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며칠 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에 "범행 원상회복" 특별준수사항 부과는 위법, 법률신문 2021. 1. 11.자 기사가 났습니다. 마침 제가 맡고 있는 2심 국선변호 사건에서 다투고 있던 쟁점이었기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거의 동일한 쟁점이더군요.

제 사건은 원래 1심 국선변호 사건(사기) 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금액을 상당부분 변제한 상황이었고, 관련사건에 대해서 실형을 복역하고 나온 상황이어서 특별히 또 실형선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었고, 1심판결의 결론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였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에는 거의 대부분 사회봉사명령이 추가되고, 이 판결에도 사회봉사명령이 붙어 있었는데,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게 3개월 내에 잔여 피해금액을 변제할 것"이 부과되어 나왔습니다.

특별준수사항 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준수사항을 붙이는 근거법령을 찾아보았는데, 그 근거법령은 보호관찰법 제59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39조, 제19조입니다. 사회봉사명령에는 보호관찰법상 특별준수사항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시행령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특별준수사항)  제32조제3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21. 1. 5.>

1.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까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것

2. 직업훈련, 검정고시 등 학과교육 또는 성행(性行: 성품과 행실)개선을 위한 교육, 치료 및 처우 프로그램에 관한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를 것

3. 범죄와 관련이 있는 특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

4. 성실하게 학교수업에 참석할 것

5. 정당한 수입원에 의하여 생활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

6.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 또는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할 것

7. 가족의 부양 등 가정생활에 있어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

8.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준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선ㆍ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

위 제8호가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생활상태, 심신의 상태, 범죄 또는 비행의 동기, 거주지의 환경 등으로 보아 보호관찰 대상자가 순수할 수 있고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여기에 피해금액을 변제하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물론 특별준수사항으로 변제를 명하는 것, 특히 기간을 정해서 변제를 명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선,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특별준수사항을 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항소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2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그 국선변호인께 이런 쟁점으로 항소하는 것이 맞겠다고 의논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항소를 하신 다음 2심 재판부에 저를 2심에서도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을 하셨더군요. 이런 경우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의 국선변호인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저를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재판 내내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재판기간동안도 계속해서 피해금액을 소액이나마 변제하면서 선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사건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집행유예 판결은 유지하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된 부분은 과도하고, 2심 재판기간동안에도 계속 변제노력을 한 점과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사회봉사명령도 부과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권한을 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부과받았지만,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과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항소절차를 통해서 이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부과된 권한의 한계 또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결론을 수시로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피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신뢰의 원천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놓치고 살면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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