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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책소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외 4,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천년의 상상(2020)

소위 조국흑서 라고 불리는 책입니다. 8월경에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 가서 사보려고 했었는데, 수량이 없다고 해서 미루고 미룬 것이 연말이 다 되어서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내용들은 이분들이 평소 페이스북이나 칼럼에 쓰고 계신 내용을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의 재임기간동안 정치와 사회상을 관찰하고, 때로 참여하고, 때로 비판했던 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국흑서 라고는 하지만, 조국 사건은 실제로는 그 도화선과 이상(?)현상의 극단적 발현이라는 측면에 불과하고, 진보진영 이라고 불리웠던 인적 집단이 집권을 하면서 그들이 비판하는 기존 정치집단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 이유, 사회를 발전시키기보다 권력추수에만 집중하게 된 현상과 원인 등을 설명해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다/싫다"는 판단이 "옳다/그르다"의 판단을 대체하고 있고, 심지어 늬편/내편에 따라 참.거짓의 판단을 달리하는 진영논리가 횡행하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상/사람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일독을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구절들입니다.

"강양구 의견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못 견디는 상황이에요. 사안을 판단할 때 '좋고 싫음'으로 나누다 보니까, 흰색/검은색이 아닌 회색의 가능성, 맥락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에 대한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41면)

"강양구 제가 말했듯이 지난 9년동안 핍박받고 박해받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 정부와 우리는 함께 가야하고, 정권 재창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아주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이해관계가 지금 진보언론 구성원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64면)

"진중권 1930년대 서구의 당파적 저널리즘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 언론 탄압을 겪었으면 앞으로 그런 일을 겪지 않게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되는데, 그냥 "고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을 뺏기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판단해버린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65면)

"진중권 제 경우 지금의 위험을 처음 봤던 것은, 진보진영의 가치 기준이 무너진 최초의 사건, 바로 곽노현 교육감 때였어요. 결정적이었어요. 나쁜 짓을 했거든. 그럼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가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지켜 줘야 된다"면서 앞으로 전진. 그때 이미 진보의 가치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고, 그 일이 조국 사태에서 더 큰 스케일로 반복된 것 뿐입니다."(87면)

"강양구...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때로는 대중과도 싸울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놓고서도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널리스트, 지식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요. 그 뒤로는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한 쪽 방향을 바라볼 때 '꼭 저 방향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한번 쯤 회의를 해 봅니다"(91면)

"강양구 삼성 광고 때문에 삼성 눈치를 보느라 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지 못하는 것처럼, 구독취소가 무서워서 구독자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빠'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94면)

"서민 ...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소위 문팬이라 불리는 문대통령의 팬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114면)

"서민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단체의 정계진출은 곧 그 단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결과로 끝나더군요. 참여연대 보세요. 정치인들의 비리가 있을 때마다 쓴 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 단체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우르르 들어가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진보인사의 비리에 침묵하잖아요.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죠... 여성단체도 마찬가지에요. 여성단체가 그 동안 권력형 성범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습니까? 그런데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시장이 성범죄를 저지르니 그냥 침묵하더라고요 ..."(271-272면)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



중앙일보를 읽다가 이런 칼럼을 발견했습니다([더, 오래] '이것' 해두면 구두합의도 법적 효력 생긴다, 중앙일보 2017. 12. 27.자 기사).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 이라는 칼럼이군요.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해두면 분쟁시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구두로 한 전화통화나 회의내용을 메모하고 통화나 회의가 끝난 후에 이메일로 다시 보내어 확인받는 일입니다. 칼럼 내용과 같이 수십통의 전화나 화상회의까지 있었는데 이를 나중에 뒤엎는 행동은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나 조직에서 빠짐없이 통화나 회의 이후에 이를 문서화-이메일 확인하는 절차는 생략합니다. 보통 통화나 회의에 진이 빠진 나머지 이를 이메일 등으로 문서화해서 남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 메모회람, 이메일 확인 등이 자리잡고 있다면 정말 엄청난 회사나 조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의내용을 일일이 메모-문서화해서 참가자로부터 사후 확인을 받는 일처리가 확립되어 있는 대표적인 조직은 "삼성"을 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칼럼의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네요. 아래 링크에 모아놓았습니다. 소소하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추천합니다.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

상대의 매도 동기부터 파악해야
제멋대로인 직원 휘어잡으려면...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대처하는 5가지 행동강령
재취업 연봉 협상전략 10가지
아내와의 협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 5가지
협상에서 가장 덜 중요한 사람은 '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면 무조건 발코니로
협상은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린다
중고차 시장서 가격 흥정 잘하는 법
'이것' 해두면 구두합의도 법적 효력 생긴다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재산분할청구 수수료 현실화


2016. 7. 1.부터 통상 이혼소송과 함께 이루어지는 재산분할청구소송의 인지대가 인상되었습니다(관련기사, '무조건 1만원' 재산분할 청구수수료 7월부터 현실화, 법률신문 2016. 6. 4.자 기사). 예전에는 재산가액이 어느 정도이든 관계없이 인지대는 1만원이었는데, 이제는 재산가액에 대한 민사소송 인지대의 1/2 수준의 인지를 붙여야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삼성가의 이부진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중인 임우재씨가 6. 29.에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 재산분할청구 소송을 제기(관련기사, [단독] '임우재 이부진 이혼 재산분할 소송' 서울가정법원, 관할로 받아들여... 수원지법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 조선비즈, 2016. 7. 18.자 기사) 한 이유 중 하나는 재산분할청구소송의 인지대 인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개정된 가사소송수수료규칙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심판 청구의 수수료는 1건당 5,000원으로 하고, 마류 가사비송사건의 심판 청구의 수수료는 1건당 다음 각 호의 금액으로 한다.  <개정 2016.2.19.>
1. 법 제2조제1항제2호 나목 4) 사건: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를 준용하여 계산한 금액의 2분의 1
2. 법 제2조제1항제2호 나목 10) 사건: 해당 심판 청구를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로 보아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를 준용하여 계산한 금액
3. 제1호, 제2호 외의 사건: 10,000원
② 항고 및 재항고 제기의 수수료는 사건의 종류에 따라 제1항 규정액의 배액으로 한다. 다만, 제1항 후단 제1호·제2호 사건에 관한 항고 제기의 수수료는 그 규정액의 1.5배액으로 한다.  <개정 2016.2.19.>
③ 반대청구의 수수료는 사건의 종류에 따라 제1항 규정액으로 한다. 이 경우 반대청구가 본래의 청구와 그 목적이 같은 때에는 본래의 청구의 수수료를 뺀다.  <개정 2016.2.19.>
④가사비송사건의 재판에 대한 준재심 청구의 수수료는 사건의 종류 및 심급에 따라 제1항, 제2항 또는 제3항 전단 규정액으로 한다.  <개정 2016.2.19.>

제3조 제1항이 2016. 2. 19. 개정되었고, 2016. 7. 1.부터 시행된 것이네요. 가사소송사건은 가류 나류 다류 사건으로 나뉘고, 가사비송사건이 라류, 마류 사건으로 분류됩니다. 참고로 가류 가사소송사건은 혼인의 무효, 이혼의 무효, 인지의 무효,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입양의 무효, 파양의 무효 등 사건을, 나류 가사소송사건은 혼인 및 이혼의 취소, 재판상 이혼 등의 사건을, 다류사건은 가류 또는 나류 가사소송사건에 속하는 분쟁을 기초로 하는 재산상의 청구사건(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대표적입니다)을 말합니다. 그리고 가사비송 라류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것으로(비대심적) 가정법원의 후견적 허가나 감독처분이 요구되는 사건, 가사비송 마류사건은 상대방이 있는 것으로(대심적) 후견적 입장에서 재량이 필요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혼시 재산분할청구 사건은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합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4)).


2015년 5월 26일 화요일

[사용기] 삼성 블루투스 헤드셋 EO-MG900



휴대폰 통화를 부득이하게 오래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상으로 그러는 경우가 많긴 한데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긴 통화를 하기보다는 사무실에서 사무실 유선전화기로 긴 통화를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굳이 블루투스 이어셋으로 전화통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이상하게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20분 이상의 긴 통화를 몇번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전화통화를 하고 나니 전화를 들고 있던 팔도 아프고 전화를 하는 동안 전화기 액정에 묻은 땀이 불쾌하기도 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긴 전화통화를 휴대전화로 하루에 여러번 하는 것을 견디기 어렵겠다고 판단하는 순간 제 손은 블루투스 헤드셋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격도 싸고 많은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그날 바로 또 불쾌한 통화경험을 산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까운 여의도 IFC 몰 근처 삼성프라자로 직행해서 산 것이 바로 이 블루투스 헤드셋입니다.

한쪽 귀에 꽂기 때문에 스테레오 사운드는 바랄 수도 없고 바라지도 않았고, 전화통화가 가능하고 전화통화하지 않을 때에는 모노사운드로 아이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정도의 스펙을 가진 블루투스 이어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충전하고 한나절 이상 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연속 사용으로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본적도 없긴 합니다만 1시간 정도 연속통화는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외로 쏠쏠히 잘 쓰고 있습니다.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도 몇 번 전화통화를 한 적도 있는데 손이 자유로워서 이것저것 가방에서 찾아보면서 통화해야 할 때 효용이 극대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블루투스 이어셋을 끼고 전원을 켜면 "휴대폰과 연결되었습니다" 전화통화가 끝날 때 "전화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이런 메세지를 보내주는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가전제품을 이것저것 많이 손을 대어 놓았으면서도 각 제품을 일정정도 이상의 퀄리티로 뽑아내는 능력은  삼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휴대폰 통화를 장시간할 일이 종종 있으면서, 통화시 팔이 아프고(전화기 들고 있느라고), 통화하면서 휴대폰 액정에 땀이 차서 뺨이 축축해지는 것이 불쾌했던 분들에게 추천해 봅니다.

2014년 7월 14일 월요일

[맛집 소개] 브루클린 버거조인트

브루클린 버거조인트
주메뉴 : 햄버거/감자튀김
주소: 서초구 반포4동 551-32(서래마을점), 강남구 삼성동 146-23(삼성점)
전화 : 02-533-7180(서래마을점), 02-555-7180(삼성점)
주차 : 서래마을점은 주차공간이 없으므로 건너면 반포4동 주민센터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며, 삼성점은 가게 앞 주차공간이 2-3자리 있으나 항상 주차되어 있어서 차를 몰고 가는 것은 비추천
예약: 예약은 따로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와서 가게 앞에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기재해 놓으면 차례가 되는 사람을 종업원이 불러주는 시스템.
Tip: 식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 식사시간에는 30-40분 대기하는 경우가 발생. 아예 11:30 정도에 가면 아슬아슬하게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음.

제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해 즈음에 미아삼거리(현재 명칭은 미아사거리)에 맥도날드가 1호점을 문을 열어서 본격적인 패스트푸드의 시대가 열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맥도날드 햄버거는 비교적 고급음식이어서 한 끼를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로 때웠다고 하면 꽤나 잘 먹었던 걸로 쳐주는 분위기였었죠. 생일 때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면 맥도날드는 최상의 선택 중 하나였습니다.

그 영향이었을까요. 재수시절 시험을 마치고 나서 친한 친구놈과 만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는 것이었는데. 그 친구도 저도 양이 엄청나서 서로 빅맥세트(감자튀김 포함)를 2개씩 먹고 나서는 아직도 배가 고픈 듯하다며 피쉬버거를 하나씩 더 사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도 입맛은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자주 먹는 햄버거는 맥도날드의 빅맥에서 버거킹의 와퍼로 변했었죠. 와퍼의 신박함과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매장이 서서히 줄어들 무렵, 입맛은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스치킨 버거 정도로 변했습니다.  요새 맥도날드나 버거킹 버거를 배고플 때 습관적으로 찾기는 하지만 10대 20대에 즐기던 그 맛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 중후반에는 '크라제버거'가 반짝 입맛을 당기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매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작년에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기사(관련기사)도 났었고, 찾는 사람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저도 이젠 거의 가지 않으니까요.

맥도날드, 버거킹, 크라제 버거에 이어 제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의 햄버거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름기가 줄줄 흘러보이고, 먹으면 당연히 살찔것이 예상되는 그런 비주얼임에도 불구하고 안먹으면 한두달에 한번씩 생각나는 맛입니다. 기본적인 햄버거는 "브루클린웍스"인데 처음 가시는 분에게 무난하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자튀김도 준수하고 분위기도 깔끔해서 작년정도부터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위치나 분위기 등은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팻투바하의 소개 포스팅(서래마을점)

물론 가격이 쵸큼 세지만, 적어도 여느 패스트푸드점들의 저질 음식재료에 대한 비판에서만큼은 자유로울 것 같으니까 그 정도 추가비용은 부담하는 걸로 ㅎㅎ

2014년 5월 19일 월요일

CBS 성명서


*사진은 강남좌파의 아이콘 조국 서울대 교수님입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매우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졸업하고 몇년간까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돈을 벌고 거기서 떼어져 나가는 세금을 보면서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삽질을 욕하면서, 그리고 법을 전공한 사람의 특성상(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균형점에서 서서히 법적 안정성 쪽의 편향이 되기가 쉽습니다) 여느 정치사회적 쟁점들에 대해서 상당 부분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가 속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정당은 맘에 들지 않고(심지어 그에 대항하는 정당의 무능함에는 포기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의 행동은 갈수록 가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저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은 서울의 시골 출신 점빵 운영 변호사를 "강남좌파"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기우에도 걸맞게도 지난 13일 청와대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분향소 조문 연출 의혹을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대하여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하여 CBS 노조 측의 성명이 있었는데, 그 성명의 발랄함이 맘에 들어 제맘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이 세간에 공개되었을 때, 삼성의 법조로비 사실이 국회의원 노회찬에 의하여 폭로되었을 때,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파렴치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그 발언이 적당하지 않은 방법(도청)에 의하여 공개되었다는 사정으로 이를 덮어버리고, 삼성의 부적절한 로비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국회의원 노회찬이 인터넷에 이를 폭로한 것이 법위반이라는 사정을 가지고 이를 덮어버렸던 것을 보면서,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한 언론은 어디에 있는지 혼자서 난감해 했던 기억들을 과연 CBS는 해소해 줄 수 있을까요.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응원해 봅니다. 다음은 그 전문입니다. 


CBS에 대한 청와대의 소송을 적극 환영한다. 

청와대가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CBS의 보도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8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언론중재위원회에도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연출 의혹과 관련한 "'조문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라는 CBS의 보도를 문제삼은 것이다. 

정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한 분향소를 태연히 방문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다가가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그 할머니를 따뜻이 위로하는 대통령의 모습, 이에 대한 유족들의 의문에 따라 언론은 응당 그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책무가 있었다. 이후의 취재과정에서 핵심 취재원으로부터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말을 들어 기사를 썼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이름 한자 등장하지도 않으면서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김기춘 실장과 박준우 수석의 주장을 공들여 논박하지는 않겠다. 어차피 법의 사유화를 지향하는 정권인 까닭에, '공직자의 공직 수행이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할 때 언론보도로 인해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 해서 명예훼손이라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 역시 떠올려봐야 의미 없다. 

이 모두를 차치하고, 청와대가 CBS를 '받아쓰기' 언론이 아니라고 공식 인정해주어 그저 반갑다. 거의 모든 기존 언론이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가운데, 유독 CBS는 정부와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증명해주니 감읍할 뿐이다. 

또한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은 CBS의 보도기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CBS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유사보도' 딱지를 붙였던 정부가 늦게나마 이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 같아 더욱 반갑다. 

나아가 잊혀질 만하면 CBS를 때려줌으로써,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가 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청와대의 세심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CBS의 모든 구성원은 늘 그래왔듯 이번 싸움에도 한치 물러섬 없이 임할 것이다. 퇴행하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당당하게 걸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의 진리를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송 당사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만큼은 지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 본다. 유신정권의 주역이자,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이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선봉장이자, 유신회귀의 실세인 김기춘 실장이다. 60년 역사 동안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았던 CBS가 그런 김기춘 실장과 소송에서 마주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는 "우리가 남이가?" 하고 싶을지 몰라도 우리는 남이다. 

2014년 5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 참고로 세번째 단락의 대법원 판례는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 판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 판결에 반하여 정부 또는 국가기관 명의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개인 자격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고 김기춘 등의 청구가 인용되려면, 원고들은 CBS의 보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임을 입증해야 할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 CBS 는 박근혜 대통령의 분향소 조문 연출 의혹과 관련하여 청와대 관계자가 확인해 준 사실(또는 그로부터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고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소개] Fitbit - 디지털만보계

핏빗(Fitbit)은 손목시계처럼 손에 차고 다니는 디지털 만보계입니다. 일반적인 만보계는 걸음수를 액정에 표시해 주지만, 사진에 나와 있는 Fitbit Flex 는 하루 목표치 달성 정도에 따라서 램프로 표시해줄 뿐입니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연동해서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에는 걸음수 뿐 아니라, 이동한거리, 활동적인 시간, 소모한 칼로리를 알려주고 친구와 경쟁할 수도 있어서 많이 걸어서 차츰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손목시계처럼 시간도 나오는 제품도 나오는데 Fitbit Force 입니다. 하지만 고무러버 부분이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켜서 리콜사태가 나기도 했고, 손목시계처럼 두꺼운 건 cool하지 않아 보여서인지 인기가 있는 것은 Fitbit Flex 입니다(자세한 사항은 http://www.fitbit.com/kr/flex 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트폰을 모두 지원하는데, 갤럭시S2는 최신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갤럭시S2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것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것들로 나이키의 퓨얼밴드(나이키가 퓨얼밴드 관련 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애플에서 진행하는 헬스케어 사업과 중복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와 조본업 등이 있으므로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삼성은 발빠르게 갤럭시 씨리즈와 연동되는 Gear-Fit(기어핏)을 출시합니다.



Fitbit Flex와 같은 고무재질에 램프 대신 아몰레드 가로액정을 달아서 기능상으로는 Fitbit Force와 더 유사한 면이 있고, 디자인도 삼성답지 않게 깔쌈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심박수도 체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가격과 호환성인 것 같은데요. Fitbit Flex를 국내에서 13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반면 Gear-Fit은 24만-25만원대입니다. 또한 Gear-Fit은 아이폰에서는 쓸 수 없고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Fitbit을 한달 넘게 사용하고 있긴 한데, 사용하는 것만으로 살이 빠지는 마법의 도구는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다른 때 같으면 생각없이 지하철역에서 택시타고 오는 일이 잦았을 터인데 만보 채워보겠다고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걷는 수고를 감수하는 일이 몇번 늘어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에 만보 걷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께 디지털만보계를 추천합니다.

2014년 3월 31일 월요일

법감정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판결이 소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황제노역" 판결입니다. 이건희 회장도 벌금에 대한 1일 노역의 일당을 1억원 정도로 계산했는데, 허재호 회장의 경우 5억원 정도로 계산하는 판결이 나왔다니 가당치 않다는 것이 그 취지입니다. (법 감정 외면한 판결하고도 "법대로 했다" 당당한 법원, 중앙선데이 제368호 2014. 3. 30.자)

허재호 회장에 대한 판결을 "황제노역"으로 네이밍하자 언론에서 십자포화를 뿜어대고 있고, 항소심에서 이 판결을 한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은 대주그룹계열사와 아파트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삐딱한 시선이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제게는 언론의 이 판결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도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언론의 논조는 단지 이 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허재호 라는 대주그룹 회장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는데, 이 "벌금형에 대한 환형유치금액(벌금을 노약장유치로 대신할 경우 일당으로 계산하는 금액)이 5억원으로 정해졌고, 이것은 일반인은 보통 5-10만원으로 정해지는 것에 비하여 특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위 사실 이외에 위 판결의 벌금형에 그렇게 높은 환형유치금액이 정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중앙선데이의 위 기사가 법원의 설명을 그대로 실어 주었는데, 그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조세범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탈세액의 2~5배까지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가산세까지 더해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지분 100% 기업이어서 횡령범죄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았다고 봤어요. 이를 감안해 신체형은 집행유예(징역 2년6월, 집유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특가법이 벌금형도 병과하도록 규정했단 말입니다. 검찰은 벌금까지는 너무 과하다면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구형했잖아요. 재판장도 고민을 했겠죠. 벌금형 선고유예는 너무 형이 가볍다고 생각해서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환형유치(換刑留置·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에게 노역으로 대신하게 하는 제도) 기간은 50일로 정한 거예요. 유치기간을 너무 늘리면 신체형에서 집유를 받은 피고인에게 벌금형 명목으로 신체형을 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위 설명에 따르면 허재호 회장의 죄명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조세범죄(조세포탈)와 횡령죄인 것입니다. 이 중 조세범죄에 대해서는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조세범죄의 경우, 포탈한 세액을 그것도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한 경우에는 선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조세를 내느라 기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당해연도 그 다음연도에는 조세를 낼 재원 자체를 마련하지 못합니다. 조세를 내느라 기업이 망하면 그 다음해부터는 조세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데, 포탈한 세액을 모두 납부한 기업의 회장을 구속하거나 벌금을 또 부과해서 부담을 추가적으로 줄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서 조세범죄에서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한 것이 소명되면 벌금형을 "선고유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판결 이전에 많은 경우에 선고유예한 사례가 있습니다.

횡령죄에 대해서는 지분 100%기업, 즉 1인회사이므로 처벌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횡령죄는 주주가 여러명인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주가 회사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써 버린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고, 피해자는 회사, 실질적으로는 그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주가 한명이고 그 주주가 대표이사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본인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1인 회사의 경우 횡령,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갈리고 있고, 처벌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상정가능한데, 위 건에서 법원은 처벌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렇게 이 판결의 내용을 따져보면 법원이 선고유예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보다 2배를 구형하는 검찰이 벌금형에 대해서 "선고유예"를 구형하였다는 것은 검찰조차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도 부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벌금형의 선고유예보다는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고심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되, 다만 환형유치금액을 높여서 실제로 노역을 하더라도 단기간에 끝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언론이 이 판결을 비판하면서 들고 있는 잣대가 "법감정"입니다. 한마디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여론이 안 좋으니 고치라는 것인데,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은 법원이 따라야할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법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지만 "감정"이란 말은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요. 법원의 설명은 일응의 기준이 있고, 그 이전에 이미 이 판결보다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였던 선례도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대주그룹이 무너진다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처해야 한다는 지역경제인들의 탄원서도 많이 제출되었으므로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이 "일당 5억원", "황제노역"이라는 헤드카피 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감정은 저 헤드카피 2개에서 더 이상의 고려를 하지 않는 일반인의 판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법관이 어느 것에서도 독립하여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의 압력은 폭력이나 회유 그런 것 뿐만이 아닙니다. 법감정이라는 탈을 둘러쓴 "여론재판"의 유혹 또한 외부의 압력인 것입니다.

장병우 광주법원장이 대주그룹과 아파트거래를 하였다는 점도 위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황제노역 판결 장병우, 허재호가 지은 '대주 아파트' 입주 중앙일보, 2014. 3. 29.자 기사). 저는 이 부분도 너무 한다는 느낌입니다. 대주그룹은 건설회사입니다.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아파트 분양을 하는 회사이므로, 광주에 거주하는 장병우 판사가 대주그룹이 지은 아파트를 매입해서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만약 문제를 삼으려면 장병우 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파트를 싸게 매입하였다든가,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대주그룹에 비싸게 매각하였다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장병우 판사는 2005년 대주아파트를 광주지역 57평 아파트를 4억 5천만원에 분양받아 2007년 입주했고,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2억 5천만원에 매각했는데 매입자가 대주그룹 계열사였습니다. 허재호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6년인데('황제노역' 허재호씨가 총수였던 대주그룹의 부침, 매일경제 2014. 3. 28. 기사) 광주에 사는 장병우 판사는 자신이 대주그룹 사건을 맡을지도 모르므로 대주그룹이 분양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지도 말고, 자신의 아파트는 꼭 대주그룹 계열사를 피해서 매각해야 했단 말일까요? 또한 그 가격이 특별히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판 것이 아님은 그냥 봐도 알 수 있는데 언론이 굳이 의혹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냥 (기사가) 잘 팔리기 때문 아닐까요?

만약 위 기사의 의혹이 제대로 된 의혹이라면 종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검사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보면 됩니다. "삼성그룹 2심 판결을 맡았던 000 판사가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S3 핸드폰, 삼성 노트북, 삼성 텔레비젼, 삼성 세탁기, 삼성 에어컨을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고, 삼성계열사인 삼성물산에서 분양하는 서초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자신이 쓰던 구형 전자기기를 삼성디지털 플라자에서 매입하여 처분케 하고, 자신이 종전에 살던 아파트를 매각하였는데 매입자가 삼성계열사인 에버랜드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판검사가 있을까요? 하나라도 걸리면 삼성과 "고가의 가전제품", "아파트"를 거래하였으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판사는 재판에서 제외되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감정"이라는 말은 신문 외에서는 나오지 않는 조어입니다.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면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이 되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법감정에 반하지 않는 판결이 되는 셈입니다. 법관이 "법감정"을 고려하라고 하는 것은, 법에서 정해진 것 외에 "여론"을 감안하라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법원의 재판 때에도 법원을 이런 식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그 수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의 판단에 (묵시적으로나마) 포함되었었지만 이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죠. 그런데 광주지역의 경제에 한축을 담당하는 대주그룹의 회장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고려가 법원에 판단에 포함되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요? 이건희와 허재호라는 유사한 사건을 비교할 때 유독 후자에게 더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후자의 판결후 처신이 부적당한 점도 한몫 하였겠지만, 언론이 광고가 줄어들 위험없이 비판할 수 있는 꺼리를 만났을 때 얼마나 더 집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체제를 "인민재판"을 하는 전근대적인 국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 자신은 특히 언론이 법관의 판결을 좌우하기 위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곰곰히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2014년 3월 22일 토요일

이부진 사장의 선행 관련 법조인의 반응

며칠 전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호텔 문으로 돌진한 택시기사의 손해배상책임을 탕감해 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부진 사장, 수억대 호텔문 파손한 택시기사에게…‘훈훈’ 동아일보, 2014. 3. 19.자 기사

일반인이나 기자가 보기엔 택시기사의 딱한 사정을 알아보고 빚을 탕감해 준 것이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사회적인 미담이다, 삼성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등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 주위의 법조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직업들이 직업인지라 이부진 사장의 행위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4억원이라는 돈이 (삼성가의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돈일지 몰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도 처분하기에는 꽤 큰 돈입니다. 그런데 이부진 사장이 자신의 결정으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해 버린 셈이니 그로 인하여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므로, 이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 것인데 4억원 정도 포기하는 게 어때서?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라호텔은 호텔신라 라는 상장사가 소유하는 것으로, 신라호텔의 주인은 호텔신라의 주주들이고(물론 삼성가가 대주주일 것이나 혼자 소유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부진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일 뿐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재산인 손해배상채권을 이부진 사장이 자의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부진 사장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우선, 택시기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들, 택시기사는 80세의 고령에 가진 재산이 거의 없으므로 집행해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소액에 그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회사로서는 채권의 행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결손처리하게 될 채권이라면 굳이 보유할 필요없이 포기하되, 다만 포기한 사실을 이용하여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의 이미지 개선은 이미지 광고에 수십억원을 때려부어도 쉽지 않은 일이므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채권포기가 그 대가라면 오히려 싸게 먹힌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회사의 경영진이 일응 회사에 손해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를 결의하거나 실행하는 경우에,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로 판단한 경우에는 그 결과가 회사에 손해가 된다고 하여도 경영진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이를 "경영판단"이라고 합니다. 이건에서는 경영판단에 가기 전에, 주주들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부진 사장을 형사고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실제로 형사문제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법조인들이 업무상 배임에 민감한 것은 이러한 채권포기가 신라호텔과 같은 회사가 아니라 듣보잡 회사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경영진이 회사의 자금을 빼돌리는 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몇년 전 KBS의 정연주 사장의 경우에는 KBS가 법인세 환급소송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2심에서 법원의 조정으로 1심 승소판결보다 적은 금액을 환급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지시로  KBS가 1심보다 불리하게 조정에 응하여 법인세 환급금을 덜 지급받은 것은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고, 법원은 이는 경영판단이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정연주 전 사장, '국가' 'KBS' 상대로 손배소)한 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업무상 배임죄 여부의 판단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판단이 이렇게 이슈화된 것은 삼성의 반쯤은 의도된 언론플레이로 인한 것이고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왕 발생한 좋지 않은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좋은 쪽으로 반전시킬만한 능력을 갖춘 것도 매우 부럽네요. 재벌그룹의 선의나 미담, 기부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그러한 선의나 미담, 기부가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제도를 갖추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3월 10일 월요일

First Mover 와 Fast Follower

흔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전략을 First Mover 전략이라 하고, 삼성의 전략을 Fast Follower 전략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이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팔아 수익을 얻는 것을 전략으로 한다면, 삼성은 애플이 닦아 놓은 검증된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시장 선두의 제품의 퀄리티를 빨리 따라잡고 특유의 물량공세를 통하여 (1위를 제외한) 경쟁자를 제압하고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전략으로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도입될 당시 애플이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앱마켓이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할 때, 삼성은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에도 뒤쳐지는 후발사업자였습니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만든 "옴니아"는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 "옴레기"로 악명을 떨치며 사라져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숱한 삽질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시장에서 애플의 초반 우세를 뒤집은 IBM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손잡은 삼성의 행보는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4-5년간 삼성은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를 저멀리 앞서서 애플의 뒤를 바짝 쫒는 경쟁자라고 부를 만한 단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삼성은 과연 어떻게 애플을 급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자력으로 근대화하여 서양문물을 수입한 것이 아닙니다. 쇄국정책이 끝나서 서양문물을 수입할 무렵 일제강점기가 도래하였고, 일본을 통해서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하는 것이 서양문물 수입과정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양문물을 바로 우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글이나 한국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어"만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면 일본이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 번역해 놓은 수많은 서양문물을 단시간 내에 흡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Fast Follower의 유전자를 새기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굳이 세계 각국을 따라잡을 필요 없이 일본을 바짝 뒤쫒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지식수준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이런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떠한 법적 쟁점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고 하면 "일본 판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을 의용하다가 해방 이후 "전세권"과 같이 우리나라에 특유한 제도를 추가하고, 부동산등기를 물권 성립의 "대항요건"에서 "성립요건"으로 바꾸는 등의 사항을 반영하여 변경되었을 뿐 일본 민법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일본에서 우리나라보다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법률이론과 판례들은 그와 유사한 법률규정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가 무척 쉬웠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옳다고 하는 결론을 빠르게 답습하는 능력은 출중하지만, 무엇을 궁리하여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약간 부족한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판례의 집적도도 높아져서 더이상 우리나라에는 그에 관한 판례가 없는데 일본 판례는 있는 상황은 많이 없어져서 비교법적인 관점이 아닌 논문에서 일본 판례를 인용하는 것은 서서히 부자연스러워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법제 또한 그 자신의 고유한 법제도가 아니라 독일법이나 프랑스법을 계수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을 통하지 않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법서를 직접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한국법과 비교하는 경우도 꽤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가 좁아져가고 있고, 통상문제 등을 통하여 법제도 자체가 다른 미국법도 우리 법제도나 판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모두 한국인이나 삼성을 더 이상 "Fast Follower"에 머물러있을 것이 아니라 "First Mover"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