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8일 수요일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오늘 3년 정도 끌어왔던 사건의 판결선고가 있었습니다. 재판부 변경으로 변론갱신만 하고 다시 결심한 후 선고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갔었는데, 바로 선고를 하시더군요. 원래는 선고기일에 변호인이 출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저도 선고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직원으로부터 선고결과를 듣다가 오늘은 법정 변호인석에서 재판장님의 선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선고를 시작하면서 재판장님께서 형사법의 대원칙이 천명하셨는데,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가 선언하고 있는 바에서 나아가 증명의 단계에서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원칙으로 작용합니다. 즉,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하기 위하여 법관은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또는 확신을 가져야 하며, 증거평가의 결과 법관이 유죄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사건에 대한 이러저러한 사실관계하에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위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 또는 확신을 얻을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죄판결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 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할 곳이 없어 이곳저곳 시끄러운 요즈음입니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그것이 형법에서 정한 범죄가 될 만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가장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곳은 바로 법정입니다. 범죄의 성립에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에는 이러한 데 이유가 있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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