] [법률 제8716호, 2007.12.21., 전부개정] 공포법령보기
법무부(검찰과), 02-2110-4210
조문체계도버튼        「검찰청법」 제36조제1항에 따라 검사의 정원을 1,942명으로 한다.
조문체계도버튼        제1조의 검사 정원의 검찰청별 배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법률 제7733호 검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에 따라 증원된 검사정원 220명 중 시행되지 아니한 140명과 이 법에 따라 증원되는 검사정원 135명을 합한 275명 중 85명의 증원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95명의 증원은 2009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며, 95명의 증원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시행 2011.4.12.] [법률 제10574호, 2011.4.12., 일부개정] 공포법령보기
대법원(법원행정처), 02-3480-1100,1114
조문체계도버튼연혁  「법원조직법」 제5조제3항 본문에 따른 각급 법원 판사의 수는 2,844명으로 한다.
[전문개정 2011.4.12.]
조문체계도버튼연혁  삭제  <2007.5.1.>

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용시보 전설


현직 부장판사가 술값시비하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현직 부장판사, 술값 시비 끝 술집 종업원 경찰 폭행, 경향신문, 2014. 3. 21.자)이 올해 초에 있었는데, 1심판결이 선고되었네요('술값난동' 전 부장판사 벌금 500만원, 연합뉴스, 2014. 10. 30.자). 10년 전만 해도 판검사를 경찰이 입건하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었는데, 세태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전에는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지휘하기 때문에 상하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강했고, 법원은 수사내용을 가지고 기소를 하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이 판검사들을 입건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전에는 지방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에 늦자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비행기를 뜨지 못하게 했다는 "용시보"의 무용담이 법조인들 사이에 농반진반으로 전해 내려왔었습니다. 시보는 판검사로 임관되기 이전의 사법연수생 등에게 붙이는 명칭인데, 법원/검찰에서 실무수습중이던 용시보라는 분이 수습지 지방공항에서 뜨려던 비행기를 세웠다는 것이지요. 구전으로 전해오던 용시보 전설의 주인공은 용태영 변호사라고 하는데(제가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찾아낸 것은 서울공고 홈페이지의 용태영 변호사 소개 정도인데, 시보때 소문날 기행을 하기는 하셨네요), 아쉽게도 비행기를 세운 에피소드가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현직 판검사조차도 경찰에게 입건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매우 공정한 사회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점점 떨어져 간다는 생각에 일견 씁쓸하기도 합니다.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명칭 변화



어제는 이석기 의원 사건 항소심 판결로 시끄러웠는데요. 1심과 내란음모 부분을 무죄선고한 것이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그 중간에 항소심 재판장인 이민걸 판사님의 프로필이 기사에 한꼭지로 소개되었습니다("치우치지 않으려 노력... 부족해도 양해를", 중앙일보 2014. 8. 12.자 기사).

경력이 오래 되신 판사님들을 소개하는 프로필들은 정형화되어 있는데 위 기사에 해당부분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1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후 대전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법리에도 밝지만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파견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했다."

기사를 보다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91년에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되었다는 부분이 그런데요. 왜냐하면 지금은 서울형사지법, 즉 서울형사지방법원이라는 법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연혁을 보시면(자세히는 각급법원의 설치과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연혁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명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왔습니다.

1947년 서울중앙심리원
1948년 서울지방법원
1963년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 분리
1995년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이 통합되어 서울지방법원이 됨
2004년 동부 남부 북부 서부 의정부지원의 법원승격(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북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및 서울지방법원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명칭 변경

이민걸 재판장님께서는 91년 판사임용이 되셨는데 그 때는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형사지방법원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시기였고,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하셨기 때문에 프로필에 이미 없어진 "서울형사지법"이 남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법조인 분들은 다들 아시는 것들인데 신문보다가 혹시나 모르셨던 분이 계시면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7월 2일 수요일

[책 소개]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유감, 21세기북스(2014)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저야 송무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문유석 부장판사님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이 신림동 거주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조선일보에 쓴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사화된 것이 몇차례,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하신 적도 있는 유명한 판사님이시더군요. 나온 책을 선전(?)하기 위한 기사에서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판사님이십니다.

경력을 살펴보아도 서울법대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원행정처, 서울고등법원, 광주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해외연수과정으로 하버드 로스쿨 LLM을 다녀온 것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분이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시고,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판사상에 일치하지는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취하시는 입장도 법원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후배 판사를 고려하고, 변하는 시대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모로 튀는 면이 없지 않으나 "천상 판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경우에 느끼는 감상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뇌와 무게를 가져온다는 것을 판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의 근거를 법에서, 철학에서, 사회에서, 여론에서 찾아내고 읽어내고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은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판사의 판결을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결론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법조인 수난시대



너무 제목이 거창하긴 한데, 요즈음 들어 판검사들이 예전이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들로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바로 생각나는 사건들만 해도 박인비 아버지 사건, 에이미 검사 사건, 이정렬 전 판사 변호사 입회 거부 사건,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 영장 찢은 검사 사건 등이 있습니다.

박인비 아버지 사건(박인비 아버지, 구속 영장 기각…"체육 훈장 받은 딸 얼굴 먹칠")은 박인비의 아버지가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이 되어 경찰이 검찰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담당 검사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건입니다. 그런데 어제 대검에서 박인비 아버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검사를 감찰하겠다고 하였네요(대검, 박인비 아버지 구속영장 신청 기각한 검사 감찰). 공무원에 대한 범죄에 대한 엄정대처방침에 반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총수가 개별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이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총수는 굵직굵직한 방침이나 방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의 재량은 아래쪽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 대신 실행과정에서의 잘못은 실행하느라 고생한 실무자가 아니라 위쪽의 지시자가 책임을 져야죠. "권한은 밑으로, 책임은 위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그 조직이 단단해지고 조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해집니다. 검찰이 이런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에이미 검사 사건은 너무도 유명해서 잘 아시겠죠.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에이미를 피의자로 수사하던 검사가 에이미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에이미와 성형수술 후유증 등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병원 원장을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협박한 사건([디브리핑] '막장 끝판왕' 에이미 '해결사 검사' 사건의 전말)입니다. 현직검사가 이례적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SNS에서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유명세를 탄 분인데, 이미 그 이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진보적 판사로서 어느 정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는 창원지법 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두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나가 법원조직법상 외부로의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판사들 사이의 합의내용을 공표한 것이고, 두번째는 이웃과의 다툼으로 인해 이웃의 차를 손괴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합의내용의 공표로 인하여 이정렬 판사는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정렬 판사는 서울에서 변호사개업을 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위 두 사건에 대하여 상세히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정렬 판사 측에서 이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하였습니다(서울지방변호사회, ‘가카새끼 짬뽕’ 이정렬 변호사 등록 거부). 하지만 변호사 등록여부 결정의 최종권한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정렬 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이는 경우(아직 대한변협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정렬 판사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장판사 술집난동 사건('술값 시비 난동' 부장판사, 창원지법 전보 발령)은 술값이 시비되어 술집에서 다툼을 하던 수도권 현직 부장판사가 경찰관을 때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창원 지방법원으로 전보된 사건입니다.

영장 찢은 검사 사건은 경찰관이 지휘를 받기 위해서 의정부지검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가져 왔는데, 검사는 영장이 자신이 지시한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가져온 영장을 찢어버린 사건입니다. 이것이 언론이 보도되면서 대검은 결국 해당 검사를 공용서류 손상죄로 약식기소하기로 하고, 이에 더하여 검사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대검, 구속영장 찢은 검사 약식기소키로). 종전에는 검사들은 아무리 젊어도 영감님으로 불리면서, 경찰들 기합을 주기도 하였다는 말도 전해졌었는데, 이젠 경찰을 지휘하면서 잘못 화를 냈다간 본인이 화를 입는 지경이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오늘자 세계일보에서는 "율사망국론" 이라는 제목으로 법조 전체가 부패했다는 취지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칼럼을 쓴 사람 자신이 직접 사건을 취재한 결과도 아니고(문화평론가 라고 하는 사람이 법조에 대해서 얼마나 정통한 사람인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이러저러한 소문이 있으니 율사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논리의 전개도 허술해서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뭣합니다만, 제목이 선정적이어서 클릭수는 많아지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판검사 중에도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사소한 일탈행위라도 판검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 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더 엄격히 처벌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전에 관행상 문제삼지 않았던 일들이 문제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변해가는 표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일면 환영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탈행위를 저지른 판검사의 행태를 전체 판검사 나아가 법조 전체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결론입니다. 다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이 생활화된 판사친구와 월말미제에 노심초사하는 검사친구에게 얼토당도 않은 말이니까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2014년 2월 19일 수요일

전관예우금지법

신문에 종종 퇴임한 판검사에 대한 특혜가 존재하므로 "전관예우금지법"이 생겼다는 기사가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법 위반이 문제가 되기도 하네요. 전관예우금지법 위반 변호사 11명 무더기 적발-조선일보 2014. 1. 27. 기사

기사만 보면 "전관예우금지법"이라는 법령이 실재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어제 다음과 같은 법률신문 광고를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광고를 하신 변호사님께서는 광고 효과가 많이 나기를 원하셨을 것이니 이름과 경력 등은 굳이 지우지 않겠습니다) 광고 내용에 굳이 "소위 전관예우금지법"이라고 표현하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관예우금지법이라는 명칭을 가진 법이 존재하지 않고, 신문기사 등에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 쉽도록 붙인 명칭이기 때문에 붙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는 "(사람들이) 이르기를" 이런 뜻이기 때문이죠.

전관예우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변호사법 제31조 제3항에 다음과 같이 규정된 조항을 의미합니다.

③ 법관,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 직에 있다가 퇴직(재판연구원, 사법연수생과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군인·공익법무관 등으로 근무한 자는 제외한다)하여 변호사 개업을 한 자(이하 "공직퇴임변호사"라 한다)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 국가기관(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 지원과 그에 대응하여 설치된 「검찰청법」 제3조제1항 및 제2항의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은 각각 동일한 국가기관으로 본다)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다만, 국선변호 등 공익목적의 수임과 사건당사자가 「민법」 제767조에 따른 친족인 경우의 수임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신설 2011.5.17, 2013.5.28>

판검사 뿐 아니라 금융위, 공정위, 경찰 등에 근무하던 공무원도 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눈에 띄네요. 판사로 근무하다가 개업을 하여 "퇴직 1년전부터 퇴직때까지 근무한 법원의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법상 규제를 소위 "전관예우금지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변호사수임이 제한되어 있다가 이것이 해제되었다고 해서 광고를 하는 것은 처음 본 것 같아 한번 소개해 보았습니다.

김균태 변호사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