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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8일 금요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변화

 


2021년이 되면서 형사절차에서 크게 바뀐 것이라면 검경의 수사권조정으로 인해서, 수사절차가 종전과 달라진 것입니다. 크게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삭제되고, 검사가 기소/불기소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였으나, 2021년부터는 경찰이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달라지는 점이라고 하네요. 형사변호사 로서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개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법과 사건]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이코노믹 리뷰, 2020. 10. 12.자 기사 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기존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경찰 스스로 혐의 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 진행하는 경우에도 검찰의 지휘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했는데(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3항),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경찰에게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대한 협력의무를 규정하고, 고(법 제195조), 검사와 경찰의 수사권을 별개의 조항에서 규정(법 제196조, 제197조)하였습니다.

달라진 형사절차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소의견 송치의 경우는 종전과 동일하지만

-불기소의견인 경우에는 불기서이유서와 관계서류 및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지만, 사건 자체는 송치 하지 않습니다(위 신문기사에서 사건을 모두 송치해야 하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데, 법조항을 살펴보면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기록을 "송부"하기만 할 뿐 사건 자체를 "송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이 경우 경찰은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이유(불기소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종전에는 불기소통지는 검사만 하였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불기소통지를 경찰단계에서도 하게 된 점이 변경된 부분입니다.

경찰이 불기소통지를 하는 경우,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법 제245조의7 제1항), 이 경우 경찰은 검찰에게 사건을 "송치"하면서 처리결과와 이유를 다시 통지해야 합니다.

또한 불기소의견으로 기록송부를 한 건에 대해서 검사가 의견이 다른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기존에는 지휘였지만, 요청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법 제245조의8 제1항, 제2항). 하지만 경찰이 재수사결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이의견으로 기록만 검찰로 송부하게 됩니다. 이 경우 검사가 강제로 사건을 송치시킬 수는 없고, 경찰에 대한시정조치요구-사건송치요구-수사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통해야만 하게 됩니다(법 제197조의3).

종전에는 불기소처분을 검찰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항고/재정신청 등의 불복절차만 거치면 되었는데,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의견일 경우 불기소통지를 경찰 단계에서부터 받게 되고, 이에 대한 불복수단은 경찰에 대한 이의신청이며,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불기소처분을 하게 됩니다.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에 대하여 경찰은 사건종결(불기소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종결권은 불기소결정을 한 이후, 고소인 또는 검사의 이의신청 또는 재수사요구 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한 '사실상의 불기소권'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검찰청법의 개정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검찰이 수사개시할 수 있는 사건이 제한됩니다.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공갈, 특수공갈, 횡령, 배임,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의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만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 눈에 띄네요.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검찰 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검찰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2020. 8. 13. KBS뉴스

판사 자신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부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으면서도 할말을 다 하는 최후진술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최후진술 전문을 옮겨봅니다.

[목 가다듬은 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그동안 피고인의 주장을 경청해주시고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이 법정에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정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지법에서 당시 집행관실의 비리 상황을 접하고 얼마나 충실하게 감사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공직자의 직분이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일원으로서 문제가 생기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서부법원장으로 있을 때 집행관실 비리 문제가 터졌습니다. 해당 업무담당자에게 맡기고 보고만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국가 법 집행 기능을 저해하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본질적 비리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사해 비리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점이 있으면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대법에서 발간한 ‘법원 사람들’ 중에 제가 한 인터뷰에도 나와 있지만, 누군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서 잘해놓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제 소신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책임 있는 집행관들에 대한 징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에 제도개선책을 건의해서 서부지법 의견대로 관련 예규가 개정되어 집행관실 비리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압수된 임종헌 차장의 USB에서 나상훈 판사가 보낸 보고서 파일 5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보고서 파일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마침 담당 검사가 2016년 서부집행관실 비리 사건 담당 검사여서 이 부분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 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절차에서 객관의무에 위배해서 2016년 당시 서부지법에 근무한 법관이나 직원들을 조사하면서 앞서 변호인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소한 흠을 잡아 겁을 주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위축되고 겁에 질린 그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와 같이 서부지법에 근무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검찰에 불려가 고초를 당한 우리 직원들이나 법관들을 제가 지켜주지 못해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그들이 검찰 조사 시 받았을 두려움, 모멸감, 수치심 등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로서 당시 기관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사 절차뿐만 아니라 공소 사실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의 밀행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이, 이 사건 수사 당시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과 혐의 사실을 거의 실시간 언론에 흘려 마치 그 혐의가 사실인 양 중계되도록 하고 심지어 영장이 기각된 사실까지 언론에 제공하여 여론몰이로 법원의 영장 발부를 압박하였습니다.

검찰은 검찰 조직 내부도 아닌 언론에까지 정보를 흘리면서 나상훈 판사가 임종헌 차장의 요청으로 압수수색 사실을 조직 내부에 있는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서 집행관실 비리를 감사하면서 작성된 문답서에 당시 진행되던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이 불가피하게 파악된 걸 보고서는, 역으로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 파악을 위해 감사했다고 뒤집어씌웠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법과 상식에 위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어갔고 마침내 피고인이 법원장 직책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하였습니다. 행위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직위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정에서 재판 진행한 결과, 검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전부 탄핵되었고 정상적으로 진행된 감사절차와 그 결과만이 나타났을 뿐입니다.

이 사건 수사와 기소라는 검찰권 행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검찰권과 공소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증거조사와 법률적 공방이 마무리되고 진실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둡고 길었던 터널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몰고 간다 하더라도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진실을 감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바라던 결론이 나온다면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되고 침해된 명예나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입니다.

피고인의 말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형사절차 종합선물세트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서는 로펌에서 주로 했던 일들이 민사-상사 관련, 특히 금융-부동산이었기 때문에 형사사건을 그렇게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선사건을 비롯해서 형사사건을 하나 둘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거의 햇수로 4년을 끈 형사사건이 확정되어 끝났습니다. 가히 제가 해 본 형사사건의 A부터 Z는 아니고 한 X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로도 이렇게 형사사건의 초기부터 재판과정까지 도맡아 한 사건이 있을까 싶어서 기록으로나마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경찰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상담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회사의 대표가 투자금을 수년간 돌려막기하고 있었던 사실이 대표의 잠적으로 드러나게 되자,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무를 해온 의뢰인이 대부분 투자자인 피해자들이 대표 뿐 아니라 회사에서 투자유치업무를 한 의뢰인까지 고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담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 이전부터 변호인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후 이 의뢰인과는 형사절차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거친 절차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수사전 상담
2. 고소 후 경찰수사
3. 경찰수사 중 영장실질심사 :  영장기각
4. 검찰송치 후 검찰수사
5. 검찰의 무혐의 결정
6. 검찰 무혐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항고
7.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
8. 검찰의 불구속 기소
9. 법원의 1심 재판 : 1심 무죄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포스팅 참조)
10. 검사 항소
11. 법원의 2심 재판 : 2심 항소기각
12. 검사의 항소포기로 판결 확정

사건에 따라서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결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사받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재판절차에 와서야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으며, 중간에 의뢰인인 피고인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변호인을 교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수사 전부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수사단계 변호인, 영장실질심사 변호인, 공판단계 변호인(심지어 1, 2심 모두)을 맡아서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는 제 짧지 않은 변호사 경력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만약 2심에서 검사가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갔다면 명실상부한 형사절차 개관이 될 뻔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끝난 건 마음고생하는 의뢰인에게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뢰인과 감정적으로 동조하지 않으려고, 되도록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의뢰인의 승소가 기쁜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실형이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지만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은 의뢰인이 감사하다며 술 한병 들고 오셨네요. 좋은 자리에 들고 나가봐야 겠습니다.





2019년 1월 23일 수요일

[문영호의 법의 길, 사람의 길] 판사와 검사, 왜 함께 가야 하나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형사절차에 대한 이해 없이는 쓸 수 없는 글.
문영호 변호사님은 검사장 출신 태평양의 고문변호사이시군요.

[문영호의 법의 길, 사람의 길] 판사와 검사, 왜 함께 가야 하나, 중앙일보 2019. 1. 23.자 칼럼

"판사의 우위에 눌려 지낼 것 같은 검사에게도 숨통이 트여 있다. 그게 없다면 누가 검사의 길을 택하겠는가. 정제된 진실이 아닌 생생한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은 검사의 특권이다. 사건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법대 위에서 접하는 진실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도중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범죄자의 인생 역정을 듣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검사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