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책 소개]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문유석 부장님의 두번째 책(첫번째 책인 판사유감도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는 다음 포스팅 [책 소개] 판사유감 참조)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법조인이 쓴 책들은 법서나 법 관련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딱딱해지기 마련(김영란 전 대법관님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도 쉽게 풀어서 쓰신 것이지만 유머가 전혀 없는 건조한 문장 중심이라 딱딱한 편입니다)인데, 문유석 부장님의 글은 매우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여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쓰신 글에 감칠맛, 깨달음, 자조개그까지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글들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페이스북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몇 안되는 예외 중의 한 분입니다(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먼저 친구신청을 해서 친구가 된지 1년이 되었다고 페이스북이 알려주더군요).

80-90년대 시대의 흐름이었던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사법시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부채감부터,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댈 수 밖에 없었던 현실까지 문유석 부장님의 고백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한사람으로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이런 급변기 속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지만 실은 빈둥거리기만 하다가 친구들 다 고시 붙기 시작한 후에야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뒤늦게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전에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만 치부했던 소위 주류 사회과학에 뒤늦게 감탄하기 시작했다. 존 로크, 몽테스키외, J.S. 밀, 애덤 스미스, 케인스, [경제학원론], [헌법], [민법], [회사법]...... 책속에는 프랑스혁명, 명예혁명, 미국 독립선언을 통해 근대를 만들어낸 계몽주의,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위대함, 그리고 20세기 들어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를 발전시킨 역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서구 민주주의는 인간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하고, 권력자를 철저히 불신해 권력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3면.

대학 초년생 때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 대안 모색에 관한 급진적인 책들을 탐독하고, 졸업 무렵부터는 자본주의의 형성, 그 근본철학, 수정자본주의로의 발전과정을 공부했으니 어쩐지 거꾸로 된 일이다. 그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이면서도 그 정치적 기본 토대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된 순서를 밟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2015), 1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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