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선고와 구형


일반인이 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로 "선고"와 "구형"이 있습니다(피의자와 피고인의 구별도 비슷합니다). 평생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경찰/검찰의 수사, 형사재판에 연루되는 것을 한두번 보는 사람이 이것을 구별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을 유심히 보면 기사에서 선고와 구형은 확실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일반인 같은 기자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기자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사의 구형을 선고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송대관 200억 빚지고 부동산 사기로 결국엔..., 한국경제, 2014. 9. 3.자 기사

이에 반해 연합뉴스는 제대로 구형이라고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요.

검찰, '투자 사기' 가수 송대관씨에 징역 1년6월 구형, 연합뉴스, 2014. 9. 2.자 기사

형사재판 관련 기사를 볼 때 구형은 검찰, 선고는 법원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혼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고와 구형은 모두 형사재판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형사재판은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검사의 이러한 청구를 "공소"라고 하고 검사가 공소를 구하는 행위를 "공소제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의 진행에 따라 검사는 판사(법원)에게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형(징역형 또는 벌금형 등)이 적당하니 이 정도의 형을 내려달라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을 "구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판사(법원)가 형사재판의 최종결론으로서 피고인에게 형을  내리는 것을 바로 "선고"라고 합니다. 판사(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으며, 검사는 판사의 선고형량보다 중하게 구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예외적으로 검사가 경하게 구형하였으나 판사가 중하게 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은 검찰의 구형을 대서특필하여 피고인이 엄청나게 잘못하였다는 취지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선고와 구형을 혼동하여 검찰의 구형이 중하면 피고인에게 (이미) 중한 형벌이 선고된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형을 강조하였던 피고인에게 예상외의 경한 형이 선고되었더라도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언론들은 경한 형의 선고를 구형과 같이 큰 제목으로 뽑지 않고 단신 비슷하게 처리합니다. 그러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피고인에 대해서 중한 형의 구형만 기억에 남고 경한 형의 선고는 기억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구형과 선고 라는 용어만 구별할 수 있어도 언론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물론 언론은 송대관씨에게 적대적이었다기 보다는 송대관씨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뿐이기 때문에 송대관씨 관련 기사는 구형과 선고 모두 비슷한 분량과 비중으로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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