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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7일 수요일

형사절차 종합선물세트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서는 로펌에서 주로 했던 일들이 민사-상사 관련, 특히 금융-부동산이었기 때문에 형사사건을 그렇게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선사건을 비롯해서 형사사건을 하나 둘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거의 햇수로 4년을 끈 형사사건이 확정되어 끝났습니다. 가히 제가 해 본 형사사건의 A부터 Z는 아니고 한 X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로도 이렇게 형사사건의 초기부터 재판과정까지 도맡아 한 사건이 있을까 싶어서 기록으로나마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경찰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상담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회사의 대표가 투자금을 수년간 돌려막기하고 있었던 사실이 대표의 잠적으로 드러나게 되자,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무를 해온 의뢰인이 대부분 투자자인 피해자들이 대표 뿐 아니라 회사에서 투자유치업무를 한 의뢰인까지 고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담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 이전부터 변호인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후 이 의뢰인과는 형사절차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거친 절차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수사전 상담
2. 고소 후 경찰수사
3. 경찰수사 중 영장실질심사 :  영장기각
4. 검찰송치 후 검찰수사
5. 검찰의 무혐의 결정
6. 검찰 무혐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항고
7.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
8. 검찰의 불구속 기소
9. 법원의 1심 재판 : 1심 무죄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포스팅 참조)
10. 검사 항소
11. 법원의 2심 재판 : 2심 항소기각
12. 검사의 항소포기로 판결 확정

사건에 따라서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결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사받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재판절차에 와서야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으며, 중간에 의뢰인인 피고인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변호인을 교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수사 전부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수사단계 변호인, 영장실질심사 변호인, 공판단계 변호인(심지어 1, 2심 모두)을 맡아서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는 제 짧지 않은 변호사 경력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만약 2심에서 검사가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갔다면 명실상부한 형사절차 개관이 될 뻔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끝난 건 마음고생하는 의뢰인에게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뢰인과 감정적으로 동조하지 않으려고, 되도록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의뢰인의 승소가 기쁜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실형이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지만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은 의뢰인이 감사하다며 술 한병 들고 오셨네요. 좋은 자리에 들고 나가봐야 겠습니다.





2014년 6월 12일 목요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선정


*사진은 배심원에 관한 유명한 영화인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포스터입니다.

며칠 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께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법원으로부터 받으셨다며 안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주위 분들 중에 배심원을 해보셨다는 분을 본적이 없어서 일단 주섬주섬 찾아서 알려드렸는데요. 혹시 배심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가 오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참여재판법"이라고 합니다)에 의하여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으로 대상사건은 지방법원과 그 지원 합의부 관할 사건(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입니다. 즉, 중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한 사건이 그 대상이 되며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됩니다(참여재판법 제5조 제2항). 

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으며(참여재판법 제12조 제1항),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대상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는 9인의 배심원이, 그 이외의 대상사건에는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합니다(참여재판법 제13조 제1항). 법원은 배심원의 결원 등에 대비하여 5인 이내의 예비배심원을 둘 수 있습니다(참여재판법 제14조 제1항). 배심원의 여비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해지는데, 배심원으로 참석을 하는 경우 12만원, 선정기일에 배심원후보자로서 출석한 경우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6만원의 일당이 지급됩니다(대법원 국민참여재판 안내 홈페이지에는 10만원/5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2013년 법률신문 기사에는 12만원/6만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2008년에 도입된 당시에서 일당이 인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배심원후보자는 배심원선정절차에서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선정되는데, 판사, 검사, 변호인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치게 되고, 검사와 변호인이 기피신청을 하게 되면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변론집중을 위해서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변론 종결 후에 알려주게 됩니다. 즉,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모두 공판절차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 증거조사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배심원이 증인이나 피고인을 신문할 때 궁금한 점을 신문 종료 후 재판장에게 제출하여 질문할 수 있으며(참여재판법 제41조), 재판장은 변론 종결 후 배심원에게 사건의 쟁점과 증거, 적용법률, 판단원칙에 대하여 설명하여 줍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1항).

이후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평의절차를 통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하여 의견이 일치가 되면 평결서를 작성하여 재판부에 전달하게 됩니다. 유무죄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또는 배심원 과반수가 요청하면 재판부 의견을 청취할 수 있으며 재판부 의견을 들은 후에도 의견이 갈리게 되면 다수결의 방법으로 평결을 하게 됩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2항, 제3항).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 재판부와 함께 피고인에게 부과할 적정한 형에 대하여 토의하게 됩니다(참여재판법 제35조 제4항).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는데(참여재판법 제35조 제5항), 이번에 서울고법에서는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은 배심원 평결의 효력에 대해 권고적 효력만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원은 가급적 배심원 평결의 혀력을 존중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평결을 한 경우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결과를 존중"해야 하며, "특히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이 주된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였다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비춰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평결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2013노2133 판결, 관련 기사). 

배심원은 일반인이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유무죄를 평결하는 만큼,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 배심원 상호간 또는 다른 누구와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 평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의논할 수 없습니다.
- 재판절차 외에서 사건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사할 수 없습니다.
- 누구라도 배심원 직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시도를 알게 되면 즉시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 재판장 허락없이 법정, 평의실을 떠날 수 없습니다.
- 평의 평결 및 토의과정에서 알게 된 판사 및 배심원 각자의 의견과 그 분포 등을 누설하여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배심원, 예비배심원, 배심원후보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를 거부하거나, 질문서에 거짓을 기재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법원은 결정으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출석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근거서류 등을 첨부하여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실제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배심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습니다(관련 기사). 

어머니께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보고 가시라고 해볼까요. ㅎㅎ 모쪼록 어머니께서 배심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오시길 빌어봅니다.


2014년 2월 21일 금요일

피의자와 피고인

피의자는 범죄의 혐의가 있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피고인은 피의자에 대한 검찰까지의 수사가 끝나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이후 형사소송절차단계에 들어선 피의자를 말합니다. 같은 사람인데, 수사단계에 있는지 소송단계에 있는지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참고인은  피의자의 범죄와 관련된 정황을 목격하는 등으로 아는 사람으로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조사를 위해 소환한 사람을 말합니다. 참고인의 진술은 형사소송단계에서 피고인의 범죄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 쓰이게 됩니다. 피고인이 참고의 진술을 다툴 경우 형사소송단계에서 참고인을 소환하게 되는데 이 경우 참고인은 증인신분으로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되고 그 증언이 증거로 쓰이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인도 같은 사람인데 수사단계에 있는지 소송단계에 있는지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가 참고인에게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사기관(경찰이나 검찰)이 참고인을 입건하여 참고인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로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경찰이나 검찰이 작성하는 것은 "피의자신문조서"이고, 참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경찰이나 검찰이 작성하는 것은 "참고인진술조서"입니다. 명칭 자체가 생소하고 절차가 익숙하지 않아서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는 것이 처음에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