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책소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외 4,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천년의 상상(2020)

소위 조국흑서 라고 불리는 책입니다. 8월경에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 가서 사보려고 했었는데, 수량이 없다고 해서 미루고 미룬 것이 연말이 다 되어서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내용들은 이분들이 평소 페이스북이나 칼럼에 쓰고 계신 내용을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의 재임기간동안 정치와 사회상을 관찰하고, 때로 참여하고, 때로 비판했던 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국흑서 라고는 하지만, 조국 사건은 실제로는 그 도화선과 이상(?)현상의 극단적 발현이라는 측면에 불과하고, 진보진영 이라고 불리웠던 인적 집단이 집권을 하면서 그들이 비판하는 기존 정치집단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 이유, 사회를 발전시키기보다 권력추수에만 집중하게 된 현상과 원인 등을 설명해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다/싫다"는 판단이 "옳다/그르다"의 판단을 대체하고 있고, 심지어 늬편/내편에 따라 참.거짓의 판단을 달리하는 진영논리가 횡행하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상/사람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일독을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강양구 의견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못 견디는 상황이에요. 사안을 판단할 때 '좋고 싫음'으로 나누다 보니까, 흰색/검은색이 아닌 회색의 가능성, 맥락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에 대한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41면)

"강양구 제가 말했듯이 지난 9년동안 핍박받고 박해받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 정부와 우리는 함께 가야하고, 정권 재창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아주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이해관계가 지금 진보언론 구성원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64면)

"진중권 1930년대 서구의 당파적 저널리즘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 언론 탄압을 겪었으면 앞으로 그런 일을 겪지 않게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되는데, 그냥 "고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을 뺏기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판단해버린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65면)

"진중권 제 경우 지금의 위험을 처음 봤던 것은, 진보진영의 가치 기준이 무너진 최초의 사건, 바로 곽노현 교육감 때였어요. 결정적이었어요. 나쁜 짓을 했거든. 그럼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가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지켜 줘야 된다"면서 앞으로 전진. 그때 이미 진보의 가치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고, 그 일이 조국 사태에서 더 큰 스케일로 반복된 것 뿐입니다."(87면)

"강양구...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때로는 대중과도 싸울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놓고서도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널리스트, 지식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그 뒤로는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한 쪽 방향을 바라볼 때 '꼭 저 방향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한번 쯤 회의를 해 봅니다"(91면)

"강양구 삼성 광고 때문에 삼성 눈치를 보느라 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지 못하는 것처럼, 구독취소가 무서워서 구독자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빠'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94면)

"서민 ...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소위 문팬이라 불리는 문대통령의 팬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114면)

"서민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단체의 정계진출은 곧 그 단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결과로 끝나더군요. 참여연대 보세요. 정치인들의 비리가 있을 때마다 쓴 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 단체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우르르 들어가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진보인사의 비리에 침묵하잖아요.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죠... 여성단체도 마찬가지에요. 여성단체가 그 동안 권력형 성범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습니까? 그런데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시장이 성범죄를 저지르니 그냥 침묵하더라고요 ..."(271-2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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