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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월요일

구속적부심 피의자 석방

 


2년여전 정도부터,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 외에, 수사단계에서 영장청구가 되는 구속위험이 발생한 형사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제도가 생겨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이 하는 것이 피고인에 대한 변호라고 한다면, 기소 전의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라고 해서 '피의자국선' 이라고 합니다.

피의자국선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역시 법원에서 지정하는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장실질심사 전에 피의자를 접견하고,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도주, 증거인멸우려 없음을 소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구속영장실질심사일 전날 팩스로 국선변호인선임을 통지해 주고, 당일 영장실질심사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에 피의자와 접견한 후 영장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피의자국선사건의 경우 범죄가 상당히 중하거나, 주거가 부정하거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고, 제가 담당한 사건들 중에서도 80% 이상은 영장이 발부되는 것 같습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는 구속된 피의자의 1심 재판 종료시까지 당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호활동을 하게 됩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바로 석방되고,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역할도 종료되고 국선변호인 선임이 취소됩니다. 이 경우,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석방된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피의자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기소-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선임이 취소되기 때문에 이후의 수사-기소-재판 은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아서 대응해야 합니다.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는 경우에도, 구속이 적당한 것인지 한번더 살펴봐 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구속적부심사청구(구속적부심)라고 합니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본인이 신청할 수도 있고, 피의자의 변호인을 포함해서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특별히 영장실질심사에서와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적부심이 인용되어 피의자가 석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하는 보증금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기소전보석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주 초에 피의자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어 2명의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출석했는데, 그 중 한명의 사건이 특이했습니다. 피해자가 남편이고, 사건 전후로 이미 우울증,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는 정황이 있는 피의자의 사건이었는데, 피해자인 남편이 처벌을 원하는 사건이 아닌데 경찰이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기도 합니다)는 피의자의 범행이 정신병증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탄원서를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면서 바로 제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원래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영장발부당시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면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을 해주는 편인데, 피해자인 남편분이 병원치료를 받으시는 와중에도 구속적부심기일에 출석하셔서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하셔서, 주말에 잡힌 구속적부심사기일에 피해자분과 함께 나갔습니다.

피해자인 남편분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피의자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본인이 죄송하다고 하시고, 법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미안하다며 울어버리시더군요. 두분을 떼어놓고 구속적부심이 끝나고, 그날 밤 보증금과 함께 석방취지의 인용결정이 났습니다.

신문에서도 대부분 구속적부심 기각 뉴스가 뜨는게 대부분이고, 인용 결정은 상당히 드문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의 구속결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장발부와 다른 사정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구속적부심의 인용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다행히 그런 사정을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피의자가 석방되었기 때문에 일응 제 피의자국선 선임결정은 취소되고 더이상 저는 국선변호인이 아니어서 기록에 남겨봅니다. 변호사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받아본 구속적부심 인용결정 후기였습니다.

2017년 12월 1일 금요일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사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탄핵인용이라는 일생에 한번 보기 힘든 결정에 이어 보기 드문 결정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결정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재차 신청해서 석방되는 사례를 신문에서 톱기사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와 구속적부심사는 뭐가 다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다음 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김관진임관빈 줄 석방에 여야 대립각...영장실질심사와 구석적부심의 차이는? M이코놈미뉴스 2017. 12. 1.자 기사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를 심문하고 영장발부를 결정하는 것을 절차를 말하고, 법원의 영장전담판사가 담당합니다(이 사건의 영장전담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강부영 판사님). 구속적부심사는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에 대하여 구속이 부적법하거나 부당한 경우에 피의자를 석방하는 절차로 관할법원에 청구하며 형사신청사건입니다.

문제는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에서 심리하는 내용이 같은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구속적부심사 청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하는 내용과 다른 사정변경, 예컨대 구속 이후  피해회복사실 등이 있는 경우에나 청구하지,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고, 청구한다고 해도 피의자를 석방하는 경우는 더욱 드뭅니다. 위 기사에서는 구속적부심사에서 석방률이 15% 정도 된다는데, 피해회복 등 사정변경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며, 구속사유에 대하여 영장전담판사와 의견을 달리 하면서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를 석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있다면 아마 손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본 소명자료와 구속적부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본 소명자료가 다르고 후자가 더 설득력있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처럼 쉽게 피의자를 석방한 판사를 비난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