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법률신문 선정 2020 주요판결

 


법률신문에서 '2020 주요판결' 이라는 기사를 결산으로 내놓았네요. 

[2020년 법조계결산] 법률신문 선정 '2020 주요 판결', 2020. 12. 31.자 법률신문

신문에 대서특필된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놓친 것도 상당히 있어서 훑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동산 양도담보물 처분/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아니다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판결

2.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3.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첫 인정

대법원 2020. 6. 8. 선고 2020스575 결정

4. 중고차 사기단 '범죄집단' 첫 인정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도16263 판결

5.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는 사실상 해임 -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서울행정법원 2020. 12. 1. 선고 2020아13354 결정

6. 전자장치 착용자에게 적정기한 정하지 않은 보호관찰 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서울고등법원 2020로52 결정

7.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판결

8. 열악한 근무환경 탓 선천성 질병 아기 출산 산재 해당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9. 산재 사망 근로자 자녀 특채 단체협약 유효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판결

10. 병역의무만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예외 합헌

헌법재판소 2020. 9. 24. 선고 2018헌마739/975/1051(병합) 결정

11. 공무원 고의과실 인정되어 국가배상 합헌

헌법재판소 2020. 3. 26. 선고 2016헌바55 결정

12.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는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 일부 제한해야

헌법재판소 2020. 8. 28. 선고 2018헌마927 결정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2021년은 좀더 활기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책소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진중권,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천년의 상상(2020)

논객 진중권이 민주당정권의 출범이후 논객으로의 활동을 접었다가, 다시 논객-지식인 의 역할을 하기로 하면서 "한국일보"에 게재했던 칼럽들을 모아서 낸 책입니다. 저로서도 철이 든 이후 2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바로 그 당이, 176개의 거수기가 되어버렸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드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4시간만에 다 읽어버리고 난 소감은, 감시자-관찰자-비판자 로서의 지식인이 "갑자기" 사라진 시대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진중권이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역사로부터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은 우리시대 현대사에 비추어보아도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은 너무나 극적입니다. 심지어 바로 전 정권의 부도덕성을 탄핵하면서 탄생한 정부가 고스란히 똑같은 행동을(오히려 더 심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인상깊은 구절입니다.

-문제는 이 낡은 운동권 하위문화가 어느덧 주류가 된 586을 통해 정부와 공당의 운영원리까지 왜곡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보지 자유주의 정권의 커뮤니케이션이 전체주의적 특성을 보이는 해괴한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홍세화 선생의 지적이다. 20년전 그가 '톨레랑스'의 정신을 외쳤을 때 그 표적은 한국의 극우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의 외침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을 향한다. 민주당,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171면)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이라 할 수 있다. 큰 원에서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이 법적 판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다. 바로 거기가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발휘되는 영역이며, 거기서 우리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엿본다. 하지만 '법=윤리'라는 야쿠자 등식은 그 영역을 증발시킨다. 설 곳을 잃은 통치철학은 이제 지지율의 정치공학으로 대체된다.(225-226면)

-문제는 그동안 대통령이 회피해온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이다. 언제부턴가 이 나라에 정의와 상식이 무너졌다. 국가가 아노미에 빠졌을 때 '기준'을 세워 국가의 품격을 살린 것은 철학을 가진 지도자의 말. 그 말을, 이미 있는 기준마저 허무는 이 나라 대통령에서 들을 수 없기에 딴 나라 지도자의 말을 인용한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것은 (...) 무엇보다 도덕적 이슈다. 이는 세세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의 근본원리와 우리나라의 성격이 걸린 문제다(버락 오바마)

인위로 연출된 싸구려 감동에 물린 백성은 감동마저 이렇게 외국에서 빌어먹어야 한다.(229면)

-집권 3년이 안 됐건만 보이는 풍경이 벌써 낯익다. 언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드루킹의 매크로는 그 전엔 십알단의 댓글이었다. 김태우의 처벌은 이석수의 파면이었고, 조국의 감찰무마는 우병우의 직권남용이었다. 운석열의 수난의 채동욱의 수모였고, 윤 총장을 노린 <한겨레>의 저격은 채 총장을 날린 <조선일보>의 폭로였다. 청와대의 선거개입은 국정원의 대선공작이었고, 황운하의 충성은 김용판의 충정이었다. 조민의 표창장은 정유라의 금메달이었고, 고대생들의 항의는 그 전엔 이대생들의 시위였다.(252면)

-자칭 '진보'가 권력의 비리를 덮으려 검찰 음모론이나 유포하며 한 패거리가 되어 검찰총장 제거할 궁리나 하고 있을 때, '우익'을 자처하는 소설가 김훈은 혼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글을 써왔다. 원래 지식인의 '앙가주망'은 이런 것이었다. 이 최후의 지식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심을 느낀다. 저 징그러운 진보의 무덤에 이보다 더 고상하고 우아하게 침을 밷을 수는 없을 것이다.(283면)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책소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외 4,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천년의 상상(2020)

소위 조국흑서 라고 불리는 책입니다. 8월경에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 가서 사보려고 했었는데, 수량이 없다고 해서 미루고 미룬 것이 연말이 다 되어서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내용들은 이분들이 평소 페이스북이나 칼럼에 쓰고 계신 내용을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의 재임기간동안 정치와 사회상을 관찰하고, 때로 참여하고, 때로 비판했던 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국흑서 라고는 하지만, 조국 사건은 실제로는 그 도화선과 이상(?)현상의 극단적 발현이라는 측면에 불과하고, 진보진영 이라고 불리웠던 인적 집단이 집권을 하면서 그들이 비판하는 기존 정치집단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 이유, 사회를 발전시키기보다 권력추수에만 집중하게 된 현상과 원인 등을 설명해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다/싫다"는 판단이 "옳다/그르다"의 판단을 대체하고 있고, 심지어 늬편/내편에 따라 참.거짓의 판단을 달리하는 진영논리가 횡행하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상/사람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일독을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강양구 의견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못 견디는 상황이에요. 사안을 판단할 때 '좋고 싫음'으로 나누다 보니까, 흰색/검은색이 아닌 회색의 가능성, 맥락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에 대한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41면)

"강양구 제가 말했듯이 지난 9년동안 핍박받고 박해받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 정부와 우리는 함께 가야하고, 정권 재창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아주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이해관계가 지금 진보언론 구성원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64면)

"진중권 1930년대 서구의 당파적 저널리즘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 언론 탄압을 겪었으면 앞으로 그런 일을 겪지 않게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되는데, 그냥 "고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을 뺏기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판단해버린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65면)

"진중권 제 경우 지금의 위험을 처음 봤던 것은, 진보진영의 가치 기준이 무너진 최초의 사건, 바로 곽노현 교육감 때였어요. 결정적이었어요. 나쁜 짓을 했거든. 그럼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가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지켜 줘야 된다"면서 앞으로 전진. 그때 이미 진보의 가치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고, 그 일이 조국 사태에서 더 큰 스케일로 반복된 것 뿐입니다."(87면)

"강양구...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때로는 대중과도 싸울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놓고서도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널리스트, 지식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그 뒤로는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한 쪽 방향을 바라볼 때 '꼭 저 방향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한번 쯤 회의를 해 봅니다"(91면)

"강양구 삼성 광고 때문에 삼성 눈치를 보느라 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지 못하는 것처럼, 구독취소가 무서워서 구독자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빠'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94면)

"서민 ...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소위 문팬이라 불리는 문대통령의 팬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114면)

"서민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단체의 정계진출은 곧 그 단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결과로 끝나더군요. 참여연대 보세요. 정치인들의 비리가 있을 때마다 쓴 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 단체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우르르 들어가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진보인사의 비리에 침묵하잖아요.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죠... 여성단체도 마찬가지에요. 여성단체가 그 동안 권력형 성범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습니까? 그런데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시장이 성범죄를 저지르니 그냥 침묵하더라고요 ..."(271-272면)


2020년 12월 1일 화요일

2020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내맘대로 무비 베스트 어워즈"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항상 관람한 영화가 20편 정도는 되었기 때문에 후보작과 5위까지 순위를 매길 수 있었는데, 올해는 영화관에서 관람한 영화가 근 20여년동안 처음으로 10편 안쪽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관람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그럭저럭 어떻게 어워즈를 시상할 수 있겠군요. 

일단 역대 1위 영화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2014년 1위 :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1위 :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2016년 1위 :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2017년 1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1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1위 : 포드vs페라리


시작하겠습니다.

2020년 관람한 개봉영화(넷플릭스 포함)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JJ 아브람스) 2.5 /쌍제이도 못살렸구나 아쉽다

나쁜녀석들 : 포에버(아딜 엘 아르비, 발랄 팔라) 2.5 / 아 아재들 ㅠㅠ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만 하지 말고 액션-폭발 제대로 해주지

1917 (샘 멘데스) 3.0/ 아니 빡빡이형하고 셜록형이 거기서 왜 나와?!?!

인비저블맨(리 워넬) 3.0 / 아 놀라는거 싫어서 별 두개 깎음

스펜서 컨피덴셜(피터 버그) 3.0 / 배트맨과 로빈 가난한 버전인가

커피 & 카림 (마이클 도즈) 3.5 / Wow what a killing time movie it is!!

코드 8 (제프 챈) 2.5 / 짝퉁 험블버전 엑스맨

익스트랙션 (샘 하그레이브) 3.5 / 근래 본 최고의 타격감

사냥의 시간 (윤성현) 2.0 / 너모나 우연땜에 살아나는 이제훈 ㅡㅡ;

사라진 탄환(기욤 파예르) 3.5 / 프랑스 특유의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다른 액션

블랙 앤 블루(디온 테일러) 3.0 / 어디까지가 부패경찰인지?

올드가드(지나 프린스-바이스 우드) 3.0 / 액션은 깔끔해따!!

365일(바르바라 비알로바스, 토마스 안데스) 4.0 /와 이런 작품이 이렇게 고퀄이라고???!!!

울고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사토 준이치, 시바야마 토모타카) 3.0 / 예상은 되었지만 깔끔해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테이빗 돕킨) 3.5 / 유쾌하다 야야 딩동 딩동

강철비2 : 정상회담(양우석) 3.0 / 붉은 10월 열화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3.0 / 깔끔한 액션영화네 신세계 같은 느낌을 원했으면 실망할듯

테넷(크리스토퍼 놀란) 4.5 / 놀란이놀란했다

GREED (마이클 윈터바텀) 2.0 / 웃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기발랄하지도 않은데 이게 블랙코미디인가?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지만 넷플릭스 개봉이나 작년에 개봉했지만 넷플릭스에는 2020년에 나온 영화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네요. 베스트 5를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위는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입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스타워즈 사가를 마무리하는 영화라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컸던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쌍제이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에 엄청 열광했었고 그 이후에 다른 감독에게 넘겼다가 산으로 가던 스토리를 쌍제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던 것을 확인한 것이 너무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으로 낮지만, 올해 영화 중에 이만한 대작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했기는 하지만 5위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4위는 "365일" 입니다.

오 거의 "준포르노"라고 할 만한 영화에 이렇게 힘을 준 경우는 흔치 않은데, 막장 스토리에 39금 정도의 노출과 정사신을 가진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는 것도 상당히 신기했던 영화입니다. 너무나 적나라하고 과감한 장면들에 당혹스러운 분들도 있으실 것 같지만, 딱히 이런 장르에 거부감이 없다면 강추합니다. 상당히!!!! 고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3위는 "1917"입니다.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병사의 모험(?)을 그린 전쟁영화입니다. 이런 심심한 줄거리의 영화에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해서, 배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전쟁을 사실적으로 다루게 되면 심각해지고, 이 영화는 정말 진지하게 다루기 때문에 그닥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습니다만... 상당한 영상미와 연출만으로도 볼만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2위는 "익스트랙션" 입니다.

시빌워와 엔드게임의 스턴트감독 출신 샘 하그레이브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상영시간 내내 고난이도의 액션이 줄을 잇고, 단순한 줄거리에 깔끔하게 배치한 것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액션신에서의 타격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래 나온 영화들 중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타격감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엄지척!!!

1위는 "테넷" 입니다.

코로나의 광풍을 뚫고 영화관에서 2번 관람을 하게 만든 바로 그 영화!!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꼽지 않을 영화팬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여행을 상당히 참신한 시각에서 다루기 때문에 영화의 각 장면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을 또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했지만, 이만한 대작에, 이만한 줄거리에, 이만한 연기에, 이만한 영상미(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은 예술!!)를 따라올 만한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2020년은 12월 한달이 남기는 했지만, 역시나 코로나의 여파로 순위변동은 크게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나 12월 개봉영화는 2021년 NMBA 로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코로나로 뭐한지도 모르게 지나갔지만, 2021년은 올해와 달리 정상화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대법원 "기존 의무 임차기간 채웠다면 개정 상가임대차법 적용대상 아니다"

 


임대차전문 조정위원으로 매주 조정을 하고 있다 보니, 그래도 상가임대차법 관련 주요 판례는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법원은 2020. 11. 5. 선고 2020다241017 사건에서 개정 전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차기간인 5년을 채운 후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를 이유로 건물의 명도를 구하자, 개정 후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차기간인 10년이 도과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임차인이 다툰 사안에 대하여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정 후 상가임대차법에서 의무임차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서 그 부칙에서 10년이 적용되는 대상을 "상가임대차법 개정법 시행(2018. 10. 16.) 이후에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개정 전 법률에 따른 의무임대차기간(5년)이 경과하여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10년의 의무임대차기간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2012.7. 20. 최초 임대차개시

2014. 7. 30. 임대차계약의 기간은 2019. 7. 20.로 합의

2018. 10. 16. 상가임대차법상 의무임대차기간 10년으로 연장

2019. 4. 6. 임대인의 갱신거절의사 통보

즉 당해 사건의 의무임대차기간은 2017. 7. 20.까지인데, 이미 2014. 7. 30.에 임대차기간을 2019. 7. 20.으로 정한 계약이 체결되어 있었고, 개정 상가임대차법시행 이후에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로 종료된 임대차계약이므로 개정 상가임대차법 부칙상 10년의 의무임대차기간 적용대상인 임대차가 아니어서 5년의 의무임대차기간이 이미 지난 이상 임대인의 갱신거절은 정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개정 상가임대차법 개정 조항의 문리적 해석에 따른 결론이라고 생각되는데, 의무임대차기간 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니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주정차위반 과태료 부과하지 않음 결정 받기

9월 즈음엔가 주정차위반 과태료 사전통지서가 날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처가집 근처 편의점 옆에 차를 주차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제보했다며 제보한 사진을 첨부해서 제 차량이 횡단보도에 주차를 하였다면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고지서였습니다. 고지서를 읽어보니 억울하면 의견제출을 하라고 하더군요. 관련법령은 이러했습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6조(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등) ① 행정청이 질서위반행위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당사자(제11조제2항에 따른 고용주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통지하고,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 제출이 없는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

② 당사자는 의견 제출 기한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행정청에 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③ 행정청은 제2항에 따라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거나 통지한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그래서 통지서의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횡단보도에 주차를 했다는 사진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2개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두 사진이 찍힌 시간이 달랐고, 한개의 사진은 차량의 어떤 부분도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고, 한개의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찍었는데 자동차의 일부가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각도였습니다.

그래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어 횡단보도를 침범한 주정차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1. 우선 주차한 차량은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다. 우선 적발사진 2개 중 1개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촬영각도를 달리 하여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찍었거나, 사진을 수정하여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2. 두번째로 두개의 사진이 찍힌 시각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따라서 두개의 사진 중 횡단보도를 침범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같이 차량이 횡당보도를 침범했다고 하더라도, 2개의 사진이 찍힌 시간동안 계속 차량이 같은 장소에 주차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진 1과 사진 2는 일정시간 계속 주차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는 차량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 두개의 사진이 당해 차량이 일정시간 주차한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나서 1달여가 지나고 나니 이런 통지서가 날아오더군요.

위 질서행위위반규제법 제16조 제3항 에 따른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과태료 부과하지 않음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몇만원짜리 과태료부과에 대한 불복이긴 했지만, 행정청의 과태료부과처분 이전의 의견제출절차를 통해서 과태료부과를 철회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제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행정청이 과태료부과처분을 유지하는 경우, 과태료부과처분에 대한 이의를 통해 법원의 과태료재판 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요새 교통경찰의 단속에 의한 것이 아니라 블랙박스나 시민의 신고를 통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단속에 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반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귀찮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확실히 반박이 가능한 경우(대개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위반여부가 명확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견제출을 통해 반박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려 봅니다.

2020년 10월 28일 수요일

무죄 두 건

 


같은 날 선고된 2건의 국선변호 사건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기쁜 일이기도 하고, 두건이 함께 무죄가 나온 경우는 많이 없기도 해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한 사건은 절도죄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웨이크보드를 오피스텔 우편함 옆 우편물 쓰레기 버리는 통에 세워두고 잠깐 편의점에 볼일 보러간 사이 피고인이 술을 먹고 귀가하던 중 웨이크보드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다리미판 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자신의 집(같은 오피스텔 거주)으로 가지고 올라갔는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가 없어진 것을 보고 경비실에 CCTV를 돌려 피고인이 가져간 것을 알고, 돌려달라고 하여 당일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웨이크보드에 흠집이 난 것이 아닌지 트집을 잡아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절도죄로 고소해서,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절도한 것이라고 벌금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 말씀을 들어보니, 웨이크보드가 다리미판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고, 놓였던 장소가 선풍기 등 재활용품을 놓아두는 장소이기도 했던 점, 당시 늦은 시간이라 피고인이 경비실에 재활용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경비실의 연락을 받고 바로 돌려준 점 등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다투었는데, 이것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네요.

다음 사건은 근로기준법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을 고용해서 한동안 일을 하였다가, 고소인이 독립해서 부산으로 내려가서 피고인과 동일한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 일이 있었던 피고인이 고소인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일당 형식으로 작업의 대가를 지급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약속한 일당을 일부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고소인이 근로감독관에게 피고인이 고소인을 계속해서 고용해서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 으로 진정했고, 근로감독관과 검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거의 10여년간 피고인과 고소인은 독립된 사업자로서 거래를 하거나,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을 도와주는 관계였다는 것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에 나타나고, 특히 고소인이 돈을 주면 자신의 사업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기로 하였다는 정황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주된 근거로 해서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는 동업 내지 프리랜서 로서 건별로 계약하고 일을 하는 관계이지 고용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했고, 고소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의 법적 성격이 "고용"이 아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에 온 피고인들 중 억울하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지만, 피고인이억울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재판장님께 설득해서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형사재판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올해에도 이런 억울한 사람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하네요.


2020년 9월 8일 화요일

사고낸 음주운전자는 벌금형인데 동승자는 실형 법정구속


 사고낸 음주운전자는 벌금형인데 동승자는 실형 법정구속, 2020. 9. 8.자 SBS뉴스 

동승자가 음주운전의 방조범으로 처벌되는 것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범죄에서 주범이 더 중하게 처벌되고, 방조범은 더 경하게 처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범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방조범은 실형이 선고되는 사안은 특이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주범은 음주운전 전과가 없기 때문에 선처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동승자는 음주운전의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에 음주운전의 방조범을 저질렀으므로 동종 전과가 있는 것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외에 동승자가 

1. 곧바고 현장을 빠져나간 점

2. 운전자에게 "세종시를 절대 단속을 하지 않는다", "지금 피곤하니 운전하라"며 운전석에 앉게 했다는 점

3. 경찰조사를 받게 된 운전자에게 "일단 나를 모른다고 하라"고 거짓말을 종용한 점

4.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리기 급급하였던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되었다고 하네요.

동승자는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되지 않으면 집행유예 받았던 종전 형+이번 사건으로 인한 징역 4월 의 기간동안 복역을 해야 합니다. 항소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는지 계속해서 언론이 보도해 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2020년 8월 31일 월요일

남편의 의사에 반하지만 아내의 허락에 의하여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판결] 남편 몰래 내연녀 집 드나들며 간통..."주거침입죄 아니다", 법률신문 2020. 8. 31.자 기사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80년대의 대법원 판례가 공동거주자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므로 주거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었습니다(대법원 83도685 사건).

그런데 동일한 사안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가 나왔네요. 검사는 확실히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25년 이상 지난 지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

 


[판결] 대법원,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첫 인정... 관련 법리 제시, 법률신문 2020. 8. 20.자 기사

형법 제114조가 2013년경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집단 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한 이래, 범죄집단 을 인정한 첫번재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합니다.

형법 제114조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이라는 제목으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

개정전 조항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2013년 개정형법은 범죄단체의 목적되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범죄단체 뿐 아니라 범죄단체보다 조직성이 덜한 범죄집단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는 것이었네요.

범죄집단의 성립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에서 법리를 설시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며 "외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외부 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형법이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검찰 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검찰기소가 직권남용" ... '사법농단' 연루 전 법원장의 최후진술, 2020. 8. 13. KBS뉴스

판사 자신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부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으면서도 할말을 다 하는 최후진술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최후진술 전문을 옮겨봅니다.

[목 가다듬은 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그동안 피고인의 주장을 경청해주시고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이 법정에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가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정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지법에서 당시 집행관실의 비리 상황을 접하고 얼마나 충실하게 감사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공직자의 직분이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일원으로서 문제가 생기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서부법원장으로 있을 때 집행관실 비리 문제가 터졌습니다. 해당 업무담당자에게 맡기고 보고만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국가 법 집행 기능을 저해하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본질적 비리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사해 비리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점이 있으면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대법에서 발간한 ‘법원 사람들’ 중에 제가 한 인터뷰에도 나와 있지만, 누군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서 잘해놓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제 소신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책임 있는 집행관들에 대한 징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에 제도개선책을 건의해서 서부지법 의견대로 관련 예규가 개정되어 집행관실 비리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압수된 임종헌 차장의 USB에서 나상훈 판사가 보낸 보고서 파일 5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보고서 파일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마침 담당 검사가 2016년 서부집행관실 비리 사건 담당 검사여서 이 부분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 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절차에서 객관의무에 위배해서 2016년 당시 서부지법에 근무한 법관이나 직원들을 조사하면서 앞서 변호인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소한 흠을 잡아 겁을 주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위축되고 겁에 질린 그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와 같이 서부지법에 근무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검찰에 불려가 고초를 당한 우리 직원들이나 법관들을 제가 지켜주지 못해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그들이 검찰 조사 시 받았을 두려움, 모멸감, 수치심 등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로서 당시 기관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사 절차뿐만 아니라 공소 사실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 사건 공판절차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의 밀행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이, 이 사건 수사 당시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과 혐의 사실을 거의 실시간 언론에 흘려 마치 그 혐의가 사실인 양 중계되도록 하고 심지어 영장이 기각된 사실까지 언론에 제공하여 여론몰이로 법원의 영장 발부를 압박하였습니다.

검찰은 검찰 조직 내부도 아닌 언론에까지 정보를 흘리면서 나상훈 판사가 임종헌 차장의 요청으로 압수수색 사실을 조직 내부에 있는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서 집행관실 비리를 감사하면서 작성된 문답서에 당시 진행되던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이 불가피하게 파악된 걸 보고서는, 역으로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 파악을 위해 감사했다고 뒤집어씌웠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법과 상식에 위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어갔고 마침내 피고인이 법원장 직책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하였습니다. 행위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직위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정에서 재판 진행한 결과, 검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전부 탄핵되었고 정상적으로 진행된 감사절차와 그 결과만이 나타났을 뿐입니다.

이 사건 수사와 기소라는 검찰권 행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검찰권과 공소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증거조사와 법률적 공방이 마무리되고 진실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둡고 길었던 터널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몰고 간다 하더라도 없는 사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진실을 감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바라던 결론이 나온다면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되고 침해된 명예나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입니다.

피고인의 말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1일 화요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하는 개혁위 권고안 등, 학계와 사회 각계 논의 수렴해 재고해야 한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고검장 등을 통해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위 권고안 에 대해서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직접지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막기 위한 기존 법제도의 입법취지가 무엇이었는지만 생각해 보면, 권고안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지요. 권력을 잡은 일당이 국가의 모든 중대사-결국 사소한 것까지 모두-를 결정하는 나라가 어떤지는 북한과 중국만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2020년 8월 5일 수요일

구속피고인 ‘전자’ 보석 5일부터 본격 시행







법률신문 기사를 보다가 전자보석 이 뭔가 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민사소송절차는 전자소송이 가능하지만 형사소송절차는 전자소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보석제도만 전자소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했거든요.

살펴보니, 구속피고인 에 대해서 전자발찌와 비슷한 전자시계 착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기소가 된 구속피고인에 대해서 전자보석을 고려하고 있고, 아직 수사절차가 진행 중인 '구속피의자'에게는 적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군요.

기사 내용에 따르면 구속피고인 중 보석허가비율이 우리나라는 4% 가 안되는데, 미국이나 EU같은 경우 구속피고인 보석허가비율이 30-47%까지 된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EU가 구속피고인 보석과 구속피의자 보석을 나누어서 취급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미국은 (전자보석의 도입 이전부터도) 수사단계의 피의자에 대한 보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전자보석 도입은 그러한 보석을 통한 석방 이후 피의자나 피고인의 도주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적극 도입된 측면이 있지만, 애초에 우리나라는 구속피의자에 대해서는 보석제도가 크게 활용되지 않고, 이번에 도입된 전자보석제도 도 그 대상이 '구속피고인'이므로 보석의 활성화 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느낌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2020. 7. 31. 시행



임대차 3법 표결과 관련해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길래, 또 3개월에서 6개월 후에는 제도가 크게 바뀌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시행일이 공포즉시기 때문에 내일부터 시행되는 것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보았습니다.

신문기사의 대강의 내용이 나와 있지만 정확한 법령내용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에도 아직 올라와 있지 않아서, 국회 홈페이지에서 표결 법령안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법 제6조의 3 의 신설입니다.

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주택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9.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차인은 제1항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7조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

  1항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

  임대인이 제1항제8호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5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거절 당시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음 각 호의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한다.

  1.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증금을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에 따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포함한다. 이하 환산월차임이라 한다)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2.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3. 1항제8호의 사유로 인한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에 규정되어 있던 갱신요구권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1회 갱신요구권 형태로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임대인에게 특별한 사정(임대인 본인 및 가족의 실제거주 등)이 없는 한 갱신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갱신거절을 하고 실제거주를 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손해배상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네요.

내일 법이 바로 시행되는데(글쓰는 동안 오늘이 되었네요), 부칙은 현재 존속중인 임대차에 바로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강력한 제도를 신설하면서 법시행을 너무나 급작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례로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20. 6. 9. 갱신거절 기간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고, 개정안의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이며, 그 경우에도 시행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계약부터 적용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는 임대인의 갱신거절 기간이 계약종료 6개월전부터 1개월전까지인데, 2020. 6. 9.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갱신거절 기간이 계약종료 6개월전부터 2개월전까지로 바뀌게 되는데, 갱신거절 기간의 변경은 법시행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에만 적용되므로 2020. 12. 10.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갱신거절할 수 있는 기간이 5개월에서 4개월로 줄어들게 됩니다. 부칙에 따라 이 부분은 2022. 6.경-7.월경부터 분쟁이 발생하게 되므로 그 동안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준비할 기간이 지금부터 2년 정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갱신요구권이라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행일을 즉시로 하고, 현재 존속중인 임대차계약에 바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이미 임대차계약의 갱신거절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합의를 파괴하고 임차인에게 일방적인 이익을 가져오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물론 차임증감청구권의 행사를 통해서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예측가능하지 않은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의 재산권/가격형성이 교란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입법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러한 입법은 소급입법으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라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사실 개개의 임대인이 받을 손해는 크지 않을지 몰라도 상당히 많은 임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총 손해가 나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손해를 입은 임대인들이 부칙 부분을 문제삼아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위헌결정을 받아볼 소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바뀐 제도는 알고 있어야 해서 정리 해보았습니다.


2020년 6월 25일 목요일

[기사] 조영남 손 들어준 대법 "그림대작, 사기 아니다" 무죄확정



대작 논란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영남씨의 재판 상고심에서 조영남씨가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보조작가를 이용해서 대부분 그렸으면서 구매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구매자를 속인 것과 같다는 것이 검사의 주장이었는데, 실제 그림을 그린 당사자가 작품구매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정보라고 보지 않았고 미술작품이 위작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이상 기망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실 저작권자를 결정함에 있어 '조수'는 저작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합니다. 저작물을 작성할 때 저작자의 지휘감독 하에 그에 손발이 되어 작업에 종사한 자는 저작자의 활동을 돕는데 불과하고, 스스로의 창의에 기해서 제작에 힘쓰는 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영남씨의 대작작가 또한 조영남씨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역할을 하였다면 조수를 넘어서 저작자가 되기에는 부족하였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는 조영남씨를 저작권법위반 이 아니라 사기죄로 기소를 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은 저작권자가 조영남씨인 이상 보조작가를 썼다는 것을 그림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이 (묵시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최종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검사가 대작을 이유로 저작권법 제137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에 해당하여 조영남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경우 조영남씨가 아이디어를 전혀 제공하지 아니하고 대작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하기로 하였다는 합의가 있는 경우에, 저작권법위반죄의 성립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조영남씨가 주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조영남씨가 저작권자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위반이 문제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정권과 시민단체의 권력,이권 나눠먹기가 윤미향 사태 낳았다"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정권과 시민단체의 권력, 이권 나눠먹기가 윤미향 사태 낳았다", 중앙일보 2020. 5. 29.

조국사태 를 분기점으로 진영논리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이전에는 법원의 판단 이전에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공직에 나섰을 때, 그러한 행동이 밝혀지면 부끄러움을 알고 취임 전이든 후든 직을 고사하는 것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였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밝혀내는 쪽은 김경률 회계사가 십수년간 몸담았던 참여연대 와 같은 시민단체였습니다.

하지만 조국사태를 기점으로 참여연대조차도 자정능력이나 참여연대 출신 또는 같은 정치성향의 관련자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고 입을 닫게 되었고, 시민단체조차 진영논리에 부역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점에 대해서 남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그에 부합하는 도덕률과 행동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정치성향이나 직업, 그리고 비판을 하는 사람이 개인이든 단체든 관계없이 가져야 하는 상식이지요.

이러한 상식이 부서진 정치상황에서 홀로 이러한 상식을 지키자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2020년 4월 28일 화요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개정)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법은 2020. 3. 25.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문기사 등을 통해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고가 가중처벌된다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의 설치 및 무인카메라 등 시설, 제한속도 관련 내용입니다.
핵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에 신설된 내용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단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운전자가 대상이고 자전거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에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고 규정했는데, 자전거까지 포함하였다면 이를 명시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으로 정한 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할 의무가 운전자에게 부여되고, 그 의무로 가장 주요한 것은 시속 30km 이하로 서행운전할 의무일 것입니다. 서행운전의무를 위반한 경우 과실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는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입니다.
그리고 대상이 어린이로 만 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을 때 어린이가 사망에 이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가 상해에 이른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신문기사에 민식이법을 촉발시킨 40대 남성에 대한 1심 판결선고(중앙일보 기사)가 있었는데, 금고 2년이 선고되었다고 하네요. 민식이법이 적용된 것이 아니지만 민식이법이 적용되더라도 법정형 하한인 징역 3년의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형을 피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식이법을 촉발시킨 40대 남성에게는 금고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는데, 민식이법에서 정한 법정형 하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까지 선고하는 것에 대해 판사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사상사고에서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점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2020년 3월 2일 월요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석방



보기 힘든 재판을 보다보니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던 법조문을 근거로 보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보석 또한 취소되어 법정구속되었는데요. 법정구속 후 6일만에 다시 석방되었는데, 일반 형사범의 경우 그런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석방된 경위를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된 이유는 재판기간동안 신병을 구속하지 않는 보석결정이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2심인 고등법원의 보석결정에는 원칙적으로 항고할 수 없고 다만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18조). 재항고는 법적성질이 즉시항고입니다.

즉시항고는 보통항고와 달리 제기기간 내에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됩니다(형사소송법 제410조). 항고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사건에서는 고등법원)은 결정으로 항고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09조).

이명박 전 대통령 측(변호인)은 즉시항고 제기기간(결정일로부터 7일) 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신문기사([권석천 논설위원이 간다] "전직 대통령이 도주?"... 법정구속 관행이 한방 맞았다, 2020. 3. 2.자)를 보았을 때, 변호인측의 항고이유는 재항고 제기기간이 지나기 전에 구속집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된다는 것입니다. 즉, 보석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즉시항고이기 때문에 7일이라는 제기기간이 지나면 확정되어 불복할 수 없게 되는데, 제기기간이 지나기 전에 구속집행을 하게 되면 보석취소결정의 확정 이전에 바로 집행하는 것이어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이죠.

이에 2심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즉시항고 제기 2시간만에 보석취소결정의 집행을 정지한 것입니다. 2심 재판부로서도 형사소송법 제409조에 따라 집행정지를 하고, 대법원의 즉시항고에 대한 판단을 받아서 보석취소여부(구속여부)가 결정나게 된 것이고, 2심재판부가 종국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석방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즉시항고에 대한 판단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 심리기간 중에 먼저 하게 되면, 그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입장에서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면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상고심의 심리를 같이 진행하고, 같은 날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굳이 상고심 진행 중에 보석취소결정을 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손을 들어서 이 전대통령이 다시 구속된다면,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대법원이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하더라도 신병을 구속하지 않고 상고심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비슷한 결과가 되었네요.

위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기사에서는 불구속재판이 원칙이니 2심재판부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에 따라 유죄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예규가 헌법이나 법률위반 임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잣대로 구속재판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신변경호까지 받기 때문에 도주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가 예외적인 상황인 것이지, 일반 형사피고인들의 도주가능성은 지난 달 일본의 '카를로스 곤' 탈출사건에서 보듯 상당히 높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2020년 2월 27일 목요일

[근황] 조정위원 지명장과 감사장 수령




2016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 그리고 2018년부터 임대차전문 조정위원으로 활동해 왔는데요. 이번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그간의 활동에 대한 감사장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상근조정위원 활동을 지명하는 지명장을 보내주셔서 받아보았습니다.

원래는 일주일 전 정도에 감사장 수여식에서 받을 예정이었는데, 요사이 공식행사는 되도록 피하는 분위기가 되어서 우편으로 받아보게 되었네요.

책장 위에 전시해 보았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서 의외로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앞으로 1년도 임대차전문 상근조정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야간에 검은옷 무단횡단 보행자 친 운전자.. 대법 "과실 없다" 2020. 2. 19.자 한국일보 기사

교특법위반(치사)죄 관련 해서 원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왔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로 뒤집혔던 사안인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되었다는 것이네요.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르면 제동하기 어려워 보였던 사정+ 피고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선우정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조선일보 2020. 2. 12. [선우정 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보수 야당에 바라는 것은 좌파의 뒷전에서 벌이는 욕설의 성찬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묻는다… 답할 실력이 없다면 권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유명 소설가인 것으로 잘 알려지신 분의 일갈
ㅂㅂㅂㄱ

2020년 2월 6일 목요일

[공유]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목적있는 글들만 난무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다닐 때 이맘 때에는 다음 학년의 새 교과서들을 받아들고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특히 국어책을 탐독하면서 재밌어 했었고, 피천득 씨의 "방망이깎던 노인"이었던가를 보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나 동경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트위터에서 "간장 종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던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전 글이더군요. 새 국어책에서 피천득 수필을 발견한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그런 감정을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조선일보 2015. 12. 26.

[마감날 문득]
대학 4학년 때 학교 후배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그녀가 말했다. 알아,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좋아하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형 왜 그래? 이상해, 형이 그러니까.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그녀에게 차인 뒤 자취하던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 친구는 소주 세 병 정도 마실 때까지만 상대해주더니 곯아떨어졌다. 안주라곤 자취방 냉장고에 있던 멸치와 김치뿐인데도, 혼자 마시고 또 마시면서 또 간혹 훌쩍거리면서 밤을 새웠다. 연애하고 싶어서,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그랬다.

지난번 눈 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말했다. 아빠, 제 친구들은 다 연애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가 없어요. 저도 너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저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운동장에 나가서 눈을 막 먹었어요.

나는 이와이 슌지를 낳았다. 어쩌면 김남조나 문정희를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달랑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눈을 막 먹었다는 내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날 결근계를 낼 뻔했다. 얼마나 연애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면 눈을 막 먹었을까. 내 안의 열이 너무 뜨거워서 그걸 식히려고 눈을 먹었을까. 아니면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심지어 번개라 할지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무엇을 한껏 삼켜야 내 안의 텅 빈 구멍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기 좋을 때다. 특히 연인이 없어 늘 미열(微熱)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체온이 0.5도씩 상승하는 때다.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가라. 나가서 연애를 하라. 연애 못하겠으면 그냥 헤매라. 헤매다가 운이 좋으면 내리는 눈이라도 한껏 삼키라. 그게 멸치 안주에 소주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오 만배 낫다.

2020년 1월 16일 목요일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진중권, 대중의 꿈을 '사실'로 만든 허구, 사실보다 큰 영향력, 한국일보 2020. 1. 16.자 칼럼

확실히 현재 한국사회의 대중영합주의를 콕 찝어 비판하는 데에 진중권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은 이 땅을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세계로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동가들은 대중이 가진 이 기술적 상상의 욕망을 악용해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회를 두 편으로 갈라 아마겟돈의 결전을 연출하고 있다"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심판대 오른 검찰 수사.. .유해용 '무죄' 판결문 뒤집어 보기, KBS 뉴스 2020. 1. 14.자 기사

요약하자면
장황한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엄청난 방어의 부담 지우는 부분 : 공소장일본주의위반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내용이 많음
영장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 : 헌법위반, 증거능력 없음(영장에 검색어를 2015후2204 15후2204로 제한했는데, 검찰이 "2015", "후", "2204"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증거로 제출)
제출된 사진-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 없음
제출한 사진으로 기억을 되살린 참고인의 진술 - 위법수집증거의 2차증거로 증거능력 없음
암시적이고 반복적인 유도신문에 의한 피의자신문조서 : 특신상태 인정하기 어려워 증거능력 없음
피의사실공표 : 검찰이 피의사실공표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포토라인 :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음

이 정도가 되겠는데, 중요한 부분은 압수수색 잘못(별건 압수수색)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증거조사결과(참고인진술) 또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을 뿐 아니라, 검사의 피신조서의 특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거능력이 부정된 부분이 무죄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심도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형사변호사에게는 의미있는 판결 같네요.



2020년 1월 5일 일요일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s of Spies)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행크스

넷플릭스에 2015년작 영화가 올라왔는데, 스파이 영화라면서 톰행크스 얼굴 크게 나와 있길래 톰형 무슨 액션 하시나 하고 봤는데... 어윽 톰형 직업이 보험전문 변호사... 냉전시대 변호사라... 하면서 보다가 헌법에 대한 이해를 보고 엇... 하고

My name's Donovan. Irish, both sides. Mother and father. I'm Irish and you're German. But what makes us both Americans? Just one thing. One. Only one. The rule book. We call it the Constitution, and we agree to the rules, and that's what makes us Americans. That's all that makes us Americans. So don't tell me there's no rule book, and don't nod at me like that you son of a bitch.

제 이름은 도노반입니다. 부보님 모두 아일랜드계지요. 저는 아일랜드계이고 당신은 독일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둘 모두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까?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 오직 하나. 룰북. 우리는 이것을 헌법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규칙에 대하여 합의했으며,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미국인으로 만드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사건에는 룰북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렇게 나한테 고개 까딱까딱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헛 변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거야 ㅎㅎㅎㅎ 하다가

이 부분 보고 심쿵함...

I know this man. If the charge is true, he serves a foreign power but he serves it faithfully. If he is a soldier in the opposing army he is a good soldier. He has not fled the battle to save himself; he has refused to serve his captor, he refused to betray his cause, he has refused to take the coward’s way out. The coward must abandon his dignity before he abandons the field of battle. That, Rudolf Abel will never do. Shouldn’t we, by giving him the full benefit of the rights that define our system of governance, show this man who we are? Who we are: greatest weapon we have in this Cold War? Will we stand by our cause less resolutely than he stands by his?

저는 이 사람을 압니다. 기소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외국열강에 복부하지만, 그는 그것도 진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적대 군대의 군인이라면 그는 좋은 군인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투에서 도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붙잡은 측에 봉사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조를 배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겁쟁이의 길로 나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겁쟁이는 전장을 버리기 전에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자입니다. 루돌프 아벨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통치체제가 정의하는 완전한 권리들의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람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구인지가 이 냉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의 신조를 지킴에 있어 덜 단호할 것입니까?

뭐 이후 전개는 소련에 억류된 미국정찰기 조종사와 동독에 억류된 예일대 대학생과 루볼프 아벨과의 교환을 위해서 동독에서 고군분투해서 성공했다는 그런 이야기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중반에 나온 대법원에서의 변론장면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야기할 때에는 그 체제의 기본적인 권리가 가장 부여되지 않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함.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소수자 보호)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확인시켜 주는 것.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혜택을 현재 누가 제일 잘 누리고 있는가. 적어도 신문기사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직 법무부장관인가? PC방 살인범인가?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임

2020년 1월 3일 금요일

[새해여행] 목포해상케이블카 여행

2019년의 마지막날, 큰넘은 계절학기 듣는다고 대전에 있고, 둘째넘은 저녁 9시에 영어학원이 끝난다고 합니다. 다행히 두넘 다 2020년 1월 1일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길래, 며칠전에 새해맞이 가족여행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둘째넘이 영어학원이 끝나는 9시에 출발해서 대전에 도착해 큰넘을 픽업하고 호텔에서 1박, 그리고 다음날은 작년 9월에 개장했다는 따끈따끈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목포에 가서 점심을 먹은 후, 대전에 와서 큰넘을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귀경하는 1박2일 여행이었습니다.

일단 마눌님의 윤허를 얻은 다음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은 호텔스닷컴 앱을 이용했는데, 한 2-3년 전에 큰넘 면접보러 가서 한밤 잘때 이용했던 토요코인대전청사점 이 "비밀특가" 라고 하면서 추천되어 있었습니다. 연말에 대전에서 숙박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바로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목포에서 점심은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찾아놓았던 목포의 가성비 백반집 "백성식당" 또는 그 앞집인 "돌집" 또는 둘다 문이 닫거나 하면 "남경식당" 이 정도를 찾아놓고, 여행준비는 완료!

12월 31일 오후 9시 15분쯤 출발해서 대전 카이스트 기숙사에 11시 15분쯤 도착해 큰넘을 픽업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토요코인대전청사점에 도착했습니다.
토요코인대전청사점에 큰넘과 둘이 묵었을 때에는 방에 들어가면 바로 침대가 있고, 그 너머로 창문이 덜렁 있으며, 침대에 누워서 발 쪽에 있는 벽걸이 TV를 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이번에 예약을 할 때 더블베드 2개인 스위트룸 을 예약하면서도 들어가면 침대로 꽉찬 방이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어랏? 완전히 큰 거실에다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의 2룸형태의 방에 더블베드가 넉넉히 들어가고도 4명이 한칸씩 옷을 쓸 수 있는 대형옷장이 있는 큰 룸이었습니다. 토요코인에서 가장 큰 룸이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주전부리를 싸가지고 가서 동백이랑 강하늘 밖에 나오지 않는 연기대상 와중에 새해 카운트다운을 맞이했습니다.


대전 엑스포 공원쪽으로 뻥 뚤린 경치가,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사막이 횡댕그레하던 모습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방이 큰게 인상적이어서 나올 때 한장 더 찍어 보았습니다.

 호텔인지, 레지던스인지 냉장고, 세탁기, 전기레인지, 싱크대까지 없는 것이 없네요.

복도도 밝고 깨끗하니 맘에 들었습니다. 미역국에 밥말아서 먹은 다음 토스트까지 야무지게 조식(숙박비에 포함)을 먹고 8시가 조금 넘어 목포로 줄발했습니다. 약 200km 정도라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덜했습니다.

대전에서 목포까지는 호남고속도로로 광주까지 내려가서 광주-무안 고속도로를 타고 무안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이어지는 경로였습니다. 호남도 고속도로가 상당히 정비되었네요.

11시가 조금 넘어서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각각 주차장이 있는 북항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를 왕복하는 구조인데, 중간에 유달산 중턱에 유달산스테이션을 거쳐 갑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 내려서 30분 정도 등산을 하면 유달산 정상에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유달산스테이션과 고하도스테이션 사이가 바다라서 바다위를 케이블카를 타고 횡단하는 것과 유달산의 모습을 케이블카에서 구경하는 것이 백미입니다.

북항스테이션은 이미 주차장 만차에 케이블카를 타려면 30-40분의 대기해야 합니다. 공휴일에 이정도 대기는 애교라고 생각하고, 오뎅 하나씩 먹으면서 기다렸습니다. 목포 북항 스테이션에 입점한 부산미도어묵 이라...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과 바닥이 막힌 일반캐빈으로 구별되고, 크리스탈캐빈이 3,000원더 비쌉니다. 크리스탈캐빈과 일반캐빈은 대기하는 줄 자체가 다른데,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캐빈으로 표를 끊었습니다.



유달산 가는 동안은 목포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유달산에 가까이 와서는 유달산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면 됩니다.


유달산을 넘어서 고하도까지는 바다에 여유롭게 떠가는 배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구경하면 시간이 잘 갑니다.
 하얀색이 크리스탈 캐빈입니다.

2번 오라고 할인 탑승카드 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음... 2번 오는 것은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왕복에 대인 22,000원입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정상에 다녀오거나,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고하도 둘레길을 돌렴 각각 +1시간씩 더 걸리는 헤비한 여행이 되지만, 돌아올 때 필히 하차해서 다시 30-4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바로 다시 줄을 섰습니다. 돌아올때는 타임랩스로 영상도 남겨봤습니다.

타임랩스 영상


덕분에 오후 2시가 안되어서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객은 3시간 주차시간 무료입니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미리 찾아놓은 목포 백반맛집 백성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식당은 한산했습니다. 백반에 고등어구이+김치찌개가 나오는데 인당 8,000원입니다.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어서 갓성비 맛집이라는 평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다음날 첫째넘이고 둘째넘이고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오후 3시 정도에 대전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에 넷플릭스 영화, 우리 한석규 형 주연의 프리즌 보고 자느라고 너무 늦게 잔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져서 백양사휴게소에서 1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오면서 대전CGV 에서 6:10 에 상영하는 "미드웨이"를 예매해서 도착하자마자 팝콘 사서 영화관에 입장했습니다.

처음 생각은 전쟁영화라는 데 졸리면 2시간 영화관에서 자면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데 지장 없겠지 했는데.... 상상외로 영화가 재미있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감독이름이 재난영화의 대가 "롤랜드 애머리히"였다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쳤네요. 이래서 내가 졸 수가 없었구나...

영화보고 나니 8시 반인데, 한층 아래 식당가에 갔더니 라스트오더가 끝났다네요. ㅜㅜ 늦은 시간에 끼니 때우기 위해서 가까운 맘스터치에서 싸이버거로 요기를 하고, 큰넘을 기숙사에 데려다 주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바로 서울로 출발.

둘째는 집에 도착해서 독후감인지, 뭔지를 써야 한다고 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뽑아서 서울로 달렸습니다. 신정에는 귀경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서 씽씽 달릴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11:45 둘째넘은 컴 앞에 앉고 저는 바로 곯아 떨어졌습니다.

근래 가장 바쁘고 알차게 여행한 게 아닌가 싶네요. 둘째넘 방학해 봤자 학원이나 학교 자율학습 없는 날 하루 나면 이런 식의 여행 밖에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피곤했지만 알찬 가족여행이 되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