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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6일 수요일

사람에게 침뱉는 것은 폭행죄의 폭행인가 (feat. 무죄판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행 이라고 하면 상당히 심한 정도로 고통을 주는 신체접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형법상 폭행의 범위는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폭행은 형법에서만 해도 4가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죄의 폭행이냐에 따라서 달리 이해해야 합니다.

1) 최광의의 폭행 : 대상 불문 유형력의 행사- 소요죄, 다중불해산죄의 폭행

2) 광의의 폭행 : 사람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의 폭행

3) 협의의 폭행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의 폭행

4) 최협의의 폭행 :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강도죄, 강간죄의 폭행

폭행죄의 폭행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하는 방법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법교과서에서 열거되는 대표적인 폭행의 방법으로 이러한 것이 열거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침을 뱉는 것

-손이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것

-안수기도를 하면서 가슴과 배를 누르는 것

-모발이나 수염을 자르는 것

국선변호를 하는 사건 중에 실제로 차량을 몰고 가다가 끼어들기로 인해서 말다툼을 하던 중 차량의 열린 창문을 통해 피고인이 침을 뱉어 운전자가 자신의 팔에 침이 뭍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해서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침을 뱉는 것 또한 폭행에 해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컵에 든 물을 사람에게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한다는 사례부터 인분을 대문 앞에 뿌린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한 폭행이 성립된 사례까지도 있으므로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이상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은 아니었는데요.

일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운전자를 향해 침을 뱉은 것은 인정하는 사안이었지만, 침이 운전자의 팔에 뭍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침이 뭍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피고인의 침이 차창에 뭍은 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던 반면, 자신의 팔에 뭍었던 침은 바로 닦아버렸기 때문에 사진조차 찍어두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침이 신체에 뭍었다는 증거 자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창에 뭍은 침이 조수석을 넘어 운전석까지 튀어 갔다는 것이 차창의 각도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고, 피고인은 차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차에서 수차례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차에다 침을 뱉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리적으로 사람에게 침뱉는 것이 폭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폭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따라서 실제로 침이 뭍었는가, 침뱉은 사람이 폭행의 고의로 침을 뱉은 것인가 등에 따라 실제 사안에서는 폭행죄의 성립 여부가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KBS 뉴스 2020. 1. 14.자 기사

요약하자면
장황한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엄청난 방어의 부담 지우는 부분 : 공소장일본주의위반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많음
영장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 헌법위반, 증거능력 없음(영장에 검색어를 2015후2204 15후2204로 제한했는데, 검찰이 "2015", "후", "2204"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증거로 제출)
제출된 사진-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 없음
제출한 사진으로 기억을 되살린 참고인의 진술 - 위법수집증거의 2차증거로 증거능력 없음
암시적이고 반복적인 유도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 특신상태 인정하기 어려워 증거능력 없음
피의사실공표 : 검찰이 피의사실공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포토라인 :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음

이 정도가 되겠는데, 중요한 부분은 압수수색 잘못(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거조사결과(참고인진술) 또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검사의 피신조서의 특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거능력이 부정된 부분이 무죄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도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형사변호사에게는 의미있는 판결 같네요.



2015년 5월 1일 금요일

형사변호사의 보람


근로자의 날을 며칠 앞둔 수요일 퇴근을 준비할 무렵 긴급체포되어 구속영장이 다음 날 청구될 예정인 피의자를 변호할 수 있겠느냐는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다른 건으로 접견을 갈 예정이었지만 급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로 접견을 미루면 되겠다 싶어(덕분에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근로자의 날에 쉬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근로자들의 휴일에 동참하고자 하였던 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근로자의 날인 오늘 접견 후 사무실에 출근하여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할 수 있겠다고 의뢰를 수락하였습니다.

사건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 증권회사 브로커 사이의 채권거래시 관행이었던 "파킹"거래를 문제삼은 것이었는데, 이미 금융감독원이 작년부터 조사하여 징계까지 마친 사안이었던 터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관련 보도내용 등을 검색하고, 담당 검사실에 전화해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겠다고 하고 물어보니, 영장은 밤 9시 반에 청구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이미 직원분도 퇴근한 상황이라 법원에 갈 사람은 저 밖에 없어서 영장이 청구된 걸 확인하고 남부지방법원 당직실에 가서 구속영장신청서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오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금융거래 전문가분께 전화를 걸어 "파킹"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나니 약간 감이 잡히더군요.

사무실에 앉아서 12장짜리 구속영장신청서의 범죄사실과 구속사유를 보고, 의견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보니 새벽 4시반.. 저녁도 생각 없어 걸렀던 터라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러 저녁겸 아침으로 맥모닝세트를 먹고 집에 들어가니 6시.. 어차피 7시에 나가야 10시 반 시작인 영장실질심사 시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웹서핑을 하다가 간단히 세면후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8시 반경 사무실에 나와 형사전문이신 동료변호사님께 사안에 대해 말씀을 나누면서(이 변호사님께서는 소위 "스캘퍼 사건"을 맡으셔서 자본시장법 부분 무죄를 받아내신 베테랑 변호사님이시죠 ㅎㅎㅎ) 생각도 정리하고 의견서도 약간 수정해서 법원에 10시가 좀 넘어 도착했습니다.

의뢰인이신 피의자의 배우자분과 부모님을 뵙고, 영장실질심사시간 전에 피의자와 접견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영장실질심사시간이 앞 사건 등으로 1시간 정도 미뤄져서 피의자로부터 수사받은 내용에 대해서 듣고, 변론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검사의 구속영장청구가 있는 경우 판사가 실제로 구속대상 피의자를 대면하는 기회를 가진 다음 구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피의자를 심문하는 절차입니다.  먼저 판사님께서 피의자에게 사건과 관련한 사항을 질문하고, 검사-변호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판사님이 몇가지에 대해 질문을 마치신 다음 수사검사에게 의견진술을 요청하자 수사검사가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의견을 진술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변호인에게 의견진술기회가 부여되어 밤새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요지를 진술했습니다. 피의자의 최후 진술이 끝나고 나니 12시가 좀 넘은 시각이 되었습니다.

피의자는 영장발부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원래 경찰서 유치장에 인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은 검사 인지사건이라서 그런지 구치소에 인치되어 있었습니다. 영장발부 여부는 당일 오후에나 결정나게 되니 가족분들께 집에 가서 기다리라 말씀드리고, 결과를 알게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린 후 사무실로 복귀하였는데 업무시간 종료시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직원분이 업무시간 후에 검찰청에 전화하니 "영장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왔더군요.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영장기각 결정을 달리 피의자의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통지하지 않는 모양이라(구속되는 경우에는 알려주는데 석방소식은 특별히 알려줘야 한다는 규정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긴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고 사족한테 바로 연락할테니 굳이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겠죠), 변호인측에서 전화로 수시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어직 석방된 피의자의 연락을 받지 못한 의뢰인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고 나니 긴 하루가 끝났습니다.

개업이래 거의 3년만에 처음 밤새서 근무한 것이 억울하였는데(ㅎㅎㅎ 개업변호사의 웰빙라이프가 꿈이었던 것입니다)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영장기각 소식을 의뢰인에게 알렸을 때 제게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남편분이 체포되어 가셔서 많이 불안해 하셨던 걸 알고 있던 터라 저도 너무 기뻤습니다. 형사변호사의 가장 큰 보람이 이런 데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이틀만에 하나의 사건이 시작되어 종결되기 때문에 보수가 짧은 시간에 지급되는 것은 덤이라고 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