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1일 화요일

[추천] 미스터선샤인


* 6회의 명대사 "H는 내 이미 다 배웠소"

방영 전부터 이병헌과 김태리의 나이차이로 엄청난 노이즈마케팅이 되어버린 "미스터선샤인"입니다.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그리 신나는 것도 아니고-나라 망하고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들어와서 조정을 들었나 놨다 하는데 조선(한국) 입장에서 뭐 재미있는게 있겠나요- 기껏해야 정보가 있는 상류층은 친일파나 친러파고, 이도저도 싫다는 돈있는 젊은이는 "고등룸펜"이 기껏이었을 시대였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한들, 심지어 김은숙 작가가 집필했다 한들

"재미가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영 2주차 4회가 될 때까지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라?!! 이 드라마 매주 넷플릭스에 올라오네요?! 시간지켜 볼 필요도 없겠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 월요일 새벽에 재미없으면 바로 끄면 되겠지 하면서 1회를  틀었습니다.

(스포주의) 김태리와 이병헌이 복면쓴 상태에서 만났다가 재회해서 서로 입 부분 가리고 복면 가리고 만났던 상대인 것을 알아체는 순간 저는 직감했습니다.

 "우와 이건 대박이다"

개인적으로 도깨비의 시청율을 가뿐하게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사실 김태리 별로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매력있는" 배우네요.

관리 잘된 이병헌은 말할 것 없고, 서브 남주의 대명사가 된 "유연석"(이 친구 이병헌 질투하지만 결국에는 김태리의 행복을 위해서 무신회를 배신하는 데에 100원 걸어 봅니다), 고등룸펜 바람둥이에서 순정마초로 변신할 걸로 예상되는 "변요한"까지 남주 라인도 매력있고, 이병헌 짝사랑하는 역에 "김민정", 방자급 조연으로 최상의 선택인 조우진, 김병철 배우의 감초연기까지 완전 취향저격입니다.

오랜만에 대사로 핑퐁치는 스크류볼 코미디에서 감성 멜로까지 믿고 보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강추합니다.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스타벅스 머그컵


사무실에 네스프레소 머신을 가져다 놓고 캡슐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굳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일이 많지는 않지만([소개] 네스프레소), 외부에서 식후에 커피를 마시거나 할 때 가장 많이 가는 커피전문점 중 하나가 "스타벅스"입니다. 특히 스타벅스 커피의 맛 자체를 좋아해서 거의 매일 습관적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친구도 있지요. 물론 커피빈의 커피맛이 취향인 친구는 핑크 카드 도장을 꽉꽉 채워놓아서 같이 커피를 마시면 자기는 아메리카노 투샷으로 마시고, 저한테는 커피빈에서 가장 비싼 "블랙포레스트 아이스블랜디드" 이런걸 사주기도 합니다.

어쨌든 1-2년 전에 스타벅스에 갔다가 커피를 주문하면 머그컵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이벤트가 있어서 사온 머그컵을 사무실에서 잘 쓰고 있었는데(위 사진), 사무실 식구들도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사무실 식구들에 대한 여름휴가 선물로 3개를 샀습니다(아래 사진).




 




제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스타일로 3개를 골라와 봤는데, 포장도 예쁘게 해주는군요. 사무실의 아침 커피 타임이 더욱 향기로워지기를 기대합니다.

2018년 7월 16일 월요일

[책 소개] 검사내전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아마도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이라는 영화가 상당히 히트를 치자, 실제 검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작명일 것으로 추측되는 제목의 현직 검사의 에세이입니다.

일반적인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사건을 앞쪽으로, 약간은 법적인 지식이나 성찰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는 뒤쪽으로 배치하기도 했고, 이 검사님의 말빨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꽤나 복잡한 사실관계일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핵심이 너무나도 쉽게 파악되는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물론, 범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을 금과옥조로 하는 천상 검사로서의 일면과 사건의 이면에 놓여있는 서민들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애정, 생활형 검사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검사의 소임을 다하는 데서 오는 떳떳함까지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의 의도에 200% 부합하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검사가 아니라 십수년전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검사를 갑자기 현재로 소환해서 언제적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시나리오에 짜증만 났었던 영화 "검사외전"보다는 검사 나아가 법률가의 가장 큰 무기는 성실함을 기반으로 한 증거들이라는 것을 실제 예를 통해서 보여주시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구입한지 꽤 되었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잡은 다음 끝까지 독파하는데 사흘도 걸리지 않았네요.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매달 300만원씩 꾸준히 수익이 나는 가게는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아. 그런 거라면 집에서 놀고 있는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창업 브로커들이 너한테 친절한 이유는 딱 하나야. 네가 호구이기 때문이지. 네가 건네주는 권리금의 일부는 창업 브로커 몫이야. 창업 브로커가 권해주는 점포를 물려받는다면 네가 꽃다운 청춘이라고 주장하는 시간들의 대가로 받은 알량한 명예퇴직금을 전 점주와 창업 브로커 그리고 임대인에게 건네주는 꼴 밖에 안 돼"
제대로 충고하려면 애정을 빼고, 주저하지 말고, 심장을 향해 칼을 뻗듯 명확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감안해서 애매하게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96면.

그러나 사건들은 시나리오처럼 뚜렷한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니다. 선과 악이, 원인과 결과가 그렇게 쉽게 구분될 수 없다. 만약 쉽게 구분된다면 그건 감정 탓이다. 감정이 이끄는 결론과 확신은 편하지만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112면.


푸는 방법은 늘 그렇듯 간단하다. 누구나 알듯이 오래된 복사기는 일정한 줄을 남긴다. 드럼이나 카트리지의 홈 때문인데, 마치 지문처럼 복사기마다 고유한 줄을 가지고 있다. 부장이 보여준 복사본을 보니 다행히 그런 줄이 있었다. 어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복사본의 줄과 일치하는 줄을 만들어내는 복사기만 찾아내면 된다. 30대의 복사기에서 모두 복사를 해오게 했다. 그리고 유출된 복사본의 줄과 대조해보니 6층쪽 복사기의 줄과 일치했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251면.


그래서 나는 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바라지 않는 답을 말해준다. "검사가 되려면 시험을 잘봐서 좋은 대학을 가고, 대학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로스쿨에 들어가고, 거기서 역시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253면.


앨빈 토플러는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가 폭증하면 그것들을 미처 분석하지 못한 채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들만 선택하여 세상을 단순하게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을 '정보과부하'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은 대표적인 정보과부하의 세상이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257면.


변호사가 늘어나면 누구나 손쉽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서비스의 가격을 떨어지지 않았다. 엄청난 수익으로 질시의 대상이 되었던 일부 변호사들은 변호사 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약오르지만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른다. 수해가 나면 가장 귀한 것이 먹는 물이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282-283면.


부도덕과 불법은 다르다. 모든 부도덕을 불법으로 만드는 사회는 결국 전체주의 국가나 신정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다에시나 보코하람, 마녀사냥, 주홍글씨 모두 같은 연장전상에 있는 것이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325면.


그럼 왜 최선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투표를 하자는 말이 나올까? 그것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구매하지 않으려고 하는 손님에게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꼬이는 것이다. 그 결과 지지율의 함정이 발생한다. 실제보다 높은 지지 속에 당선되었다고 믿는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의 대의가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견강부회하면서 독점적인 권력행사를 당연하게 여긴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343-344면.


갑질하는 사회라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뒤돌아서면 마트 주차 관리인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여성 운전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갑질한다. 완장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완장이 적은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347면.


무엇보다 형사법으로 도덕과 청신한 기상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법률에 의해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왜곡된 공리주의의 잔재이다. 이러한 사고는 결국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은 옆으로 제쳐둔 채 다수가 좋아한다면 법률이라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내포하고 있는 수단은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는 것으로, 이는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다. 이러한 공리주의와 정책적 효율 만능주의는 궁극적으로 사회구조에 복종적인 법률과 법 실무가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349면.


너무 잦은 형사처벌은 법의 규범력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불신을 가져온다. 규범을 지키는데 필요하다 하더라도 예외적인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김웅, 검사내전, 부키(2018), 374-375면.


2018년 7월 1일 일요일

나는 약해서 옳다


장정일씨의 한국일보 칼럼을 읽다가 인용하는 글귀가 맘에 들어 재인용해 봅니다. 여름휴가 기간에 니체의 인간학이라는 책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니체의 인간학'(다산북스, 2016)에서 약함을 무기삼아 "나는 약해서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 사람은 절대 스스로 반성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강자 때문에 영원한 피해자가 된 척한다. 강자에게 끊임없이 농락당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자화상을 계속 그리는 것이다. 이 이상의 둔감함, 태만함, 비열함, 교활함, 다시 말해 해악이 또 있을까!"

[장정일칼럼] 연인들의 천부인권, 한국일보 2018. 6. 27.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