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책 소개] 로펌 스캐든


로펌 스캐든, 링컨 캐플런, 황남석 역, 삼우반(2011)

최근 초대형 글로벌 로펌인 스캐든 압스가 국내에 상륙한다는 기사가 법률신문에 실렸습니다.
(초대형 글로벌 로펌 '스캐든 압스' 국내 상륙, 법률신문 2014. 3. 24.자 기사)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 로펌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네요. 스캐든 압스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서 2011년에 "로펌 스캐든"이라는 책이 번역되었는데 1993년판입니다. 2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스캐든 압스는 적어도 인수합병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로펌이라는 체제를 미국에서 수입한 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로펌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발전해 왔는지는 현재 대형 로펌들의 운영방식에도 많이 도입되어 있고, 도입하려고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로펌들에 대해서도 기자분이 비슷한 책을 낸 적이 있었지만 여러 로펌의 설립 관련 비화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었고, 부동의 1위 법률회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해서 비판적인 내용의 책이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로펌들의 순위는 대체로 규모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한경매거진에서 기업법무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기초로 순위를 매겨서 발표하는데(대한민국 로펌랭킹 종합순위, 한국경제매거진, 2013년 12월 기사), 이 순위는 직접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는 당사자들이 매기는 순위인 만큼 꽤 믿을 만 합니다. 다만, 이 순위는 평가항목이 기업법무 부분에 몰려 있어서 전통적으로 송무가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화우"나 "바른" 같은 로펌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율촌"이 규모면에서는 6위권의 로펌인데, 기업법무부문의 우세를 바탕으로 종합순위에서 세종과 화우, 바른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며, 이외에 한경매거진의 로펌순위도 한국변호사수로 표시되는 규모 기준 순위와 대략 일치합니다.

로펌 스캐든 이라는 책은 로펌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책입니다. 제가 느낀 인상은 평범한데 "인사가 만사"라는 것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실 로펌의 가장 큰 자원은 "인재"이고, 좋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그 인재를 활용하여 사건을 끌어와 해결하고, 해결된 사건이 명성이 되어 또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로펌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재에게 어떻게 수익을 배분할 것인지, 적절한 승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인재들이 일에 집중하기 위하여 어떠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하는지가 묘사되는데, 전성기인 80-90년대의 이야기가 지금 생기는 일이라고 해도 수긍이 될 정도입니다.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로펌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는 역사상 아무리 큰 조직이었더라도 영원하지는 않았음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영원성은 당신이 조직으로부터 무엇을 이끌어내는가 혹은 조직 자체가 스스로로부터 무엇을 이끌어내는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조직이 공룡이 되면,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32면.

"절대로 '노코멘트' 혹은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지 말 것. '저희 사무실의 다른 변호사가 전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렇게 되도록 처리할 것." -136면.

"변호사들은 범죄를 행하거나 의뢰인이 범죄를 계획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된다. 변호사들은 규정에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는 윤리적인 지시만을 따라야 하고, 애매한 기준은 무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노골적으로 판사를 속여서는 안되고, 증거를 조작하여서는 안된다. 그 밖에는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허점, 애매함, 전문적 사항, 공백을 이용하거나, 법률 또는 사실에 대한 너무나 터무니없지 않은 해석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여야 한다." -214-215면.

하지만 변호사가 일단 사건을 수임하면, 기업 의뢰인을 감동시키기 위한 욕망과 필요, 나중에 과오소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본능, 승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하여 맹목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 -220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