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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3일 화요일

[책소개]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유)법무법인 화우, 법률문장 어떻게 쓸것인가, 박영사(2016)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논문이 수록된 민사판례연구 37권을 사려고 보니 65,000원인 것이었습니다. 수록된 수십개의 논문중 1개를 확인하기 위해 박영사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결제과정에서 모래시계가 돌더군요. 잘되었다 싶어, 다른 입수방법을 찾아보니 서울지방변호사회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일주일간 5권을 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민사판례연구 외에 들어온 신간들이 뭐가 있는지 보다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는데 '법률문장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빌려와서 후루룩 3시간 정도 만에 다 읽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넘겨버릴 만한 것도 있었지만, 엇 이건 몰랐네? 하는 내용들이 많았고, 법률문장에 대해서 잔뻐가 굵으신 분들의 짤막한 에세이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깊이 들어간다면 실제 변호사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고, 변호사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뭐 이런 쪼잔한 사람들이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동종업계 선배님들의 조언은 몇번이고 되새겨도 계속 부족하겠지만요. 오랜만에 계속해서 책을 읽고 서면을 쓰고 자기자신을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인상깊은 내용들입니다.

자료 속에 답이 있다. 당사자의 행동에, 말에, 태도에 답이 있다. -2면

일반적인 이론이나 판례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논증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4면

법률문서는 품격이 있어야 하므로 품위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감정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6면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쓰기만 존재할 뿐이다.

-E.B. 화이트 -7면

사실인정에 관한 쟁점에서는, 쟁점사실과 관련된 증거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그 중 채용하기 곤란한 증거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용할 수 없는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사실은 무엇인가를 차례로 논증하는 방법으로 주장을 전개하여야 한다. -14면

판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판례의 유추, 간접 적용, 두서너 개 판례의 혼합, 아이디어 차용 등 다양한 응용과정을 거쳐야 한다. -18면

변호사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할 때에는 판례내용을 단순히 옮기기 보다는 판례가 언급한 법리의 구성요소를 분해한 다음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가 이러한 법리의 구성요소에 부합한다는 점을 순차적으로 밝혀나가는 방식을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21면

대법원 2015. 5. 10.자 2014모1234 전원합의체 결정

결정이나 명령은 일자 뒤에 '자'를 쓴다(헌법재판소 결정은 제외)- 22면

당사자 지위에 따라 임대인을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임대보증금', 임차인을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임차보증금'이라고 적는다.

대주를 위주로 쓴 문장에서는 '대여금'이라고 적고, 차주를 위조로 쓴 문장에서는 '차용금'이라고 적는 것이 좋다. -23면

전문가의 영역에서 모든 승부는 바로 이 '한 번 더, 조금 더'에서 갈라진다. -26면

한 문장에서 단어는 [주어-일시-상대방-목적물-행위]의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원칙이다. -29면

이렇게 켜켜이 쌓아 비대하게 만든 문장을 '시루떡 문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32면

다만 축약문구 형태의 제목이라 하더라도 "원고 주장의 부당성"과 같이 말하고자 하는 본문 내용의 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추상적 포괄적 제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39면

판례번호를 기재할 때에는 각주보다 괄호를 사용한다. -42면

원칙적으로 문장이 세 줄을 넘어가면 문장을 나누어 써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50-51면

작은 따옴표는 내용을 강조할 경우에 쓰고, 큰따옴표는 직접 인용하였음을 나타내는 인용부호로 사용할 것 -55면

수식어는 가급적 세 단락 이내로 사용하고, 수식어를 연속하여 여러개 사용할 경우, (1) 긴 것을 먼저, (2) 수식어절을 수식어구보자 먼저, (3) 중요한 것을 먼저, (4) 연결성이 강한 것을 먼저 배열하는 것이 좋다. -61면

형사사건에서 사실오인을 다투기 위하여 상고하는 때에는, 원심의 판단이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우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내용으로 상고이유를 잘 구성하여야만 상고이유의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97면

증인이 특정 장소에 가거나 틀정인을 만난 이유 등 증인이 사실관계를 경험하게 된 경위에 관한 질문은 증인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유용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질문을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99면

법관으로 하여금 증인이 주신문에 증언한 내용은 믿기 어렵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반대신문은 성공한 것이다. -101면

전문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사항은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하여 전문가의 증언과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 -101면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면 최소한 어느 설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의견과 그 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117면

법률가라는 직업은 모든 일이 글을 읽는 데서 시작하여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1면, 변동걸, 글쟁이의 꿈

변호사들은 자신이 전개하는 법리가 자신만의 법리가 아니라는 점을 가급적 많은 전거를 제시함으로써 재판부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201면, 정덕모, 소송서류 작성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이를 법률적으로 가공하여 판사에게 제시하는 자이다. -210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법률문서에서 사용한 과공한 표현은 오히려 문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12면 손태호, 법률문장에 관한 몇가지 제언

송무 변호사업을 3W 라고 한다. Writing, Walking, Waiting.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법정까지 걸어가야 하고,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 -216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송무 변호사로 존재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삶을 계속 선택하고 있다는 실존에 다름 아니다. -218면, 이선애, 송무 문서의 집중력과 설득력에 대하여

법률문장은 정확한 문법이나 수려한 문체보다도 근거에 입각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고, 이 점이 법률문장의 생명이다. -224면, 김철호, 법률문장, 어렵지 않다

팩트는 당사자가 만든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당사자들이 이미 '저질러 버린' 팩트를 변호사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훌륭한 변호사는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처음에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고쳐 생각할 여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심지어 '이게 맞다'라고 입장을 바꾸어 공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게 문장의 힘이다. 때론 장맛보다 뚝배기다. -228면,  안상현, 장맛보다 뚝배기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학폭위 사건 "조치 없음" 결정


지난 주말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을 위한 의견서 작성을 위해서 보냈고, 그렇게 작성된 의견서가 보호자를 통해 월요일에 열렸던 학폭위에 제출되었는데요. 오늘 아침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이 "조치없음" 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조치없음"은 형사사건에서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과 유사한 결정으로, 제 사건에서는 지목학생의 행위와 피해학생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학폭위"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고등학교 내에서 학생 사이에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잘못을 한 학생에게 징계를 부과하기 위해서 열리는 절차입니다. 학교폭력으로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 형법상 범죄인 "상해, 폭행, 모욕, 명예훼손" 등도 있지만 강제적인 심부름,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등 신체, 정신,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로 넓게 규정되어 있어서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학교폭력에는 해당할 가능성도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생측에서 지목학생을 신고하면서 학폭위의 개최를 요구하면 무조건 개최되어야 하는 구조이고, 법원의 재판과 달리 법에서 정한 학폭위 위원들이 징계여부 및 징계수위를 결정하며, 학폭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일정한 방법으로 불복이 가능하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에서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노심초사하셨던 보호자분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으니 아침부터 상쾌하네요.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버튼이 눌릴때


가끔 어떤 일에 별다른 이유없이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쿨싴하게 넘어가는 문제인데,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발동되는... 소위 "버튼이 눌렸다"라고 하지요.

정식재판청구 국선사건을 처리하다가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대해서 부동의하게 되면 증인으로 불러서 증인신문을 하게 되는데, 판사님께서 증인신문시간으로 잡는 간격이 20분 정도 됩니다. 판사님으로서는 20분 안에 한 사건을 끝내면 좋겠다라는 것이고, 검사의 신문이 2-3분 정도 걸리게 되므로 변호인의 반대신문은 15분 정도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묵시적인 표시이기도 하지요. 증인이 1명인 경우 왠만큼 신문사항이 많아도 30분 안에는 증인신문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작성한 증인신문사항도 1페이지 안에 들어가도록 10문항 내외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증인신문이 있어 어제 오후에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하기 시작한 사건이 있었는데, 증인신문사항작성이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증인신문사항 작성하다가 버튼이 눌린 것이지요. 어제 저녁까지 30개 남짓한 신문사항을 만들고 퇴근했다가 오늘 오전/오후를 다 바쳐서 만든 증인신문사항은 무려 50개.. 가지번호까지 포함하면 약 60개.. 12페이지의 엄청난 양의 증인신문사항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보아하니 한 문항당 질문답변시간을 1분으로 잡아도 50분이 걸리는 엄청난 양.. 필시 판사님께서는 줄여서 질문하라고 하실텐데 어떡할지? 종전에는 양이 많아야 2-3페이지여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하고 배짱튕기며 법원에 올라갔습니다.

다행이 소환한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서 1달 정도 후로 증인신문이 미뤄지기는 하였는데, 덕분에 재판에 다녀오고 나서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다음 기일이 되기 전에 판사님께서 놀라시지 않도록 먼저 변호인의견서로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서 제출하고, 증인신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에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재판 전날에야 증인신문사항을 마련한 게으른 변호인의 불찰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벼락치기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