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무죄
형사판결에서 "무죄"판결은 죄가 없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실제로는 검사측에서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를 통해서 피고인이 유죄라고 주장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판사에게 유죄라는 심증을 형성하기에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 변호인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해서 "무죄"라는 결론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하늘과 당사자만 아는 것이고, 사후에 조사된 사항들과 증인들의 증언이 이를 간접적으로 추정하게 만들어줄 뿐이기 때문에, 이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증거들에 유죄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피고인들에게도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요. 오랜만에 내심 무죄라고 생각하였지만 피고인에게도 재판결과는 모른다고 말씀드렸던 사건에 오늘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벌금 30만원의 구형에도 시시비비를 가려서 판단해주는 법원의 세심함이 일반인의 사법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9월 18일 목요일
역전재판
이미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이전에 다른 플랫폼(닌텐도DS 등)에서 인기를 끌다가 스마트폰의 유행과 함께 앱으로도 출시된 게임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특이한 게임인데요.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형식의 게임인데,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증거수집, 대화, 추리(?)와 추궁, 증거제시 등을 적절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재판이 이렇게 이루어진다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실제 재판에서 증인의 증언이 명백히 탄핵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증인의 증언들과 증거 사이의 모순을 지적함으로써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해 나간다는 형사 변호사의 이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2010년 경에 처음 접했던 것 같은데, 작년에 아이폰앱으로 역전재판 1, 2, 3이 묶어서 출시된 걸 보고 과감히 유료결제(!)를 한 타이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게임이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책읽는 것과 유사한 게임인데(예컨대 창세기전 씨리즈같은 ㅎㅎㅎ), 이제는 이러한 유형의 게임은 거의 PC게임으로는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발견한 게임이라 더욱 재미있게 게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첫번째 재판을 성공리에 마친 주인공(나루호도 류이치)에게 선배 변호사가 해 주는 조언해 주는 부분이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나루호도군, 증거물이란, 이런거에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의미는 어떤 식이든 변하고 말지요.
인간 또한, 그렇죠.
피고가("피고인이"의 오기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포스팅(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 참조) 유죄냐 무죄냐?
우리에겐 알 도리가 없죠.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들을 믿는 일뿐.
그리고 그들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기도 해요.
..나루호도군 강해지세요 더욱..
자신이 믿는 것은,
최후까지 포기해선 안돼요."
현실의 형사 변호사 세계와의 괴리를 알게 되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형사 변호사의 세계(아울러 영매사의 세계도 함께)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며칠동안 지하철의 출퇴근 시간이 심심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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