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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상식선에서 알아야 할 정당방위


[이런법이] 먼저 멱살잡혔다고 때렸다간.... JTBC 뉴스 2021. 8. 22.자(위 사진 동영상 아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어디까지가 정당방위 인지에 대한 기사가 있는데,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이 정 알고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아서 링크를 가져와 봤습니다.

자신의 신체나 재산에 위협이 닥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방위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 판례의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그 이유는 정당방위의 요건이 침해가 현재적이어야 하고, 방어행위가 상당할 것까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기사에서 어느 정도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멱살 잡히는 정도의 폭행을 당했는데, 멱살잡힌 손을 뿌리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분 나쁘다고) 상대방을 때리거나 밀치는 정도의 (자신이 생각하기에) 방어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쌍방폭행으로 의율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방어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최근 법원에서 (과거의 판례와 달리) 성추행하면서 집어넣은 혀를 이빨로 자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정도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성폭행 저항하려 가해남성 혀 자른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 2021. 2. 10. 여성신문 기사

정당방위 주장이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므로, 혹시 있을지 모를 다툼 상황에서는 몸싸움이나 신체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2019년 3월 4일 월요일

[권석천 논설위원이 간다] "피고인, 반성합니까?" ... 법은 내심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나



[권석천 논설위원이 간다] "피고인, 반성합니까?" ... 법은 내심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나, 중앙일보 2019. 3. 4.자

기사에 인용된 통계자료를 스크랩해 둘 목적이 더 크긴 합니다.
그리고 통계에서 원심파기율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원심파기이유 는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1. 1심 판결의 형이 과중하여 2심이 더 경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2. 1심 판결의 형이 과소하여 2심이 더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3. 1심 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가 있어 2심이 무죄 또는 더 경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4. 1심 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가 있어 2심이 더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기사에서는 원심파기의 대부분이 1의 경우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지 모르지만 2, 3, 4의 경우에도 1심판결은 파기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반성하는 것을 고려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기사에서 주로 지적하고 있는 경우와 동일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판결의 파기율 30%는 상당히 높아보이네요.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형사절차 종합선물세트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서는 로펌에서 주로 했던 일들이 민사-상사 관련, 특히 금융-부동산이었기 때문에 형사사건을 그렇게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선사건을 비롯해서 형사사건을 하나 둘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거의 햇수로 4년을 끈 형사사건이 확정되어 끝났습니다. 가히 제가 해 본 형사사건의 A부터 Z는 아니고 한 X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로도 이렇게 형사사건의 초기부터 재판과정까지 도맡아 한 사건이 있을까 싶어서 기록으로나마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경찰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상담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회사의 대표가 투자금을 수년간 돌려막기하고 있었던 사실이 대표의 잠적으로 드러나게 되자,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무를 해온 의뢰인이 대부분 투자자인 피해자들이 대표 뿐 아니라 회사에서 투자유치업무를 한 의뢰인까지 고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담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 이전부터 변호인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후 이 의뢰인과는 형사절차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거친 절차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수사전 상담
2. 고소 후 경찰수사
3. 경찰수사 중 영장실질심사 :  영장기각
4. 검찰송치 후 검찰수사
5. 검찰의 무혐의 결정
6. 검찰 무혐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항고
7.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
8. 검찰의 불구속 기소
9. 법원의 1심 재판 : 1심 무죄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포스팅 참조)
10. 검사 항소
11. 법원의 2심 재판 : 2심 항소기각
12. 검사의 항소포기로 판결 확정

사건에 따라서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결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사받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재판절차에 와서야 변호인을 찾는 경우도 있으며, 중간에 의뢰인인 피고인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변호인을 교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수사 전부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수사단계 변호인, 영장실질심사 변호인, 공판단계 변호인(심지어 1, 2심 모두)을 맡아서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는 제 짧지 않은 변호사 경력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만약 2심에서 검사가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갔다면 명실상부한 형사절차 개관이 될 뻔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끝난 건 마음고생하는 의뢰인에게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뢰인과 감정적으로 동조하지 않으려고, 되도록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의뢰인의 승소가 기쁜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실형이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지만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은 의뢰인이 감사하다며 술 한병 들고 오셨네요. 좋은 자리에 들고 나가봐야 겠습니다.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무죄


형사판결에서 "무죄"판결은 죄가 없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실제로는 검사측에서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를 통해서 피고인이 유죄라고 주장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판사에게 유죄라는 심증을 형성하기에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 변호인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해서 "무죄"라는 결론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하늘과 당사자만 아는 것이고, 사후에 조사된 사항들과 증인들의 증언이 이를 간접적으로 추정하게 만들어줄 뿐이기 때문에, 이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증거들에 유죄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피고인들에게도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요. 오랜만에 내심 무죄라고 생각하였지만 피고인에게도 재판결과는 모른다고 말씀드렸던 사건에 오늘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벌금 30만원의 구형에도 시시비비를 가려서 판단해주는 법원의 세심함이 일반인의 사법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선고와 구형


일반인이 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로 "선고"와 "구형"이 있습니다(피의자와 피고인의 구별도 비슷합니다). 평생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경찰/검찰의 수사, 형사재판에 연루되는 것을 한두번 보는 사람이 이것을 구별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을 유심히 보면 기사에서 선고와 구형은 확실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일반인 같은 기자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기자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사의 구형을 선고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송대관 200억 빚지고 부동산 사기로 결국엔..., 한국경제, 2014. 9. 3.자 기사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제대로 구형이라고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요.

검찰, '투자 사기' 가수 송대관씨에 징역 1년6월 구형, 연합뉴스, 2014. 9. 2.자 기사

형사재판 관련 기사를 볼 때 구형은 검찰, 선고는 법원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혼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고와 구형은 모두 형사재판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형사재판은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검사의 이러한 청구를 "공소"라고 하고 검사가 공소를 구하는 행위를 "공소제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의 진행에 따라 검사는 판사(법원)에게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형(징역형 또는 벌금형 등)이 적당하니 이 정도의 형을 내려달라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을 "구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판사(법원)가 형사재판의 최종결론으로서 피고인에게 형을  내리는 것을 바로 "선고"라고 합니다. 판사(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으며, 검사는 판사의 선고형량보다 중하게 구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예외적으로 검사가 경하게 구형하였으나 판사가 중하게 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은 검찰의 구형을 대서특필하여 피고인이 엄청나게 잘못하였다는 취지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찰의 구형이 중하면 피고인에게 (이미) 중한 형벌이 선고된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형을 강조하였던 피고인에게 예상외의 경한 형이 선고되었더라도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들은 경한 형의 선고를 구형과 같이 큰 제목으로 뽑지 않고 단신 비슷하게 처리합니다. 그러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피고인에 대해서 중한 형의 구형만 기억에 남고 경한 형의 선고는 기억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구형과 선고 라는 용어만 구별할 수 있어도 언론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물론 언론은 송대관씨에게 적대적이었다기 보다는 송대관씨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뿐이기 때문에 송대관씨 관련 기사는 구형과 선고 모두 비슷한 분량과 비중으로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4년 9월 18일 목요일

역전재판



이미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이전에 다른 플랫폼(닌텐도DS 등)에서 인기를 끌다가 스마트폰의 유행과 함께 앱으로도 출시된 게임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특이한 게임인데요.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형식의 게임인데,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증거수집, 대화, 추리(?)와 추궁, 증거제시 등을 적절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재판이 이렇게 이루어진다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실제 재판에서 증인의 증언이 명백히 탄핵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증인의 증언들과 증거 사이의 모순을 지적함으로써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해 나간다는 형사 변호사의 이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2010년 경에 처음 접했던 것 같은데, 작년에 아이폰앱으로 역전재판 1, 2, 3이 묶어서 출시된 걸 보고 과감히 유료결제(!)를 한 타이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게임이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책읽는 것과 유사한 게임인데(예컨대 창세기전 씨리즈같은 ㅎㅎㅎ), 이제는 이러한 유형의 게임은 거의 PC게임으로는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발견한 게임이라 더욱 재미있게 게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첫번째 재판을 성공리에 마친 주인공(나루호도 류이치)에게 선배 변호사가 해 주는 조언해 주는 부분이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나루호도군, 증거물이란, 이런거에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의미는 어떤 식이든 변하고 말지요.
인간 또한, 그렇죠.
피고가("피고인이"의 오기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포스팅(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 참조) 유죄냐 무죄냐?
우리에겐 알 도리가 없죠.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들을 믿는 일뿐.
그리고 그들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기도 해요.
..나루호도군 강해지세요 더욱..
자신이 믿는 것은,
최후까지 포기해선 안돼요."

현실의 형사 변호사 세계와의 괴리를 알게 되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형사 변호사의 세계(아울러 영매사의 세계도 함께)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며칠동안 지하철의 출퇴근 시간이 심심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