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1일 월요일

법감정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판결이 소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황제노역" 판결입니다. 이건희 회장도 벌금에 대한 1일 노역의 일당을 1억원 정도로 계산했는데, 허재호 회장의 경우 5억원 정도로 계산하는 판결이 나왔다니 가당치 않다는 것이 그 취지입니다. (법 감정 외면한 판결하고도 "법대로 했다" 당당한 법원, 중앙선데이 제368호 2014. 3. 30.자)

허재호 회장에 대한 판결을 "황제노역"으로 네이밍하자 언론에서 십자포화를 뿜어대고 있고, 항소심에서 이 판결을 한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은 대주그룹계열사와 아파트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삐딱한 시선이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제게는 언론의 이 판결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도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언론의 논조는 단지 이 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허재호 라는 대주그룹 회장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는데, 이 "벌금형에 대한 환형유치금액(벌금을 노약장유치로 대신할 경우 일당으로 계산하는 금액)이 5억원으로 정해졌고, 이것은 일반인은 보통 5-10만원으로 정해지는 것에 비하여 특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위 사실 이외에 위 판결의 벌금형에 그렇게 높은 환형유치금액이 정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중앙선데이의 위 기사가 법원의 설명을 그대로 실어 주었는데, 그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조세범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탈세액의 2~5배까지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가산세까지 더해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지분 100% 기업이어서 횡령범죄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았다고 봤어요. 이를 감안해 신체형은 집행유예(징역 2년6월, 집유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특가법이 벌금형도 병과하도록 규정했단 말입니다. 검찰은 벌금까지는 너무 과하다면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구형했잖아요. 재판장도 고민을 했겠죠. 벌금형 선고유예는 너무 형이 가볍다고 생각해서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환형유치(換刑留置·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에게 노역으로 대신하게 하는 제도) 기간은 50일로 정한 거예요. 유치기간을 너무 늘리면 신체형에서 집유를 받은 피고인에게 벌금형 명목으로 신체형을 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위 설명에 따르면 허재호 회장의 죄명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조세범죄(조세포탈)와 횡령죄인 것입니다. 이 중 조세범죄에 대해서는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조세범죄의 경우, 포탈한 세액을 그것도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한 경우에는 선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조세를 내느라 기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당해연도 그 다음연도에는 조세를 낼 재원 자체를 마련하지 못합니다. 조세를 내느라 기업이 망하면 그 다음해부터는 조세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데, 포탈한 세액을 모두 납부한 기업의 회장을 구속하거나 벌금을 또 부과해서 부담을 추가적으로 줄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서 조세범죄에서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한 것이 소명되면 벌금형을 "선고유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판결 이전에 많은 경우에 선고유예한 사례가 있습니다.

횡령죄에 대해서는 지분 100%기업, 즉 1인회사이므로 처벌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횡령죄는 주주가 여러명인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주가 회사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써 버린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고, 피해자는 회사, 실질적으로는 그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주가 한명이고 그 주주가 대표이사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본인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1인 회사의 경우 횡령,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갈리고 있고, 처벌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상정가능한데, 위 건에서 법원은 처벌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렇게 이 판결의 내용을 따져보면 법원이 선고유예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보다 2배를 구형하는 검찰이 벌금형에 대해서 "선고유예"를 구형하였다는 것은 검찰조차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도 부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벌금형의 선고유예보다는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고심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되, 다만 환형유치금액을 높여서 실제로 노역을 하더라도 단기간에 끝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언론이 이 판결을 비판하면서 들고 있는 잣대가 "법감정"입니다. 한마디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여론이 안 좋으니 고치라는 것인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은 법원이 따라야할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법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지만 "감정"이란 말은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요. 법원의 설명은 일응의 기준이 있고, 그 이전에 이미 이 판결보다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였던 선례도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대주그룹이 무너진다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처해야 한다는 지역경제인들의 탄원서도 많이 제출되었으므로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이 "일당 5억원", "황제노역"이라는 헤드카피 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감정은 저 헤드카피 2개에서 더 이상의 고려를 하지 않는 일반인의 판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법관이 어느 것에서도 독립하여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의 압력은 폭력이나 회유 그런 것 뿐만이 아닙니다. 법감정이라는 탈을 둘러쓴 "여론재판"의 유혹 또한 외부의 압력인 것입니다.

장병우 광주법원장이 대주그룹과 아파트거래를 하였다는 점도 위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황제노역 판결 장병우, 허재호가 지은 '대주 아파트' 입주 중앙일보, 2014. 3. 29.자 기사). 저는 이 부분도 너무 한다는 느낌입니다. 대주그룹은 건설회사입니다.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아파트 분양을 하는 회사이므로, 광주에 거주하는 장병우 판사가 대주그룹이 지은 아파트를 매입해서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문제를 삼으려면 장병우 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파트를 싸게 매입하였다든가,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대주그룹에 비싸게 매각하였다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장병우 판사는 2005년 대주아파트를 광주지역 57평 아파트를 4억 5천만원에 분양받아 2007년 입주했고,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2억 5천만원에 매각했는데 매입자가 대주그룹 계열사였습니다. 허재호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6년인데('황제노역' 허재호씨가 총수였던 대주그룹의 부침, 매일경제 2014. 3. 28. 기사) 광주에 사는 장병우 판사는 자신이 대주그룹 사건을 맡을지도 모르므로 대주그룹이 분양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지도 말고, 자신의 아파트는 꼭 대주그룹 계열사를 피해서 매각해야 했단 말일까요? 또한 그 가격이 특별히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판 것이 아님은 그냥 봐도 알 수 있는데 언론이 굳이 의혹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냥 (기사가) 잘 팔리기 때문 아닐까요?

만약 위 기사의 의혹이 제대로 된 의혹이라면 종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검사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보면 됩니다. "삼성그룹 2심 판결을 맡았던 000 판사가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S3 핸드폰, 삼성 노트북, 삼성 텔레비젼, 삼성 세탁기, 삼성 에어컨을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고, 삼성계열사인 삼성물산에서 분양하는 서초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자신이 쓰던 구형 전자기기를 삼성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여 처분케 하고, 자신이 종전에 살던 아파트를 매각하였는데 매입자가 삼성계열사인 에버랜드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판검사가 있을까요? 하나라도 걸리면 삼성과 "고가의 가전제품", "아파트"를 거래하였으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사는 재판에서 제외되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이라는 말은 신문 외에서는 나오지 않는 조어입니다.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면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이 되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법감정에 반하지 않는 판결이 되는 셈입니다. 법관이 "법감정"을 고려하라고 하는 것은, 법에서 정해진 것 외에 "여론"을 감안하라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법원의 재판 때에도 법원을 이런 식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그 수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의 판단에 (묵시적으로나마) 포함되었었지만 이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죠. 그런데 광주지역의 경제에 한축을 담당하는 대주그룹의 회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에 판단에 포함되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요? 이건희와 허재호라는 유사한 사건을 비교할 때 유독 후자에게 더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후자의 판결후 처신이 부적당한 점도 한몫 하였겠지만, 언론이 광고가 줄어들 위험없이 비판할 수 있는 꺼리를 만났을 때 얼마나 더 집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체제를 "인민재판"을 하는 전근대적인 국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 자신은 특히 언론이 법관의 판결을 좌우하기 위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곰곰히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2014년 3월 28일 금요일

[소개] Newspeppermint

인터넷이 보급된지도 2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인터넷을 통해 느끼는 세계는 한층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국제뉴스는 TV뉴스에서 단신으로 소개되거나, 신문의 국제면에 가십 비슷하게 실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미국 대통령선거 또는 걸프전 정도의 파괴력은 있어야 비중있게 소개되는 것이 국제뉴스의 실상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의 보급이 중대하게 변화시킨 것 중 하나가 국제뉴스를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언어장벽인데, 영어로 된 뉴스와 글들은 넘치지만 국어와 같이 자유롭게 읽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영어로 된 사이트를 서핑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글들을 뽑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몇년 전에는 저도 이코노미스트를 정기구독하기도 했었는데, 일에 치이다 보니 잡지 하나에서 한국관련 기사(북한동정 관련 기사가 남한 기사보다 더 자주 실렸었습니다) 겨우 보는게 전부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뉴스페퍼민트(뉴스페퍼민트)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국내 언론사들이 전달하기에 힘이 부치는 양질의 외신 기사들을 요약번역해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합니다. 이 사이트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처음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시의적절하거나 새로운 칼럼이나 기사들을 접하는 좋은 창구가 됩니다.

요새 국내 언론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덴마크 동물원의 동물 안락사 처분을 두고 쓰고 있는 기사들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의 칼럼이 어떤 의견인지 소개한 이번 기사(나는 덴마크 동물원의 결정을 이해합니다.)도 맘에 드는 기사입니다.

뉴스페퍼민트의 기사는 트위터로 계정을 follow하거나, 이메일로 구독신청을 하여 받아보거나, feedly 같은 RSS 리더로 받아보거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등의 방법으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를 만든 분의 인터뷰기사가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뉴스페퍼민트 이효석 인터뷰, 슬로우뉴스 2013. 11. 26.) 이미 알고 계신 분들께는 뒷북쳐서 죄송합니다.

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책 소개] 로펌 스캐든


로펌 스캐든, 링컨 캐플런, 황남석 역, 삼우반(2011)

최근 초대형 글로벌 로펌인 스캐든 압스가 국내에 상륙한다는 기사가 법률신문에 실렸습니다.
(초대형 글로벌 로펌 '스캐든 압스' 국내 상륙, 법률신문 2014. 3. 24.자 기사)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 로펌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네요. 스캐든 압스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서 2011년에 "로펌 스캐든"이라는 책이 번역되었는데 1993년판입니다. 2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스캐든 압스는 적어도 인수합병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로펌이라는 체제를 미국에서 수입한 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로펌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발전해 왔는지는 현재 대형 로펌들의 운영방식에도 많이 도입되어 있고, 도입하려고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로펌들에 대해서도 기자분이 비슷한 책을 낸 적이 있었지만 여러 로펌의 설립 관련 비화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었고, 부동의 1위 법률회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해서 비판적인 내용의 책이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로펌들의 순위는 대체로 규모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한경매거진에서 기업법무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기초로 순위를 매겨서 발표하는데(대한민국 로펌랭킹 종합순위, 한국경제매거진, 2013년 12월 기사), 이 순위는 직접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는 당사자들이 매기는 순위인 만큼 꽤 믿을 만 합니다. 다만, 이 순위는 평가항목이 기업법무 부분에 몰려 있어서 전통적으로 송무가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화우"나 "바른" 같은 로펌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율촌"이 규모면에서는 6위권의 로펌인데, 기업법무부문의 우세를 바탕으로 종합순위에서 세종과 화우, 바른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며, 이외에 한경매거진의 로펌순위도 한국변호사수로 표시되는 규모 기준 순위와 대략 일치합니다.

로펌 스캐든 이라는 책은 로펌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책입니다. 제가 느낀 인상은 평범한데 "인사가 만사"라는 것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실 로펌의 가장 큰 자원은 "인재"이고, 좋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그 인재를 활용하여 사건을 끌어와 해결하고, 해결된 사건이 명성이 되어 또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로펌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재에게 어떻게 수익을 배분할 것인지, 적절한 승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인재들이 일에 집중하기 위하여 어떠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하는지가 묘사되는데, 전성기인 80-90년대의 이야기가 지금 생기는 일이라고 해도 수긍이 될 정도입니다.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로펌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는 역사상 아무리 큰 조직이었더라도 영원하지는 않았음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영원성은 당신이 조직으로부터 무엇을 이끌어내는가 혹은 조직 자체가 스스로로부터 무엇을 이끌어내는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조직이 공룡이 되면,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32면.

"절대로 '노코멘트' 혹은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지 말 것. '저희 사무실의 다른 변호사가 전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렇게 되도록 처리할 것." -136면.

"변호사들은 범죄를 행하거나 의뢰인이 범죄를 계획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된다. 변호사들은 규정에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는 윤리적인 지시만을 따라야 하고, 애매한 기준은 무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노골적으로 판사를 속여서는 안되고, 증거를 조작하여서는 안된다. 그 밖에는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허점, 애매함, 전문적 사항, 공백을 이용하거나, 법률 또는 사실에 대한 너무나 터무니없지 않은 해석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여야 한다." -214-215면.

하지만 변호사가 일단 사건을 수임하면, 기업 의뢰인을 감동시키기 위한 욕망과 필요, 나중에 과오소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본능, 승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하여 맹목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 -220면.

골프라는 운동




골프를 시작해서 머리를 올린 것은 10년이 되어가지만, 꾸준히 연습하면서 친 것은 1년 정도 됩니다. 10년전만 해도 골프는 귀족스포츠에서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으로 대중화가 겨우 시작된 정도였는데, 그 중간에 스크린골프가 활성화되고, 퍼블릭 골프클럽이 늘면서 골프인구도 꽤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것이 그린피가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꽤나 필요한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즐겨찾는 마인드골프라는 전문적인 (뭔가 모순됩니다만) 아마츄어 골퍼의 칼럼(평생 골프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돈, 시간, 친구의 세가지를 들고 있는데 참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를 즐기거나, 골프에 관심을 가져보실 분은 이분의 칼럼을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프로골퍼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보면 파는 당연한 것이고, 보기나 더블보기를 하면 순위권에서 멀어지는 것만 보아서 자신이 나가도 그렇게 칠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프로골퍼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일단 여자 프로골퍼도 웬만한 남자들보다 비거리가 더 나갑니다. 그래서 골프채널을 보면 여자프로골퍼와 연예인 아마추어 중 괜찮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짝을 이뤄 라운딩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지요. 골프채로 공을 똑바로 앞으로 보내는 것이 쉬워보여도 이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일반인은 채를 잡은 다음 3개월 내에 공을 띄워서 웬만한 거리를 보내는 것도 버겁습니다.

요새는 골프를 평생 즐기기 위해 골프의 마수에 빠져들지 않으셨던 같은 사무실의 변호사님께 골프를 권해서 조만간 같이 라운딩을 갈 예정입니다. 이 변호사님의 부모님들께선 아마츄어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골퍼들이신데 아들이 드디어 라운딩을 나가신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옷은 있나? 아무렇게 입고 나가면 가시나들이 얕본다." 

그래서 처음 라운딩을 나갈 이 변호사님을 위해 라운딩을 할 때 준비해야 할 것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골프복

남성을 기준으로 골프칠 때의 복장은 모자, 카라있는 티셔츠, 바지, 골프화 정도인데, 여름이라도 반바지는 대부분 허용되지 않습니다. 가끔 퍼블릭 골프장 중에 하절기 반바지를 허용하는 곳이 있으니 라운딩 전에 확인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골프장에 올때의 복장도 재킷을 착용하는 것이 좋고, 청바지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퍼블릭 골프장이 늘면서 골프장에 올 때의 복장은 많이 자유로워졌고, 사실 청바지를 입었다고 하여 입장이 제지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진의 복장 관련 에티켓은 원칙적이고 약간 엄격한 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골프복은 골프전문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에 적당히 상하의를 매치시켜서 입으면 되는데, 골프가 약간은 동반자와 경쟁도 하고, 동반자를 돕기도 하고, 동반자에게 자랑도 하고, 동반자에게 감탄하기도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옷을 잘 입은 동반자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은 그래서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종종 골프복은 평상복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원색을 포인트로 넣고, 벨트도 강조하는 스타일이 많습니다. 만약 라운딩을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주변에 골프치는 사람의 골프복이나 골프 프로그램 같은 곳을 보아 두셨다가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옷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등산복 스타일의 무난한 색은 저 개인적으로는 매우 비추입니다.

골프화는 플라스틱징을 박아서 스윙시 하체를 고정시켜줄 목적으로 제작된 신발입니다. 요새는 징이 없이 굴곡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서 징 없는 골프화도 나와 있습니다. 골프복과의 매치, 취향에 따라서  신으면 됩니다.

골프장갑은 일반적으로 남성은 왼쪽 손에만, 여성은 양쪽 손에 착용합니다. 양피장갑이 착용감이 좋고, 골프채와 손을 밀착시켜주므로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2. 골프채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 여유가 있다면 새채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웬만하면 주위사람의 중고채로 1-2년 정도 치다가 자신의 스윙이 어느 정도 자리잡히면 그에 맞는 채를 장만하는 게 좋습니다. 채는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로 구성되는데, 여자의 경우 모든 채를 풀세트로 장만하는 경우가 많고, 남자 같은 경우에는 아이언만 세트로 마련하며, 각각의 채를 따로 장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골프백
골프백은 캐디백과 보스턴백이 있습니다. 캐디백은 골프채를 넣는 가방이고, 보스턴백은 골프복을 넣는 가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미국 골프장의 경우 캐디와 카트 없이 자신이 캐디백을 매고 걸어다니면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가볍고 양쪽 어깨로 맬 수 있는 스타일의 캐디백을 많이 쓰는 반면, 우리나라의 골프장은 대부분 캐디와 카트가 있어서 자신이 캐디백을 매지 않으므로 무겁고 한쪽 어깨로 메는 스타일의 캐디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스턴백은 캐디백과 세트로 나오기도 하는데,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여자분들의 경우 보스턴백이 아니라 작은 캐리어를 들고 오기도 하시더군요.

4. 골프공
초보자의 경우 매우 많은 공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로스트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스트볼은 골프장에서 물에 빠지거나, 해저드나 O.B.지역에 들어가 못찾은 공들을 골프장측에서 찾아서 다시 파는 것이라서 새 공보다 매우 가격이 쌉니다. 초보자는 공을 20개 정도 마련해 가면 한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골프공은 동반자와 동일한 메이커의 공을 쓰는 경우가 생기므로 이를 대비해서 자신의 공에 네임펜 등으로 표시를 해 두기도 합니다.

5. 티
티는 각 홀에서 첫번째 샷(티샷)을 할 때 공을 올려놓는 것을 말합니다. 티는 길이에 따라 롱티와 숏티, 재질에 따라 나무티와 플라스틱 티가 있습니다. 롱티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때, 숏티는 아이언으로 티샷을 할 때 필요합니다. 플라스틱 티는 롱티와 숏티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의 것을 많이 씁니다. 나무티는  한두번 치면 부러지는 경우가 많은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무티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플라스틱티가 권장할 만 합니다.

6. 마커
공이 그린에 올라가면 자신의 공을 닦기 위해 공이 있던 자리를 표시하는 것을 "마커"라고 합니다. 이것은 동전같은 것으로 써도 무방한데 주머니에 넣었다가 빼었다가 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므로, 모자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많이 씁니다.

7. 파우치
골프공이나, 티 등을 주머니에 넣거나 들고 다니게 되면 매우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전화나 지갑, 차키 등은 락커에 넣고 오기 애매합니다. 그래서 라운딩시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가방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파우치라고 하는데, 매우 요긴합니다.

이외에 선글라스, 선블락, 바람막이, 우산, 핫팩, 장갑 등도 날씨에 따라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이 정도만 준비하면 라운딩 준비는 된 것입니다. 육체적으로는 자신이 휘두르는 채가 자신이 겨냥한 방향으로 떠서 날아가는 스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골프는 일상을 리프레쉬하는 소풍이 아니라, 18홀 내내 공찾아 뛰어다니는 등산과 비슷해져 버리므로, 육체적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위 변호사님의 성공적인 첫 라운딩을 기원합니다.


2014년 3월 25일 화요일

박카스 유감

언제부터인가 버스나 지하철 특히 지하철을 이용할 때 노약자석 이용행태를 살펴보면 뭔가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정신 없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전동차 안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에도 젊은 축의 사람들은 거의 노약자석에 앉지 않습니다. 노인분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은 이 박카스 광고에서 젊은이가 "우리 자리가 아니잖아"하면서 앉지 않는 모습이 매우 호의적으로 그려진 이후에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광고의 목적이 좋다는 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닌데, 이 광고 이후 젊은이들이 노약자석에 앉는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노약자석이 아닌 다른 좌석에서 젊은이들이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매우 드물어진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노인들은 노인석에 앉을 수 있으니 다른 좌석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시라"란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광고의 문제가 웃어른을 공경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노인공경도 딱 정해진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인을 노약자석으로 소외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결국 젊은이들은 젊은이들 좌석, 노인은 노인좌석 이렇게 나누어 노인들은 이리 오지 마시오라고 하는 무언의 압력이 되지 않을까요?

반대로 때때로 노약자석에 젊은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노인분이 호통을 치시는 것을 보는데 저는 이게 그렇게 안좋아 보일 수가 없습니다. 젊은이도 몸이 안좋을 때가 있고, 정말 피곤해서 앉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노약자석에 앉는 것이 무슨 큰 죄가 되는 양, 노인이라는 것이 무슨 권리인 양 그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정말 불편하더군요. 대중교통에서 웃어른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공중도덕"이라고 할 것이지, 그것을 지킬 것을 타인에게 요구할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종종 노인분들, 나아가 우리 부모남들께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우리와 같이 젊은 시절을 거쳤으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사실, 우리와 같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노인분들을 심하게 말하면 이제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잉여라고 취급하고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저도 이걸 깨달은게 몇년 안됩니다. 이걸 깨닫고 나서 제가 처음 한일이 2G폰 쓰시는 부모님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린 겁니다. 처음에는 부모님들께서는 전화가 전화만 되면 되지 스마트폰이 뭐가 필요하냐며 손사래를 치고, 나중엔 쓸데 없는데 돈쓴다고 화까지 내시려고 하셨죠. 그래도 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꿋꿋이 부모님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렸습니다. "저보다 사실 날 얼마 안 남았으면, 저보다 더 좋은거 더 맛있는거 많이 쓰고 드셔 봐야죠.  스마트폰이 화면도 커서 익숙해지면 더 편해져요. 원래 기계는 만지작하다 보면 다 쓸데가 생기는 거에요." 막 이러면서요.

지금은 3-4년 스마트폰을 쓰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스마트폰으로 맞고, 애니팡하시는 것을 즐기시고, 저한테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 문자 날려주시고, 아버지께서는  TED 동영상에 좋은게 많다며 열심히 보시고, 유튜브랑 네이버 블로그에 산에 가서 찍으신 영상과 주변 분들한테 이메일 등으로 받은 좋은 글들 올려서 한 번 보라고 제게 카톡 보내 주십니다. 아이폰 사고 나서 컴퓨터랑 동기화 한번도 안하고 쓰는 막내동생보다 훨씬 나은 수준입니다. 이런 것 보면 부모님들께서 "나이 들어서 뭐 이런걸" 하시는 거 다 뻥입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부모님께서 조금이라도 체력이 되실 때 해보시라고 권하고, 같이 즐겨보세요.

이야기가 돌아왔는데, 그래서 전 지하철 탔는데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면 가서 앉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 또래 이상 되는 노인분들이 앞에 오시면 가끔 자리를 양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앉아 있습니다. 또 너무 피곤해서 못참겠다 싶으면 잡니다. "우리 자리가 아니잖아"? 우리와 노약자는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노약자와 우리를 구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됩니다. 저는 노인이 되어서 그런 취급 받길 원치 않습니다. 노인분들도 똑같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2014년 3월 24일 월요일

약식절차

공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서면심리 만으로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를 과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약식절차라고 하고, 약식절차에 의하여 재산형을 과하는 재판을 약식명령이라고 합니다.


약식절차에 의하게 되면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에 대하여 형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 종료되고,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검사가 경미한 사건이라고 판단하여 법원에 약식명령을 구하게 되면, 법원은 간략한 서면심리를 하며, 심리결과 약식명령을 할 수 없거나 부적당한 경우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도록 하며,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청구가 있는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하고, 이를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검사와 피고인에게 고지합니다. 용문학원의 김문희 이사장의 교비횡령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20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여 세간이 시끄러웠었는데, 법원은 이건을 약식명령에 부적당한 건으로 보고 공판절차에 회부하였습니다(법원검찰 '통 큰' 재량권 행사에 자성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자신이 청구한 약식명령을 판사가 감액한 경우에 불복할 것이고, 피고인은 무죄를 다투거나 양형이 부당하다(벌금액이 너무 과다하다)라는 이유로 불복하게 될 것입니다. 정식재판청구가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제출되지 아니하면 약식명령을 확정되고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을 관할 검찰청에 내야 합니다.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있게 되면 법원은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는데, 이 때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됩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약식명령절차도 1심이고, 정식재판절차도 1심이지만, 정식재판절차에서는 약식명령으로 정해진 벌금보다 더 과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입니다(검사가 정식재판청구를 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규정인데, 정식재판청구를 하여도 더 불리해질 것은 없다고 하여 무턱대고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판사는 벌금형 감형이 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어차피 1번 더 선고를 받으로 법정에 나오는 것보다 정식재판청구취하서를 작성하여 약식명령을 확정시킬 것을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법원의 확정판결 뒤 검찰의 납부통지서를 받고도 1개월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지명수배되며, 검거되면 벌금을 모두 내고 풀려나거나 노역장에 유치되어 지정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벌금이 부담이 된다면 정식재판청구를 해서 다투는 것보다는 벌금을 납부받는 검찰청에 벌금 분납을 할 수 있도록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검찰청에서는 일정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확정된 벌금의 납부를 연기하거나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 9월 26일부터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집행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어 300만원 미만의 벌금이 확정된 자 중 일정한 요건을 검찰청에 소명하여 허가받는 경우,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2014년 3월 22일 토요일

이부진 사장의 선행 관련 법조인의 반응

며칠 전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호텔 문으로 돌진한 택시기사의 손해배상책임을 탕감해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부진 사장, 수억대 호텔문 파손한 택시기사에게…‘훈훈’ 동아일보, 2014. 3. 19.자 기사

일반인이나 기자가 보기엔 택시기사의 딱한 사정을 알아보고 빚을 탕감해 준 것이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사회적인 미담이다, 삼성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등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 주위의 법조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직업들이 직업인지라 이부진 사장의 행위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4억원이라는 돈이 (삼성가의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돈일지 몰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도 처분하기에는 꽤 큰 돈입니다. 그런데 이부진 사장이 자신의 결정으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해 버린 셈이니 그로 인하여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므로, 이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 것인데 4억원 정도 포기하는 게 어때서?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라호텔은 호텔신라 라는 상장사가 소유하는 것으로, 신라호텔의 주인은 호텔신라의 주주들이고(물론 삼성가가 대주주일 것이나 혼자 소유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부진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일 뿐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재산인 손해배상채권을 이부진 사장이 자의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부진 사장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우선, 택시기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들, 택시기사는 80세의 고령에 가진 재산이 거의 없으므로 집행해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소액에 그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회사로서는 채권의 행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결손처리하게 될 채권이라면 굳이 보유할 필요없이 포기하되, 다만 포기한 사실을 이용하여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의 이미지 개선은 이미지 광고에 수십억원을 때려부어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채권포기가 그 대가라면 오히려 싸게 먹힌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회사의 경영진이 일응 회사에 손해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를 결의하거나 실행하는 경우에,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로 판단한 경우에는 그 결과가 회사에 손해가 된다고 하여도 경영진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이를 "경영판단"이라고 합니다. 이건에서는 경영판단에 가기 전에, 주주들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부진 사장을 형사고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실제로 형사문제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법조인들이 업무상 배임에 민감한 것은 이러한 채권포기가 신라호텔과 같은 회사가 아니라 듣보잡 회사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경영진이 회사의 자금을 빼돌리는 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몇년 전 KBS의 정연주 사장의 경우에는 KBS가 법인세 환급소송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2심에서 법원의 조정으로 1심 승소판결보다 적은 금액을 환급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지시로  KBS가 1심보다 불리하게 조정에 응하여 법인세 환급금을 덜 지급받은 것은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고, 법원은 이는 경영판단이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정연주 전 사장, '국가' 'KBS' 상대로 손배소)한 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업무상 배임죄 여부의 판단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판단이 이렇게 이슈화된 것은 삼성의 반쯤은 의도된 언론플레이로 인한 것이고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왕 발생한 좋지 않은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좋은 쪽으로 반전시킬만한 능력을 갖춘 것도 매우 부럽네요. 재벌그룹의 선의나 미담, 기부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그러한 선의나 미담, 기부가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제도를 갖추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후단 경합범

거의 10년만에 국선변호인으로 형사법정에 참석했었습니다.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투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주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잘 알려진 국선전담변호사가 담당하기도 하지만, 일반 변호사들도 법원에 신청을 하여 국선변호인 목록에 들어가게 되면 목록 중에 있는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되기도 합니다. 국선변호인과 달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는 "사선변호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10년만에 하는 국선변호라서 일주일 전에 법정참관도 하여 분위기도 익히고 하였지만 떨리긴 떨리더군요. 국선변호를 맡았던 사건 중 3건은 선고기일이 잡혔는데, 1건이 속행되었습니다. 판사님께서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하시더니 "후단경합범"인데 관련 사건 판결 확정사실이 기록에 없다고 하시며 검사님께 관련 판결 확정과 관련한 내용 수사보고로 추가하라고 하시면서 한 기일을 더 잡으신 것입니다.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를 말합니다(형법 제37조). 한마디로 범죄를 여러개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경합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합범은 동시적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으로 나뉘는데, 동시적 경합범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말합니다. 형법 제37조 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전단 경합범"이라고도 합니다.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 1)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2)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같은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가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고, 3)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가 아닌 다른 종류의 죄인 경우에는 병과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형법 제37조 후단에 규정되어 있는 경합범이라서 "후단 경합범"이라고 합니다. 사후적 경합범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로,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되,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9조). 원래 확정판결 전에 범한 죄가 법원에 알려진 경우에는 당연히 경합범의 예에 의하여 처벌되었을 것이므로 사후적 경합범이 동시적 경합범에 비하여 무겁게 처벌되는 불합리를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후적 경합범의 처분에 관하여는 종래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선고하되 그 형의 집행은 (동시적) 경합범의 예에 의하도록 하다가, 2005. 7. 29. 시행된 개정법률에 의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만 형을 정하지만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에 비하여 불리한 양형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참고: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우리 피고인은 이번 재판 이전에 2개의 죄에 대해서 징역형이 확정되었는데, 이번 재판은 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이라서 판사님은 약식명령이 나온 금액보다  감형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후적 경합범이라는 사실을 형량에 고려하지 않게 되면 상급심에서 파기사유가 되므로 반드시 이전의 판결확정사실이 판결문에 들어가야 합니다. 어쨌든 판사님께서 수차례에 걸친 피고인의 탄원서를 보시고 무죄를 다투면 어쩌나 걱정을 하셨던 모양인데, 피고인이 번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자 감형을 적극 고려하실 것으로 예상되어 기분은 좋았던 재판이었습니다.


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소멸시효기간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는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입니다. 소멸시효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사회질서의 안정,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 등이 거론됩니다.

소멸시효는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청구권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다루는 개별법령에 별도로 소멸시효 관련 규정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은 채권의 소멸시효를 10년,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대해서는 20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이에 우선하는 예외규정 내지 개별법령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상법 제64조 : 상행위로 인한 채권 5년
국가재정법 제96조 : 국가의 권리 또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다른 법률의 규정이 없는 것 5년
근로기준법 제49조 : 임금 3년

그리고 민법 제163조와 민법 제164조에 의한 채권들은 3년, 1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립니다.

상담하다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것을 뒤늦게 재확인하게 되었네요.



2014년 3월 19일 수요일

감사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가"라는 회사의 주식을 A가 40%,  B가 30%, C가 15%, D가 15% 소유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이 있었는데, B 주주가 상법규정을 찾아보더니 감사선임이 무효가 아닌지 확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B가 찾아본 조항은 상법 제409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제1항의 감사의 선임에 있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B의 주장에 따르면 A, B, C, D 모두 3%를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사의 선임에 있어서는 3%까지 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감사 선임을 위한 주총 보통결의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B가 보기에는 상법 제409조 제2항에 따라 A, B, C, D 모두 의결권을 행사해 봐야 발행주식총수의 12% 밖에 찬성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결의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주총회 보통결의요건은 상법 제368조 제1항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총회의 결의는 이 법 또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


의결권의 제한이 있는 경우 주주총회 결의요건인 발행주식총수를 계산할 때 의결권이 제한된 부분을 발행주식총수에 포함해야 하는지 제외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할 것입니다.


답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B의 주장대로라면 "가" 회사는 모든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해도 감사선임이 불가능해지는데, 상법이 감사선임이 불가능한 의결권제한 제도를 규정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결권제한이 있는 경우 주주총회의 발행주식총수를 계산할 때에는 의결권이 제한된 부분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고 계산하는게 맞습니다(권기범, 현대회사법론, 삼영사(2012), 608-610면 참조).


위 "가" 회사의 경우 감사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보통결의를 위한 요건은 발행주식총수를 12, A, B, C, D가 각각 3씩 보유한 것으로 보고 따지면 됩니다. 즉,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가 결의해야 하므로 적어도 주주 중 1명이 참석해서 찬성해야 하고,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므로 1명이 참석하여 찬성하거나, 2명이 참석한 경우 모두 찬성, 3명이 참석한  경우 2명 이상 찬성, 4명이 참석한 경우 3명 이상 찬성하였다면 감사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보통결의는 적법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3월 18일 화요일

[책소개] 빠리의 기자들



고종석, 빠리의 기자들, 새움(2014)

기자 고종석이 소설가 고종석으로서 낸 첫번째 소설인 [기자들]을 수정하여 [빠리의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다시 펴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첫번째 외국체류의 경험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측되었고 그 기대대로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기자들과의 에피소드, 고종석 기자가 유럽에 나가서 취재활동을 하면서 [유럽]지에 실은 기사들, 동독의 붕괴이후 동독지역 지식인과의 인터뷰 등을 소설의 형식 안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법학도였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저자가 법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부분이 나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 때 나는 인과적 행위론이니, 목적적 행위론이니, 사회적 행위론이니, 미필적 고의니, 인식있는 과실이니,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니 하는 잡스러운 개념들로 가득 찬 형법 교과서를 생각했고..."

-고종석, 빠리의 기자들, 새움(2014), 158면.

법학을 공부하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두가지 진입장벽으로 종종 "한자"가 섞여 있는 법조문과 법서들 자체와, 형법의 수많은 행위론들을 들 수 있었습니다. 십년전만 해도 법서에 있는 한자들은 이공계의 수많은 두뇌들이 사법시험을 쳐다보지 않게 하는 진입장벽이 되었었는데, 어느 순간 법서에서 한자들이 괄호 안에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자가 그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아니면 쓰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서 마침내 의사출신, 공학박사 출신 변호사를 주위에서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언어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저자가 법학을 공부하는데 사실 한자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형법의 행위론이나 개념들인데, 이게 실제로 누가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판단하는 데에는 전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법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이유로 문제로 출제되고 그것이 당락을 좌우하는 지라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저자는 이를 "잡스러운 개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잡스러운 개념이 무엇인지 간단히나마 알아보고 저자의 심정을 이해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개념들에 대해서 살펴보기 전에 왜 행위론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형법은 범죄를 다루는 학문이고,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유책한 행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범죄는 행위의 존재를 요건으로 합니다.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범죄의 모든 발생형태에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행위개념은 가능한가, 이러한 행위개념을 존재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 또는 규범적으로 파악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행위론 이라고 합니다.  행위론은 형법적 의미에서 행위와 비행위를 구별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거동을 제외하는 기능(한계기능), 형법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인간의 행위를 통일개념으로 파악하게 하는 기능(분류기능), 행위-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형벌로 이어지는 형법체계를 구성하는  기능(결합기능)을 합니다.

인과적 행위론은 행위를 의사에 의하여 외부세계에 야기된 순수한 인과과정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인과적 행위론에 따르면 행위를 일정한 거동의 유의성으로 보게 되므로, 행위개념에 부작위를 포함시킬 수 없게 되고, 미수행위의 개념결정에 난점을 보이는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목적적 행위론은 행위를 본질적으로 목적활동성의 작용으로 봅니다. 그러나 목적적 행위론은 고의를 설명하는 데 뛰어나지만 과실행위나 부작위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사회적 행위론은 인과적 행위론과 목적적 행위론이 존재론적 방법만으로 행위를 파악하려고 하였다면 여기에 규범적인 방법으로 행위를 규명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도 학자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슈미트의 사회적 행위론, 객관적 사회적 행위론, 주관적 사회적 행위론 등으로 나뉘어 설명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구성요건적 결과에 대한 인식 또는 예견이 불명확한 경우 중 결과의 발생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확실하게 인식한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행위한 경우를 말합니다.

미필적 고의는 인식있는 과실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미필적 고의는 말 그대로 "고의"인 만큼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의 "고의범"으로 처벌되지만, 인식있는 과실을 가지고 범죄의 결과를 발생시킨 사람은 그 구성요건이 "고의범"만 처벌하고 있으면 처벌되지 않고, "과실범"을 처벌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실범으로 처벌되기 때문입니다.

그 구별기준과 관련하여 개연성설, 가능성설, 용인설, 감수설 등이 주장되고 있는데, 감수설에 따르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였을 뿐 아니라 구성요건 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이에 반하여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고 신뢰한 경우가 인식있는 과실이라는 것입니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자기를 심신장애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러한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실행은 책임무능력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결정적 원인이 책임능력상태에서 행위자에 의하여 자유롭게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책임무능력 상태의 행위라도 처벌되고, 형이 감경되지 않게 됩니다.

사실 형법을 공부할 때 위와 같은 개념 하나 하나에 천착하게 되면 수많은 개념에 질식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독일의 형법과 범죄 관련 이론이 수입되면서 체계를 이루었기 때문에 그리고 번역투의 문구는 일반인에게 너무도 생소해서 당연히 "잡스럽"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 위와 같은 개념이 도움이 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어쩌면 위의 이론들은 실무가 또는 학자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개념들이 행위-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형벌이라는 형법의 체계를 이루는 토대가 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잡스러움을 뚫고 형법에 발을 들여놓고 마침내 실무가나 학자가 된 많은 분들을 위한 한마디 변명이었습니다.

참고 :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2008)



2014년 3월 17일 월요일

우회전차량은 보행자신호가 녹색등일때도 진행할 수 있다?

교차로서 우회전 후 직진 차선 진입 차량은 법률신문, 2014. 3. 13.자 기사

운전자의 상식이라고 알려진 지식 중 하나가 "우회전차량은 보행자신호가 녹색등일때 진행해도 신호위반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차량이 우회전하는 경우에는 속도를 많이 내지도 않고, 녹색등이라서 사람이 많이 건너고 있는 경우에는 어차피 진행하려는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회전하는 차량에게 보행신호가 녹색인 경우에도 진행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회전차량이 신호위반이 아니라는 근거는 "직진차선의 정지신호는 직진차량에 대한 신호일 뿐 우회전차량에게는 적용이 없다"는 데에 있었습니다(아래 대법원 판결의 원심 법원이 취한 입장입니다).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지금까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보행신호가 녹색등이라도 인적이 없는 경우, 우회전하는 차량에게 횡단보도를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 교통흐름이 좋아지게 됩니다. 대개 정지신호가 진행신호로 바뀌면 직진차량이 진행하게 되는데, 우회전하는 차량은 직진차선의 신호가 진행신호로 바뀌기 전에 직진차량에 대한 신호가 정지신호일 때에도 바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직진신호에 직진차량과 우회전차량이 얽히는 경우를 줄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4. 2. 27. 선고 2013도16107 판결)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도 보행신호가 녹색인 경우에는 신호위반인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물론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횡단보도가 교차로 직진차로와 진행방향의 우회전차로가 합류하는 곳을 바로 지난 지점에 설치되어 있었고, 횡단보도 앞 노면에는 차로 전체에 정지선이 있는 경우"이므로, 횡단보도 앞 노면에 차로 전체에 정지선이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결론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지 않을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회전차량이 보행신호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사실 위 대법원 판결의 경우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경미한 사안이지만, 위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종전에는 우회전한 차량과 사람이 부딪혀 사고가 나는 경우에도 신호위반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처리됩니다. 즉,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회전한 차량과 사람이 부딪혀 인명사고가 나게 되면 이는 신호위반으로 인한 인명사고이므로 더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그에 구애되지 않고 가해자를 기소하여 처벌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찻주전자 우화와 입증책임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역, 만들어진 신, 김영사(2007)

"우리는 신의 존재 문제가 원칙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그의 존재와 비존재가 동등한 확률을 갖는다는 결론으로 건너뛰는 오류를 흔히 접하게 된다.
그 오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거증책임을 이용하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찻주전자 우화가 그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가 하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찻주전자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단서를 신중하게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장이 반증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억측이라고까지 내가 말한다면 그건 헛소리로 여겨져야 옳다. 하지만 그런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옛 서적에 명확히 나와 있고, 일요일마다 그를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치며, 학교에서도 그를 아이들의 정신에 주입시킨다면, 그 존재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은 괴짜라는 표시가 될 것이고, 이를 의심하는 자는 계몽시대의 정신과의사나 그 이전의 종교 재판관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 만들어진 신, 83면.

민법이나 민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제대로 접하는 것은 처음인 개념 중에 하나가 "입증책임"입니다.  어떠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그 권리를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입증에 실패하게 되면,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증명을 요하는 사실(요증사실)의 존재여부에 대해 증거조사를 거쳤으나 그 사실이 결국은 진위불명인 경우에, 판결시에 그 사실이 존재하는 않는 것으로 취급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객관적) 입증책임이라고 한다. 법규정은 법률요건과 법률효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사실의 존재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결국 일방 당사자는 그에 따른 법률효과마저 부인당하게 되는데, 일방 당사자가 입는 위와 같은 불이익을 (객관적) 입증책임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에서의 거증책임에 대응한다.

쉽게 말하면 법관이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게 판단한다는 말입니다. 간단하게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B가 돈을 갚지 않아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합시다. 그런데 A는 B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내용의 서면 예컨대 "차용증" 같은 증거는 없었습니다. 이때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그로부터 "A가 빌려준 돈을 소정의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권리"가 인정됩니다.

우선 B는 A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고 합시다. 법관으로서는 A가 적어도 B의 예금계좌로 돈이 이체되었다는 등의 증거도 제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A의 주장이 맞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A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법관으로서는 상대방인 B가 부인하는 마당에 객관적 증거 없이 A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소위 진위불명상태이므로 입증책임을 지는 A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됩니다.

이와 달리 B가 A로부터 돈을 빌린 것은 맞는데, 이미 갚았다고 주장한다고 합시다. A의 주장 즉,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은 B가 인정하였으므로 증거가 없더라도 이것은 소위 "다툼없는 사실"로 정리됩니다. 다만, B가 갚았다는 주장은 "항변"으로서 B에게 "자신이 이미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B가 A에게 돈을 갚은 때 받은 "영수증"과 같은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여 법관이 진위불명에 빠지게 되면, 입증책임을 지는 B에게 불리하게 B가 A에게 빌린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결론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입증책임은 소송에서는 대부분 법규정에서 법률요건을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모든 사항에 대하여 당연히 칼로 무자르듯 입증책임이 완벽히 분배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컨대, 환경소송이나 공해소송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입증책임 부담원칙에 의한다면 환경오염이나 공해의 존재사실, 피해자의 손해(건강의 악화 내지 재산의 손실), 환경오염이나 공해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는 사항인데, 인과관계의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게 되면 거의 항상 원고에게 불리하므로, 예외적으로 입증책임의 증명정도가 완화되거나, 원인제공자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의 존재증명에 대해서는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에 대하여 입증책임이 있는 것인지,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의 부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것인지와 관련하여 리처드도킨스는 당연히 유신론자에게 입증책임이 있고, 유신론자가 신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유신론자의 주장은 중국식 찻주전자가 존재한다는 주장과 같은 수준의 주장임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식 찻주전자와 달리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믿고 있고, 오래된 경전이 있고, 일요일마다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쳐지고 있다는 다른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문제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를 판단할 법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의 존재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의미의 입증책임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믿음"으로 합리화하고, 자신과 달리 이를 믿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적의를 드러내는 태도에 대한 저자의 거부감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신념을 (그것이 종교이든 이념이든 취향이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신념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이념적 동지"보다는 기본적인 예의 갖추고 있는 "이념적 반대자"에게 호감이 가는 요즘입니다.

2014년 3월 15일 토요일

스크린 골프장은 연습장인가 게임장인가


스크린 골프장은 연습장으로 봐야 법률신문 2014. 3. 10.자

사실 이 문제는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에게나 중요한 것이고, 실제로 일반인이 스크린 골프장을 연습장으로 보아야 하는지, 게임장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를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규제의 측면에서 스크린 골프장은 골프연습장이라는 것이 위 기사에 난 판결의 결론일 뿐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원고가 건물을 임대하여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구시 북구청장은 스크린골프장이 운영되는 건물의 용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8.과 2012.경 원고에게 각각 천여만원, 3,600여만원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합니다. 원고는 건축물의 용도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해당 건물의 용도를 제1종근린생활시설(소매점)에서 제2종근린생활시설[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시설(스크린골프게임장)으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냅니다. 그리고 북구청은 스크린골프게임장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시설이 아니라 건축법시행령에 따른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 골프연습장이고, 위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구역이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골프연습장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는 이유로 변경신청의 수리를 불허합니다. 이에 원고가 스크린골프장은 (골프연습장이 아니라) 게임장이라고 주장하며 북구청을 상대로 건축물표시변경 수리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고의 승소가능성은 크지 않았는데, 원고가 건축물표시변경 신청을 낸 이유는 원고가 임차하고 있는 건물 자체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골프연습장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 없는 건물이어서, 그러한 건물에서 스크린 골프장 영업을 하기 위해서(용도 불일치로 인해 이행강제금을 더이상 물지 않기 위해서) 건물의 용도를 골프연습장이 아니라 게임장으로 변경하는 편법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스크린 골프장이 게임장이 아니라 골프연습장이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합니다.

"골프연습장과 게임시설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은 실제로 타석을 갖추고 골프채로 타격을 하는지, 타구의 원리를 응용한 연습이 이뤄지는지 여부인데 스크린골프는 실제 골프채를 사용해 타석에서 골프공을 타격하고, 다만 공의 이동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가상현실 속에서 이뤄질 뿐"... "스크린 골프가 영상 자체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운동효과 등이 뒤따르는 게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구지방법원 2014. 2. 7. 선고 2013구합10900 판결)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수사 잘 받는 방법

몇년 전 금태섭 검사란 분이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잘 받는 방법"이라는 칼럼을 쓰기로 하고 첫회분이 게재되었었는데 검찰조직 내부에서부터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칼럼 연재를 정지하기로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그분은 검사직을 그만 두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시죠. 책도 몇권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그 신문 칼럼 자체가 논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칼럼 자체를 본 적이 없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크게 두가지 내용이네요.
1) 본인이 유리하게 (꾸며내려고) 주장하지 말라. 2) 변호인에게 맡겨라.

이후에 10번에 걸쳐 자세한 내용을 쓰려고 하셨는데 못 썼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위의 한편의 칼럼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현직 검사가 글을 쓴 것 때문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이지 그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 뿐 "계좌추적을 피하는 법,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는 법,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체포를 피하는 방법과 같은 것은 여기에 소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니 오해의 소지도 별로 없을 것이었겠구요.

문제가 있었다면 저는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 수사를 하는 검사가 말해주는 노하우라면 금태섭 전 검사님의 의도가 무고한 피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유고(有辜)한 피의자들의 수사가 어렵게 되는 것도 당연히 예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에 대해 보충하자면 "수사받을 당시 자신의 입장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자신이 말한 것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조서에 지장을 찍으시라"는 것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나오듯이 감금되어서 고문을 받은 후에 작성되거나 변호인과 자유롭게 접견하지 못하거나 변호인의 정당한 참여가 배제되거나, 조사의 내용에 비추어 합리적인 조사기간을 넘어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등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를 줄여 "특신상태"라고 합니다)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아닌 한, 본인이 지장을 찍고 나온 경찰이나 검찰에서의 수사결과와 다른 주장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나중에 자신이 이야기한 것과 달리 조서가 작성되어 있다고 항변해도 일단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내용(그것도 자기가 이야기한 내용)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위약금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돈을 "위약금"이라고 합니다. 위약금에 대해서 우리 민법은 그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배상적 기능을 위약벌은 제재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 구별기준이 명확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예정인 위약금에 대해서는 판사가 그 재량으로 감액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위약벌의 경우에는 판사의 재량감액이 불가능하다는 차이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차이점이 발생하므로 그 성질을 정하는 것은 실제 소송에서도 종종 중요한 쟁점이 되곤 합니다.


위약금의 성질과 관련하여 우리 판례는 이를 엄밀히 구별해서 판단해 오고 있었는데, 최근(2013년이긴 합니다만) 위약금을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 것으로 보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12032 판결이 "다수의 전기수용가와 사이에 체결되는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에,계약종별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지만,그와 별도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위 약관에 의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위약금약정은 배상적 기능과 제재적 기능을 함께 가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엄밀하게 구분하여 이분법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 김재형,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평석 : 민법 (하)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상속관련 팁

특별히 부모님의 재산이 많지 않으시면 상속과 상속세 관련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상속을 받았는데 부채를 떠안지 않는 것을 유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할지 여부입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은 피상속인(고인)의 재산에 대하여 1)단순승인, 2)상속포기, 3)한정승인 중 하나의 행위를 하여야 합니다.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단순승인은 피상속인의 자산과 부채를 그대로 상속합니다. 피상속인이 빚이 많다면 빚도 고스란히 상속하는 것입니다.

상속포기는 말그대로 자산이든 부채든 모두 상속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속포기를 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속인이 여러명인 경우 일부만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나머지 상속인이 그 상속인의 상속재산을 그 상속지분에 따라 나눠갖게 되고, 동순위의 상속인이 없으면 다음순위의 상속인이 상속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아이가 있는 단독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다음순위 상속인인 손자들이 상속을 받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상속포기로 인한 위와 같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피상속인의 부채가 많은 경우 또는 피상속인의 상속채무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정승인은 자신이 받은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상속채무를 변제할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상속재산의 규모가 상당한 경우에는 사전증여, 부담부증여, 연대납부의무활용 등을 통하여 상속세 부담을 절감하는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좋고, 10년 정도 전부터 이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간단한 상속 증여세 관련 지식은 다음 책에서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삼성생명  FB센터, 알기쉽게 풀어보는 상속과 증여, 새로운 제안(2010)



2014년 3월 11일 화요일

파워 트위터리언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다보면 "트위터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것이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상 트위터를 하는 분을 주위에서 찾아보면 손에 꼽을 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트위터와 트위터에서 이슈를 일으키는 "파워트위터리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트위터(트위터 홈페이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에서 시작된 "미니 블로깅 서비스"입니다. 즉, 블로그를 축소시키면서 하나의 포스팅에 담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되는 대신 공유, 확산기능이 훨씬 보강된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트위터의 개별 포스팅을 "트윗"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지저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일상에서 생각나는 사건, 사고, 생각, 잡담 등을 짧게 짧게 지저귀듯 올려서 다른 사람이 보게 만드는 것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서 쓸 때에는 트위터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을 때 트위터는 가장 빠른 사건의 보고자로서, 소위 "폭풍알티"로 소식을 파급시키는 데 어떠한 매체보다 적합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사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또 주요한 명사들이 트위터에 글을 남길 때 이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10대에게도 이를 사용케 하는 유인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트위터의 짧은 글들에서 자신만의 "촌철살인" 멘트를 날림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트윗을 구독하게 만드는 트위터리언(또는 트위터러)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들은 트위터를 사용하기 이전에서 셀리브리티였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트위터를 함으로써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트위터의 사용방식을 설명하자면, 일단 트위터에 가입하면 트위터는 자신의 계정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계정에서 140자 한도 내의 트윗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정만 만든 상태에서는 그 트윗을 아무도 보지 못합니다(물론 인터넷에서 트윗의 내용이나 계정을 검색하여 팔로워가 아무도 없는 사람의 트윗을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것은 트위터가 "마이크로 블로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올린 트윗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follow)"한 팔로워(follower, 즉 나의 계정을 구독하는 사람들)들 뿐입니다.


 팔로우는 "구독"이라는 개념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떠한 계정을 팔로우하면, 팔로우한 이후에 그 계정의 트윗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팔로우한 계정이 늘어나면 그 계정들의 트윗들이 자신의 트위터의 화면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그래서 트위터의 이 화면을 "타임라인(timeline)"이라고 부릅니다.


타임라인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 이 글을 자신의 팔로워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기능이 "리트윗(Retweet)"입니다. 줄여서 "RT(알티)"라고도 합니다. 즉, 내 계정은 A계정의 팔로워이고, B 계정은 내 계정의 팔로워일 뿐 A계정의 팔로워가 아닌 상태라도 내 계정이 A계정의 트윗을 리트윗하게 되면, B계정은 A계정의 팔로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계정을 매개로 하여 A계정의 트윗을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내가 리트윗하였다는 사항도 알 수 있습니다).


트윗은 짧은 글이므로 트위터상의 계정에게 말을 거는 용도로도 사용되는데 계정 이름 앞에 @을 붙여서 트윗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타임라인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멘션(mention)"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트위터에서 고종석 선생님께 말을 걸고 싶다면 @kohjongsok 을 넣어서 트윗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멘션은 기본적으로 트윗이므로 공개될 수 있고, 공개되지 않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면 "쪽지(direct message)"를 사용하면 됩니다.


트위터를 시작하게 되면 트위터는 추천계정을 알려주고 팔로우할 것을 권합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들을 계속해서 팔로우를 하다보면 자신의 타임라인이 어느덧 좋은 글이나 소식으로 풍성해질 것입니다. 트위터는 자신이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계속 물어다주기 때문에 팔로워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언팔(unfollow)"하면 됩니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은 조심스러운 것이 트위터는 "글"이긴 하지만 "말"에 가까운데, 말이 일단 입에서 떠나면 남지 않는 반면 트위터는 글의 형식으로 인터넷에 남아 있으므로 "설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님이 트윗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것(정태영 사장님 트위터하지 마세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말로 했다면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일들이 트위터에서는 더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나 셀리브리티가 아니시면 굳이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트윗의 장점은 사진, 웹사이트 등을 링크하거나 트윗에 첨부하여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링크된 정보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트위터를 처음 접한지 3-4년 되는 제가 트위터에 입문하는 분들께 제가 추천하는 파워트위터리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분들은 트윗을 자주 하셔서 타임라인은 흘러가면 안보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놔두시는게 속편합니다. 팔로워가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 타임라인을 모두 읽는 것은 불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소설가 고종석
보수의 아이콘 낙퍼
조선일보 기자출신의 임정욱 
앱개발자 우성섭
역사대하트윗 전문 바베르크
진보적 IT 업계 종사자 그남자
정유업체 회사원 라이언송
마녀사냥으로 더 유명해진 글쓰는 허지웅
가슴을 유달리 좋아하시는 카라챠(성인에게만 추천합니다)


트윗을 사용하는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신문읽듯이 읽기만 하고, 자신의 이야기는 쓰지 않는 형식으로 사용하는 사람, 드라마보다가 웃기는 장면 나오면 트윗하는 사람(접니다 ㅎㅎ), 회사나 정부기관의 홍보를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 연예인에 대한 소식을 알기 위해 트위터를 보는 사람, 외국사람과 교류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지요. 최소한의 예의만 지킨다면 신속한 정보전달, 다양한 지식습득, 유명한 사람들과의 쉬운 교류 등 정말 장점이 많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에서 웹툰만 보기에 질렸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2014년 3월 10일 월요일

First Mover 와 Fast Follower

흔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전략을 First Mover 전략이라 하고, 삼성의 전략을 Fast Follower 전략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이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팔아 수익을 얻는 것을 전략으로 한다면, 삼성은 애플이 닦아 놓은 검증된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시장 선두의 제품의 퀄리티를 빨리 따라잡고 특유의 물량공세를 통하여 (1위를 제외한) 경쟁자를 제압하고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전략으로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도입될 당시 애플이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앱마켓이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할 때, 삼성은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에도 뒤쳐지는 후발사업자였습니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만든 "옴니아"는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 "옴레기"로 악명을 떨치며 사라져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숱한 삽질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시장에서 애플의 초반 우세를 뒤집은 IBM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손잡은 삼성의 행보는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4-5년간 삼성은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를 저멀리 앞서서 애플의 뒤를 바짝 쫒는 경쟁자라고 부를 만한 단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삼성은 과연 어떻게 애플을 급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자력으로 근대화하여 서양문물을 수입한 것이 아닙니다. 쇄국정책이 끝나서 서양문물을 수입할 무렵 일제강점기가 도래하였고, 일본을 통해서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하는 것이 서양문물 수입과정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양문물을 바로 우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글이나 한국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어"만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면 일본이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 번역해 놓은 수많은 서양문물을 단시간 내에 흡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Fast Follower의 유전자를 새기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굳이 세계 각국을 따라잡을 필요 없이 일본을 바짝 뒤쫒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지식수준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이런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떠한 법적 쟁점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고 하면 "일본 판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을 의용하다가 해방 이후 "전세권"과 같이 우리나라에 특유한 제도를 추가하고, 부동산등기를 물권 성립의 "대항요건"에서 "성립요건"으로 바꾸는 등의 사항을 반영하여 변경되었을 뿐 일본 민법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일본에서 우리나라보다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법률이론과 판례들은 그와 유사한 법률규정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가 무척 쉬웠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옳다고 하는 결론을 빠르게 답습하는 능력은 출중하지만, 무엇을 궁리하여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약간 부족한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판례의 집적도도 높아져서 더이상 우리나라에는 그에 관한 판례가 없는데 일본 판례는 있는 상황은 많이 없어져서 비교법적인 관점이 아닌 논문에서 일본 판례를 인용하는 것은 서서히 부자연스러워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법제 또한 그 자신의 고유한 법제도가 아니라 독일법이나 프랑스법을 계수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을 통하지 않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법서를 직접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한국법과 비교하는 경우도 꽤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가 좁아져가고 있고, 통상문제 등을 통하여 법제도 자체가 다른 미국법도 우리 법제도나 판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모두 한국인이나 삼성을 더 이상 "Fast Follower"에 머물러있을 것이 아니라 "First Mover"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2014년 3월 9일 일요일

영화잡지 씨네21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 등하교 내지 출퇴근을 하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포츠신문이나 영화잡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블럭버스터 개봉소식을 예고편보다 먼저 알 수 있는 곳은 영화잡지 뿐이었고, 지면의 반 이상이 프랑스의 휴양도시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소식으로 가득차 있어 속으로 "이게 뭐야" 하면서도 정훈이 만화같은 쏠쏠한 재미는 씨네21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그러다 영화체인이 들어오고 서울 영화관이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의 삼강구도에서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의 삼강구도로 이행되기 시작할 무렵 씨네21에게  "무비위크"라는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무비위크는 3,000원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스포츠신문 2개 값인 1,000원의 가격은 더없이 매력적이었을 뿐 아니라, 기사의 톤이 딱 스포츠신문과 씨네21의 중간 정도를 줄타기하는, 게다가 막간에 들어가는 한마디한마디에 B급이지만 무릎을 치게하는 촌철살인이 흘러넘치는 잡지였습니다(그 중간에 필름2.0이라는 잡지도 있었지만 무비위크와 씨네21 사이를 줄타는 감성은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무비위크도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차례 편집장과 주인이 바뀐 후 폐간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중앙일보 내부의 분과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허지웅씨의 분석대로 현재는 씨네21 이 근근히 영화잡지 시장에서 살아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영화잡지의 멸종). 

지하철에서의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바뀐다음에도 한참동안 무비위크의 애독자였던 저도 무비위크의 폐간 이후에는 영화잡지에 별달리 눈을 돌리지 않다가, 오늘 결혼식을 다녀오던 길에 스마트폰의 밧데리가 떨어져 손에 무엇이라도 집을 것이 필요했고 결국 "씨네21"을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놀랐던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광고의 내용이었습니다. 한때 영화광고를 제외하고는 담배, 술, 화장품 광고가 많았던 그 지면들은 책광고, 경향신문, 한계레의 광고로 채워져 있었고,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골프채 광고까지 있었습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골프채 메이커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메이커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골프채 시장을 리드하는 메이커들은 "나이키", "브리지스톤", "던롭",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미즈노",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정도인데, 이번 씨네21에 난 광고는 그 그룹에 들지 못하는 "야마하"였거든요. 씨네21쪽으로 기업광고 등은 거의 끊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영화잡지의 존재가 당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예술로서 소비하였던 1990년대의 젊은이들이 중장년이 되면서 그저 늙어버리고, 젊은이들은 더이상 유입되지 않는 결과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비위크의 발랄함이 불현듯 그리워집니다.


2014년 3월 8일 토요일

미식가 블로거 팻투바하


요즈음 카메라 들고 맛집에 찾아다니는 블로거들의 횡포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식점에 가서 파워블로거 라면서 할인이나 무료제공을 요구하거나, 마트에 가서 직원 실수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여 결국 마트 직원이 그만 두게 만드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블로그 방문자수를 권력으로 생각하는 파워블로거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파워블로거 횡포에 10년 직장 떠나야 하는 현실 세계일보 2014. 2. 27.자). 얼마 전에는 블로그 운영자가 공동구매를 하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 형사처벌 받는 일도 있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문제가 있는 파워블로거들이 있긴 하지만, 블로거들의 입소문이 음식점이나 상점 선택에 하나의 참고자료가 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학교 졸업 때까지만 해도 "음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면 족한 것이었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분위기도 그런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0년대에만 해도 TV에 음식프로그램이라고는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방송사마다 꼭 하나씩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TV에는 맛집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는 것이 알려지고, 우리나라에도 하나 둘 맛집소개 프로그램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수많은 미식가들이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대학졸업 후에 음주를 즐기시는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따라다니다가 음주 후에는 해장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드시는 교수님의 취향에 따라 슬슬 "맛있는 음식 찾아다니기"에 입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맛집을 정말 많이 알고 계신 연수원 동기 형님을 따라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꽤나 경험해 본 축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 형님을 따라다니면서 미식가 블로거 중 최고봉 이라고 할 사람을 알게(물론 개인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블로그에 방문하는게 전부이지만 말입니다) 되었습니다. 2006-7년 정도에 블로그를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활발히 포스팅을 하고 있는 파워블로거이니 알만한 분은 대부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미 중앙일보에 이 블로거의 신상이 일부 밝혀져 있네요 이동통신업계에 몸담고 있는 식도락가 김범수). 바로 블로거 "팻투바하"입니다. 이 분의 블로그 를 방문해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음식점부터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미슐랭가이드 투스타 내지 쓰리스타 맛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포스팅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그림의 떡인 음식점이 대부분인데, 가끔 소박한 동네 맛집이나 계절별 별미를 하는 숨은 맛집도 포스팅을 하니 잘 보고 있다가 따라 가보면 거의 실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상관없다. 우리나라에서 (일식을, 프랑스요리를, 스테이크를 등등) 제일 잘 하는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정말 좋은 가이드가 되는 블로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식도락 라이프에 참고하시길.


2014년 3월 7일 금요일

항소, 상고, 상소, 항고

일반인과 법조인을 구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항소, 상고, 상소, 항고"라는 용어의 차이를 알고 이를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할 수 있다면 법조인이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항상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한글자씩만 틀리는 저 용어를 구별하여 생각할 일반인은 "법조기자" 정도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저 용어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나 고등학교 "법과 사회" 과목에 필수적으로 소개되고 아마 시험도 보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이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가 아닌가 합니다.



일단 저 네가지 용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법원(또는 법관)의 판단에는 "판결", "결정", "명령"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일단 판결과 결정은 법원이 내리는 판단이고, 명령은 법관(재판장, 수명법관, 수탁판사 등)이 내리는 판단입니다. 이 중에서 판결은 법원이 신중한 절차를 거쳐서 내리는 최종적인 판단이지만 결정과 명령은 판결을 내리기 위하여 절차상 당사자들에게 내리는 판단입니다. 예컨대,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단을 법원에게 구하면 법원은 최종적으로 "판결"이라는 형식으로 그에 답하는 것이고, 재판과정에서 당사자의 신청사항에 대하여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등의 절차적 판단은 "결정"의 형식으로 답하는 것입니다. 다만, 법원 자체가 아니라 재판장이나 수명법관 수탁판사 등이 소송지휘상의 처치 내지 부수적 사항의 해결을 위하여 내리는 판단은 "명령"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법원의 신중한 사항에 대한 판단인 "판결"에 대한 불복을 항소, 상고, 상소 라고 하고, 법원이나 법관의 비교적 경미한 사항에 대한 판단인 "결정"과 "명령"에 대한 불복을 항고, 재항고 라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1심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복은 항소이고, 2심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복은 상고라고 하며, 항소와 상고를 합하여 부를 때 이를 상소라고 합니다. 따라서 항소심법원은 1심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을 다루는 2심법원을 의미하며, 상고심법원은 2심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을 다루는 대법원인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의 결정, 명령에 대한 불복은 항고이고, 항고심법원과 고등법원의 명령, 결정에 대한 불복은 재항고 라고 합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판결에 대한 불복을 나타내는 "항소, 상고, 상소" 정도만 명확히 구별할 수 있어도 신문 등을 보는 데에는 거의 전혀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참고: 명칭이 명령인데도 법관의 판단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인 경우가 있습니다. 압류명령, 추심명령, 가압류명령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심리불속행 제도




우리나라는 3심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에 판결을 구하는 사람은 적어도 3번의 재판이 보장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3번의 재판을 처음부터 새로 하듯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1심 판결이 정당하여 2, 3심이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면 2, 3심에 드는 비용(당사자가 부담하는 소송비용에도 불구하고)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제도 중 하나가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제도 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3명씩 4개의 부를 구성하여 심리를 합니다(예외적으로 판례변경 이 필요한 경우 등에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합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올라오는 모든 상고사건입니다. 그리하여 소송을 제기할 때 붙이는 인지대보다 1심 판결에 항소할 때 붙이는 인지대가 비싸고, 1심 판결에 항소할 때 붙이는 인지대보다 2심 판결에 상고할 때 붙이는 인지대가 더 비쌉니다. "상급심에 판단을 구하려면 돈을 더 많이 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기질상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경제적 이해득실도 따지지만 "최고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상고사건이 폭주한다고 할 수 있고, 그 심리를 하는 대법관,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모든 상고사건을 면밀히 심리하지 않고, 상고사건들 중 대법원이 면밀히 심리해야 할 사건과 심리하지 않을 사건을 나눠서 후자의 경우에는 심리불속행하겠다는 취지로 상고기각의 판결을 합니다. 이것을 소위 "심리불속행 기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불속행 제도의 취지를 알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매우 난감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명 한명의 의뢰인에게 각 사건은 자신의 재산이 달린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에는 사실상 판결의 이유가 없습니다. 변호사에게는 "대법원에서는 우리와 달리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의뢰인에게 이야기해줄 거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고사건을 많이 해본 의뢰인은 굳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한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함부로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 3월 5일 수요일

소설가 고종석


제가 어렸을 때 아버님께서는 "한국일보"를 보셨습니다. 처음 신문을 보게 되었을 때 꼭 찾아보았던 것은 방송편성표에서 오후 5:30에 어떤 만화가 하는지였고, 그 다음에는 일요일 오전 8:00에 어떤 만화가 하는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이했던 것은 신문 1면에 있는 기사는 왠지 재미가 없었고, 중간에 경제 관련된 내용도 왜 있는 건지 몰랐지만, 맨 마지막 2-4면을 장식하던 사회면은 제가 거의 매일 즐겨 보던 내용이었습니다. 사회면은 대부분 "어디에 도둑이 들었다", "자식이 부모를 때리는 패륜을 저질렀다", "연예인 누구가 마약을 했다더라"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내용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때를 거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사회"였던 것은 신문 사회면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아버지께 왜 "조선일보"나 "한겨레"가 아닌 한국일보를 구독하셨느냐고 여쭤 보았는데 아버지께서는 두 신문은 보수와 진보를 거의 대변하는 극단적인 논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도적 성향의 신문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한국일보를 구독하게 된 우리 집에서 신문을 접하게 된 저는 한국일보 기자이자 논설위원이었던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꽤나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기자나 논설위원의 이름을 굳이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제가 기억한 데에는 제 성이 "고"이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클 것입니다. 물론 제가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미 "고종석"은 명사 내지 셀리브리티 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고씨 중에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큰 사람은 바로 "고종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직 명사의 반열에 들어서기 전 상태인 한국일보 기자이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던 "고종석"은 일반적인 기자와 달리 "저술"을 하기 시작합니다.

"고종석"의 저술활동에서 특이했던 점은 "소설"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던 것인데, 최근에는 지금까지 발표하였던 단편들을 묶어서 "플루트의 골짜기"라는 소설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소설들의 내용은 유년시절 전주에 갔었던 자신의 경험, 파리에 체류하였던 자신의 경험 등이 묻어나 있어서 반은 소설이고 반은 실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그 가운데서 인생의 아름다움, 덧없음, 인생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작가 고종석의 첫 소설집인 "제망매"부터 사보았는데, 처음 접했을 때보다 "플루트의 골짜기"로 1994년부터 2008년까지의 작품을 한번에 모아놓은 소설집을 읽을 때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20대에 읽는 것과 30대에 읽는 것은 느낌을 또 다르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부터 "고종석"은 트위터를 활용하는 몇 안되는 문인 중 하나로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절필"을 하였다고 하시면서 트위터로 매일 자신의 일상을 세상사에 대한 커멘트를 날리고 있습니다(고종석 트위터 계정). 그 이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블로그의 형태로 기록해 놓았던 것 같습니다(고종석 블로그).

얼마 전에 친한 지인께서 소개를 해주셔서 "고종석"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담배를 매우 좋아하시고 소탈하시며, 기자 출신 답게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하고 계신 것(거의 1년전 쯤에 제 학력 등을 간단히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루트의 골짜기 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 부분입니다. 덧붙여 이걸 읽고 기 파랑 이라는 프랑스 언어학자가 있었는지, 이름이 기 파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빨려들어갔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옳은 것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옳지 않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스페인에서 알았다. 그것이 권력이든 도덕률이든 신앙이든 이념이든 국가든, 커다란 것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인간을 얼마나 왜소하게 하는가?" - 고종석, 플루트의 골짜기(찬 기 파랑), 300면.


2014년 3월 4일 화요일

방송인 강용석



이제 강용석씨는 변호사나 전 국회의원이라기보다는 방송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듯 합니다. 끊임없이 이슈를 재생산해 내면서 그 이슈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나는 능력은 매우 탁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실수를 자주 하지만 그 직업에 걸맞게 "고소"라는 무기를 잘 사용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명백한 실수에 대해서는 바로 사과하는 등 결단력 있는 행보도 그에 한몫한 것 아닌가 합니다.

이번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의 이혼상담 이야기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강용석, 전두환가 비화 폭로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방송내용에 따르면 강용석 변호사는 "10년도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전재용씨가 박상아씨와 사귀면서 아내와 이혼하려고 자신으로부터 상담을 받았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고 수임료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방송에서 밝혀도 된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방송 전에 전재용씨 측으로부터 미리 양해를 구하였다거나 하는 조치를 취하여 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발언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다루는 자들은 고객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집니다.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와 같이 규정되어 있고, 형법 제317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처리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으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면하게 할 사유(대표적으로 비밀유지의무가 면제되는 사유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을 발견한 의사에게 신고의무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는 되지 않기 때문에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이었던 전재용씨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현재까지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료를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는 것 같으나, 고객으로부터 수임료를 수령하였는지 여부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유무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형법상 업무상비밀누설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인 전재용씨가 고소를 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고객의 비밀누설을 문제 삼는다면 전재용씨의 문제제기가 없더라도 징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련히 잘 대응하시겠습니다만, 방송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면 "설화"를 입게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4년 3월 3일 월요일

드레스코드

드레스코드란 특정행사에서 요구되는 복장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예컨대 파티를 열면서 파티의 드레스코드를 "가면"으로 정하거나, 어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비지니스 정장" 이상을 요구하는 등이 좋은 예입니다. 특정한 행사나 장소가 아니라 일정한 단체는 그 단체의 품위를 위해서 소속 구성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법조인"이 아닐까 합니다.


법조인들 특히 법정에 출입해야 하는 법조인들에게는 격식을 갖춘 복장이 요구됩니다. 법정에 출석하는 판사나 검사는 겉에 "법복"이라고 하는 것을 입어야 합니다. 영국 영화(어바웃 타임(2013))를 보면 법정출석 변호사도 법복을 입고 심지어 가발까지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에게는 "정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사나 검사의 경우에도 평상시에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옷차림은 "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정장과 정장과 아닌 옷의 경계가 약간 애매한 측면이 있는데  화려한 장식과 색깔이 아닌 블라우스와 재킷과 무채색의 치마나 바지 정도를 정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로워지는 추세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판검사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데, 관공서는 여름에 에어컨을 자유로이 틀지 못하는(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특성상 남자의 여름 정장은 와이셔츠와 정장재킷이 아니라 반팔 와이셔츠가 허용되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약 10년전 정도)에는 비공식적으로 신규임용 판검사에게 요구되는 옷차림과 구두(검정색 또는 갈색으로 하되 꼭 끈이 달린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기억나네요)까지 꼼꼼히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원에 출입하는 변호사("송무 변호사"라고도 합니다)와 법원에 출입하지 않는 변호사의 드레스코드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송무 변호사의 경우에는 판검사님들의 드레스코드에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반팔 와이셔츠를 입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에 출입하지 않는 변호사(기업 등에 자문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한다고 하여 "자문변호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의 경우에는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반팔 와이셔츠가 아닌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되는 편입니다(물론 여자 변호사의 경우에는 반팔 블라우스라고 해도 문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였던 로펌에는 정식으로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는 회사 내부에서도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하여야 하고(반팔 와이셔츠는 허용되지 않음), 자신의 사무실 내가 아니면 슬리퍼 등 편한 신발의 착용은 지양하여야 한다는 묵시적 가이드라인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외국 로펌의 경우에는 색깔 있는 와이셔츠도 입지 않는 경향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소위 "쿨비즈"라고 해서 엄격한 정장이 아닌 차림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권장되는 분위기에 묵시적 가이드라인은 엄격히 지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도 연차가 올라가면서 슬쩍 "회의"나 "출장"같이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아니면 넥타이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에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님으로부터, 자신의 동기 변호사 중에 굉장히 특이한 변호사님이 있다고 하면서 법정출석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무실에서는 "점퍼와 추리닝"과 같이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 "정장"이라는 드레스코드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의견은 그러한 드레스코드가 필요하고, 법조인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업은 의뢰인에게 법적인 조력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입니다. 의뢰인에게 보이는 변호사의 모습은 변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옷차림이라는 것이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신경써서 의뢰인에게 보여야 합니다. 또한 변호사는 업무수행의 주요한 부분이 법정이나 상대방에게 의뢰인을 대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의 복장은 법정이나 협상에서 의뢰인의 인상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평소(적어도 근무시간에는) 자신의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사치스럽게 보이지 않는 한도에서 좋은 양복과 구두를 골라서 입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드레스코드가 가장 엄격한 집단은 로펌의 자문변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업변호사가 된 지금도 굳이 "쿨비즈"에 동참하여 간이한 복장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만 사무실에서 가디건을 걸치고 있을 때 상담을 하게 되면 굳이 다시 정장 윗도리를 찾아 입지는 않는 유도리는 발휘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2일 일요일

[책소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Atul Gawande, Complications, 2002
아툴 가완디, 김미화 역,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동녘 사이언스(2003)

다분히 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떠올리게 하는 작명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보스턴에서 외과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SlateNew Yorker 등에 의학 관련 에세이를 쓰는 아툴 가완디라는 의사의 Complications 라는 책의 번역본입니다. 2003년 초판이 나왔는데 제가 본 것이 2012년 12월 5일자 초판 19쇄를 찍었으니 번역된지도 10년이 넘은 책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의학분야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훈련되는지, 실수는 사람이 하는 일에 필연적일 수 밖에 없고 의사들에게도 일어나지만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의사가 다루는 불확실성이나 회색지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그것과 어떻게 싸워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 직업인지 절절히 느끼게 해줍니다.

이 책에도 법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다음은 의료소송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의료소송에서 보다 뿌리깊은 문제는 과실을 죄악시함으로써 의사들이 과실을 인정하고 공공연하게 논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법시스템은 환자와 의사를 적대시키고, 서로 몰아붙여 사건을 심하게 왜곡시킨다. 일이 잘못될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정직하게 얘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병원측 변호사들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환자들에게 이야기해야 하지만 과책사유가 의사 쪽에 있다는 암시는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한 '자백'은 의사의 윤리성에 대해 흑백논리로 밀어붙이는 법정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사들은 기껏해야 이렇게 말하고 만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정말 유감입니다."" - 81면.

이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은 며칠 전 우리 사무실 변호사님께서 항소심 형사변호를 맡았던 사건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변호사님이 받은 편지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은 피해자측의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할 증거를 찾아 변론하신 변호사님이 징역 7년의 1심 판결 판단의 전제를 흔들었다고 생각하여 무죄를 기대한 사건인데, 항소심은 탄핵당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다는 이유로 1심판결과 다를 바 없는 징역 6년을 선고한 건이었습니다(겨우 1년?, 자세한 사항은 의심가는 피해자 참조). 이 사건의 선고결과에 낙담하신 변호사님은 피고인에게 "(자신은 피고인이 무죄라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일원으로서 비록 대표권은 없지만 이를 대신하여) 미안하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후 피고인이 상고하였는데, 피고인의 어머니는 변호사님께 피고인의 형사재판에 변호사비용을 댈 수가 없다고 하여 변호사님은 상고심에는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고, 상고심에서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던 모양입니다.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을 접견하고 나서는 항소심에서 (사선으로) 열정적으로 자신을 변호해 주었던 변호사님께 편지를 썼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습니다. 요지는 "항소심 판결이 잘못나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왜 상고심에서 나의 변호를 맡지 않느냐, 서운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변호사님께 그랬습니다. 왜 미안하다고 하셨냐고. 그냥 "유감이다" 한마디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평소에 흔한 속담을 비틀어서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을 종종 하시던 선배 변호사님도 생각났지 말입니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비록 환자들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사들끼리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한군데 있는데 '유병 및 사망사례 회의(Morbidity and Mortality Conference)' 또는 'M&M 콘퍼런스'라고 하는 것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수련 병원에서 대개 매주 한번 씩은 열린다. 이 제도가 존속될 수 있는 것은 빈번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법적 개시(legal discovery) 요구로부터 회의록을 보호하는 법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  - 81면

이 부분은 전 직장에 있을 때 금요일 저녁에 "Deal Anatomy" 같은 제목으로 큰 규모의 M&A 거래가 끝난 다음에 담당 변호사가 그 거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했는지, 어떠한 계약서가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인허가가 필요했는지, 고객의 요구와 상대방과의 협상은 어떠했는지 등을 설명하는 모임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성공한 거래에 관한 것이었지만 성공한 거래에서도 부족한 부분, 실수한 부분은 항상 있었고 그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앞으로 실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에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성공한 조직에서는 실무에서 얻은 지식을 조직에게 전파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의료계는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의사가 맞딱뜨리게 되는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현대의학이 정말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어느 부분은 밝혀지지 않거나 연구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경험에서 오는 직감을 통해서 진단을 내릴 때의 의사의 희열을 행간에서 읽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