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일 목요일
[효능과 부작용] 고혈압약+고지혈증약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분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작년 12월초에 미루고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근 10여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혈압이 높다, 지방간이다, 고지혈증이다 주의해라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아마도 나이가 그렇게 들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약처방을 받은 적은 없었고,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을 때쯤에는 딱히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총체적으로 몸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혈압을 3번이나 재 보았는데도 안정화되 않고 혈압이 높자... 건강검진 당일 의사선생님을 고혈압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며 약처방을 해주셨고,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와서 갔더니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도 너무 높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약을 먹는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복용한지 한달이 되어갑니다.
복용 초기에는 너무나 피로감이 와서 한번 더 병원을 찾아서 고지혈증약 처방을 바꾸기도 했는데 2-3주 지나고 나니 그 정도 피로감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약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요즘 약을 복용하고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근 1-2년 동안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30분-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피곤하고 졸려서 꼭 쉬어야만 하는 저질체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대전에 있는 큰넘한테 갈일이 몇번 있어서 서울-대전 운전을 하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운전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측정한 혈압도 최고혈압이 130 정도, 최저 혈압이 80 정도로 떨어져서 요즘 약 효능이 상당이 좋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은 초기에 있었던 극도의 피로감인데, 첫주 주말에는 짧은 거리 운전도 할 수 없는 정도여서 마눌님께 운전을 맡기고, 귀가해서 하루종일 누워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약도 바꾸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가끔 컨디션이 나쁠 때 비슷한 느낌이 있을 때가 있는 정도로 빈도나 강도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 식단도 과도한 커피/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왠만하면 밥과 채소 내지 샐러드가 들어간 걸 위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몸이 조금더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플라시보효과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은 아마도 신체의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는다면 평생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고 합니다. 뭐 한두달에 한번 약타러 가서 상담하다 보면 의사선생님께서 결정해 주시겠지요. 하지만 어쨌든 건강검진 이전과 비교하면 지금이 더 건강한 느낌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제게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약을 먹음으로써의 효과가 약을 안먹음으로써 발생하는 해악보다 크니까 권장하는 것"이라고 하시는 말씀이 뒤늦게 이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약을 먹는 목적은 10년 20년 이후의 뇌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목적이 크기도 하지만, 몹시도 먹는 걸 좋아하고, 많이 먹는 습관이 들어있는 제게 생활습관을 고치려는 "트리거"로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2020년부터 조금씩 날씬해져 보는 것도 괜찮은 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한 이후, 심심찮게 많은 직역이 AI(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인공지능 변호사가 나왔다는 외국의 예를 들며, 얼마 안되어 판사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이 칼럼([노트북을 열며]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하는 날, 중앙일보 2017. 2. 17.자)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저는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사법제도 , 법률 및 재판에 대한 너무나 간단한 전제 및 이해에 서 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칼럼이 이해하고 있는 사법제도, 법률 및 재판에 대한 이해는 이런 것입니다.
1. 국회가 정한 법률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이 재판이고 그 결과가 판례이다.
2. 추상적인 법률과 구체적인 판례를 모두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수집하고 그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어떤 인간보다 정확한(정의로운/공평한) 판단을 하게 된다.
3. 인공지능은 판사와 달리 매수나 회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평무사하다.
첫번째나 세번째 전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전제에 있습니다. 법률이나 판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가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에 의하여 변해가게 됩니다(매우 천천히 그리고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사법제도는 이렇게 변해가는 자유관념, 평등관념, 정의관념에 적응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것입니다. 즉, 수많은 판사들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서 변화된 가치관에 따라 새로운 판결을 하고,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 의하여 다시 반동이 일어났다가, 다시 뒤집어지는 과정이 지금도 사법제도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이고, 현재에 있어서의 가치관은 특정해 놓아야 가부간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판례(현대의 대부분의 판사의 가치관)가 어떤 입장이라고 정해 놓은 것 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유/평등/정의관에 맞는 법률/판례라고 하여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률을 개정하고, 위헌법률심판에 의하여 법률이나 처분을 위헌으로 만들기도 하며, 판례의 입장이 종종 뒤집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알기 쉬운 예로, 현재까지의 판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병역법위반으로 의율하고,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인공지능에게 이에 대한 재판을 맡겼을 때 인공지능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유죄뿐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한 판례변경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하급법원은 1년새 9번째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고('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할 때 됐나... 법원 또 무죄판결, 연합뉴스 2016. 8. 12.자 기사),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에 가장 늦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변화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판사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이에 대한 사법제도의 수용이 법률개정, 판례변경, 위헌법률심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것이 사법제도가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사법제도의 중요한 부분을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인공지능에게 기존 데이터의 집적과 그에 대한 빠른 연산을 통한 결과도출 외의 창조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최종적인 판단을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에 대한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을 지언정,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판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판사보다 더 자주, 더 민감하게 변화하는 사회상이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창조적인 주장이나 논리를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기존의 판례는 중요한 논리의 틀이지만 항상 그것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바꿔보자"라고 달려드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에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변호사 나아가 법조인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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