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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월요일

구속적부심 피의자 석방

 


2년여전 정도부터,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 외에, 수사단계에서 영장청구가 되는 구속위험이 발생한 형사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제도가 생겨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이 하는 것이 피고인에 대한 변호라고 한다면, 기소 전의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라고 해서 '피의자국선' 이라고 합니다.

피의자국선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역시 법원에서 지정하는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장실질심사 전에 피의자를 접견하고,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도주, 증거인멸우려 없음을 소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구속영장실질심사일 전날 팩스로 국선변호인선임을 통지해 주고, 당일 영장실질심사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에 피의자와 접견한 후 영장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피의자국선사건의 경우 범죄가 상당히 중하거나, 주거가 부정하거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고, 제가 담당한 사건들 중에서도 80% 이상은 영장이 발부되는 것 같습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는 구속된 피의자의 1심 재판 종료시까지 당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호활동을 하게 됩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바로 석방되고,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역할도 종료되고 국선변호인 선임이 취소됩니다. 이 경우,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석방된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피의자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기소-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선임이 취소되기 때문에 이후의 수사-기소-재판 은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아서 대응해야 합니다.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는 경우에도, 구속이 적당한 것인지 한번더 살펴봐 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구속적부심사청구(구속적부심)라고 합니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본인이 신청할 수도 있고, 피의자의 변호인을 포함해서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특별히 영장실질심사에서와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적부심이 인용되어 피의자가 석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하는 보증금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기소전보석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주 초에 피의자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어 2명의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출석했는데, 그 중 한명의 사건이 특이했습니다. 피해자가 남편이고, 사건 전후로 이미 우울증,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는 정황이 있는 피의자의 사건이었는데, 피해자인 남편이 처벌을 원하는 사건이 아닌데 경찰이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기도 합니다)는 피의자의 범행이 정신병증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탄원서를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면서 바로 제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원래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영장발부당시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면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을 해주는 편인데, 피해자인 남편분이 병원치료를 받으시는 와중에도 구속적부심기일에 출석하셔서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하셔서, 주말에 잡힌 구속적부심사기일에 피해자분과 함께 나갔습니다.

피해자인 남편분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피의자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본인이 죄송하다고 하시고, 법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미안하다며 울어버리시더군요. 두분을 떼어놓고 구속적부심이 끝나고, 그날 밤 보증금과 함께 석방취지의 인용결정이 났습니다.

신문에서도 대부분 구속적부심 기각 뉴스가 뜨는게 대부분이고, 인용 결정은 상당히 드문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의 구속결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장발부와 다른 사정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구속적부심의 인용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다행히 그런 사정을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피의자가 석방되었기 때문에 일응 제 피의자국선 선임결정은 취소되고 더이상 저는 국선변호인이 아니어서 기록에 남겨봅니다. 변호사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받아본 구속적부심 인용결정 후기였습니다.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사람에게 침뱉는 것은 폭행죄의 폭행인가 (feat. 무죄판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행 이라고 하면 상당히 심한 정도로 고통을 주는 신체접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폭행의 범위는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폭행은 형법에서만 해도 4가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죄의 폭행이냐에 따라서 달리 이해해야 합니다.

1) 최광의의 폭행 : 대상 불문 유형력의 행사- 소요죄, 다중불해산죄의 폭행

2) 광의의 폭행 :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의 폭행

3) 협의의 폭행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의 폭행

4) 최협의의 폭행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강도죄, 강간죄의 폭행

폭행죄의 폭행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하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법교과서에서 열거되는 대표적인 폭행의 방법으로 이러한 것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손이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것

-안수기도를 하면서 가슴과 배를 누르는 것

-모발이나 수염을 자르는 것

국선변호를 하는 사건 중에 실제로 차량을 몰고 가다가 끼어들기로 인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차량의 열린 창문을 통해 피고인이 침을 뱉어 운전자가 자신의 팔에 침이 뭍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해서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침을 뱉는 것 또한 폭행에 해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컵에 든 물을 사람에게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사례부터 인분을 대문 앞에 뿌린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한 폭행이 성립된 사례까지도 있으므로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이상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은 아니었는데요.

일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운전자를 향해 침을 뱉은 것은 인정하는 사안이었지만, 침이 운전자의 팔에 뭍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침이 뭍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피고인의 침이 차창에 뭍은 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던 반면, 자신의 팔에 뭍었던 침은 바로 닦아버렸기 때문에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침이 신체에 뭍었다는 증거 자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창에 뭍은 침이 조수석을 넘어 운전석까지 튀어 갔다는 것이 차창의 각도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고, 피고인은 차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차에서 수차례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차에다 침을 뱉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리적으로 사람에게 침뱉는 것이 폭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폭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실제로 침이 뭍었는가, 침뱉은 사람이 폭행의 고의로 침을 뱉은 것인가 등에 따라 실제 사안에서는 폭행죄의 성립 여부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며칠 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법률신문 2021. 1. 11.자 기사가 났습니다. 마침 제가 맡고 있는 2심 국선변호 사건에서 다투고 있던 쟁점이었기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거의 동일한 쟁점이더군요.

제 사건은 원래 1심 국선변호 사건(사기) 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상당부분 변제한 상황이었고, 관련사건에 대해서 실형을 복역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특별히 또 실형선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었고, 1심판결의 결론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였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에는 거의 대부분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고, 이 판결에도 사회봉사명령이 붙어 있었는데,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게 3개월 내에 잔여 피해금액을 변제할 것"이 부과되어 나왔습니다.

특별준수사항 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준수사항을 붙이는 근거법령을 찾아보았는데, 그 근거법령은 보호관찰법 제5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9조, 제19조입니다. 사회봉사명령에는 보호관찰법상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시행령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특별준수사항)  제32조제3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21. 1. 5.>

1.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까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것

2.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학과교육 또는 성행(性行: 성품과 행실)개선을 위한 교육, 치료 및 처우 프로그램에 관한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를 것

3. 범죄와 관련이 있는 특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4. 성실하게 학교수업에 참석할 것

5. 정당한 수입원에 의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

6.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 또는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할 것

7. 가족의 부양 등 가정생활에 있어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

8.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

위 제8호가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순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여기에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물론 특별준수사항으로 변제를 명하는 것, 특히 기간을 정해서 변제를 명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특별준수사항을 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항소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2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그 국선변호인께 이런 쟁점으로 항소하는 것이 맞겠다고 의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항소를 하신 다음 2심 재판부에 저를 2심에서도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셨더군요. 이런 경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의 국선변호인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저를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재판 내내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재판기간동안도 계속해서 피해금액을 소액이나마 변제하면서 선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사건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행유예 판결은 유지하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된 부분은 과도하고, 2심 재판기간동안에도 계속 변제노력을 한 점과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사회봉사명령도 부과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권한을 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부과받았지만,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과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항소절차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부과된 권한의 한계 또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결론을 수시로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피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고 살면 안될 것입니다.

2020년 10월 28일 수요일

무죄 두 건

 


같은 날 선고된 2건의 국선변호 사건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기쁜 일이기도 하고, 두건이 함께 무죄가 나온 경우는 많이 없기도 해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한 사건은 절도죄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웨이크보드를 오피스텔 우편함 옆 우편물 쓰레기 버리는 통에 세워두고 잠깐 편의점에 볼일 보러간 사이 피고인이 술을 먹고 귀가하던 중 웨이크보드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다리미판 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자신의 집(같은 오피스텔 거주)으로 가지고 올라갔는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가 없어진 것을 보고 경비실에 CCTV를 돌려 피고인이 가져간 것을 알고, 돌려달라고 하여 당일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에 흠집이 난 것이 아닌지 트집을 잡아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절도죄로 고소해서,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절도한 것이라고 벌금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 말씀을 들어보니, 웨이크보드가 다리미판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고, 놓였던 장소가 선풍기 등 재활용품을 놓아두는 장소이기도 했던 점, 당시 늦은 시간이라 피고인이 경비실에 재활용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경비실의 연락을 받고 바로 돌려준 점 등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다투었는데, 이것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네요.

다음 사건은 근로기준법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을 고용해서 한동안 일을 하였다가, 고소인이 독립해서 부산으로 내려가서 피고인과 동일한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 일이 있었던 피고인이 고소인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일당 형식으로 작업의 대가를 지급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약속한 일당을 일부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고소인이 근로감독관에게 피고인이 고소인을 계속해서 고용해서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 으로 진정했고, 근로감독관과 검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거의 10여년간 피고인과 고소인은 독립된 사업자로서 거래를 하거나,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을 도와주는 관계였다는 것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에 나타나고, 특히 고소인이 돈을 주면 자신의 사업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기로 하였다는 정황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주된 근거로 해서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는 동업 내지 프리랜서 로서 건별로 계약하고 일을 하는 관계이지 고용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했고, 고소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의 법적 성격이 "고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에 온 피고인들 중 억울하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지만, 피고인이억울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재판장님께 설득해서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형사재판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올해에도 이런 억울한 사람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하네요.


2017년 11월 1일 수요일

아침을 여는 무죄판결


어제 선고였던 국선변호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선고기일에는 선고결과가 궁금한 피고인 본인이 가시고, 사무실과 가까운 중앙지방법원인 경우 직원분께 듣고 오십사 하는데, 동부지방법원 사건이라 사무실에 일이 있으면 사무실에서는 당일 선고를 듣고오지 못해서 결과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선고 당일에는 재판부에 전화를 해도 재판중이시라 전화를 받지 않으시기 때문에 이런 경우 다음 날 재판부에 전화를 해서 선고결과를 알아보게 됩니다.

마침 피고인도 선고기일에 일이 있으셔서 참석을 못하시고 제게 전화하셔서 선고결과를 물어보시기에 다음 날(오늘) 오전에 알려드리겠다고 하고 오늘 재판부에 선고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무죄가 선고되었다네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계약해지/취소 요구를 하던 공무원이 커피숍에서 한 말을 가지고, 부동산 중개업자측에서 "협박"으로 고소하여 약식명령이 떨어졌던 사건인데, 증거라고는 피고인의 말을 들었다는 부동산 중개업자 2명의 진술 뿐이었습니다.  부동산중개업자 두 사람을 증인으로 불러 증언을 들어보았는데 두 사람의 증언이 중요한 부분에서 달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탄핵한 것이 주효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판결문 확인해 봐야 겠네요. 피고인분에게 잘 되었다는 전화를 드릴 수 있어 덕분에 상콤한 아침입니다.

2017년 3월 8일 수요일

아재의 불량식품


어제 오후 갑자기 재판부로부터 전화가 와 모레 공판기일이 잡힌 국선사건을 할 수 있겠냐고 하여 스케줄이 비어 있길래 하겠다고 하니 바로 국선변호인 지정서가 날아오고 바로 직원이 기록복사를 하여 왔습니다. 근데 피고인이 서울구치소에 있어서 오늘 밖에는 접견을 할 날이 없었죠. 그래서 오늘 오전 9시로 접견신청을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루종일 잡고 있던 서면이 마무리된 것은 오늘 새벽 4시... 주차장의 차도 가지고 갈 수 없어 택시타고 퇴근했다가 까무룩 잠자고 일어나니 오전 7시!!! 접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10분 내에 헐레벌떡 집을 나서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노약자석에서 잤습니다. 수면시간 2시간 밖에 되지 않아 쓰러질 형편의 사람도 노약자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거나, 탈모가 이쯤 진행되었으면 노약자로 보이지 않느냐는 기대를 하면서(노약자석에 대해서는 박카스유감 참조).

어찌어찌 9시 접견시간에 맞춰 서울구치소에 도착해서 1번 타자로 접견신청서를 제출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교도관님께서 피고인이 접견을 거부했다고 돌아가시랍니다. 응!?! 국선변호를 꽤 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접견거부"였습니다. 다른 교도관님께서 오셔서 피고인의 상황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해주시는데, "피고인이 허리가 아파 도저히 접견실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법정에 조금 일찍 가서 간략한 접견이라도 해야 겠네요.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택시도 없고, 큰 길까지 내려와도 택시도 잡히지 않고, 잠도 부족했지만 배도 고파서 아재의 불량식품 "양평해장국"집에 들어갔습니다. 양평해장국은 왠만큼 맛이 평준화된 느낌이네요. 고추 다대기를 조금더 풀고 건더기와 선지를 건져먹은 다음 밥을 말아 국물까지 싹 비웠습니다.

양평해장국을 "아재의 불량식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해장국집 손님들 대부분이 "아재"이고, 뭔가 심심하고 허할 때 젊었을 때는 "달고 맛있는 것"을 찾지만, 아재들은 "얼큰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량식품"이라는 별명은 작년에 제가 양평해장국이 맘에 들어 한달에 두세번씩 먹은 적이 있는데, 몸 컨디션이 이상하게 좋지 않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이걸 자주 먹으면 몸에 좋지 않구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의 3-4개월만에 처음으로 양평해장국을 먹었네요. 어쨌든 먹을 때는 얼큰하고 시원한게 기분 좋으니 그게 바로 불량식품을 먹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우수국선변호인 선정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2015년 "우수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법원장님께 표창장과 수저선물세트를 받았네요. 우수국선변호인은 담당재판부의 추천을 받아 위원회에서 선정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방선영, 박정해, 황병기, 이창현 변호사님과 제가 선정되었습니다. 표창장에 기재된 것과 같이 "뛰어난 인권의식과 남다른 사명감으로 국선변호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형사피고인의 권익보호와 국선변호 제도의 발전에 기여한 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받을 만큼 열심히 하였나 되돌아볼 계기는 확실히 된 것 같습니다.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형사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고령(70세 이상) 등의 사정이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주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민사사건에서는 특별히 법원에서 대리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가 없었고 다만 소송구조제도라고 하여 소송비용을 부담할 자력이 없고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당사자가 신청하면 이 법원이 각종 비용을 면제하거나 대신 부담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28조 - 제133조).

형사소송에서의 피고인은 강력한 수사기관이 상대방이기 때문에, 경제적 자력이 충분하다면 사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국선변호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사소송은 대등한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청구를 하고 상대방은 그에 대한 방어를 하는 특성상 국가가 일방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법정에서 의사표현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민사 국선대리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고 합니다(이미 2015. 4. 15.경 입법예고가 되었었네요). 법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질병이나 장애, 고령 등의 이유로 변론능력이 없어 법원으로 진술금지,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고 합니다(관련기사 법률신문 2015. 7. 16.자 기사 민사에도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법원이 진술금지명령, 변호사선임명령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형사상 국선변호인 제도와 같이 활성화는 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선변호인과 국선대리인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혼동하시면 안됩니다.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후단 경합범

거의 10년만에 국선변호인으로 형사법정에 참석했었습니다.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투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주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잘 알려진 국선전담변호사가 담당하기도 하지만, 일반 변호사들도 법원에 신청을 하여 국선변호인 목록에 들어가게 되면 목록 중에 있는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되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과 달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는 "사선변호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10년만에 하는 국선변호라서 일주일 전에 법정참관도 하여 분위기도 익히고 하였지만 떨리긴 떨리더군요. 국선변호를 맡았던 사건 중 3건은 선고기일이 잡혔는데, 1건이 속행되었습니다. 판사님께서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하시더니 "후단경합범"인데 관련 사건 판결 확정사실이 기록에 없다고 하시며 검사님께 관련 판결 확정과 관련한 내용 수사보고로 추가하라고 하시면서 한 기일을 더 잡으신 것입니다.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를 말합니다(형법 제37조). 한마디로 범죄를 여러개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경합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합범은 동시적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으로 나뉘는데, 동시적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말합니다. 형법 제37조 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전단 경합범"이라고도 합니다.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 1)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2)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같은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가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고, 3)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다른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병과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형법 제37조 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후단 경합범"이라고 합니다. 사후적 경합범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로,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되,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9조). 원래 확정판결 전에 범한 죄가 법원에 알려진 경우에는 당연히 경합범의 예에 의하여 처벌되었을 것이므로 사후적 경합범이 동시적 경합범에 비하여 무겁게 처벌되는 불합리를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후적 경합범의 처분에 관하여는 종래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선고하되 그 형의 집행은 (동시적) 경합범의 예에 의하도록 하다가, 2005. 7. 29. 시행된 개정법률에 의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정하지만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에 비하여 불리한 양형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참고: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우리 피고인은 이번 재판 이전에 2개의 죄에 대해서 징역형이 확정되었는데, 이번 재판은 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이라서 판사님은 약식명령이 나온 금액보다  감형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후적 경합범이라는 사실을 형량에 고려하지 않게 되면 상급심에서 파기사유가 되므로 반드시 이전의 판결확정사실이 판결문에 들어가야 합니다. 어쨌든 판사님께서 수차례에 걸친 피고인의 탄원서를 보시고 무죄를 다투면 어쩌나 걱정을 하셨던 모양인데, 피고인이 번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자 감형을 적극 고려하실 것으로 예상되어 기분은 좋았던 재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