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8일 화요일

국회 탄핵소추위원 최후진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어제 변론종결되었습니다.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고 생각되어 소추위원의 최후진술을 옮겨봅니다.

존경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님 여러분!
헌법 수호의 사명을 위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시간까지 공명정대하게 심판을 이끌어 오신,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 법정은 대한민국의 법이 최종적으로 선언되는 곳이면서, 동시에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의 마무리를 앞둔 이 때, 국회를 대리하는 본 소추위원은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임감과 안타까움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이번 탄핵 심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1의 공복인 피청구인이,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통치 권력을 공의에 맞게 행사하지 않고, 피청구인과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해 잘못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것은 국민이 맡긴 권력이 피청구인과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었다는 분노였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자부심이 모욕을 당한 수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모습에 대한 좌절이었습니다.
이에 주권자인 국민은 피청구인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파면할 것을 요구하였고, 국민을 대표한 국회가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준비절차와 변론절차에 제출되어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규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청구인 측에서 내세우는 변명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과는 동떨어진 것이거나, 탄핵 사유를 배척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나 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것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적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심판 과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에 대한 한마디 책임도 언급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음모’ 운운한 피청구인의 모습이나,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도 사안의 본질을 가릴 수 없으며,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피청구인은 심판절차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부터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좀 더 솔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탄핵 심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국민은 선거 때에만 잠시 주권자일 뿐 평시에는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대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고, 국민을 가벼이 여긴 대의기구에 대한 신임을 거둠으로써, 국민을 다시 주인의 자리로 올려드리는 수단이 탄핵입니다.
그리고 탄핵은 법치주의의 예외 없는 적용을 통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는 장치입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위정자를 겨누는 ‘정의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결정에서 탄핵심판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경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천명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라 하겠습니다.
나아가 본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잘못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대한민국이 결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 국민은 일본 군국주의와 끈질기게 싸워 독립을 쟁취하고, 피 흘려 공산세력의 침략을 막아냈으며,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개인의 안위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습니다.
이처럼 고귀한 분투와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가치와 질서가 피청구인과 주변의 비선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권력을 남용하고 특권계급 행세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던 피청구인에게 기대를 걸고 신뢰를 보냈던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렇게 배신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피청구인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많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됐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여기에 우리 국민은 피청구인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의 맹목적 충성을 이용하였던 것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주십시오.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주십시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하였음을 소리 높여 선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30년 간 헌법 질서와 인권을 수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자유민주적 헌정질서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때 헌법재판소가 나섰습니다.
언제나 헌법재판소는 정의의 편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주권자이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자명한 진리가 분명한 목소리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여덟 분 현자(賢者)에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경륜과 통찰력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2017. 2. 27.
대한민국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제사법위원장 권 성 동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호눌룰루 쿠키



지난 주에 결혼하셔서 일주일간 하와이 여행을 다녀오신 변호사님께서 신혼여행 기념으로 호눌룰루 쿠키(오 과자가게가 홈페이지도 있습니다!!)를 선물로 주셔서 모닝커피와 함께 먹고 있는 중입니다. 커피 없이 먹기엔 부담스러운 비주얼입니다. 매번 이벤트때마다 주위 사람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명절이나 해외여행 다녀오시면 꼭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본받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서 주위 분들께 송구할 따름이네요.

항상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 한구석에 이번에 결혼하신 L모 변호사님께 결혼을 시작으로 가정에 좋은 일들만 계속해서 생기시기를 빌어봅니다.

2017년 2월 23일 목요일

[골프용어] 포어


기사를 읽다가 잘못된 것으로 대부분 쓰이고 있는 골프용어를 발견했습니다(골프 치다가 동료 눈 맞춰 골절상... 벌금 200만원, 연합뉴스 2017. 2. 20.자 기사).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B씨는 A씨가 처음에 친 공이 해저드에 빠진 것을 보고 자신의 공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볼"이라는 A씨의 외침을 들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공에 맞았다."

골프장에서는 전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플레이어가 친 공이 그쪽으로 날아가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포어(fore)"라고 외쳐서 주의를 줍니다. 대부분 앞팀과의 거리가 좁혀지거나 앞팀의 플레이어가 일부 뒤에 남아 있는데 우리팀에서 샷을 한 것을 발견하는 경우 캐디나 플레이어들이 앞팀에 외쳐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끔 드라이버샷이 옆에 위치한 홀의 티박스 방향으로 날아갈 때 캐디가 주의를 주기 위해서 외칩니다. 유래 등 설명에 대해서는 다음 참조([골프용어] 포어의 유래를 알아보자, 2015. 1. 20. 골프존 블로그)

포어(fore)의 발음이 "볼"과 유사해서 골프장에서는 "포어" 대신에 "볼~~"이라고 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 기사에서 샷을 한 플레이어도 "포어" 대신에 "볼"이라고 외쳤다는 것이네요. 뜻이 통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정확한 용어는 "포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2017년 2월 22일 수요일

[맛집소개] Shake Shack Burger


Shake Shack 청담점
주메뉴 : 햄버거, 핫도그, 쉐이크 및 기타 음료수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27 SGF 청담타워 1층
주차 : 건물뒷편 주차장에 가능/10분당 1,000원

작년에 개점하여 식사시간대에 어마어마한 줄을 만들었던 쉑쉑버거를 "드디어" 먹어 보았습니다. 서부의 "인앤아웃", 동부의 "쉑쉑"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들어오기 전부터 유명했었고, 개점한 이래 강남점은 줄서기가 일상화된 핫플레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도산대로 CGV 옆 건물에 들어선 청담점이었습니다. 방문한 시간이 오후 9시 정도라서 늘어선 줄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호텔 로비에 있을 법한 난방기구가 입구에 버티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었습니다.


주문을 하는 곳 뒤로 주방이 보입니다.


버거 사먹으면서 필기구를 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군요.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보니 연인들끼리 온 테이블이 눈에 띄네요. 위 사진에 뒷모습이 나오는 커플의 오른쪽에 있는 커플(사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이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뽀뽀를 하는 것을 보고(젊음이 부럽지 말입니다), 역쉬 강남의 핫플레이스!!!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네요.


세트메뉴가 없기 때문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 생각하고 가면 큰코 다칩니다. 저는 Smoke Shack Burger(베이컨 햄버거)와 Fries (기본 감자튀김), monthly Shake (이달의 쉐이크-초코바나나 쉐이크)를 시켰는데 20,000원에 육박합니다. 햄버거에 패티 하나 더 넣었으면 금방 2만원을 가뿐이 넘는 가격.


5분 남짓 기다렸더니 진동벨이 울려서 주문한 곳 옆에서 받아왔습니다.


크기는 딱 맥도날드 상하이스파이스 버거만한 크기입니다. 속에 든 내용물이 생각보다 정갈하다는 느낌(!?)


쉐이크는 컵이 약간 키가 작아 보이는데, 키가 작은 대신 컵의 지름이 커서 들어가는 양은 꽤 됩니다. 베이컨 햄버거 먹어서 짜면, 쉐이크를 먹어서 달게 되고, 다시 짜게 햄버거 먹고, 다시 단 쉐이크 먹고, 중간에 감자튀김을 먹다 보면 다 먹게 됩니다. 먹을 때는 단짠단짠 해서 몰랐는데, 저녁에 자다가 물을 세컵이나 마신 걸 보니 짜긴 짰던 모양입니다.

총평은 부르클린 버거조인트([맛집소개] 부르클린 버거조인트)와 같은 수제버거와 비교하기는 부족한 푸짐함(물론 가격도 고급 수제버거보다는 저렴합니다),  고급진 인테리어나 세련된 느낌에 걸맞는 엄청난 맛의 햄버거로 보기는 어려움. 굳이 찾아가서 먹지는 않더라도 주변에 볼일 있을 때 한끼 떼우기로 부족함 없는 햄버거 정도로 추천할 만 합니다.

2017년 2월 21일 화요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 보내 당첨되기


아침에 출근하면서 종종 KBS Cool FM의 이현우의 음악앨범을 듣습니다. 듣다가 "단문은 50원, 장문은 100원, 콩과 스마트폰 어플은 무료"이니 많이 사연을 보내달라는 말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 작년 11월 9일(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날이라서 기억합니다 ㅎㅎ) 아침 이현우 DJ가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으면 보내 달라는 사연에 그 직전 일요일에 찍었던 사진이 기억나서 보내 보았습니다.


이 사진인데요. 애들 이발시키고 오는 길에 일요일에 문닫은 빵집 사장님이 입구에 붙여놓은 문구가 기발해서 찍어 놓았던 것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객님만 생각했습니다. 딱 하루만 아이와 놀아주고 싶습니다." 일요일 아침 빵사러 왔던 동네 고객들도 이 문구를 보고 단골빵집을 바꾸지는 않았을듯 싶은 재치만점의 문구였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5분도 되지 않아 제 사진과 위 문구는 바로 소개되었고, 이 사연은 "썬팅시공권"  선물에 당첨되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선물은 대부분 아메리카노 같은 음료수 쿠폰 선물이 많아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세지로 오는 것인데, 이런 상대적으로 고가의 선물의 경우에는 홈페이지(이현우의 음악앨범 홈페이지) 해당 게시판에 가서 사연의 주인공임을 인증하고, 배송지 등을 적어야 1달 정도 후에 선물을 보내주더군요.

해를 넘겨 받은 선물은 "레이노 선팅시공권"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차들 중 한대는 이미 썬팅시공이 마쳐져 있고, 한대는 앞유리를 제외한 측면/후면에 썬딩시공이 되어 있어서 전면/측면/후면 썬팅이 가능한 이 시공권을 전면 유리 썬팅시공을 위해서 사용하기는 아까워, 일단 이걸 팔아볼 생각을 했습니다. 주위에서 중고나라를 애용한다는 분이 보이고, 심지어 중고나라 카페에서 만든 스마트폰 어플도 있어서 일단 중고나라 카페에 가입하고 스마트폰 어플도 깐 다음 어플을 통해서 판매글을 올려보았습니다.

그러나 2주일 이상 감감무소식.. 조회수는 10회도 되지 않는 게시글을 보면서, 초보 중고나라 유저의 성공은 멀고도 험하구나, 당연히 구매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제가 써버리는게 이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직장 근처의 레이노 썬딩 시공대리점에 찾아가 앞유리 썬팅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현우의 음악앨범에서 선물을 주신 취지대로 사용을 마쳤음을 뒤늦게 보고해 봅니다.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한 이후, 심심찮게 많은 직역이 AI(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인공지능 변호사가 나왔다는 외국의 예를 들며, 얼마 안되어 판사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이 칼럼([노트북을 열며]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하는 날, 중앙일보 2017. 2. 17.자)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저는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사법제도 , 법률 및 재판에 대한 너무나 간단한 전제 및 이해에 서 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칼럼이 이해하고 있는 사법제도, 법률 및 재판에 대한 이해는 이런 것입니다.
1. 국회가 정한 법률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이 재판이고 그 결과가 판례이다.
2. 추상적인 법률과 구체적인 판례를 모두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수집하고 그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어떤 인간보다 정확한(정의로운/공평한) 판단을 하게 된다.
3. 인공지능은 판사와 달리 매수나 회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평무사하다.

첫번째나 세번째 전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전제에 있습니다. 법률이나 판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가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에 의하여 변해가게 됩니다(매우 천천히 그리고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사법제도는 이렇게 변해가는 자유관념, 평등관념, 정의관념에 적응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것입니다. 즉, 수많은 판사들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서 변화된 가치관에 따라 새로운 판결을 하고,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 의하여 다시 반동이 일어났다가, 다시 뒤집어지는 과정이 지금도 사법제도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이고, 현재에 있어서의 가치관은 특정해 놓아야 가부간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판례(현대의 대부분의 판사의 가치관)가 어떤 입장이라고 정해 놓은 것 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유/평등/정의관에 맞는 법률/판례라고 하여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률을 개정하고, 위헌법률심판에 의하여 법률이나 처분을 위헌으로 만들기도 하며, 판례의 입장이 종종 뒤집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알기 쉬운 예로, 현재까지의 판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병역법위반으로 의율하고,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인공지능에게 이에 대한 재판을 맡겼을 때 인공지능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유죄뿐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한 판례변경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하급법원은 1년새 9번째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고('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할 때 됐나... 법원 또 무죄판결, 연합뉴스 2016. 8. 12.자 기사),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변화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판사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이에 대한 사법제도의 수용이 법률개정, 판례변경, 위헌법률심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것이 사법제도가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사법제도의 중요한 부분을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인공지능에게 기존 데이터의 집적과 그에 대한 빠른 연산을 통한 결과도출 외의 창조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최종적인 판단을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에 대한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을 지언정,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판사보다 더 자주, 더 민감하게 변화하는 사회상이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창조적인 주장이나 논리를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기존의 판례는 중요한 논리의 틀이지만 항상 그것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바꿔보자"라고 달려드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에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변호사 나아가 법조인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2017년 2월 16일 목요일

웰다잉법


우리나라에도 존엄사 관련 입법이 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확인하였습니다. 관련기사(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가능... '존엄사' 법으로 허용, 경향신문 2017. 1. 18.자 기사) 웰다잉법이라고 불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시행시기인 2018. 2. 4.부터 사망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서서히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에 대하여 [책 소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참조)와 관련하여 환자 본인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지만 무의미한 연명 또한 환자에게 고통만 주게 되고, 환자의 존엄사를 인정할 경우 의사나 가족의 형사처벌 문제로 비화되는 문제를 차단하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 본인이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가족 2명 이상(가족이 1명일 때에는 1명)이 '연명의료 중단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말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됩니다. 가족간에 의견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 임종과정의 환자가 아니더라도 만 19세 이상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확인한다.
1. 의료기관에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2. 담당의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환자에게 확인하는 경우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이 다음 각 목을 모두 확인한 경우에도 같다.
가.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
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제2조제4호의 범위에서 제12조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사실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19세 이상의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의사로 보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하여 표시된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의사에 대하여 환자가족(19세 이상인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환자가족이 1명인 경우에는 그 1명의 진술을 말한다)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 다만, 그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가족의 진술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배우자
나. 직계비속
다. 직계존속
라.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형제자매
② 담당의사는 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인을 위하여 관리기관에 등록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제1항제2호나 제3호에 따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 결과를 기록하여야 한다.

 ① 제17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해당 환자를 위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담당의사 또는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환자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원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1. 미성년자인 환자의 법정대리인(친권자에 한정한다)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2. 환자가족(행방불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확인한 경우
② 제1항제1호·제2호에 따라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확인한 담당의사 및 해당 분야의 전문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 결과를 기록하여야 한다.


2017년 2월 15일 수요일

한국의 사법제도 순위

*강민구 법원도서관장님 입니다.

부산지방법원장으로 계시던 강민구 법원도서관장님의 강연 영상(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부산지방법원장 강민구 특강)이 심심찮게 추천되는 걸 보고 살펴보았습니다. 저 연배에서 찾아보기 힘든 얼리어댑터이신데, 주위 분들의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능력이 너무도 떨어지니 복장터지시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영상에서 때로 과격하게 직업/직종/기기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시는 것이 걸리긴 했습니다만, 충격요법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강연내용 중 우리 사법제도(민사부문)가 세계 1위라고 하시면서,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하셔서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작년 법원에서 나온 보도자료(세계은행, 대한민국 사법제도 세계 1위 평가), 세계은행 한국관련 부분, 기업환경평가 한국 부분 등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는 각 나라별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서 매년 평가하고 있는데 평가항목 중 "계약의 집행가능성(Enforcing Contracts)" 항목이 있습니다. 이 항목은 사법제도의 신속성/효율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데,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전자소송을 가장 빠르게 또한 가장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중국이 우리 전자소송제도를 그대로 베껴 가서 일부 성에서 도입하였다는데 그 때문인지 중국도 5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법제도의 신속성/효율성에서 우리 제도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자랑스러운 한편,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는 정량적으로 평가없는 항목에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7년 2월 14일 화요일

[책 소개]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7)

작년([책 소개] 2016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이어 올해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습니다. 작년(2016년)에 발표된 중단편 200여편 중 예심과 본심을 통과한 여섯편의 작품이 대상과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본심의 심사위원은 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의 다섯명인데, 권영민 교수님은 대학 1학년 때 한국현대문학 관련 교양과목의 교수님이셨는데 20년도 지난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업당시 여러편의 소설리스트를 주시면서 그 중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당시 김인숙 작가의 소설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1993년에 나왔던 <그래서 너를 안는다>였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김인숙 작가는 2003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네요(바다와 나비).

대상 수상작인 풍경소리는 시점을 넘나드는 형식적 파괴와 불교의 선을 차용한 깨달음을 통해서 논리적인 맥락의 부재를 효과적으로 잘 감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들은 그 부분에 또 점수를 많이 준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효서 작가의 자선 대표작으로 실린 "모란꽃"의 가족들마다 다른 기억들과 세월이 흘러 이를 깨닫고 서로 다른 기억들마저 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진술서(직업상 많이 보게 되는 진술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입니다)의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는 내용의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도 맘에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마뜩찮아 하던 음울한(이라고 생각했던) 분위기의 현실에 적응해서,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된 것은 제가 나이가 든 증거인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네요. 이 책이 2016년 발표된 소설들 중에 선정한 작품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서 인용해 봅니다.

"국가 차원에서 하지 못한 그 어려운 일을, 분양은 해냅니다."
어딘가 기시감을 주는 말투였는데, 그곳을 벗어나고 나니 출처가 떠올랐다. 얼마전 종영했던 드라마 속에서 송중기가 쓰던 말투였다.

윤고은,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2017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2017), 206면.


2017년 2월 11일 토요일

오사카 여행



3주 정도 전에 가족여행으로 오사카-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은 마눌님께서 첫째에게 과학고 진학시 특전으로 일본여행 약속을 제시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특목고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내신관리와 함께 전문학원을 보내면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째는 아무 생각 없이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고 나서야 특목고 준비를 시작하였는데, 어차피 준비과정에서 수학/과학은 열심히 하게 될테니 특목고에 입학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남는 것은 있을 것이고, 내신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특목고에 입학하리라는 기대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눌님께서는 아마도 첫째가 특목고 입학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입학가능성보다 크다고 생각하고 작년 초 첫째에게 "과학고에 입학하면 일본여행을 가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첫째는 러브라이브/아이돌마스터 리듬게임을 즐겨하고, 이 가상 그룹의 음악/캐릭터들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며, 심지어 음반/책/굿즈도 사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가 일본여행을 가고자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일본에 가면 음반/굿즈 등을 한국에서보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첫째는 세종과학고(세종시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네이밍인데, 서울 구로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에 최종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합격생들과 자신의 성적 등을 비교해 보니, 첫째는 수학/과학만 선발기준에 맞추고, 정보(컴퓨터) 관련 탐구 등으로 어필해서 입학이 가능하였다고 하네요.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라 일본여행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전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은 마눌님/첫째가 일정/숙소/식사를 모두 사전에 협의/계획하여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말 그대로 숟가락만 얹고 따라다닌 여행이었습니다. 미리 A4용지 3장으로 빽빽히 담긴 여행사 스타일의 일정표가 사전에 제공되었을 뿐 아니라, 그 일정 중 2월 운휴를 미리 체크하지 못했던 "산타마리아 크루즈", 추운 날씨에 너무나 긴 줄을 예상하지 못했던 "규카츠"집을 제외하면 모든 일정이 소화된 점에서 보자면, 마눌님과 첫째의 계획은 꽤나 우리가족 맞춤형으로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날은 오후 비행기라 숙소부근 회전초밥집에서 저녁 후 도톤보리 관광

 *겐로쿠스시
 *타코야끼
*글리코상

둘째날은 오사카성 천수각/역사박물관 관광 - 대관람차 탑승 - 덴덴타운 쇼핑

 *오사카 역사박물관
 *오사카성/천수각
 *대관람차
 *천수각 마그네틱
*덴덴타운 정글(중고샵)

세째날은 교토로 이동 - 은각사 관광 - 백식당 스테이크 덮밥 - 청수사 관광 - 오사카로 이동 - 동양정 함박스테이크 정식 - 헵파이브/오사카스카이빌딩 공중정원 관광

 *은각사
 *청수사
 *기온 거리
 *동양정 백년푸딩
*오사카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야경

네째날은 오전 비행기 귀국이라 별다른 일정은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오사카 주유패스로 무료입장이 가능한 시설을 최대한 둘러보았는데, 많이 걷긴 했어도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관광하고 쇼핑하고 일상을 함께 하니 좋은 추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지만 제가 찍어서 제 사진은 하나도 없었는데 헵파이브 관람차 타기전에 찍어주는 사진 하나가 남아 있네요.


주유패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오사카 주유패스
 *한큐패스(오사카-교토 이동시 이용)
*교토패스(교토 시내버스용)

부모의 기대를 뛰어넘어 목표를 이루고, 또 윗단계를 준비하는 첫째에게 수고했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추징의 시효


*추징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민사상 취득시효와 소멸시효는 꽤나 많이 문제되는 편인데, 형사상으로도 공소시효와 형의 시효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공소시효가 범죄자에 대하여 기소를 할 수 있는 시한인 반면에 형의 시효란 피고인에 대하여 내려진 형이 집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형을 집행할 수 있는 시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형벌 중 가장 대표적인 징역형의 경우, 불구속재판을 받다가 피고인이 도주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시효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제는 같은 사무실 변호사님께서 추징의 경우 3년동안만 버티면 된다라는 말을 들으셨다길래 추징도 형벌의 일종이기 때문에 형의 시효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래 재확인하였습니다. 형의 시효에 대해서 형법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다음의 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하여 완성된다.
1. 사형은 30년
2. 무기의 징역 또는 금고는 20년
3.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는 15년
4.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10년
5. 3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5년
6. 5년 미만의 자격정지, 벌금, 몰수 또는 추징은 3년
7. 구류 또는 과료는 1년

추징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후 3년이 경과하면 형의 시효가 완성되어 집행이 면제되는 것입니다(형법 제77조).

 시효는 사형, 징역, 금고와 구류에 있어서는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벌금, 과료, 몰수와 추징에 있어서는 강제처분을 개시함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그렇지만 3년만 지나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특정공무원범죄'에 대해서는 형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추징의 시효가 10년이 됩니다(공무원범죄에 대한 몰수특례법 제9조의4).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뇌물관련 범죄 등이 대표적인 공무원범죄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몰수추징의 시효가 3년으로 완성되려 하자 2013년경 개정된 내용입니다.

또한 추징은 국가기관(형벌의 집행은 검찰이 담당합니다)의 강제처분의 개시로 시효가 중단되는데, 시효가 중단되면 시효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3년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제처분의 개시는 유체동산 경매의 방법으로 추징형을 집행하는 경우에 검찰징수사무규칙 제17조에 의한 검사의 징수명령서를 집행관이 수령한 때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다만 집행관이 그 후에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집행관이 추징의 시효 만료 전에 징수명령서를 수령하고, 그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기 전에 징수명령이 집행되었다면 추징의 시효가 완성된 후의 집행이 아님)이고(대법원 2006. 1. 17.자 2004모524 결정),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벌금형을 집행하는 경우 그 벌금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는 검사의 징수명령서에 기하여 법원에 채권압류명령을 신청하는 때이며, 수형자의 재산이라고 추정되는 채권에 대하여 압류신청을 하였으나 집행불능이 된 경우 이미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6. 25.자 2008모1396 결정)는 것이 판례입니다.

2017년 2월 9일 목요일

골프 블로거 이엘스


골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인터넷에서도 골프 관련 글들을 찾아 읽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서 실력이나 골프에 대한 마음가짐같은 것이 부러운 블로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발견한 최고의 골프 블로거라고 한다면 감히 '이엘스'(블로그 : 이엘스의 그린위에서)라는 블로거를 꼽고 싶습니다.

이분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2012년경부터 현재까지 골프이야기로만 878개의 글들이 올라와 있는데 하나하나의 포스팅이 전문 사진가 뺨치는 사진들과 준프로급의 골프실력이 녹아들어 있어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볼 만 합니다. 5년이라는 기간동안 꾸준히 포스팅을 살펴보면 갈수록 포스팅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1년에 2번이나 아이언을 바꿀 수 있는, 성수기 주말을 놓치지 않고 라운딩을 나갈 수 있는 여유가 가장 부럽기는 하네요. 현재는 신상에 일이 있으셔서 골프를 잠정 중단하신 것 같고, 등산 관련 포스팅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만, 주변이 정리되셔서 열정적인 골퍼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2월 8일 수요일

인증샷 주의


기사를 보다가 인증샷 잘못 찍은 의사들에 대한 논란을 접했습니다('해부용 시체 두고 인증샷' 의사들 대거 처벌될 듯, 연합뉴스 2017. 2. 8.자 기사). 의과대학 실습교육을 받던 의사들이 시체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부적절한 인증샷은 요사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사진기를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일상 또는 중요한 순간을 다른 사람과 즉각 공유하는 SNS가 활성화되는 바람에 굳이 이전에는 몰랐던 일들이 순식간에 인터넷세상에 퍼지게 된 것이 이번 논란의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인증샷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법률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7조'라고 하여 찾아보았습니다.

 ①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9조를 위반하여 의과대학이 아닌 곳에서 시체를 해부한 자
2. 제10조제1항을 위반하여 시체를 관리한 자
3. 제17조를 위반한 자

인증샷을 찍은 것이 "시체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인가" 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인데 시체를 해부용으로 기증한 유족 등의 감정을 생각해 보면 정중하지 않은 처사였다는 점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해부용 시체 없이 참석자들만 인증샷을 찍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굳이 아래쪽에 배경으로 시체를 넣은 부주의가 이런 사태를 만들어내기도 하네요. 인증샷 찍을 때 한번, 그것을 SNS로 올릴 때 한번씩 떠올려 볼만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3일 금요일

[책 소개] 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책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선물받아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한국인의 거짓말은 다른 외국의 사례나 거짓말과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기 딱 좋은 제목과 주제입니다. 사기나 거짓말 관련하여 지금까지 나왔던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을 한국인들로부터 수집/분석한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선행 문헌들로부터 꽤나 괜찮은 의견이나 지식을 모아서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신체적인 특징들을 분석하여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실험적 결과분석을 맹신하지 않는다면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검찰청이 공개한 범죄 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발생한 범죄 가운데 사기 사건은 27만 4,086건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의 3만 8,302건보다 7.2배 더 많은 수치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2-23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거짓말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거짓말에 대한 가해자는 증발된 채 피해자만 남는 지금 여기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거짓말은 나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교육을 거짓말로 만들고 있다. 한국을 거짓말 공화국으로 만든 바탕에는 이러한 우리의 분열적인 모습이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7면.


누군가는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근거로 멀리는 하멜의 조선인 평가부터 가까이는 도산 안창호의 지적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인물들의 입을 빌리기도 한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28-29면.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조선인들에게는 '히라누마 도쥬'와 같은 일본식 이름이 거짓말이었고, 동시에 '김철수'라는 한국식 이름도 거짓말이었다. 이어서 맞았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된 이념들도 그랬고, 산업화의 모순으로 반복해서 경험해온 참사들에서 어김없이 나온 국가의 거짓말이 그랬다. 그러나 시대를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거짓말들에 속아줘야 했다.

한국인에게 현대사란 그 자체로 거대한 거짓말과 같았던 시기였고, 수많은 거짓말들에 위협을 받았던 시대였으며, 거짓말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고 아직도 생존해 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거짓말을 배우고, 누군가를 일단 의심할 것을 배운 자녀들이 지금 한국 인구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장년층이 되었다.

적자생존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면, 우리는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동시에 속여서 살아남았던 거짓말쟁이들의 후손인 셈이다.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속은 놈이 바보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세대에는 이와 같은 거짓말에 대한 우리의 역사 속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0면.


욕심 때문에 거짓말에 말려드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법칙에 걸리기 때문이다. ... 호감의 법칙 ... 권위의 법칙 ... 희귀성의 법칙 ... 상호성의 법칙 ... 사회적 증거의 법칙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2-33면.


한국인이 잘 속는 까닭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7면.


사기꾼들은 눈치가 빠르다. 그들은 사기 대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자리를 턴다. 큰 노력을 기울여 의심받는 상황을 극복하느니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사냥에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39면.


직관에만 의존하다가 잘 속는 사람들에게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다. ...과도한 자신감... 눈 맞춤을 못한다... 공감 능력의 부족함 ... 언어 중심의 소통 방식...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41-42면.


거짓말에 관해서는 대표적으로 세가지 이론이 있다. 첫번째는 의도적 통제이론이다. ... 의도적 통제 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짧은 대답, 많은 정보 제공, 무표정, 거짓미소와 미소, 말의 내용에 일관성이 없는 모순 등이 있다.

거짓말과 관련된 두번째 이론은 감정이론이다.... 감정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미세표정, 안면비대칭, 눈 깜박임 증가, 입술 꽉 다물기, 몸 앞뒤로 움직이기, 아래턱 위로 올리기, 침 삼키기, 입술에 침 바르기, 의자 흔들기, 목소리 톤의 변화, 몸 좌우로 움직이기, 코 만지기, 콧구멍 넓히기 등이 있다.

인지부하이론은 거짓말과 관련된 세번째 이론이다. ... 인지부하이론과 관련된 거짓말 단서로는 눈동자 좌우이동, 발화, 질문 일부 반복, 말실수, 긴 침묵시간, 늦은 응답시간, 갑작스런 말의 멈춤 등이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48-49면.


'헐~'은 온라인상에서 쓰이던 감탄사가 널리 유행하면서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온 표현으로 한국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발화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76면.


누군가에게 질문을 했을 때 그 사람의 눈동자가 좌측 상단에 위치해 있다면 과거의 이미지에 대해 회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측 상단에 위치하면 상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78면.


지금까지 바디랭귀지 전문가들은 거짓말을 할 때 미세표정이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했었지, 진실을 말할 때에도 미세표정이 나타난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86면.


질문에 짧게 대답하면서 무표정을 짓는 여성이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96면.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전달받은 정보의 사실여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건네는 말의 흐름에 대해서도 기억해 둬야 한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11면.

거짓눈물을 흘리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17면.


거짓말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많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거짓대답, 그리고 평소에도 자주 했던 거짓말에서는 거짓말의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거짓말은 인간의 도덕성이나 또는 지성과는 상관없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
-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추수밭(2016), 121면.

한가지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머릿말과 앞 부분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한 꽤나 설득력있는 일반론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실험결과들과 분석인지 약간의 미진함이랄까 찜찜함이 남는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거짓말과 실제 재산범죄인 거짓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에 대한 한국인의 사기나 거짓말에 대한 실증적인 사례들이라고 한다면 황규경 변호사님의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쪽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