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진로의 날 특강


*사진은 2000년대 초반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을 사회 전반으로 유행시키신 이영애 님이십니다.

큰놈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와서 읽어보니 진로의 날 직업인을 초대한다고 참석의향이 있으면 답신을 해달라고 하여, 큰놈 반에 가서 일일교사 해주면 되는 것이겠거니 하고 가정통신문에 싸인을 해서 보낸 것이 지난달의 일입니다. 이번달 초에 강의시 주의할 체크리스트와 함께 메일이 와서 간단히  직업소개용 10페이지짜리 텍스트 only ppt 하나 만들어 보내고, 지난주 금요일에 가서 일일교사를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대상이 2-3학년이라서 아들놈한테 강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네요.

10페이지 정도 밖에 안되는 내용이어서 넉넉히 끝낼 줄 알았는데... 준비해 간걸 이야기하고 나니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 학생들이 뭐 저런 일일교사가 있는지 의아해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은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가, 변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변호사의 일상은 어떠한가, 변호사가 되려는 학생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고자 하는가 등등의 기본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중에 변호사가 "프로페셔널" 소위 전문직 이라는 것이 있었는데요. 프로페셔널의 유래에 대해서 한 판사출신 변호사님이 쓰신 글(프로페셔널과 빌어먹기)에서 나온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였는데, 여기에도 잠깐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벌이 중에 다소 특이한 것이 있다. 일컬어 프로페셔널인데, 이것은 본래 서양이 밟아온 역사의 산물이다. 신사가 할 공부가 네 개인데, 신학, 철학, 법학, 의학이며, 신사가 할 직업이 네 개인데 성직, 교수, 법률가, 의사라는 것이다. 프로페셔널은 이를테면 이런 자리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선생을 나무라거나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서 교육 서비스의 수요자가 되어 돈을 내는 학생이 그 공급자가 되어 돈을 받는 선생에게 외려 자기가 공부 못한다며 죄송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짜임새가 바로 프로페셔널의 특권이다. 성직자나 교수나 법률가나 의사는, 그 역무의 소비자에게서 야단을 맞지 않는다. 외려 신도나 학생이나 의뢰인이나 환자를 야단치는 일이 많다. 내게 밥을 먹여주는 사람들과 부딪히면서도 더러운 꼴일랑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프로페셔널은 서비스를 공급자이면서도 여타 서비스의 공급자와 달리 서비스의 수요자로부터 존경을 받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이므로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고, 다른 서비스 공급자에 대하여 우월의식을 갖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 위 글의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글쎄요. 김명민같이 깔쌈한 변호사가 아닌 뚱땡이 점빵 변호사의 어눌한 말을 듣고 변호사가 되고 싶은 친구가 생겼을지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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