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7일 금요일

[책소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인규, 나는 대한민국의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조갑제닷컴(2023)

거의 일년동안 특별히 책을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유튜브+넷플릭스에 매몰되어 있다고 느끼던 중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한 책입니다. 이미 십년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한 오랜 기간에 걸친 비판, 비난, 매도가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있었던 검찰의 입장은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당시 검찰측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책 내용 중 절반은 이인규 검사 자신이 맡아서 진행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처리과정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수사 전후 및 그 경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책 한권은 충분할 것 같은데, 그 앞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그 주요한 사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인규 검사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에 여야 가릴 것 없는 대선자금수사를 진두지휘한 실무자이면서 대선자금 주고받은 기업인, 정치인들을 상당수 감옥에 넣은 장본인이었습니다. 그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처리한 것들을 읽고 있자니... 거의 격동의 현대사의 산증인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인규 전 검사가 하고 싶은 말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시 노무현의 등을 떠미는 진보언론이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사실관계 자체가 묻혀버리면서 노무현이 살아서 재판을 받고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노무현의 자살로 진보진영이 기사회생한 경험은 정말 나쁜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진보진영은 자신의 모순된 행태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된 행태가 드러난 정치인이 자살하거나(노회찬, 박원순), 모순된 행태가 드러나도 아예 사실은 함구/부정하고 선전선동하는 것을 우선하게 되었고(조국사태), 급기야 자신들의 범죄행위등을 감추고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국가기관의 힘을 빼고(형사수사권조정) 법제도를 뜯어고치는(검수완박) 형태로 흉물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

물론 이인규 검사의 수사가 완벽히 불편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에서도 많이 드러납니다. 기업의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대선자금 뿐 아니라 당해 기업의 분식회계 등에서 드러난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자백을 강요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엄밀히 말해 별건수사를 통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 아닌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된 "논두렁시계" 사건이 검찰쪽에서는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나 검찰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청와대쪽을 타고 국정원이 일부 조작한 정보로 선정적인 보도가 되어서 그 점에 대해서 이후로도 자료를 수집해서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였더군요.

마지막으로 노무현 전대통령 사건에 대한 개요 및 주요 증거에 대해서 부록으로 정리까지 해놓았고, 수사기록은 영구보존시켜 놓았다고 하므로 이인규 검사는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검증해 봐라 하고 작심하고 책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사자명예훼손죄로 이인규 검사를 고소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한다는 말이 "어디 함부로 고인을 입에 놀리느냐"(이재명) "파렴치한 행태 불순한 의도와 배경 궁금"(전해철) 등의 반응입니다. 사실관계를 다툰다고 하는 순간 아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때문에(논두렁 시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ㅡㅡ) 별 언급하지 않고 묻으려는 의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에 대해서 반증을 들거나 사실관계를 다투어서 확인하자는 말은 전혀 없고 상대방에 대해서 도덕적(인 것으로 보이는)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나아진 것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인규 검사의 억울함에 대한 토로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컴팩트하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한 특수통 검사가 정리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사료로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논두렁 시계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보고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