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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3일 목요일

"검찰 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검찰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2020. 8. 13. KBS뉴스

판사 자신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부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으면서도 할말을 다 하는 최후진술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최후진술 전문을 옮겨봅니다.

[목 가다듬은 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그동안 피고인의 주장을 경청해주시고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이 법정에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정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지법에서 당시 집행관실의 비리 상황을 접하고 얼마나 충실하게 감사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공직자의 직분이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일원으로서 문제가 생기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서부법원장으로 있을 때 집행관실 비리 문제가 터졌습니다. 해당 업무담당자에게 맡기고 보고만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국가 법 집행 기능을 저해하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본질적 비리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사해 비리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점이 있으면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대법에서 발간한 ‘법원 사람들’ 중에 제가 한 인터뷰에도 나와 있지만, 누군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서 잘해놓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제 소신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책임 있는 집행관들에 대한 징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에 제도개선책을 건의해서 서부지법 의견대로 관련 예규가 개정되어 집행관실 비리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압수된 임종헌 차장의 USB에서 나상훈 판사가 보낸 보고서 파일 5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보고서 파일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마침 담당 검사가 2016년 서부집행관실 비리 사건 담당 검사여서 이 부분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 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절차에서 객관의무에 위배해서 2016년 당시 서부지법에 근무한 법관이나 직원들을 조사하면서 앞서 변호인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소한 흠을 잡아 겁을 주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위축되고 겁에 질린 그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와 같이 서부지법에 근무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검찰에 불려가 고초를 당한 우리 직원들이나 법관들을 제가 지켜주지 못해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그들이 검찰 조사 시 받았을 두려움, 모멸감, 수치심 등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로서 당시 기관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사 절차뿐만 아니라 공소 사실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의 밀행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이, 이 사건 수사 당시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과 혐의 사실을 거의 실시간 언론에 흘려 마치 그 혐의가 사실인 양 중계되도록 하고 심지어 영장이 기각된 사실까지 언론에 제공하여 여론몰이로 법원의 영장 발부를 압박하였습니다.

검찰은 검찰 조직 내부도 아닌 언론에까지 정보를 흘리면서 나상훈 판사가 임종헌 차장의 요청으로 압수수색 사실을 조직 내부에 있는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서 집행관실 비리를 감사하면서 작성된 문답서에 당시 진행되던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이 불가피하게 파악된 걸 보고서는, 역으로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 파악을 위해 감사했다고 뒤집어씌웠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법과 상식에 위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어갔고 마침내 피고인이 법원장 직책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하였습니다. 행위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직위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정에서 재판 진행한 결과, 검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전부 탄핵되었고 정상적으로 진행된 감사절차와 그 결과만이 나타났을 뿐입니다.

이 사건 수사와 기소라는 검찰권 행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검찰권과 공소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증거조사와 법률적 공방이 마무리되고 진실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둡고 길었던 터널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몰고 간다 하더라도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진실을 감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바라던 결론이 나온다면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되고 침해된 명예나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입니다.

피고인의 말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1일 화요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하는 개혁위 권고안 등, 학계와 사회 각계 논의 수렴해 재고해야 한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고검장 등을 통해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위 권고안 에 대해서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직접지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막기 위한 기존 법제도의 입법취지가 무엇이었는지만 생각해 보면, 권고안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지요. 권력을 잡은 일당이 국가의 모든 중대사-결국 사소한 것까지 모두-를 결정하는 나라가 어떤지는 북한과 중국만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형사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고령(70세 이상) 등의 사정이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주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민사사건에서는 특별히 법원에서 대리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가 없었고 다만 소송구조제도라고 하여 소송비용을 부담할 자력이 없고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당사자가 신청하면 이 법원이 각종 비용을 면제하거나 대신 부담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28조 - 제133조).

형사소송에서의 피고인은 강력한 수사기관이 상대방이기 때문에, 경제적 자력이 충분하다면 사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국선변호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사소송은 대등한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청구를 하고 상대방은 그에 대한 방어를 하는 특성상 국가가 일방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법정에서 의사표현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민사 국선대리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고 합니다(이미 2015. 4. 15.경 입법예고가 되었었네요). 법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질병이나 장애, 고령 등의 이유로 변론능력이 없어 법원으로 진술금지,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고 합니다(관련기사 법률신문 2015. 7. 16.자 기사 민사에도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법원이 진술금지명령, 변호사선임명령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형사상 국선변호인 제도와 같이 활성화는 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선변호인과 국선대리인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혼동하시면 안됩니다.

2014년 8월 13일 수요일

선고기일 법정출석의무


대표적인 보수논객(으로 불리는) 변희재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법원, 변희재 구속영장 발부... 변대표 해명 들어보니, 동아일보 2014. 8. 12.자 기사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나 피고의 법정출석여부는 원칙적으로 자유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자신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므로 민사소송의 당사자에게 굳이 법정출석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선고기일에는 재판결과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히 원피고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판부는 지방에서 올라와야 하는 사정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판결문을 보내주므로 굳이 선고기일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친절히 안내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물론 피고가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무변론 패소판결을 당하거나 원고가 2회 이상 불출석하여 소취하의 효과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피고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선고기일을 포함한 모든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서 피고인이 예외적으로 불출석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피고인은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1. 다액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2.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3.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허가신청이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불출석이 그의 권리를 보호함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여 이를 허가한 사건. 다만, 제284조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하는 공판기일에는 출석하여야 한다.
4. 제453조제1항에 따라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사건

변희재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변희재씨는 자신의 사건이 형사소송법 제277조 제4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였는데, 통상적인 경우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따라서 약식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 약식사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바로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한 사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 때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정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으로 붙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선고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하더라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고(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는 경우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궐석재판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지방에 거주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판사가 선고기일에 나올 필요가 없으며 재판결과를 그 다음 날 정도 확인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대하여 변희재씨 사건은 약식명령-정식재판청구-정식재판의 형식으로 재판하기에 적당하지 않은(한마디로 "벌금형과 같은 경한 형으로 다스려서는 안되는 중한 범죄에 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통상재판에 회부(이를 줄여 '부통상'이라고 합니다)하였습니다. 이 경우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단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식으로 부여됩니다. 변희재씨의 사건은 피고인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경미한 사건이 아니므로 피고인은 모든 공판기일(선고기일 포함)에 출석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의 출석권(형사소송법 제276조)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변희재씨 사건 담당 판사는 2회의 선고기일에 변희재씨가 출석하지 않자, 더 이상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기일을 공전시킬 수 없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변희재씨의 선고기일의 출석을 강제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법원이 이 사건을 통상재판에 회부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이외에 특별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없는 한, 약식명령과 유사한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전망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명예훼손죄로 실형 선고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아마도 재판부는 1년 미만의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를 선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비방하거나, 자극적인 언사로 특정 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한 결과는 본인이 고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통쾌할지 몰라도, 당하는 입장이 되면 어떨지 심사숙고해야할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느라 고생하신다는 말씀 덧붙여드리고 싶네요.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형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의 부담



형사소송 재판에 들어갔다가 판사님께서 선고를 하시면서 소송비용을 피고인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을 하시길래, "형사소송에도 비용부담의 재판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형사재판에 대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공부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잊어버린 듯 합니다 ㅡㅡ).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선고될 경우 소송비용에 대한 재판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인데, 원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피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게 됩니다(일부승소의 경우에는 승소비율에 따라 부담). 그런데 형사소송은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하여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므로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제 경험에 따르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도 소송비용은 지출원인에 대하여 책임있는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검사가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등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2008), 683면).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소송비용은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특히 소송비용으로 규정된 것 즉 "증인 감정인 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감정료 통역료 번역료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소송절차를 지연하고, 불필요한 증인 등을 신청하는 등 피고인에게 지출원인이 있다면 형의 선고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제가 재판에 들어갔다가 본 것은 여기에 해당하였던 것입니다.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재판을 하면서 그 금액을 산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집행을 지휘하는 검사가 그 금액을 산정하게 되며(형사소송법 제194조), 소송비용부담을 명하는 재판에는 본안의 재판에 관하여 항소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1조).

형사재판 중에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이에 대해서는 약식절차 포스팅 참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에서 정한 것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피고인에게 심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하면, 형은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정식재판청구를 남용하는 극히 일부의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또한 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이를 제한할 정도로 비용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2014년 2월 9일 일요일

흔히 혼동하는 법률용어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법정장면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깝게 작년에 개봉하였던 "7번방의 선물"이라든지, 배우 이보영이 국선변호사로 출연하였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만 보아도 법률용어가 매우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업이 직업이라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법률용어를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면 무언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대폭 떨어집니다. 서면에서 오타를 발견하였을 때 느끼는 낭패감 또는 오타가 난 제 서면을 판사나 상대방이 볼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불쾌감 같은 거랄까요?

영화나 드라마 만들때 중요한 장면도 아닌데 단역 판사배우가 말실수 한번 한 것을 가지고 다시 테이크를 가거나 재녹음하는게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단계에서 감수하는 법률가들이(끝나고 자막 보면 꼭 나오더군요 ㅎㅎ)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개씩은 꼭 나오는 혼동하는 법률용어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접한 혼동례는 "피고"와 "피고인"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피고인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자"를 말하고, 피고는 형사소송이 아닌 다른 소송에서 청구의 상대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형사재판의 판사님들이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죠. "피고 최후변론하세요" 이 말을 들으면 저는 갑자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확 깹니다. 아 이거 진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어버리죠. 실제로 판사님들은 거의 절대 "피고"와 "피고인"을 혼동하시지 않습니다.

형사소송과 다른 소송의 또 다른 점 중 하나는 당사자를 대리 또는 변호하는 변호사에 대한 명칭입니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이 아닌 소송에서 원고나 피고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소송대리인"이라고 하며 "변호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변호인이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것이고 소송에서의 지위는 피고인의 변호인, 원고 또는 피고의 소송대리인인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이것을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고인에는 변호인이 따라다니고 원고 또는 피고에는 소송대리인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시면 혼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일반인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법률용어로 "구형"과 "선고"가 있습니다.
다음 트윗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법률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현재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사건들인데,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을까요. 두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은 별론, "황당한 사법부의 상상과 추정으로 20년형을 구형" 이 부분이 잘못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구형은 형사소송에서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검사가 판사에게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다음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구형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의 피고인에 대한 판단으로서 행정부의 판단이지,  판사가 속한 사법부의 판단은 아닌 것이죠.

형사소송에서 판사의 최종적인 판단은 "선고"입니다. 국정원 수사은폐 김용판 사건에서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만,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에게는 검찰의 "구형"만 있었을 뿐 재판부의 선고는 없는 상태입니다. 위 트윗을 올린 분도 선고와 구형을 구별하고 있습니다만, 구형이 검찰의 판단이지 법원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앞으로 신문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실 때 작가가 이런 실수를 하는지를 주의깊게 보시면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법률감수를 하는 변호사분들은 미리 원고를 달라고 해서(쪽대본이라 받지 못하셨겠죠 ㅎㅎㅎ) 피고와 피고인은 구별해서 고쳐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