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금요일

심리불속행 제도




우리나라는 3심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에 판결을 구하는 사람은 적어도 3번의 재판이 보장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3번의 재판을 처음부터 새로 하듯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1심 판결이 정당하여 2, 3심이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면 2, 3심에 드는 비용(당사자가 부담하는 소송비용에도 불구하고)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제도 중 하나가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제도 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3명씩 4개의 부를 구성하여 심리를 합니다(예외적으로 판례변경 이 필요한 경우 등에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합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올라오는 모든 상고사건입니다. 그리하여 소송을 제기할 때 붙이는 인지대보다 1심 판결에 항소할 때 붙이는 인지대가 비싸고, 1심 판결에 항소할 때 붙이는 인지대보다 2심 판결에 상고할 때 붙이는 인지대가 더 비쌉니다. "상급심에 판단을 구하려면 돈을 더 많이 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기질상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경제적 이해득실도 따지지만 "최고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상고사건이 폭주한다고 할 수 있고, 그 심리를 하는 대법관,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모든 상고사건을 면밀히 심리하지 않고, 상고사건들 중 대법원이 면밀히 심리해야 할 사건과 심리하지 않을 사건을 나눠서 후자의 경우에는 심리불속행하겠다는 취지로 상고기각의 판결을 합니다. 이것을 소위 "심리불속행 기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불속행 제도의 취지를 알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매우 난감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명 한명의 의뢰인에게 각 사건은 자신의 재산이 달린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에는 사실상 판결의 이유가 없습니다. 변호사에게는 "대법원에서는 우리와 달리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의뢰인에게 이야기해줄 거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고사건을 많이 해본 의뢰인은 굳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한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함부로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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