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5일 월요일

유언장, 내용 모두 자필로 안썼다면 무효

 

유언장, 내용 모두 자필로 안썼다면 무효, 법률신문 2021. 1. 25.자 기사

유언의 종류 중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유언장에 담긴 내용 모두를 유언자가 직접 써야 합니다. 민법 제1066조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지 목록으로 재산목록을 첨부하면서 목록은 컴퓨터로 출력하여 간인한 경우도 유언자가 직접 쓴 것인지 문제된 사건에서, 컴퓨터로 출력한 부분은 자서한 것이 아니어서 그 유언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네요(서울고법 2020나2021150 판결) "다만,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작성한 부분이 부수적인 부분에 그치고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유언의 취지가 충분히 표현된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하고 있는데, 특히 이 건에서는 "컴퓨터로 작성된 것 부동산 목록의 기재 내용이 유언 당시의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상당부분 무효원인으로 고려된 것 같습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 필수적으로 "자서"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책 소개] 민법학의 기본원리



권영준, 민법학의 기본원리, 박영사(2020)

동료 변호사님의 페북을 보다가, 극찬을 하시는 법서(?)가 있어서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민법 관련해서는 워낙 기본 교과서(곽서 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더군요)에서 기본원리에 대한 논쟁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들어있는 편이었고, 그에 기반해서 신진학자(양창수, 이은영 교수님이 비교적 신진학자였는데, 현재는 이분들도 원로급이 되어버리셨네요)들이 이에 대한 활발한 비판과 이론전개를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민법을 관통하는 기본원리들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실제 사안과도 연결하는 저서를 보게 되다니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점을 이분법에 기반하여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사전에 그 약점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도 깔끔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설명은 충분히 친절하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직역 종사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부분들입니다.

법관의 사실인정의 본질은 당사자들의 불완전한 주장과 증거를 소재로 하여 경험칙에 기초한 평가작용을 함으로써 사실을 규범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데에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인지 모른다.-26면.

불법행위법에서의 법리는 다른 민법 영역의 법리에 비하여 그 강고함과 정교함이 떨어지는 대신 이익형량적 사고가 지배한다.- 29면.

영국에는 법의 수호자로서 법관을 신뢰하고 법관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독일에는 법관에 못지 않게 법학자의 권위가 높고 이들을 통해 법의 내용이 상당 부분 정리되어 나가는 전통이 존재하였다. 프랑스에는 법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여 법관을 "법률을 말하는 입"으로 바라보며 입법자를 우위에 두는 전통이 존재하였다.-44면.

가령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지만 중국 법제는 보편성과 합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법제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다수 국가의 대표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개인의 역량도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48면.

법률행위와 같이 매우 중요한 대륙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영미법계 언어로는 쉽게 번역하기 어려운가 하면, 약인과 같이 매우 중요한 영미법계 국가들의 법 개념이 대륙법계의 언어로 완전히 정확하게 옮겨지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72면.

이론은 법의 자양분을 제공하고, 법리는 법의 주된 모습을 형성하며, 실무는 사건과의 맥락 아래에서 법을 구체화한다.-75면.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론, 법리, 실무의 기능을 요약하면 "안정화(이론)"-> "최적화(법리)"->"정당화(이론)"로 정리할 수 있다.-78면.

실무는 법리의 존중 위에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이는 맹목적 복종이 아니라 비판적 존중 내지 성찰적 추정이어야 한다.-78면.

민법의 3대 기본원리라고 일컬어지는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은 대체로 개인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려는 사상적 기초 위에 서 있다.-89면.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종전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였다.-134면.

뉴질랜드의 1972년 사고보상법은 국가는 모든 인신사고에 대하여 가해자의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손해(의료비와 재활비, 일실이익의 80%, 27,000뉴질랜드 달러를 상한선으로 하는 비재산적 손해, 기타 필요비용 상당)를 보상해주는 제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는 공동체책임의 이념에 의거하여 국가의 재원에 의하여 손해를 전보해 주는 것이다. 한편 그 범위 내에서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금지된다. 이는 공적 부조제도가 불법행위법의 기능을 떠맡게 된 대표적인 예이다.-185면.

특히 형사재판이 민사재판보다 훨씬 엄껵한 절차와 원리에 따라 제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사적 제재의 용인은 민사재판을 통한 형사절차원리의 회피문제를 야기한다.-197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배상으로서 우리나라 공서양속에 반할 수 없어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로 서울지법 동부 판 1995. 2. 10., 93가합19609 참조. 이 사건의 항소심판결(서울고판 1996. 9. 18. 95나14840)과 상고심 판결(대판 1997. 9. 9., 96다47517)애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명시적 언급 없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지지하였다.-198면.

합리적인 법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강제한 뒤 이를 지키지 못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211면.

국가기관이 지키라고 한 것을 모두 지켰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행위자를 위축시킨다.-212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소유권의 보호범위가 그 소유물의 위치정보 통제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236-237면.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1710년 영국의 앤 여왕법에서 출판일로부터 14년간이었던 것이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238면.

오늘날의 독일의 소유권개념이 로마적 소유권관념과 게르만, 독일적 소유권관점이 서로 맞서는 긴장영역에서 성립하였다고 하는 점은 대체로 요즈음도 역시 학식 있는 법률가의 법사학적인 기초지식에 속한다.-257면[양창수 역, 게르만적 소유권개념의 이론에 대하여(칼 크로쉘) 중]

오히려 법률해석은 자연적인 상태의 법률 텍스트를 경쟁적인 여러가지 관점의 각축장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상태로 부활시키는 고도의 규범 가공 작용이다.-315면.

법관은 언어를 다루는 자로서 세상사의 이치와 운영 규칙을 담고 있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인간의 법적 운명을 좌우한다. 법은 곧 말을 둘러싼 다툼이다.-317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324면.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민법은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일들에 흔들림없이 고고하게 안방에 앉아 있으면서 집안을 좌우하는 중대사에 대해서만 조언을 해주는 안주인 같은 법이다.-332면.

이 판결 이후인 2007. 5. 17. 신설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1조의2는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외출 또는 외박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리(외출 등의 허가, 기록관리, 보험사업자 열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397-398면.

사후적 관점은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쁜 선례가 될 위험성을 감수하고, 사전적 관점은 좋은 선례를 정립하기 위해 해당 사건에서의 불편한 결과를 감수한다.-403면.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상장회사들은 준거법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법보다 뉴욕주의 법을 현저하게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뉴욕주의 법은 구두증거 배제 법칙 및 명백성 원칙을 중시하여 사전에 예측가능한 계약해석을 선호하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문언 이외의 다양한 맥락들을 참조하여 사후적으로 공평타당한 계약해석을 선호하기 떄문이라는 것이다.-408면.

법관은 해당 사건에 관한 한 어떤 정책가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사건의 재판에 관한 한 법관의 판단은 가장 높은 권위를 획득한다.-413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판결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관련 사건에 연루되었을 떄 비로소 관련 판결은 거인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413-414면.

수많은 가치와 이익이 각축하는 규범의 전장에서 법관은 한편으로 법의 이상을,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양자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법관은 사회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전문적 분쟁을 실무적으로 능숙하게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근본적인 이론이나 가치 체계, 일반적인 법리에 정통하여 세부 문제들을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라야 한다.-425면.


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며칠 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법률신문 2021. 1. 11.자 기사가 났습니다. 마침 제가 맡고 있는 2심 국선변호 사건에서 다투고 있던 쟁점이었기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거의 동일한 쟁점이더군요.

제 사건은 원래 1심 국선변호 사건(사기) 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상당부분 변제한 상황이었고, 관련사건에 대해서 실형을 복역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특별히 또 실형선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었고, 1심판결의 결론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였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에는 거의 대부분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고, 이 판결에도 사회봉사명령이 붙어 있었는데,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게 3개월 내에 잔여 피해금액을 변제할 것"이 부과되어 나왔습니다.

특별준수사항 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준수사항을 붙이는 근거법령을 찾아보았는데, 그 근거법령은 보호관찰법 제5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9조, 제19조입니다. 사회봉사명령에는 보호관찰법상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시행령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특별준수사항)  제32조제3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21. 1. 5.>

1.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까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것

2.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학과교육 또는 성행(性行: 성품과 행실)개선을 위한 교육, 치료 및 처우 프로그램에 관한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를 것

3. 범죄와 관련이 있는 특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4. 성실하게 학교수업에 참석할 것

5. 정당한 수입원에 의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

6.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 또는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할 것

7. 가족의 부양 등 가정생활에 있어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

8.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

위 제8호가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순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여기에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물론 특별준수사항으로 변제를 명하는 것, 특히 기간을 정해서 변제를 명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특별준수사항을 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항소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2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그 국선변호인께 이런 쟁점으로 항소하는 것이 맞겠다고 의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항소를 하신 다음 2심 재판부에 저를 2심에서도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셨더군요. 이런 경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의 국선변호인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저를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재판 내내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재판기간동안도 계속해서 피해금액을 소액이나마 변제하면서 선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사건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행유예 판결은 유지하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된 부분은 과도하고, 2심 재판기간동안에도 계속 변제노력을 한 점과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사회봉사명령도 부과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권한을 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부과받았지만,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과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항소절차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부과된 권한의 한계 또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결론을 수시로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피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고 살면 안될 것입니다.

2021년 1월 8일 금요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변화

 


2021년이 되면서 형사절차에서 크게 바뀐 것이라면 검경의 수사권조정으로 인해서, 수사절차가 종전과 달라진 것입니다. 크게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삭제되고, 검사가 기소/불기소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였으나, 2021년부터는 경찰이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달라지는 점이라고 하네요. 형사변호사 로서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개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법과 사건]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이코노믹 리뷰, 2020. 10. 12.자 기사 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기존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경찰 스스로 혐의 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 진행하는 경우에도 검찰의 지휘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했는데(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3항),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경찰에게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대한 협력의무를 규정하고, 고(법 제195조), 검사와 경찰의 수사권을 별개의 조항에서 규정(법 제196조, 제197조)하였습니다.

달라진 형사절차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소의견 송치의 경우는 종전과 동일하지만

-불기소의견인 경우에는 불기서이유서와 관계서류 및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지만, 사건 자체는 송치 하지 않습니다(위 신문기사에서 사건을 모두 송치해야 하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데, 법조항을 살펴보면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기록을 "송부"하기만 할 뿐 사건 자체를 "송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이 경우 경찰은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이유(불기소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종전에는 불기소통지는 검사만 하였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불기소통지를 경찰단계에서도 하게 된 점이 변경된 부분입니다.

경찰이 불기소통지를 하는 경우,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법 제245조의7 제1항), 이 경우 경찰은 검찰에게 사건을 "송치"하면서 처리결과와 이유를 다시 통지해야 합니다.

또한 불기소의견으로 기록송부를 한 건에 대해서 검사가 의견이 다른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기존에는 지휘였지만, 요청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법 제245조의8 제1항, 제2항). 하지만 경찰이 재수사결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의견인 경우,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불기소이의견으로 기록만 검찰로 송부하게 됩니다. 이 경우 검사가 강제로 사건을 송치시킬 수는 없고, 경찰에 대한시정조치요구-사건송치요구-수사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통해야만 하게 됩니다(법 제197조의3).

종전에는 불기소처분을 검찰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항고/재정신청 등의 불복절차만 거치면 되었는데,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의견일 경우 불기소통지를 경찰 단계에서부터 받게 되고, 이에 대한 불복수단은 경찰에 대한 이의신청이며,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불기소처분을 하게 됩니다.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에 대하여 경찰은 사건종결(불기소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종결권은 불기소결정을 한 이후, 고소인 또는 검사의 이의신청 또는 재수사요구 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한 '사실상의 불기소권'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검찰청법의 개정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검찰이 수사개시할 수 있는 사건이 제한됩니다.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공갈, 특수공갈, 횡령, 배임,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의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만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 눈에 띄네요.

2021년 1월 7일 목요일

[판결] 레깅스 뒷모습 몰카도 성적 수치심 유발


[판결]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 첫 인정, 법률신문 2021. 1. 6. 기사

대법원이 레깅스 뒷모습 몰카에 대해서 유무죄가 갈렸던 사안에 대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 7. 선고 2019도16258).

눈에 띄는 점은 위 죄의 보호법익에 대해서 설시한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카메라 등 이용찰영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하고,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피해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상태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취지는 공감합니다만, 객관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는지가 범죄성립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 범죄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하는 것이 인격권 침해가 되기는 하지만(그래서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만)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인격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만큼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신체부위에 대한 동의 없는 촬영에 있어서는 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정도를 침해행위를 금지해서 범죄로 할 정도이고, 그 보호법익 이라고 하는 것이 성적 자유라고 하는 것은, "성적 자유"는 "인격권"과 달리 절대로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상위의 권리 로 인정해 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닐까요.

대법원의 판시에서 단순히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에서 나아가, 그 보호법익이 우리 헌법체계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다른 보호법익과 비교하여 더 보호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단순히 그러한 행위로 인해 '여성이 기분나쁘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쉬워하는 것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