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9일 수요일

2023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2023년도 이제 한달 남았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하던 연례행사를 올해도 해야겠다 싶어 거의 반년만에 이 계정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관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특히 마블 영화의 몰락과 함께 올해는 기록적으로 영화관을 간 횟수가 적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편수가 늘지도 않아 올해의 영화 다섯편 꼽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단 역대 1위 작품들입니다.

2014년 :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2015년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6년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2017년 :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 레디플레이어원

2019년 : 포드vs페라리

2020년 : 테넷

2021년 :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022년 : 헤어질 결심


2023년 관람한 영화 중 후보작과 짧은 평입니다. 


서울의 봄(김성수)/4.5 올해의 한국영화! 뭔가 부족한데 부족하지 않아


더 킬러(데이빗 핀처)/3.5 영상미만으로도 볼만


그란투리스모(닐 블롬캠프)/4.0 갬돌이의 감성이 폭발한다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란)/3.5 나만 플로렌스퓨의 몸매에 실망한건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크리스토퍼 맥쿼리)/4.5 달릴 때 제일 섹시한 톰형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조아킴 도스 샌토스)/4.5 엉덩이가 조금 아픈걸 빼면(4dx) 흠잡을 데가 없음


던전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존 프란시스 데일리)/4.0 이런 초호화캐스팅이라니!!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케히코 이노우에)/4.0 영화관을 아재팬으로 꽉 채우는 기적ㅋㅋㅋㅋ 송태섭 이야기는 비교적 심심하구나 강백호 서사를 단 한번 빠르게 훑어주는게 젤 좋았음


제5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화의 자연스러움에 놀랐지만, 강백호가 주인공이 아닌 슬램덩크 이야기가 얼마나 심심할 수 있는지로 그 한계까지 노출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청소년기를 슬램덩크와 함께 보낸 아재에게 순위권 평가는 필수일 것 같습니다.


제4위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 입니다.



이제는 찍어낸다고 말해도 될 만한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장르영화를 잘 찍어내는 것 또한 미덕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스파이물의 신고전파!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팬들의 톰형에 대한 기대치는 이제 왠만해서는 말릴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이 정도 퀄리티의 액션과 이야기가 한번 더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3위는 "던전앤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입니다.


 MMORPG 를 좋아했다면 단숨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전에 같은 이름으로 만들었던 영화들이 사람들의 게임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버젓이 영화의 스토리와 짜임새있는 인물구성으로 제대로 된 재미를 주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실사화 영화에 이 정도 수준의 초호화캐스팅을 갈아넣었다면 그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해줘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속편이 나와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만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제2위는 "오펜하이머" 입니다.


역시나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평타를 쳐주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입니다. 전기영화 분야에서도 이 정도 흡입력의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심심한(?) 이야기가 가진 한계 때문에 올해의 영화로까지 꼽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제1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영화 "서울의 봄" 입니다.


현실이 바로 스포일러 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화의 흡입력이 엄청났던 영화입니다. 12/12 사태가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참모총장을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을텐데,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가면서도 장면장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일만큼 재미와 완성도 이슈메이킹 어느 하나 빠지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개봉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을 듄2 정도 밖에는 이 영화를 꺾을만한 영화가 2023년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2022년 12월경에는 퍼스트슬램덩크가 개봉해서 올해 후보작에 넣었는데, 2024년에는 2023년 12월 개봉작 중에서 한두편 포함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년 연속 한국영화가 내맘대로 무비베스트 어워즈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내년에 뵙겠습니다.






2023년 4월 7일 금요일

[책소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인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조갑제닷컴(2023)

거의 일년동안 특별히 책을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유튜브+넷플릭스에 매몰되어 있다고 느끼던 중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한 책입니다. 이미 십년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한 오랜 기간에 걸친 비판, 비난, 매도가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있었던 검찰의 입장은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당시 검찰측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책 내용 중 절반은 이인규 검사 자신이 맡아서 진행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처리과정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수사 전후 및 그 경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책 한권은 충분할 것 같은데, 그 앞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그 주요한 사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인규 검사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에 여야 가릴 것 없는 대선자금수사를 진두지휘한 실무자이면서 대선자금 주고받은 기업인, 정치인들을 상당수 감옥에 넣은 장본인이었습니다. 그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처리한 것들을 읽고 있자니... 거의 격동의 현대사의 산증인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인규 전 검사가 하고 싶은 말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시 노무현의 등을 떠미는 진보언론이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사실관계 자체가 묻혀버리면서 노무현이 살아서 재판을 받고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노무현의 자살로 진보진영이 기사회생한 경험은 정말 나쁜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진보진영은 자신의 모순된 행태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된 행태가 드러난 정치인이 자살하거나(노회찬, 박원순), 모순된 행태가 드러나도 아예 사실은 함구/부정하고 선전선동하는 것을 우선하게 되었고(조국사태), 급기야 자신들의 범죄행위등을 감추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국가기관의 힘을 빼고(형사수사권조정) 법제도를 뜯어고치는(검수완박) 형태로 흉물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

물론 이인규 검사의 수사가 완벽히 불편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에서도 많이 드러납니다. 기업의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대선자금 뿐 아니라 당해 기업의 분식회계 등에서 드러난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엄밀히 말해 별건수사를 통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 아닌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된 "논두렁시계" 사건이 검찰쪽에서는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나 검찰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청와대쪽을 타고 국정원이 일부 조작한 정보로 선정적인 보도가 되어서 그 점에 대해서 이후로도 자료를 수집해서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였더군요.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대통령 사건에 대한 개요 및 주요 증거에 대해서 부록으로 정리까지 해놓았고, 수사기록은 영구보존시켜 놓았다고 하므로 이인규 검사는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검증해 봐라 하고 작심하고 책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사자명예훼손죄로 이인규 검사를 고소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한다는 말이 "어디 함부로 고인을 입에 놀리느냐"(이재명) "파렴치한 행태 불순한 의도와 배경 궁금"(전해철) 등의 반응입니다. 사실관계를 다툰다고 하는 순간 아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때문에(논두렁 시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ㅡㅡ) 별 언급하지 않고 묻으려는 의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에 대해서 반증을 들거나 사실관계를 다투어서 확인하자는 말은 전혀 없고 상대방에 대해서 도덕적(인 것으로 보이는)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나아진 것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인규 검사의 억울함에 대한 토로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컴팩트하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한 특수통 검사가 정리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사료로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논두렁 시계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보고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구속적부심 피의자 석방

 


2년여전 정도부터,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 외에, 수사단계에서 영장청구가 되는 구속위험이 발생한 형사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제도가 생겨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이 하는 것이 피고인에 대한 변호라고 한다면, 기소 전의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라고 해서 '피의자국선' 이라고 합니다.

피의자국선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역시 법원에서 지정하는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장실질심사 전에 피의자를 접견하고,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도주, 증거인멸우려 없음을 소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구속영장실질심사일 전날 팩스로 국선변호인선임을 통지해 주고, 당일 영장실질심사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에 피의자와 접견한 후 영장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피의자국선사건의 경우 범죄가 상당히 중하거나, 주거가 부정하거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고, 제가 담당한 사건들 중에서도 80% 이상은 영장이 발부되는 것 같습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는 구속된 피의자의 1심 재판 종료시까지 당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호활동을 하게 됩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바로 석방되고,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역할도 종료되고 국선변호인 선임이 취소됩니다. 이 경우,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석방된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피의자는 불구속상태에서 수사-기소-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선임이 취소되기 때문에 이후의 수사-기소-재판 은 석방된 피의자 본인이 알아서 대응해야 합니다.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는 경우에도, 구속이 적당한 것인지 한번더 살펴봐 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구속적부심사청구(구속적부심)라고 합니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본인이 신청할 수도 있고, 피의자의 변호인을 포함해서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특별히 영장실질심사에서와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적부심이 인용되어 피의자가 석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하는 보증금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기소전보석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주 초에 피의자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어 2명의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출석했는데, 그 중 한명의 사건이 특이했습니다. 피해자가 남편이고, 사건 전후로 이미 우울증,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는 정황이 있는 피의자의 사건이었는데, 피해자인 남편이 처벌을 원하는 사건이 아닌데 경찰이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기도 합니다)는 피의자의 범행이 정신병증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탄원서를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면서 바로 제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원래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영장발부당시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면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을 해주는 편인데, 피해자인 남편분이 병원치료를 받으시는 와중에도 구속적부심기일에 출석하셔서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하셔서, 주말에 잡힌 구속적부심사기일에 피해자분과 함께 나갔습니다.

피해자인 남편분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피의자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본인이 죄송하다고 하시고, 법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미안하다며 울어버리시더군요. 두분을 떼어놓고 구속적부심이 끝나고, 그날 밤 보증금과 함께 석방취지의 인용결정이 났습니다.

신문에서도 대부분 구속적부심 기각 뉴스가 뜨는게 대부분이고, 인용 결정은 상당히 드문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의 구속결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장발부와 다른 사정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구속적부심의 인용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다행히 그런 사정을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피의자가 석방되었기 때문에 일응 제 피의자국선 선임결정은 취소되고 더이상 저는 국선변호인이 아니어서 기록에 남겨봅니다. 변호사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받아본 구속적부심 인용결정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