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약식명령에 불복해서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경우에 다음 조항에서 정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서 법원은 약식명령에서 정한 것보다 더 중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었습니다.
제457조의2 (불이익변경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위 조항이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습니다.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즉, 법원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할 뿐이고, 벌금액수를 상향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능해진 것입니다. 약식명령 단계에서는 사실관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고인이 죄질이 중하다고 생각되어도 이미 발령된 약식명령의 형이 상한이 되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정식재판청구를 줄이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일인 2017. 12. 19.에 시행되었고, 다만 시행일 이전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나라에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형법규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에 대해서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벌금을 낼 자력이 없는 사람이 경한 형인 벌금형보다 중한 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개정 형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집행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격사유 등을 확정하기 위하여 2년 후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약식명령으로 해결되는 경미사건들에 대해서 정식재판청구율이 매우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끔 어떤 일에 별다른 이유없이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쿨싴하게 넘어가는 문제인데,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발동되는... 소위 "버튼이 눌렸다"라고 하지요.
정식재판청구 국선사건을 처리하다가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대해서 부동의하게 되면 증인으로 불러서 증인신문을 하게 되는데, 판사님께서 증인신문시간으로 잡는 간격이 20분 정도 됩니다. 판사님으로서는 20분 안에 한 사건을 끝내면 좋겠다라는 것이고, 검사의 신문이 2-3분 정도 걸리게 되므로 변호인의 반대신문은 15분 정도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묵시적인 표시이기도 하지요. 증인이 1명인 경우 왠만큼 신문사항이 많아도 30분 안에는 증인신문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작성한 증인신문사항도 1페이지 안에 들어가도록 10문항 내외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증인신문이 있어 어제 오후에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하기 시작한 사건이 있었는데, 증인신문사항작성이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증인신문사항 작성하다가 버튼이 눌린 것이지요. 어제 저녁까지 30개 남짓한 신문사항을 만들고 퇴근했다가 오늘 오전/오후를 다 바쳐서 만든 증인신문사항은 무려 50개.. 가지번호까지 포함하면 약 60개.. 12페이지의 엄청난 양의 증인신문사항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보아하니 한 문항당 질문답변시간을 1분으로 잡아도 50분이 걸리는 엄청난 양.. 필시 판사님께서는 줄여서 질문하라고 하실텐데 어떡할지? 종전에는 양이 많아야 2-3페이지여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하고 배짱튕기며 법원에 올라갔습니다.
다행이 소환한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서 1달 정도 후로 증인신문이 미뤄지기는 하였는데, 덕분에 재판에 다녀오고 나서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다음 기일이 되기 전에 판사님께서 놀라시지 않도록 먼저 변호인의견서로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서 제출하고, 증인신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에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재판 전날에야 증인신문사항을 마련한 게으른 변호인의 불찰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벼락치기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나 피고의 법정출석여부는 원칙적으로 자유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자신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므로 민사소송의 당사자에게 굳이 법정출석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선고기일에는 재판결과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히 원피고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판부는 지방에서 올라와야 하는 사정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판결문을 보내주므로 굳이 선고기일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친절히 안내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물론 피고가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무변론 패소판결을 당하거나 원고가 2회 이상 불출석하여 소취하의 효과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피고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선고기일을 포함한 모든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서 피고인이 예외적으로 불출석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피고인은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1. 다액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2.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3.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허가신청이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불출석이 그의 권리를 보호함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여 이를 허가한 사건. 다만,
제284조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하는 공판기일에는 출석하여야 한다.
4.
제453조제1항에 따라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사건
변희재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변희재씨는 자신의 사건이 형사소송법 제277조 제4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였는데, 통상적인 경우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따라서 약식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 약식사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바로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한 사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 때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정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으로 붙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선고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하더라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고(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는 경우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궐석재판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지방에 거주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판사가 선고기일에 나올 필요가 없으며 재판결과를 그 다음 날 정도 확인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사의 구약식청구에 대하여 변희재씨 사건은 약식명령-정식재판청구-정식재판의 형식으로 재판하기에 적당하지 않은(한마디로 "벌금형과 같은 경한 형으로 다스려서는 안되는 중한 범죄에 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통상재판에 회부(이를 줄여 '부통상'이라고 합니다)하였습니다. 이 경우 사건번호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단00000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이런 식으로 부여됩니다. 변희재씨의 사건은 피고인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경미한 사건이 아니므로 피고인은 모든 공판기일(선고기일 포함)에 출석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의 출석권(형사소송법 제276조)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변희재씨 사건 담당 판사는 2회의 선고기일에 변희재씨가 출석하지 않자, 더 이상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기일을 공전시킬 수 없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변희재씨의 선고기일의 출석을 강제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법원이 이 사건을 통상재판에 회부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이외에 특별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없는 한, 약식명령과 유사한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전망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명예훼손죄로 실형 선고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아마도 재판부는 1년 미만의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를 선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비방하거나, 자극적인 언사로 특정 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한 결과는 본인이 고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통쾌할지 몰라도, 당하는 입장이 되면 어떨지 심사숙고해야할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느라 고생하신다는 말씀 덧붙여드리고 싶네요.
형사소송 재판에 들어갔다가 판사님께서 선고를 하시면서 소송비용을 피고인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을 하시길래, "형사소송에도 비용부담의 재판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형사재판에 대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공부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잊어버린 듯 합니다 ㅡㅡ).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선고될 경우 소송비용에 대한 재판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인데, 원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피고가 전부승소하게 되면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게 됩니다(일부승소의 경우에는 승소비율에 따라 부담). 그런데 형사소송은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하여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므로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제 경험에 따르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도 소송비용은 지출원인에 대하여 책임있는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검사가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등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2008), 683면).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소송비용은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특히 소송비용으로 규정된 것 즉 "증인 감정인 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감정료 통역료 번역료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및 보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소송절차를 지연하고, 불필요한 증인 등을 신청하는 등 피고인에게 지출원인이 있다면 형의 선고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제가 재판에 들어갔다가 본 것은 여기에 해당하였던 것입니다.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하는 재판을 하면서 그 금액을 산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집행을 지휘하는 검사가 그 금액을 산정하게 되며(형사소송법 제194조), 소송비용부담을 명하는 재판에는 본안의 재판에 관하여 항소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1조).
형사재판 중에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이에 대해서는 약식절차 포스팅 참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에서 정한 것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피고인에게 심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하면, 형은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정식재판청구를 남용하는 극히 일부의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또한 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이를 제한할 정도로 비용부담의 재판이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서면심리 만으로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를 과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약식절차라고 하고, 약식절차에 의하여 재산형을 과하는 재판을 약식명령이라고 합니다.
약식절차에 의하게 되면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에 대하여 형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 종료되고,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검사가 경미한 사건이라고 판단하여 법원에 약식명령을 구하게 되면, 법원은 간략한 서면심리를 하며, 심리결과 약식명령을 할 수 없거나 부적당한 경우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도록 하며,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청구가 있는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하고, 이를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검사와 피고인에게 고지합니다. 용문학원의 김문희 이사장의 교비횡령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20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여 세간이 시끄러웠었는데, 법원은 이건을 약식명령에 부적당한 건으로 보고 공판절차에 회부하였습니다(법원검찰 '통 큰' 재량권 행사에 자성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자신이 청구한 약식명령을 판사가 감액한 경우에 불복할 것이고, 피고인은 무죄를 다투거나 양형이 부당하다(벌금액이 너무 과다하다)라는 이유로 불복하게 될 것입니다. 정식재판청구가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제출되지 아니하면 약식명령을 확정되고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을 관할 검찰청에 내야 합니다.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있게 되면 법원은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는데, 이 때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됩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약식명령절차도 1심이고, 정식재판절차도 1심이지만, 정식재판절차에서는 약식명령으로 정해진 벌금보다 더 과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입니다(검사가 정식재판청구를 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규정인데, 정식재판청구를 하여도 더 불리해질 것은 없다고 하여 무턱대고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판사는 벌금형 감형이 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어차피 1번 더 선고를 받으로 법정에 나오는 것보다 정식재판청구취하서를 작성하여 약식명령을 확정시킬 것을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법원의 확정판결 뒤 검찰의 납부통지서를 받고도 1개월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지명수배되며, 검거되면 벌금을 모두 내고 풀려나거나 노역장에 유치되어 지정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벌금이 부담이 된다면 정식재판청구를 해서 다투는 것보다는 벌금을 납부받는 검찰청에 벌금 분납을 할 수 있도록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검찰청에서는 일정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확정된 벌금의 납부를 연기하거나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 9월 26일부터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집행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어 300만원 미만의 벌금이 확정된 자 중 일정한 요건을 검찰청에 소명하여 허가받는 경우,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