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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책소개] 행복의 기원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심리학자 입장에서 행복(=쾌감)이 무엇인지 규명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식 관념론적 행복론보다는 다윈의 진화론적 행복론이 더 타당하다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매우 단순화시키면 타당한 결론이 될 수도 있겠다 또는 일면의 진실이라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글도 쉽게 쓰면서 비유도 적당해서 술술 읽히는 편입니다.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학문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으로서 추천합니다. 다음은 제게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입니다.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55면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는 뇌가 디자인된 원래 목적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86면.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98면.

지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빈곤을 벗어난 사회에서 돈은 더 이상 행복의 키워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08면.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14면.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11-113면.

불행의 감소와 행복의 증가는 서로 다른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16면.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23면.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하는 산은 똑같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있는 정상. 이 둘의 차이는 얼마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냐다. 외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가볍지만, 내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 등으로 무겁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44면.

To be happy, we must not be too concerned of others.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2014), 169면.

2014년 7월 2일 수요일

[책 소개]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유감, 21세기북스(2014)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저야 송무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문유석 부장판사님에 대해서 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이 신림동 거주민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조선일보에 쓴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이미 법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기사화된 것이 몇차례, 월간중앙에 글을 연재하신 적도 있는 유명한 판사님이시더군요. 나온 책을 선전(?)하기 위한 기사에서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전도 유망한 판사님이십니다.

경력을 살펴보아도 서울법대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원행정처, 서울고등법원, 광주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해외연수과정으로 하버드 로스쿨 LLM을 다녀온 것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이한 것은 이분이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시고,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판사상에 일치하지는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취하시는 입장도 법원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생각하고, 후배 판사를 고려하고, 변하는 시대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모로 튀는 면이 없지 않으나 "천상 판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경우에 느끼는 감상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뇌와 무게를 가져온다는 것을 판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의 근거를 법에서, 철학에서, 사회에서, 여론에서 찾아내고 읽어내고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은 존경심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판사의 판결을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결론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