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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8일 목요일

극한직업 변호사(feat. 영장실질심사 하루만에 준비하기)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를 하던 의뢰인에게서 갑자기 내일(수요일)에 영장실질심사가 잡혔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검찰에 송치된 것만 알고 있는 와중에, 의뢰인이 지난 주에 제게 알리지 않고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영장이 청구된 것이었습니다.

사건은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견서를 작성해서 갈테니 내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보자고 해 말씀드려 놓았는데, 저녁 약속이 있어서 의견서 작성할 시간은 내일 새벽 내지 아침 밖에 없었습니다.

저녁 약속은 오랜만에 본 대학 동기들이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짧고 굵게 3차까지 ㅡㅡ;  사무실에 들어와서 또각또각 의견서를 작성합니다. 초안작성을 마치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그래도 집에는 들어가야 하니(다음 날 아침 큰 넘 학원에 데려다 줘야 합니다) 대리를 불러 귀가해서 눈을 붙이고 7시 40분에 기상해서 큰 넘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했습니다. 10시가 좀 안된 시간입니다.

수원지방법원 영장계에 검사가 제출한 구속사유를 팩스로 받아보니, 헐... 의뢰인이 경찰에서 수사받았던 것과 다른 내용이 추가되어 있네요. 의뢰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의견서를 수정하여 최종본을 완성한 것이 12시 남짓한 시간.

영장실질심사는 2시 30분, 의뢰인이 검사실로 오라고 고지받은 시각은 1시 10분, 저와 의뢰인이 만나기로 한 시간은 1시.

의견서를 출력해서 택시타고 수원으로 달립니다. 3만원의 택시비가 나왔지만 시간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에게 실질심사절차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고 검사실까지 동행해 준다음, 영장실질심사시까지 간단히 점심을 먹고 기다립니다.

영장실질심사는 앞 사건이 끝난 후 2시 50분쯤 시작되어서 20분 정도였습니다. 원래 중요사건의 경우에는 검사가 출석해서 구속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검사가 출석하지는 않아서 판사님께서 기록 관련 몇가지를 의뢰인에게 물어본 이후에 변호인의 변론-피의자 최후진술 순서로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작성해간 의견서로 전과 없이, 어머니 누나와 한 주소에서 7년 이상 거주하고, 수개월동안 성실하게 월급받아 생활해 온 사회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고소인의 진술의 문제점에 대해서 반박하는 10페이지 정도 되는 의견서의 의견을 개진하고 간단한 피의자 최후진술을 끝으로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오기 전에 일정이 하나 더 있었는데, 잘 마무리되어서 사무실로 복귀했더니 그제사 정신이 없어 꾸벅꾸벅 졸다가 운전할 여력도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는데, 귀가하는 길에 의뢰인의 번호가 뜨네요!!!

업무시간은 지났지만 새벽되기 전에 영장기각이 되어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가 영장기각이라서 편히 잠들 수 있었던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극한직업으로 변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이래서 매력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날이었습니다.


2017년 12월 1일 금요일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사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탄핵인용이라는 일생에 한번 보기 힘든 결정에 이어 보기 드문 결정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결정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재차 신청해서 석방되는 사례를 신문에서 톱기사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와 구속적부심사는 뭐가 다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다음 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김관진임관빈 줄 석방에 여야 대립각...영장실질심사와 구석적부심의 차이는? M이코놈미뉴스 2017. 12. 1.자 기사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를 심문하고 영장발부를 결정하는 것을 절차를 말하고, 법원의 영장전담판사가 담당합니다(이 사건의 영장전담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강부영 판사님). 구속적부심사는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에 대하여 구속이 부적법하거나 부당한 경우에 피의자를 석방하는 절차로 관할법원에 청구하며 형사신청사건입니다.

문제는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에서 심리하는 내용이 같은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구속적부심사 청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하는 내용과 다른 사정변경, 예컨대 구속 이후  피해회복사실 등이 있는 경우에나 청구하지,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고, 청구한다고 해도 피의자를 석방하는 경우는 더욱 드뭅니다. 위 기사에서는 구속적부심사에서 석방률이 15% 정도 된다는데, 피해회복 등 사정변경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며, 구속사유에 대하여 영장전담판사와 의견을 달리 하면서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를 석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있다면 아마 손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본 소명자료와 구속적부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본 소명자료가 다르고 후자가 더 설득력있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처럼 쉽게 피의자를 석방한 판사를 비난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2015년 5월 1일 금요일

형사변호사의 보람


근로자의 날을 며칠 앞둔 수요일 퇴근을 준비할 무렵 긴급체포되어 구속영장이 다음 날 청구될 예정인 피의자를 변호할 수 있겠느냐는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다른 건으로 접견을 갈 예정이었지만 급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로 접견을 미루면 되겠다 싶어(덕분에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근로자의 날에 쉬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근로자들의 휴일에 동참하고자 하였던 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근로자의 날인 오늘 접견 후 사무실에 출근하여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할 수 있겠다고 의뢰를 수락하였습니다.

사건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 증권회사 브로커 사이의 채권거래시 관행이었던 "파킹"거래를 문제삼은 것이었는데, 이미 금융감독원이 작년부터 조사하여 징계까지 마친 사안이었던 터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관련 보도내용 등을 검색하고, 담당 검사실에 전화해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겠다고 하고 물어보니, 영장은 밤 9시 반에 청구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이미 직원분도 퇴근한 상황이라 법원에 갈 사람은 저 밖에 없어서 영장이 청구된 걸 확인하고 남부지방법원 당직실에 가서 구속영장신청서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오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금융거래 전문가분께 전화를 걸어 "파킹"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나니 약간 감이 잡히더군요.

사무실에 앉아서 12장짜리 구속영장신청서의 범죄사실과 구속사유를 보고, 의견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보니 새벽 4시반.. 저녁도 생각 없어 걸렀던 터라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러 저녁겸 아침으로 맥모닝세트를 먹고 집에 들어가니 6시.. 어차피 7시에 나가야 10시 반 시작인 영장실질심사 시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웹서핑을 하다가 간단히 세면후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8시 반경 사무실에 나와 형사전문이신 동료변호사님께 사안에 대해 말씀을 나누면서(이 변호사님께서는 소위 "스캘퍼 사건"을 맡으셔서 자본시장법 부분 무죄를 받아내신 베테랑 변호사님이시죠 ㅎㅎㅎ) 생각도 정리하고 의견서도 약간 수정해서 법원에 10시가 좀 넘어 도착했습니다.

의뢰인이신 피의자의 배우자분과 부모님을 뵙고, 영장실질심사시간 전에 피의자와 접견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영장실질심사시간이 앞 사건 등으로 1시간 정도 미뤄져서 피의자로부터 수사받은 내용에 대해서 듣고, 변론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검사의 구속영장청구가 있는 경우 판사가 실제로 구속대상 피의자를 대면하는 기회를 가진 다음 구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피의자를 심문하는 절차입니다.  먼저 판사님께서 피의자에게 사건과 관련한 사항을 질문하고, 검사-변호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판사님이 몇가지에 대해 질문을 마치신 다음 수사검사에게 의견진술을 요청하자 수사검사가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의견을 진술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변호인에게 의견진술기회가 부여되어 밤새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요지를 진술했습니다. 피의자의 최후 진술이 끝나고 나니 12시가 좀 넘은 시각이 되었습니다.

피의자는 영장발부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원래 경찰서 유치장에 인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은 검사 인지사건이라서 그런지 구치소에 인치되어 있었습니다. 영장발부 여부는 당일 오후에나 결정나게 되니 가족분들께 집에 가서 기다리라 말씀드리고, 결과를 알게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린 후 사무실로 복귀하였는데 업무시간 종료시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직원분이 업무시간 후에 검찰청에 전화하니 "영장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왔더군요.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영장기각 결정을 달리 피의자의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통지하지 않는 모양이라(구속되는 경우에는 알려주는데 석방소식은 특별히 알려줘야 한다는 규정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긴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고 사족한테 바로 연락할테니 굳이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겠죠), 변호인측에서 전화로 수시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어직 석방된 피의자의 연락을 받지 못한 의뢰인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고 나니 긴 하루가 끝났습니다.

개업이래 거의 3년만에 처음 밤새서 근무한 것이 억울하였는데(ㅎㅎㅎ 개업변호사의 웰빙라이프가 꿈이었던 것입니다)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영장기각 소식을 의뢰인에게 알렸을 때 제게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남편분이 체포되어 가셔서 많이 불안해 하셨던 걸 알고 있던 터라 저도 너무 기뻤습니다. 형사변호사의 가장 큰 보람이 이런 데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이틀만에 하나의 사건이 시작되어 종결되기 때문에 보수가 짧은 시간에 지급되는 것은 덤이라고 하겠네요. ^^;

2014년 8월 13일 수요일

선고기일 법정출석의무


대표적인 보수논객(으로 불리는) 변희재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법원, 변희재 구속영장 발부... 변대표 해명 들어보니, 동아일보 2014. 8. 12.자 기사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나 피고의 법정출석여부는 원칙적으로 자유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자신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므로 민사소송의 당사자에게 굳이 법정출석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선고기일에는 재판결과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히 원피고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판부는 지방에서 올라와야 하는 사정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판결문을 보내주므로 굳이 선고기일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친절히 안내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물론 피고가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무변론 패소판결을 당하거나 원고가 2회 이상 불출석하여 소취하의 효과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피고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선고기일을 포함한 모든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서 피고인이 예외적으로 불출석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피고인은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1. 다액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2.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3.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허가신청이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불출석이 그의 권리를 보호함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여 이를 허가한 사건. 다만, 제284조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하는 공판기일에는 출석하여야 한다.
4. 제453조제1항에 따라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사건

변희재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변희재씨는 자신의 사건이 형사소송법 제277조 제4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였는데, 통상적인 경우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따라서 약식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 약식사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바로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한 사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 때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정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으로 붙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선고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하더라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고(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는 경우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궐석재판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지방에 거주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판사가 선고기일에 나올 필요가 없으며 재판결과를 그 다음 날 정도 확인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대하여 변희재씨 사건은 약식명령-정식재판청구-정식재판의 형식으로 재판하기에 적당하지 않은(한마디로 "벌금형과 같은 경한 형으로 다스려서는 안되는 중한 범죄에 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통상재판에 회부(이를 줄여 '부통상'이라고 합니다)하였습니다. 이 경우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단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식으로 부여됩니다. 변희재씨의 사건은 피고인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경미한 사건이 아니므로 피고인은 모든 공판기일(선고기일 포함)에 출석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의 출석권(형사소송법 제276조)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변희재씨 사건 담당 판사는 2회의 선고기일에 변희재씨가 출석하지 않자, 더 이상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기일을 공전시킬 수 없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변희재씨의 선고기일의 출석을 강제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법원이 이 사건을 통상재판에 회부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이외에 특별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없는 한, 약식명령과 유사한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전망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명예훼손죄로 실형 선고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아마도 재판부는 1년 미만의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를 선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비방하거나, 자극적인 언사로 특정 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한 결과는 본인이 고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통쾌할지 몰라도, 당하는 입장이 되면 어떨지 심사숙고해야할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느라 고생하신다는 말씀 덧붙여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